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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극복을 위하여.
"식민지의 극복을 위하여." 내용보기
우리말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우리말 부제는 '국제금융기구와 외채에 관한 진실'이고, 원제는 'Who Owes Who? - 50 Questions about World Debt'이다. 3세계 국가들이 지고 있는 외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외채의 근원에서부터 지금의 진행사항, 해결을 위한 대안에 이르기까지를 50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있다.   시작은 3세계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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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우리말 부제는 '국제금융기구와 외채에 관한 진실'이고, 원제는 'Who Owes Who? - 50 Questions about World Debt'이다. 3세계 국가들이 지고 있는 외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외채의 근원에서부터 지금의 진행사항, 해결을 위한 대안에 이르기까지를 50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있다.

 

시작은 3세계 국가들이 1세계 정부나 민간 은행 또는 국제금융기구에서 들여온 차관들이 실제로 3세계 국가의 국민들 생활에 이익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연히 그렇지 못하고 있으며, 외채의 도입이 늘어나는 것이 도리어 민중의 생활상에 있어 (-)의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서 밝혀준다.

그런 다음 이어지는 질문은 당연히, 그렇다면 이렇게 도움도 되지 않는 외채를 계속 끌어들이게하는 작동 기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 나오게 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여러가지 질문으로 나뉘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3세계 외채 급증과 외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선진국의 경제적 식민지 또는 주권 장악 논리'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지적하듯이 과거 노골적인 제국주의 시절에는 총칼을 동원한 무력으로 3세계를 약탈했었다면, 지금은 정치권력은 내주지만 외채를 이용하여 경제권력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수탈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과거 실제 있었던 사례를 예로 제시하면서, 이러한 외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채의 전액 탕감'과 '대안 금융의 설립'이라고 한다. 외채 전액 탕감을 위한 도덕, 정치, 경제, 법, 환경, 종교의 측면에서 이유를 상세히 제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3세계 국가들은 이미 선진국들에게 빌렸던 외채의 전액을 갚았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이자까지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미 지급한 액수의 배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는 통계와 이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자금의 흐름이 3세계에서 1세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기축 통화의 가치 변동 및 이자율 상승인데, 이것들은 모두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추어 조절한 것이므로 3세계가 책임져야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선진국이나 국제금융기구의 의도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의도에 맞추어 자국의 상황이나 의사결정을 이끌어가는 3세계 국가의 독재 정권을 전복시키고 민주적인 권력을 쟁취해야만, 외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하다.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데, 도덕적인 측면 및 국제법의 측면에서 이미 채권자들이 채무자가 되는 정권의 부도덕함을 알고 있음에도 차관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국민들이 그 채권을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한다.

 

겨우 10년 전 한국이 이미 외채 위기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쉽사리 넘겨지지는 않는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세계는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의 한국은 '3세계'의 일원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까지의 상황을 돌이켜봤을 때 근본적으로는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상당히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독재정권이 외채를 들여온 것과 박정권이 그랬던 것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외채를 사용하여 얻은 과실이 어떻게 분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외채의 증가로 지급불능의 위기에 놓인 3세계 국가들에 대해 선진국이나 국제금융기구가 추가 차관을 제공하면서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었기 때문에,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외채 급증의 이유' 역시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불합리함이나 민중 생활에 대한 무자비함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힘을 보이고 있지 않던가.

그러나 한국의 외채 위기 극복을 저자들은 모범 사례 중 하나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의 명을 다 따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협상을 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단지 저자들의 '바램'이 투영되었을 뿐이라고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외채 위기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민중들의 생활이 지금처럼 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세계 외채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겪었던 피해자로서 연대의 의식을 가지고 다른 피해국가들과 나란히 서야 하는데, 그것에 외채 문제의 거의 전반을 다룬 이 책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외채 위기에 대한 개요서로서 이 책의 가치는 좋으나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향이 꽤 있다는 점은 아쉽다. 어차피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개론서처럼 쓴 것이었다면, 좀더 압축하여 짧은 분량으로 조절하는 게 낫지 않을까.

 

외채의 기제를 통해 국제금융기관과 북부의 국가들, 그리고 다국적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통제할 수 있으며 이들의 자원과 부를 현지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손아귀에 쥘 수 있다. 이는 구조조정 정책의 채택으로 규정된 새로운 형식의 식민지화라고 할 수 있다.  

 

창비, Damien Millet & Eric Toussaint 지음, 조홍식 옮김, 259 page     

r*****o 2008.08.16.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