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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니 에르노를 읽은 이유
1-1. 한 여자가 어떤 글에서 아니 에르노의 책들을 언급했다. 그 여자는 내가 좋아했던 한 남자의 아내였다. 그 이유로 나는 한동안 그 여자를 미워했다. 아니... 미워했다거나 질투했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고... 그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한 후 그 여자를 원망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적어도 그 여자만큼은 그 남자를 기억하며 혼자 살아주길 바랐다. 서른 넘은 여자가 이게 무슨 유치한 발상이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30대가 아니었고 그만큼 그 남자를 좋아했으며, 그래서 죽은 남자를 기억하며 혼자 사는 것이 그 남자를 위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 여자를 위해서인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1-2. 그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보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도대체 그 남자는 이 여자의 어떤 점이 좋았던 걸까? 나랑 정반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여자. 그 남자는 그녀의 어떤 점에 끌렸던 걸까?
1-3. 그녀가 언급하는 글들 역시 그녀의 글들을 닮았다. 삶의 9할이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것 같은 사람들. 불처럼 뜨거운 것 같으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것 같아 보이는, 나로서는 참 난해한 사람들. 분명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하게 될 걸 알면서도 그녀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니 에르노를 읽어 보자고 생각했다.
2. 역시나 불편하다.
딱히 이게 단행본으로 묶어 낼만한 소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이하다. 사랑에 빠진 한 여자가 사랑 때문에 설레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고 모든 삶의 신경들이 그 남자에게 곤두선 이야기. 그 사랑이 점점 무뎌지는 이야기. 그렇지만 삶의 한 부분은 여전히 그를 향하고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
사실 이 책은 작품 그 자체보다는 작가로 인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 같은데, 굳이 이만한 일로 프랑스같은 나라에서 호들갑을 떤 건지 그것도 웃기고 이해가 안 간다.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니깐 책으로까지 출간했을텐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불륜을 한 그녀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그럼 남자가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가?
설마 '성기'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런 건 아닐테고. 내용 자체도 전혀 외설스럽지 않은데... 이 책이 프랑스 독서계를 경악시켰다는 건 99%는 과장같다.
예를 들어 조경란씨나 전경린씨같은 사람이 자기의 실제 사랑을 기반으로 작품을 썼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 일로 한국 독서계가 발칵 뒤집힐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미 사랑(불륜 포함)을 소재로 한 작품이 소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에서 굳이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작가의 유명세인가?
제일 황당했던 건
그 남자를 다시 못 보느니 차라리 이 비행기가 사고가 나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죽으려면 자기나 곱게 죽을 것이지 왜 비행기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다같이 죽이려는 건지. 사랑을 하면 그렇게 분별력이 없어지는지.
10대나 20대들이 그랬다면 이해가 가능하고 오히려 그 단순하고 뜨거운 열정이 예뻐보일 수도 있지만 나이 든 사람의 경우에는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이 먹은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때의 사랑은 '단순한 열정'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분별력 없는 사랑은 대책 없지 않나?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피곤해지겠나? 주책맞은 일이다. 누룽지 많이 먹고 철 좀 들어야 하는.
3. 그녀를 이해하는 건 이번에도 실패하는 걸까?
아니 에르노도 아닌가 보다. 그럼 나는 이번에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더 노력을 해보자. 아니 에르노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다음 책은 아니 에르노의 [집착]이다.
* 앞에서 말한 그 남자는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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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생각보다 얇아서 잠깐 놀라고 2. 읽다 보니 너무 금방 읽어 버려서 놀라고 3. 읽을 때는 시시하다 싶었는데, 읽고 난 뒤에는 한참 동안 소설이 아니라 내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 놀라고.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읽다가 이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작가의 작품 중에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이 제일 먼저 끌려 이 책을 구했고, 그리고 읽었는데.
책의 내용은 소개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소설 자체의 분량이 적다 보니 소개글보다 그다지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소설이라고는 하나 거의 일기처럼 읽히기도 하고,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작가라는 사람의 글솜씨로 보고 있자니 새로운 맛이 들기는 한다. 사랑 앞에서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을 표현하고 표현하지 못하고의 차이라고 해도,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 비해 꽤 열정적인 편이다, 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사랑이나 일이나 취미나 사는 일 자체에 대해 열정을 가지려고 애도 쓰고 그러는 것이 시시한 것보다는 더 낫다고 믿는 쪽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열정을 남보란 듯이 내보이는 쪽이라기보다는 은근히 숨기면서 슬쩍슬쩍 가만가만 드러나기를 기대하는(김두식의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고 나니 점점 더 대담해지는 내 욕망) 편이라서 이 작가의 글처럼 대놓고 표현해 놓은 글을 보면 괜히 소스라치곤 한다. 에그머니 하면서.
