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정열의 열매들』을 읽고 그 인물들에 반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말로센 가족은 다니엘 페낙이 탄생시킨 시리즈물의 주연들로,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이번 소설이다. 1999년에 나온 『정열의 열매들』보다 몇 해 전인 1985년에 출간된 것으로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는 이후의 작품보다 조금 더 난해한 느낌... 일상 속의 환상이라는 형식은 다르지 않지만 이번 소설의 주제는 좀더 무겁다. “... 품질관리원의 직책은 완전히 허구적인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관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산더미 같은 상품들의 신전에서는 아무것도 관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만거리를 가지고 나타나면, 나는 고객상담실로 불려가 곤죽이 되도록 호통을 듣는다. 내가 하는 일은 그 모욕의 회오리를 감내하는 것이다. 내가 불찰을 뉘우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뼛속까지 절망한 모습을 보이면, 고객들은 보통 내가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항의를 철회한다. 그러면 백화점에는 최소한의 피해가 가는 선에서 모든 일이 우호적으로 끝나게 된다. 요컨대 그런 것이다...”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의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 속의 주인공 뱅자맹 말로센은 그야말로 백화점이라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인 공간에서 희생양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해야 하고, 그렇게 백화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신을 양껏 희생하는 말로센...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민하는 여동생 루나, 점성술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여동생 테레즈, 뱅자맹을 위한답시고 폭탄을 제조하고 터뜨려 오히려 곤경으로 빠뜨리는 제레미,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대는 클라라와 식인귀에 열광하는 막내 프티까지가 말로센이 부양해야 하는 그의 동생들이다. 물론 객지를 떠돌며 말로센의 동생들을 공장처럼 공급해내는 엄마는 지금도 계속해서 사랑의 화신으로 떠돌 뿐이다. 여기에 말로센 집안에서 키우고 있는 쥘리우스라는 이름의 개, 잡지사 기자이며 뱅자맹의 침대에서 한껏 자신을 드러내는 쥘리아 아줌마, 뱅자맹과 한 팀을 이룬 듯 고객을 속이는 레만, 백화점의 책임자인 생클레르와 경비원 스토질, 그리고 경찰서장 쿠드리에와 뱅자맹의 절친한 친구인 동성연애자 테오가 가세하여 뱅자맹 말로센은 단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정신없을 것처럼 보이는 뱅자맹의 주변에서는 기이한 폭탄 테러가 연이어 일어난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대를 거슬러 나치 치하, 식인귀라고 불리어도 좋을 ‘향락적이고 살인적인’ 모임의 일원들이 연루되어 있는데... “... 그에 따르면, 절대악의 제거는 그것의 대칭적 존재, 즉 온전한 선, 속죄양, 핍박받는 무고함의 상징인 바로 나의 눈앞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그렇다. 악마들의 소탕에는 반드시 성인이 참석해야 한다.” 현대적인 우화라고 볼 수 있는 소설은 결국 현대적인 의미의 희생양인 뱅자맹의 숨가쁜 고군분투와 그의 고군분투를 전혀 지원해주지 않는 주변인물들로 뒤죽박죽 알쏭달쏭 진행된다. 여기에 틈틈이 괄호를 열어 (일인칭 소설인 주제에) 스스로에게 개입하면서 이어지는 뱅자맹 특유의 대화법이 곁들여지니 소설은 점입가경의 수렁으로 금세 빠져든다. 『정열의 열매들』과 비교해 좀더 거칠다고 해야 하겠는데, 그래도 뱅자맹을 비롯한 말로센 가족들의 어수선함에 얼른 길들여지면 읽을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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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이야기가 산만해서 잘 집중이 안 되어서 애먹었던 책이다.
'엥, 다들 재미있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참 난감하군.'
아무튼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보자고 생각하고 참을성을 갖기로 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원래는 대개 처음에 읽기 힘들면 끝까지 읽기 힘들거나 읽긴 읽더라도 아주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일단 몰입이 되기 시작하자 나를 놓아줄 생각을 안 해서 그야말로 와르르르르르르 읽어버렸다.
말로센과 개성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가 일하는 백화점에서는 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만 폭탄이 터지며 사람이 죽어나간다. 그곳에서 그가 하는 일은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일. 폭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그는 경찰의 레이더망에 걸려 의심을 받기에 이른다.
말로센의 개 쥘리우스는 왜 마비상태가 되고, 풀오버를 훔치려다 위기에서 구출된 쥘리아 아줌마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범인을 지지하는 동료, 사건의 소용돌이 가운데로 점차 가파르게 빨려들어가는 모든 사람들.....
