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살림파괴가 불러온 결과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약 3백 만년 정도 되는 지구 나이를 제멋대로 깎아 먹고 있다는 핀잔을 절대 면할 수 없을 산업사회의 인류는 미래를 과연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 걸까. 과연 이토록 망가진 지구가 치유가능 하기나 한 걸까? 인류의 존속과 긴밀하게 연관된 그러한 광범위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노출되어 불거져 나온 요즘이야말로, 다음 세대로 넘겨질 현 인류의 과실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전 세계의 이상기온, 황폐하게 변모한 푸른 산과 초원들, 점차 멸종해 가는 동식물들. 오염된 하늘과 대지, 그리고 바다와 푸른 숲. 온통 둘러봐도 이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뿐이다. 내가 살던 동네는 10년 전만 해도 절대 이렇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개발’이라는 불합리한 미명아래 이루어진 훼손의 결과물일 뿐이다. 가까운 곳에 맑지는 않아도 졸졸 흐르는 하천의 둑에 갈대숲이 있었고, 거기엔 옥수수와 많은 풀, 나무들이 존재했었다. 나비와 잠자리도 심심찮게 날아다니며 도시의 삭막함을 날려주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도 그런 그림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갈대밭이 있던 그 자리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 단지 옆에는 또 다른 아파트, 그 옆에도 아파트, 온통 사방은 아파트뿐이다. 온통 네모상자들이 둘러싼 도시도 끔직 하지만, 그보다 더욱 끔직한 것은 바로 날씨. 대한민국의 여름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야말로 ‘숨 막힐 정도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며, 가장 먼저 산업화의 물결을 이룬 유럽이, 이상기온에 대해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넋을 놓고 있다가는,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정말 ‘내일’이란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지구 살리기 운동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구나, 라고 느끼며, 실제로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이런 저런 걱정들로 머리가 아파 와서 펼쳐본 책 「진보의 미래」는 이러한 나의 걱정거리들을 말끔하게 씻어주지는 못했지만, 제법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지구가 겪고 있는 문제가 서 있는 ‘현재’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제3세계의 경험에 빗대어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횡포에서부터, 유럽이 식민지로 삼았던 제 3세계들 안에서 파괴된 그들만의 소중한 환경과 독특한 문화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청사진이 미래도 고대로 예견되고 있기에, 무척이나 씁쓸한 기분이다. 본서를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부분과 급속한 현대화에 직면한 라다크 프로젝트에 관련한 부분이다. 라다크 프로젝트는 당면한 지구촌의 현실과 비추어 본다면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할 수 있겠다. 척박한 땅에서 그들만의 아름다운 문화를 일깨우며 살아가던 라다크인들은 외지인들에게 그들의 땅을 개방 하면서부터 그들의 문화는 깨어지기 시작한다. 북반구인들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주눅이 들기 시작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열등감이란 다른 표현으로 퇴색되어가는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일본, 미국, 유럽에 열광하며 그들의 모든 것을 본받고 따르고자 노력한다. 이미 눈이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져서, 그들의 문화를 따르고자함을, 나조차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꼭꼭 닫혀 진 문명의 인종이, 동경의 차원을 넘어 열등감으로 자신이 속한 나라에게 부끄러움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굉장히 위험하다. 무조건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닮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북반구의 지능화된 산업화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희망의 파라다이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북반구와 비슷하게 물들어 갈수록, 더욱 더 빈부의 격차는 심화될 것이고, 실업률은 증가할 것이고, 파괴된 생태계를 위해서 지금까지 남용한 비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지구촌이 획일적으로 단일화 되어가는 이러한 위험한 사태에 대해서 과연 어떠한 비책이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해결방안이 넌지시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늘 상 들어오던 일반적인 레퍼토리일 뿐, 손뼉을 치며 장구쳐줄 기발한 아이디어는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온통 물음표 내지는 비난과 힐난의 목소리가 높은 뉴스나 토론장조차 속 시원한 답변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진보의 미래」는 지구 전체 5분의 1 인구의 북반구 사람들이 지구 전체 5분의 4 라는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불균형과, ‘현대화’의 각종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개발’에 따른 ‘지구 전체의 손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총 19명의 저자가 한 단락 한 단락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글을 썼기에, 독자 입장에서 읽기가 무척 수월하다. 개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주를 이루고 있으면서 적절하게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주고 있으니 혹시라도 현재 사회에 대한 불안함이 가득한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감이 아예 가시는 건 절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개발에 따른 문제점, 그리고 점점 뜨거워져 가는 지구에 대한 걱정거리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는 바로, 과거의 미래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의 과오이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까지도 직면한 문제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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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 작금의 현실에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참된 보수는 사라지고 자기 이득만 챙기려드는 자들만 득실거리는 정치판에 이른바 진보세력이라는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는 이정표가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