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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사씨남정기, 홍길동전과 같은 고대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학사적 가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가치관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옥루몽>은 19세기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더불어 사대부 양반들이 꿈꾸고 있는 100점짜리 삶의 모습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옥루몽의 주인공은 물론 비범한 재주로 입신양명하는 양창곡이다. 천상에서 무언가 실수를 해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인물로 외모나 능력이나 성품 모두 일반인이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이상적인 존재이다. 주변에는 유난히 많은 절세미녀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인물은 강남홍이다. 기생출신으로 강남홍과 인연을 맺지만 뜻하지 않은 재난을 겪고 기연을 만나 뛰어난 무술을 익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제후로 봉해지는 등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린다. 강남홍처럼 무사의 피를 이어받은 일지련도 있고, 음악에 통달한 벽성선도 있고, 정숙한 정실부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윤부인과 황부인도 존재한다. 이들이 여성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역시 조선시대 사대부인 저자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결과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입신양명과 함께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도교사상이 큰 스토리를 구성한다. 삶의 궁극적 이상과 보람은 세속적 성취를 이룬 후 유유자적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도교적 인간의 모습이다. 옥루'몽'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는 결국 하나의 꿈에 불과하다. 실질적 주인공 역할을 하는 강남홍의 스승도 백운도사로 일컬어지는 도교적 인물이다. 양창곡도 인간으로서의 부귀영화를 누린 후 전원생활로 돌아간다. 결국 인간의 욕망은 하나의 꿈에 불과하다는 자연관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저자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도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특히 과거제도에 대한 비판은 당시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폐단에 대한 고발이다. 제대로 된 인재를 추천하는 기구가 아니라 이미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으로 묘사한 부분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당시의 사회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또한 양창곡의 청당과 노균의 탁당으로 대비되는 붕당정치의 모습도 조선후기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과연 정치인들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는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엄한질문을 해야 할 주제로 보인다. 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쳐본 인간의 욕망은 다양하다. 다양한 절세가인들을 등장시켜 <춘향전>을 능가하는 낭만적 사랑을 그리기도 하고, <홍길동전>에 버금가는 사회개혁의 모습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국이 변방의 오랑캐들의 침략을 물리치는 모습은 <삼국지>를 닮았고,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력은 <구운몽>을 능가한다. 결국 <옥루몽>은 인간욕망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드려낸 고대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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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류로는 [토지]를 처음이자 끝으로 읽었다. 두 권만 넘어가면 지겹고 읽기가 싫어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두 권 이상인 책은 읽을 시도도 안 했었다. 이유라면 언젠가 우연히 람세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첫 권은 참 재미있었다. 뒷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렇게 세 권까지는 읽었는데 그 뒤로는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돈 주고 산 책이니 읽기는 읽어야겠고 해서 고생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두 권 이상 짜리는 아예 읽을 생각도 안한다는...그런 내가 세 권짜리도 아니고 무려 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다니 내 스스로도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 그것도 읽기 어렵다는 우리 고전인 <옥루몽>을 읽었으니 말이다.
옥루몽은 천상에서 달을 감상하던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관세음보살의 발원으로 인간 세상에 태어나 그 인연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문창성군의 화신인 양창곡과 다섯 선녀의 화신인 강남홍, 벽성선, 윤부인, 황부인, 일지련이 만나게 되는 과정부터 그들의 활약이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그 과정에는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야기도 나오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나오며, 부패한 권력자의 최후와 질투에 사로잡힌 부인의 악한 행동과 화해까지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가 없을 만큼 스펙타클하고 재미있다. 더구나 문무와 재능에 미모까지 겸한 다섯 부인들을 둔 양창곡은 어찌나 그리 멋있는지...
또한 각 권마다 이야기가 연결되면서도 독자적인 이야기를 펼치는데 제 1권에서 문창성군이 양창곡으로 환생하여 강남홍을 만나는 과정과 과거에 급제하고 윤부인과 정혼하는 이야기가, 2권에서는 남만과 전투하면서 강남홍과 일지련을 만나 대성을 거두고 금의환향 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3권에서는 조정의 간신 노균의 모략에 빠져 귀양을 갔다가 흉노족에게 나라가 풍전등화에 놓이자 양창곡이 나서 나라를 구한다. 4권에서는 벽성선을 모해하여 귀양을 간 허부인과 황소저가 죄를 뉘우치고 개과천선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연왕으로 추대된 양창곡은 공직에서 물러나 가족을 데리고 시골로 내려가 유유자적한 세월을 보내게 된다. 마지막 5권에서는 양창곡과 다섯 부인에게서 난 아들들이 모두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나라를 구하고 부모 못지않은 훌륭한 일을 하게 되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옥루몽을 읽다보면 권선징악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설들에 혹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권선징악은 확실히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완역을 했다하더라도 고전 소설이라 처음엔 과연 내가 읽어 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너무 쉬웠다. 무협지를 읽어 본 적은 없지만 무협지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호평을 한 책이니 아직도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도 서양의 문학처럼 훌륭하고 재미있다는 걸 옥루몽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인상깊은구절] 옥루몽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 모두들 재미있어 하는 <다음 회를="" 보시라=""> 이제 다음 회를 볼 것이 없으니 무척 아쉽다.다음>옥루몽> |
