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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새벽강-김지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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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강/김지하/도서출판 시학 시인의 회고록인 『희 그늘의 길』과는 또 다른 회고록으로 읽혔다. 회고록의 글머리에 써 놓은 말들은 오히려 이 시집의 서문으로 합당한 느낌이다. 나는 십 년 전에 쓴 회고록 위에 가해진 나 자신의 검열을 해제할 것이다. 마치 어두컴컴한 정신병동에서 어느 날 아침 문득 일어서 터덜터덜 걸어나와 오뉴월의 눈부신 신록과 비온 뒤의 광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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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강/김지하/도서출판 시학


시인의 회고록인 『희 그늘의 길』과는 또 다른 회고록으로 읽혔다.

회고록의 글머리에 써 놓은 말들은 오히려 이 시집의 서문으로
합당한 느낌이다.

나는 십 년 전에 쓴 회고록 위에 가해진 나 자신의 검열을 해제할 것이다.
마치 어두컴컴한 정신병동에서 어느 날 아침 문득 일어서 터덜터덜 걸어나와 오뉴월의 눈부신 신록과 비온 뒤의 광풍을 흠뻑 들이마시듯이
그렇게.[『흰 그늘의 길』 글 머리에]


시대적인 아픔을 온 몸으로 맞서 시로 표현해 왔던 강인한 투사의 이미지와는 궤를 달리한, 행갈이와 줄임을 통한 비움을 구현코자 하였으며 ‘흰’과 ‘검은’
‘밝음’과 ‘어둠’을 대비시킨 시들이었다.


시인의 몸은 세월의 무게에 깎이고 무디어졌지만 형형한 정신만은 오롯이
살아 있었다.

함부로/평화를 말하지 말라

적과 오래도록 싸워본 사람은 안다/산다는 일로부터/평화가/얼마나 머언 곳에 있는지/

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그리고/멀미나는 것인지[평화에 관하여]

얼치기 사이비 투사들이 활개치는 현실에 대하여 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내게는/분명/내 길이 따로 있다.

이 외줄기 흰 길로/혼자 가리라[바로]

결국 “이 외줄기 흰 길”이 자신이 가야할 숙명이며 그 길을 “혼자 가리라”고
다짐해야 할 만큼 현실에 대한 실망이 컸던 것이리라.


또한 과거 권력으로부터 당한 상처로부터도 아직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였던 모양이다.

이제 다시/정신병동에 갇히고 싶진 않다

막내 유학비용을 벌리 위해서도/건강하고 싶다

돌아와 네 아내가 못 다한/아침 설거지를 시작하라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마음으로 사죄하고자 하나 그것이 뒤늦은 반성이 되지 않기를.

내가/지금 여기 있다는 것/기쁩니다

살아/때로는 지치고/병들어 흐린 하늘 밑을/갈 곳 없이 서성이지만[총총]

원한과 분노마저 잠재우고 가장 기쁜 일은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여섯부터/지금까지 오십 년을 내내/시를 써왔다

느을/서툴다/언제나 문청[공]

시쓰기/반백 년에 드디어 단 한 마디에/가 닿는다

시는 뜻,/이미지 범벅은 아예/시가 아니다[시 쓰기 반백 년]

“시는 뜻”이요 “이미지 범벅”은 시가 아니라는 반백 년 만에 깨달음이
큰 가르침을 준다.


시 쓰듯,/시를 써서는 안돼

닮은 꼴은/정체가 아니니까

오로지/마음을 쓰라

어설픈 흉내가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마음을 써야 한다는 교훈이 지엄하다.

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것도 이러하여야 할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w******5 2011.08.2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