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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퍼니 게임>과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미카엘 하케네는 유럽이 인정한 작가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이 주목받거나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었다. 이는 아마도 그의 작품이 지나치게 성적으로 강렬해서인지 것 같고 유럽적인 배경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서였을 것 같다. 또한 ‘센’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의 영화들이 있었기에 관심돌릴 틈이 없었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보기 전 내심 걱정을 했던 점은 알려졌다시피 상당히 가혹한(!?) 장면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점. 영화속에는 역시나 그런 씬이 있어서 공포심을 느꼈는데 그것은 이전의 어떤 영화에서도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미카엘 하케네의 고유성과 명성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전체적으로 몇 장면 제외하고는 보기에 비교적 편안했다. 조르쥬(다니엘 오떼이유)는 프랑스의 전형적인 중산층으로 책관련 TV프로의 사회도 맡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에게는 역시 지식인인 부인 안나(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아들 피에로가 있다. 조르쥬의 저택은 조용한 곳에 있고 그와 부인은 친구들을 불러 식사와 담소나누기를 즐겨한다. 이렇게 평온할 것 같은 조르쥬에게 어느날 우편물 한 통이 배달된다. 비디오와 그림 하나가 있었는데 테입에는 그의 집을 찍은 영상이, 종이엔 입에서 빨간 것을 토해내는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때부터 예민한 관객이라면 불안과 알지못할 공포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선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일을 알고 있다>같은 정서이다. 질감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우선, 알제리인 가정부 아들-조르쥬 부모가 입양했다가 조르쥬의 모략으로 쫒겨난-을 죽게 만든 그 어마어마한 과실은 뭘까? 닭을 도살해(개인적으로 무척 살떨렸던) 조르쥬를 겁줬다는 것으로 나오긴 한다. 그런데 그 가정부 아들은 조르쥬를 스토킹하지 않았고 테입을 그림을 보내지도 않았다며 끔찍하게 자살한다.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중에 가장 먼저 접한 작품 <히든>은 중산층 유럽 가정에 깃듯 불안한 요인들을 그 분위기, 공기의 떨림을 잘 잡아낸 작품이다. 기회되면 <하얀 리본>같은 유명한 영화도 찾아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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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은 앞서 이전에 소개된 작품들처럼 오감과 이성을 후벼대지 않지만, 의문들이 끝까지 지속되는 스릴러 속에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죄의식을 동시에 질문하는 틀거리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TV문학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르쥬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안느 그리고 아들은 전형적인 중산층의 모습을 보인다. 그들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배달돼온다. 집 정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응시하며 자신들의 출입을 그저 지켜보는 롱테이크가 전부다. 테이프와 그림이 상기하는 건 조르쥬의 40년 전 과거다. 사리 판단이 온전하기 힘든 여섯살의 나이에 타인에 대해 저지른 작은 차별의 경험이다. 부모가 입양하려던 알제리 소년 마지드에게 불쾌감과 위협을 느끼던 소년 조르쥬는 모종의 음모를 꾸며 알제리 소년을 고아원으로 가게 만든다. 성인 조르쥬는 거듭되는 악몽으로 잊고 있던 죄의식을 상기하지만 반성하지는 않는다. 조르쥬 자신과 가족의 안위가 새로운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의식이 먼저다. 지성인 조르쥬는 여전히 방관할 뿐 그들의 수치와 모멸을 자기 삶의 내부로 끌어안을 줄 모른다. 감독은 실제했던, 끔찍한 과거를 깨끗한 공백으로 남긴 프랑스와 그 주체들에게 대단히 지적이며 예술적인 공격을 수행해간다. 무미건조해 보이던 화면에서 마지막 충격적인 한장면 때문에 더욱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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