| 1권은 새로운 인물들을 파악하고 그 환상적인 능력들을 상상하며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 하였다. 2권부터는 인물보다는 내용이 좀더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나름대로 새로운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두가지의 관점에서 보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현대의 거대기업의 문화가 과거의 궁궐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시대적 상황이나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과 지위상승이다. 첫번째 관점에서는 우선 궁궐=>거대기업, 황제=> CEO, 조정대신=>중역들, 오랑캐대왕들 => 지사장 으로 궁궐의 위계질서 및 행태는 마치 현재의 기업과 동일하게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황제가 원하는 말만 하고 행동하고 비위를 맞추고,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진실을 말했을때 오히려 유배를 당하는 등 핍박받는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하다. CEO의 한마디에 중역조차도 모두 눈치를 보며, 의견에 반박을 하게 되면 유배가 아닌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수도 있다. 황제는 동홍을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등용한 것이 아니고 노균은 자기 수하의 동홍을 적극 천거하고 당파를 만든다. 이 역시 회사에서 힘있는 자들의 횡포라고 여겨지는 "낙하산 인사", 그리고 특정 힘있는 자들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인맥과 일명 라인이라 일컬어지는 나쁜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변방에서는 끊임없이 오랑캐들이 더 많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민심은 그렇지 않을지언정 대왕은 그들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분야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한다. 일반 직원들보다는 중역들의 시기와 질투가 더 많고 야망이 넘쳐 때로는 피흘리지 않는 전쟁을 많이 한다. 그들은 좀더 좋은 자리와 더 좋은 대우와 더 많은 힘을 얻기를 바란다. 두번째 관점에서 본 여성의 지위상승은 너무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대사회에는 전반적인 여성의 지위상승이 있어서 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17세기에는 아마 생각도 못했던 일일 것이다.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나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표적으로, 강남홍, 벽성선, 손삼랑, 일지련 등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각각의 능력을 필요시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강남홍의 경우 양창곡보다도 훨씬 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의 모습은 현재 커리어우먼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여성들에 비유할 수 있다. 그들은 외모 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카리스마도 뛰어난 인재들로서 곳곳에서 그들 나름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책속의 인물들이 구태여 여성이라는 이유로 뒤로 물러서려 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결국은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책이나 현재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옥루몽의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황제처럼 주변 사람들의 간언에 빠져 정사를 그르치다 깨달음을 얻기도 쉽지 않고, 양창곡처럼 지, 덕, 체를 모두 갖춘 인재도 찾기 힘들 뿐더러 권선징악 또는 진실은 통한다 라고 대변되는 양창곡의 재공채는 현실에서는 약간 거리가 멀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회사를 꾸려갈 생각은 없고 단지 단기적인 안목에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균의 삶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들의 삶이 더 편하고 부유하다는 것이 소설과의 괴리다. 하지만 이상적인 모습의 황제와 여러 주인공들을 보면 현실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진실은 통한다는 절대진리는 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
|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한국의 고전 소설을 찾아보기란 쉽지도 않고, 학교를 떠난 이후로 최신작, 일본 소설, 자기개발서나 경제 서적만 보던 차에, 오랜만에 옥루몽이라는, 고등학교 때 참고서에서 보던 제목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 때는 -내 기억이 맞다면- 옥루몽은 구운몽의 아류작 정도라고만 배웠을 뿐 전체적으로 내용을 다룰 수 없었고 줄거리만 듣고 넘어가는 수준이었는데, 제목을 보고도 낯설지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신선과 옥녀 5명이 인간 세상으로 귀양을 와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결코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의 과장과 억지가 있지만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다. 곳곳에 흥미롭게 드러나는 묘사와 인물들의 성격이나 외모를 표현하는 미사여구가 세세하고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들고 끊임없이 술술 읽혔다. ''투명한 가을달의 정기를 머금은'',''마치 단산의 아름다운 봉황이 닭무리에 섞인 듯'', ‘조개 한 쌍이 진주를 토해내는 듯’ 등과 같은 독특하고 풍만하게 자연에 녹아 있는 묘사들이 군더더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매력이 있다. 감정에 있어서도 ''크게 기뻐하여'',''감탄해 마지 않으며'',''크게 노하여'',''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와 같은 극단적이면서도 크고 확실한 표현으로 인물들에 대한 감정과 행동의 흡수도 커지는 듯 했다. 표현의 생동감이 너무 재미있어서 글씨 위로 영상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 끝에 ''다음 회를 보시라'' 라는 말이 나와 처음에는 약간 우스웠으나, 읽어갈 수록 더 궁금해지면서 나까지 한숨 돌리는 기분이 들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강남홍(첩으로 들인 기녀)의 활약이 참으로 대단하게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가부장적인 체제와 일부다체제의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의 지위를 이렇게 높이 그려 냈을까. 양창곡이라는 주인공은 그 존재로 큰 뼈대만 이룰 뿐 정실 부인들의 비중도 크지 않고, 나머지 전개는 강남홍과 그의 소실들이 살을 붙였다는 느낌이 든다. 옮긴이의 해석 부분을 읽어보니, 남영로가 자신의 소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그 후손들이 주장을 했다는데 그 말이 사실일 듯도 하다. 앞쪽을 읽을 때는 강남홍의 절개와 기상과 지혜에 감탄했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의 전개나 등장인물들 모두가 그녀의 손 안에 놀아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너무 몰입한 걸까. 하지만 요즘 들어 이렇게 나를 몰입하게 만든 책이 없었는데 고전 소설이라 진부하고 지루할 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내가 바보였다. 로맨스나 내용의 전개, 구성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표현이나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어색함이랄까 그런 느낌은 있지만, 술술 읽혀가는 짜임새 있는 전개에 눌려버린다. 여러 여성상, 정치에 대한 관점과 비판, 전쟁의 전략과 기술 등 광범위하고 놀라운 남영로의 해박함과 글의 전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160년 전의 소설이 지금을 사는 이를 이렇게 사로 잡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라워 지은이뿐만 아니라 옮긴이에게도 대단함을 느낀다. 단 한숨에 읽게 할 카리스마를 지낸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