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현이라는 학자를 처음으로 만나게 해준 책이다. 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쓴 책을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사학계의 기본적인 입장과 분명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학계에 그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의 식민지시대에 대해 어떤 잘못이 있었나 살피는것이 주가되는 분위기에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을법한 식민지의 경제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독재에 유린된 민중에 대해 싸워이긴 동지애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대중독재라는 개념을 들먹인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대중적 관심을 받으려는 탤런트학자라고 비판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의 논리가 수구세력에 이용된다는 점을 들어 그에게 책임없는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서로의 주장은 엇갈리지만 다들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임지현의 주장은 한쪽으로 쏠린 분위기, 금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려고 하지않는 분위기를 깨는데는 어느정도 역할을 하는것 같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아직 그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의 주장은 우리가 한번 진지하게 경청해야할 주장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서 나의 머릿속에 남은 주장은 2가지이다. 임지현이라는 학자를 세상에 알린 '일상의 파시즘'이라는 개념과, 앞에서 거론한 '대중독재' 개념이다. 일상의 파시즘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나의 삶에도 파시즘적 요소가 많다는 사실은 느끼게 한다. 상당히 개혁적이던 386정치인들이 기성정치권에 들어서면 그 누구보다 더 제도권에 물드는 것은 그들을 규율했던 일상의 파시즘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 있다. 대중독재 개념은 나쁜 독재자. 투쟁하는 민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나치시대, 그들의 열광적지지자는 일반 독일 민중이었다는 예를 들며 일제시대, 독재시대를 대중독재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나에게는 아주 새로운 시선이었다. 이책을 읽은 이후 임지현의 책을 몇권 더 읽어보았다. 분명히 지금까지 했던 생각에 변화를 주는 주장들이 많다. 그의 주장이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그렇게 공격을 당하는 것은 그의 주장이 충분히 가치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
| 일상에서의 파시즘, 민족주의와 권력 담론, 사회주의의 인간 소외, 역사학의 해방이라는 굵직굵직한 주제들을 엮은 이책은 저자의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들이 유기적이 통합을 이루어 하나의 인식틀을 형성하는 것은 저자가 끊임없이 지속해온 지적 작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억압적 독재뿐만 아니라, 일상의 생활 세계를 장악해 온 국가 권력, 그에 대항 하는 저항 담론 내부의 권력까지도 그는 모든 구성체를 의심함으로써 인간의 해방을 꿈꾼다. 다소 반복되는 예시와 주장들이 책의 부피를 불필요하게 두텁게 하기는 했지만, 서유럽에서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펼치는 그의 논지는 풍부하다. 특히 폴란드 사회가 갖고 있는 민족주의, 독일 나치, 사회주의 정권 등과의 관계라는 특수성을 통해, 지구적 담론을 연결시키는 임지현만의 안목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체론이 가지는 해체적인 특성이 갖는 한계를 이 책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모든 권력과 운동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정당한 합의와 근거를 가지고 있는냐의 여부에 주목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가치들을 중립화시키는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경계가 없는 것 같다. 또한 해체와 의심 이후에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기동전에 대한 비판 이후, 싸움은 어떤 지점에서 지속될 것이며, 진지전이란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고 있는 기존 체제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이러한 지적 논의의 기반이 될 것이며, 이러한 작업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식틀과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개인의 삶을 담아내고 열린 사회를 향한 공론장 형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