사랑이든 삶이든 이런 열정의 표현 하나가 바로 글쓰기라는 것, 작가의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내가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 열정의 표현의 한 방법이고. 무엇을 드러내느냐 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 것일 테지. 이 책의 작가에게는 제 사랑이, 나처럼 책에 대한 열정에 빠져 있는 사람은 리뷰가, 또 다른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제 열정을 드러내게 되는 것일 테고.
그래, 단순한 열정, 제목이 마음에 든다. 다 읽고 나니 마음에 더 든다. 이보다 더 단순하고 이보다 더 열정을 가진 말이 어디 있겠는가. 묘하다. 책 자체에 대한 호감은 그리 크지 않은데,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내 기분은 의외로 심각해진다. 열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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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차 잃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단순한 열정?. < FONT> 하지만 그 상대를 잃었을 때의 느낌은 어차피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테니까, 사실 이 책은 읽지 않아도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는 나도 그랬다, 라는 문장으로만 남아있는 아릿한 기억. 작가에게는 엄연히 현존하는 비통함이지만, 내게는 사그라든 열정의 불씨를 뒤적이는 기분. 늘어지지 않고 신파적이지 않고, 이야기는 너무 짧지만, 감정이 모자라는 느낌은 아니다. 본문에 그저 상실의 감정만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가느라 불필요한 주석을 여러군데 달아두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나무랄데가 없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코트와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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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정보외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이건 뭐지? 했다. 지하철에서 읽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일단 책을 덮었다. 아니, 에르노님 장난 아닌 언니네. '단순한 열정'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일어나는 감정과 일상 생활에서도 계속 대상을 의식하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솔직하게, 아니 성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렇다.> 10대 또는 20대에 겪었던 사랑의 감정들. 하지만 이 글은 작가의 나이가 중년일 때 일어난 것이어서 그냥 당연하게 읽히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이런 감정들을 서술하기는 더 더욱 어렵다. 오히려 열정 가운데 있지만 감정의 파도이 휩싸이지 않고 딱 한 발자국 정도에서 관망할 수 있는 연륜이 되어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쓰는 데 내게 미리 주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열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시간과 자유일 것이다.> 하루에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걱정도 있을 수 있고 어떤 계획도 있고 망상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글로 옮겼을 때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나를 아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이 되고, 그것이 소설의 기능 중 하나라고 했을 때 이 소설은 충분히 그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처음 읽은 게 작품이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부끄러움'과 '세월'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 읽으면서 의식의 흐름을 써내었던 버지니아 울프도 생각났다. '자기만의 방'도 재도전을 기약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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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페이지 남짓한 이야기다.
뭐, 그냥 저냥 잡지 읽듯이 읽을 수도 있었을텐데...한 페이지 페이지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왜 나의 마음에 닿았는지 모르겠다. 난 불륜도 저질러 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오기까지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고, 그 사람의 전화를 받기 전까진...그 전의 편안한 일상들이 지리멸렬하다못해, 악몽같은 시간이 되는 것...
길지는 않았지만, 아마 지난 날의 삶의 어떤 기억 속에서...나 역시 그런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써본 적이 없다. 글로 써보긴 커녕, 정말 내가 그런 적이 있었을까 싶게...기억은 가물 가물하고...다시 돌이켜봐도 뭐..그냥 그저 그렇다. 아마, 살면서..이런 저런 일을 겪고 나니, 먹고 사는 일 외에는 나머지는..그냥 사치라고 느꼈기 때문이겠다.
짧은 책의 끝 말미에 가면...그녀 역시 그의 부재에...적당히 적응하게 된다. 어차피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렇게 이런 저런 사연들 기억들 하나 하나 쌓아가고 허물어 가며 살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
그 남자는..그냥 바람 피우다 가정으로 돌아간 남자인지, 아니면 그녀처럼 한 켠에 기억으로 남겨뒀는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한 사람에게 침잔했고, 또 세월이 지나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 그녀의 모습은...우리 모두의 인생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고...뭐 지금 모습일 수도 있겠으니.
