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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하는 자, 배신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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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안소니 만 감독에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이다. 내용 중엔 중늙은이 스튜어트가 자기한테 딸 뻘 정도 될 여인(이 영화에선 줄리 애덤스)과 '또' 엮이는 부분이 나온다. 우연히 나쁜 길로 들어섰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마음을 고쳐 먹은 인간, 그리고 선량한 척 하지만 틈만 나면 뒤통수 칠 기회만 엿보는 인간, 아닌듯 아닌듯 하면서 결국 제 버릇 개 못 주는 인간, 빽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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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안소니 만 감독에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이다. 내용 중엔 중늙은이 스튜어트가 자기한테 딸 뻘 정도 될 여인(이 영화에선 줄리 애덤스)과 '또' 엮이는 부분이 나온다.


우연히 나쁜 길로 들어섰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마음을 고쳐 먹은 인간, 그리고 선량한 척 하지만 틈만 나면 뒤통수 칠 기회만 엿보는 인간, 아닌듯 아닌듯 하면서 결국 제 버릇 개 못 주는 인간, 빽 소리 한번 지르면 엄연한 팩트와 제 초라한 꼬락서니가 느닷 180도 바뀔 줄 아는 찌질호구, 자신과 (제 정체를 낱낱이 아는)타인에 대해 중상모략과 거짓말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 광인 ,... 참 다양한 유형들이 우리 주변에도 있고, 이런 고전 영화에도 등장한다. 앤서니 만은 작품 속에서 이런 인간의 유형들을 탐색하되, 장르물의 매력 속에 적절히 녹여내면서 구태의연한 설정이 주는 식상함과 피로감까지 묘하게 중화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도회와 멀리 떨어진 산간이나 농촌 등에서 벌어지는 사연과 사건 등을 소재로 재미있는 소설을 많이 써 낸 그로버 C 귤릭1)의 장편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미들네임이 저처럼 이니셜이 아닌, 그 자체로 미들네임인 예가 미국에는 왕왕 있다. 해리 S 트루먼이 그 좋은 예인데, 이때 S는 무엇의 약자가 아니라 그저 S일 뿐이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Bend of the Snake인데, 스네이크 강 따위가 타 지방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지명이 아니므로 영화 제목에서는 the river로 해당 부분이 바뀌었다.어떤 사람은 이걸 진짜 '뱀'인 줄로 알고 있던데, 비유적 의미에서라면 모를까 엄연히 존재하는 강의 이름이 있는 이상 그리 새기는 게 우선이다.


국경에서 남의 재산을 강탈하고 공권력이 추적해 오면 다른 나라로 내빼곤 하던 질 나쁜 범죄자 글린(제임스 스튜어트 扮)은 늦게나마 개과천선하여 저 먼 오리건 주 황무지에 정착하려는 희망으로, 그곳에서 정직한 농민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싶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작으나마 자기 땅뙈기라도 가져 보려는 농민들이 있고 글린은 그들과 새 인연을 맺는다. 이제 이들은 서부로의 먼 여정을 떠나는데... 마침 에머슨(아서 케네디 扮)이라는 자가 남의 말을 훔치려다 걸려 죽도록 얻어터지는 일이 생기고, 어쨌든 저럴 일은 아니다 싶었던 글린이 끼어 들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에머슨은 글린과 농민들의 대열에 끼어 서부로 같이 향하고, 이 와중에 로리라는 여성과 가까워지게 된다. 둘은 일행과 끝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따로 남는데, 이유는 당시 막 발견된 캘리포니아의 금광에 에머슨이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목표한 땅에 정착은 했으나 아직 수확할 곡식이 자라지 않은 이유로, 이들은 그해 겨울을 날 식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헨드릭스라는 상인과 계약을 맺고 식량을 사러 보냈으나, 가을은커녕 한겨울이 다 와 가는데도 이 자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정을 알아 보기 위해 글린, 정착민 대표 격인 제레미, 그리고 오는 도중에 합류한 도박사 트레이2) 등이 함께 도시로 떠난다. 현지에 도착해 보니, 금맥이 어디서 크게 터진 탓에 식료품, 의복 등 모든 생필품 가격이 등귀하여 말 그대로 금값이 된 형편이다(저 예스 상품 소개란에는 헨드릭스가 물건을 빼돌렸다고 되어 있는데, 이 배경을 모르면 왜 빼돌린 건지, 정당하게 계약을 맺고 주문한 물품에 대해 왜 주인공들이 인도 요구를 못하고 '훔쳐' 와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사정 변경의 원칙이 개입하기라도 했는지, 여튼 상황이 상황이라 글린은 전직 말도둑 에머슨과 로리 등을 불러 헨드릭스에게서 물품을 빼내는 데 성공하고, 추격하는 헨드릭스 패거리들을 매복해선 죽여 버린다. 글린 자신이 전직 강도 출신이라 뭘 훔쳐 내는 일이건 사람 죽이는 일이건 남들이 따라올 재간이 없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 당시, 돈 번 사람은 금맥 발견자가 아니라 금자루만 가득 짊어진 채 집으로 오다 도중에 다 굶어죽어가던 이들(금을 씹어 먹을 수도 없고...)에게 통조림을 팔아먹던 장사꾼들이란 말이 있다. 이 영화가 배경으로 까는 상황도 같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막상 현지엔 생필품이 아무것도 없다 보니 다들 먹을 것을 구하느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형편이었다. 헨드릭스 패거리는 없어졌지만, 글린 일행의 식량을 도중에 노리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 와중, 태생적으로 신의란 걸 모르는 '말도둑' 에머슨은 동료들을 배신하고 식량을 빼돌린다. 제레미는 내가 뭐랬냐며, 저 도둑놈 말을 믿지 않았어야 했다며 글린을 타박하고.... 근성 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배우하고 좀 잘 안 어울리긴 한다) 글린은 마침내...


말도둑 역으로 나오는 아서 케네디는, '패딩턴발 4시 50분'에서 닥터 큄퍼 역으로 나온 사람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저 작품은 크리스티 여사가 쓴 똑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고, 미스 마플 할머니로 마가렛 러더포드가 나온다. 미국에서 개봉할 때는 물론, 영국에서 처음 제작할 때부터 원작과는 달리 제목을 'Murder, She Said'로 달았는데(이게 이상하니까 한국에선 처음부터 소설 제목과 일치시킴), 앤젤라 렌스베리가 나온 TV 시리즈 '제시카의 추리극장' 원제목은 이를 오마쥬해서 만든 'Murder, She Wrote'이다. 한국에서 MBC 방영분을 봐도, 한글 캡션 뒤에 항상 영어로 저 어구가 나오므로 무슨 뜻일까 궁금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Murder, She Said'가 히트를 치자, 이후 미스 마플이 나오고 그 역을 마가렛 러더포드가 맡은 모든 영화(속편)들은 그 제목이 Murder로 시작하게 하는 스타일이 한때 생기기도 했다.

s****o 2015.01.04.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