| 어느 아름다운 이의 가슴 벅찬 리뷰를 보고 처음으로 그의 시를 접하게 되었다. 온갖 소설들로 공상과 상상만 가득 들어차있던 내 머릿속에 시집이 들어찰 빈틈이란 없었다. 꽃다운 여느 때에는 다이어리 한 켠에 시 한 편씩을 적어다니곤 했었는데, 그런 소소한 일도 시들해질무렵 내가슴에 '후두둑'하고 떨어진 시. 차창밖 풍경처럼 쉬이 스쳐지나갈 책이었을지도 모를 시집이 그녀가 우연히 펼쳐든 '3번 국도 혹은'으로 인해, 문학소녀였던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한다. 어떤 이에게는 사춘기처럼 아픈 그리움을 갖게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첫사랑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럴듯한 연애도, 절박한 인연도 지나고 나면 지독한 매연이었어'라고 읊조리는, 말끝마다 이미 시들어버린 연애라고 말하는 그에게 사랑이란 얼마나 가슴 아린 것이었을까...? 이미 파본이 되어, 청계천 고서점이 문 닫은 뒤로 찾을 수 없다는 그의 39페이지에, 사랑이란 그 흔한 이름은 얼마나 시린 페이지에 남겨져 있는 것일까,? '내 방엔 아직도 너의 말라 죽은 표정이 가면처럼 걸려 있'는데, 이토록 사랑에 애달픈 것은 내 인생 22페이지의 어디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낼 수가 없다. 내겐 아직도 가방 한 켠에 그의 시집을 넣어다니던, 소녀같이 방긋 웃으며 꼭 한 번 읽어보라 권해주던 그녀의 미소가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러한 인연으로 알게 된 시집에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우연히도, 아니 놀랍게도 내가 처음으로 펼친 페이지도 '3번 국도 혹은'이였으니 말이다. 세상엔 스쳐지나가는 것과 인연이 닿는 것이 있다. 이미 예정된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일지라도, 오늘은 그 스쳐지나가는 무엇을 부여잡고 싶다. 아무 의미 없이 기억에서 지워졌어야 할 그 어떤 것을 꽃다운 이름 하나 붙여 가슴 한 켠에 고이 달아두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