책을 펼치지면, 왼편에..이제는 조금 늙은 아니 에르노, 그녀의 사진이 나온다. 물끄러미 바라보며...좋은 글을 써줘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이런 글들이 우리나라 정서에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다. 화냥년, 상간녀 하며 지랄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런 상황을 겪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었으면 한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단지 겉으로 보는 어떤 사건 하나만으로 타인을 판단하는건 경계해야하지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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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한 열정?
아무런 생각없이 읽게 된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근데 너무 아까웠다.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아까웠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아까웠으며, 이 사랑이 아까웠다.
그 길로 서점으로 다시 갔다.
필립 빌랭이 쓴 <포옹>이라는 도플갱어의 책을 구입했다.
다른 두 사람이 썼지만, 꼭 같은 한 몸 같았다.
이들의 사랑이 많이 닮아있었다.
사랑해 본 사람은 느껴 봤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 전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 상대방을 몹시 질투한 일을.
아직도 가슴 한 켵에 이 책의 처음은 남아있다.
사랑을 사랑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친다. [인상깊은구절] 우리의 ''처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것을 쓰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늘 다시 시작했다가 지워버리는 일종의 초고 같은 것이었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외부의 세계를 더욱 멀리할 수 있게 네가 여기 있으면 좋겠다. |
| <단순한 열정>.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이 기록을 나는 멀리 떨어진 이국의 이야기로만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 내가 겪은 일과 닮아 있었기에...(그 남자가 유부남이 아니라는 사실만 빼고)그 사람을 기다릴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점, 버스나 지하철에서 멍하니 그 사람을 생각하던 것, 그 어떤 것도 그 사람과 연관되지 않으면 무관심했던 것 등등...불에 데인 것처럼 아팠던 최근 몇년이 다시금 떠올랐다. 성공한 중년 여류 작가인 저자는 이렇게 바보같은 열정을 자신의 장기를 이용해 글로 고스란히 담아내었지만 나에겐 그런 재주가 없어 이 책을 읽으며 눈물 흘리는 역할이 전부다. 어떤 평자는 중년의 사랑이 더 집요하고 치열하다지만 그렇게까지 한 사람에 대한 열정과 집착이 있었기에 짧지만 강렬한 한 편의 소설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만 완전한 몰입의 경지에 이르는 사랑을 누구나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경험은 작품으로 승화되고 우리같은 일반인의 경험은 비밀 일기 속에 잠재워져 바람이 스산한 날 싸늘한 기억으로 되살아나 아픔을 지속시키나보다. |
![]() 『 단순한 열정 (Passion Simple) 』 - 아니 에르노 일기같았다. 아니, 모르는 이의 블로그를 훔쳐보는 듯 하기도 했다. L군과 이별한 날, 이 블로그를 시작했듯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블로그에 처음 남긴 비밀글은 Y군에 대한 얘기였듯이... 헤어짐은 마음 속에 꾹 담아 두었던 솔직한 심정을 끄집어 내도록 하는 힘을 지녔고, 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슬픈 사연을 몇 배로 더 과장할 수 있는 힘도 지녔다. 더 비참하게 혹은 더 안타깝게... 그리고 헤어짐은, 사랑하는 동안에는 숨쉬는 것처럼 익숙해져 잠시나마 잊고 지낸 소중한 기억들을 예쁘게 포장해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예쁘게' 포장되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에 그냥 기록으로만 남겨두는 현명함을 택하나보다. |
| 누군가를 이토록 열렬히 좋아할 수 있는 열정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건 아닌 듯 싶다. 하지만 그 감정만큼은 주위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게, 들리지 않게 해버리는 세상에의 무심함이 있다. 아니 에르노는 <단순한 열정>에서 연인 A에 대한 감정을 지극히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어쩌면 한 길만을 고수하는 그 열정은 주위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마는, 너무나 단순하게 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라기보단 사랑이란 감정에 집착스러워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녀는 연인 A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미쳐버린 것 같았다. 집착이 꼬리를 물어 연인 A와의 모든 행위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면 안되는 것이다. 그의 자취가 자신에게 남겨져 있어야 했다. 그것이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모든 것이었다. 사랑이란 건 이래야 한다, 라는 정의는 없다.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아니 에르노식의 사랑법은 단순하고도 집요했다. 그녀는 연인 A에 대한 언급을 직접적으론 피해나가면서도 조심스레 언급을 했다. 그런 면에선 확실히 작가란 직업을 가진 사람과는 교제를 하기가 꺼려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아마 연인 A도 그러했을 것 같다고 본다. 동구권 사람이고 읽어 보면 어느 정도의 유명 인사에다가 연인 A의 부인과도 마주친 적도 있고 하니, 내가 만약 연인 A의 부인이었다면 한번쯤 만난 인연의 기회로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어 볼 수도 있겠고, 남편 A의 행적이 한 때 의심스러웠던 것을 혹시나 하는 여자의 심리로 퍼즐 맞추듯이 맞춰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재미로 언급해 보지만 연인 A의 이름은 알렉세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냥 무심코 A라고 썼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어서 느낀 점은 아니 에르노라는 여자는 그다지 착한 여자는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_-; |
