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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강/김지하/도서출판 시학 시인의 회고록인 『희 그늘의 길』과는 또 다른 회고록으로 읽혔다. 회고록의 글머리에 써 놓은 말들은 오히려 이 시집의 서문으로 나는 십 년 전에 쓴 회고록 위에 가해진 나 자신의 검열을 해제할 것이다. 시대적인 아픔을 온 몸으로 맞서 시로 표현해 왔던 강인한 투사의 이미지와는 궤를 달리한, 행갈이와 줄임을 통한 비움을 구현코자 하였으며 ‘흰’과 ‘검은’ 시인의 몸은 세월의 무게에 깎이고 무디어졌지만 형형한 정신만은 오롯이 함부로/평화를 말하지 말라 적과 오래도록 싸워본 사람은 안다/산다는 일로부터/평화가/얼마나 머언 곳에 있는지/ 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그리고/멀미나는 것인지[평화에 관하여] 얼치기 사이비 투사들이 활개치는 현실에 대하여 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게는/분명/내 길이 따로 있다. 이 외줄기 흰 길로/혼자 가리라[바로] 결국 “이 외줄기 흰 길”이 자신이 가야할 숙명이며 그 길을 “혼자 가리라”고 또한 과거 권력으로부터 당한 상처로부터도 아직은 완전히 자유롭지 이제 다시/정신병동에 갇히고 싶진 않다 막내 유학비용을 벌리 위해서도/건강하고 싶다 돌아와 네 아내가 못 다한/아침 설거지를 시작하라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내가/지금 여기 있다는 것/기쁩니다 살아/때로는 지치고/병들어 흐린 하늘 밑을/갈 곳 없이 서성이지만[총총] 원한과 분노마저 잠재우고 가장 기쁜 일은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여섯부터/지금까지 오십 년을 내내/시를 써왔다 느을/서툴다/언제나 문청[공] 시쓰기/반백 년에 드디어 단 한 마디에/가 닿는다 시는 뜻,/이미지 범벅은 아예/시가 아니다[시 쓰기 반백 년] “시는 뜻”이요 “이미지 범벅”은 시가 아니라는 반백 년 만에 깨달음이 시 쓰듯,/시를 써서는 안돼 닮은 꼴은/정체가 아니니까 오로지/마음을 쓰라 어설픈 흉내가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마음을 써야 한다는 교훈이 지엄하다. 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것도 이러하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