| 한 여자를 사랑했다. 정말로 가슴아프게 눈물이 날 정도로 사랑했다. 하루가 오로지 그녀에 행동에 지배될 정도로 그녀의 비중은 그 무엇보다도 컸으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 같았다. 너무도 사랑하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 이야기했던가..? 그녀는 조금씩 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준비하고 있었고, 난 그것을 조금씩 받아드리고 있었다.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바에는 정말 그녀를 잊어버리는 것이 더욱더 행복하겠다고... 그리고 이별을 맞이했다. 그 이별은 나를 예전의 생활로 돌려줄 것이라, 미래를 위한 시작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별은 나에게 또 다른 기다림을 만들었으며, 그녀를 오히려 가슴속에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사랑이 무엇이라 묻는 질문에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에 쓰여진 첫서문 "그를 생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만큼 완벽한 표현을 본적이 없다. 첫 번째 사랑으로 온세상의 행복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나에겐 정말 "그녀를 생각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무엇을 하나 생각하고, 하루종일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물론 직접 그녀를 따라다니면 본 것은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 그녀는 지금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내가 사준 스웨터를 자랑하고 있겠지", 그녀는 "지금쯤 나와의 내일 있을 데이트를 준비하며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고 있는 중일 거야"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지나가던 연인들의 장난끼 어린 행동 재미있는 말을 들을 때면 그녀와의 데이트에서 해봐야지 하고 생각할 뿐 다른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세상의 전부였으며 나의 현재이며 미래였다. 그런 그녀를 떠나고 한참을 헤어나지 못한체 그녀와 데이트를 하던 만학서점에서 그녀와의 지난 추억을 더듬고 있던 중 에르노의 글을 만났다. "지난 9월 이후 그를 생각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서문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저 머나먼 프랑스에 나보다 세곱절이상 나이가 많은 늙은 프랑스 여자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던 말이지.... 주저 없이 책을 샀다. 방황으로 돈이 없어 차비까지 털었다. 돈 5000원이 그렇게 큰돈인지 몰랐는데 현재의 나에게 그 책의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그 만큼 큰 깨달음을 주리라 생각한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만나지 못했을테니.... 한 장씩 넘기며 나와의 공통점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혹자들은 그녀의 불륜과 연하를 사귀며 있었을 저질스런 장면을 생각할지도 모르나 나에겐 그녀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이며, 그녀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고, 그것에서 해방했다. 어쩌면 그녀는 이별을 알고 있었고, 나는 꿈에도 몰랐던 것에서 그런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녀도 나도 사랑을 하여 세상의 기쁨을 갖고 이별로 그 모든 것을 잃은 것엔 다른점이 없었다... 그리고 나도 조금씩 지난 나의 사랑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기로 했다. 다시 세상의 타협하고 눈에 쳐진 커튼을 열어 새로운 햇살을 맞이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나에겐 사랑의 지침서였다. 격렬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겪고, 모든걸 다시금 되돌릴 수 있는 사랑.. 그렇게 사랑하는 동안 성숙되어 가는 나의 모습...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그리고 혹시나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답을 머뭇거리는 사람이라면 에르노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습게도 이제 늙디 늙어 쭈그렁인 할머니가 그 어떤 아름다운 여인들보다 더욱더 격렬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하니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몇 번의 사랑을 할까 많은 사람들은 그 수를 세지만 이제는 얼마나 사랑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겉표지가 너무도 아름다운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은 아직도 나의 가방속에 남겨져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전까지 책을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언젠가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내 앞에 다가설 그 어느 아름다운 여인에게 잔디밭에 앉아서 이 소설을 읽어주고 싶다. 나의 무릎에 그녀를 눕히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곤함에 조금씩 꿈의 나라로 빠져드는 그녀에게 말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