감히 책을 덮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다니엘 페낙의 표현력 조오코~~
그런데 이 책의 가장 소스라치게 놀라운 점은... 낄낄거리며 흥미진진하게 책을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서이다. 그 익살과 해학 수다스러운 친구가 풀어내는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의 이면에 숨어있던, 아니 다만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거울 속 세상의 의미가 퍽~ 하고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그건, 이 책을 읽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뜻밖의 발견. |
| 그의 이름은 뱅자멩 말로센. 아랍인의 왕성한 정력에 대한 미디어들의 왜곡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도시락으로 싼다고 했던 것도 프랑스의 방송프로그램이었지 - 과 그 정력의 결과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프랑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복지기금을 타먹는다고 비난하는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는 시절에, 모로코인, 세네갈인들이 칼을 휘두르다가 평화롭게 진압되는 벨가에 사는 청년. 법학 전공 졸업장까진 있지만, 제도권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 그렇지만 매번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을 낳아오는, 내 동생, 내 아이들은 먹여살려야 겠기에 백화점 품질관리원이 된 청년. 실상 하는 일은 ''희생양'', 하는 일에 비해 높지만, 욕먹는 일에 비해는 터무니 없이 낮은 급여수준을 자랑하는, 불만고객 앞에서 책임자의 밥이 되어 울먹이고 사과하는 연기를 해야하는 역할. 그래도 아이를 원치않는 남자친구의 아기를 가지고 사랑에 목매는 루나, 자기가 보기엔 악취미인 흑마술 책을 읽으며 점성술을 하는, 그러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뱅자멩의 이야기를 속기와 타이핑으로 기록하는 테레즈, 아무래도 근친상간을 할 수 없기에 줄리아부인을 만들었다는 해석을 가져오는 천사 클라라, 얌전하게 있다가 갑자기 팡하는 폭약같은 남동색 제레미, 식인 모티브에 빠져서 그림도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 산타클로즈에 아이를 잡아먹는 신화 그림을 보는 막내 (아니, 엄마가 또 아이를 데려오니 막내라고 할 수 없다), 프티, 그리고 신나게 와일드 라이프 섹스라이프를 즐기는 쥘리어스란 개등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맏형은 오늘도 화난 고객앞에서 눈물을 질질 짠다. 일주일에 한번 야간경비원과 체스를 두고, 자동사진기계 담당인 게이친구 테오 등 별 신나는 일은 없는 생활에서 어느날 백화점에서 ''뱅''하고 폭탄이 터졌다. 바지 앞섶이 열려있는 중년남성이 반으로 잘라졌다. 어느날 ''쥘리아부인''을 백기사처럼 구해내는 순간, 또 두 노인커플이 포옹을 하다 들고있던 장바구니가 ''뺑''하니 터졌다. 연속적인 폭탄사건에서 공통점은 벵자맹 말로센. 최고의 용의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이러한 우울한 설정에 진지해야 하는 범죄사건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건 마치 우리랑 다를바 없는 인생을 사는데도 뭔가 더 멋있을 것 같은 그네들의 인생이 사실은 우리네에 비해 ''유머''하나를 더 넣었다는 것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벵자멩, 또 그는 어떤 인물이던다. 리얼리즘을 싫어하고 제도권을 싫어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는 끝내주고 정도에 벗어난 친구들에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똑바른 시각 - 유대인과 나치에 대한 우파적 성향을 지닌 서점 할아버지에 대해 속으로 저주를 퍼붓는 - 을 가진, 청년이 아니었던가. 그 어디선가 보았던 카니발의 올록 볼록 거울들. 아멜리 노통브의 말빨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벵자맹의 실랄한 나레이션 덕분에, 이 모든 상황들 올록 볼록 거울을 통해 보여지듯 신기한 그림들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머리아플 일은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심지어, 경찰의 최고 용의자가 되더라도! 결론적으로 만화와 같은 표지와 귀엽게 뽑아낸 카피문구에 비해 아주 가볍게 읽은 소설 - 정말로 주석을 달고 복잡한 수식관계를 정리한 번역자에게 감탄을 한다. 게다가 정반합과 같은 것이 아닌 폭발적 ''퓨젼 (fusion, 융합)''에 대한 해설까지 - 은 아니다. 맨처음 들어서 읽을 떄에는 뱅의 스피디한 나레이션에 정신이 없다가 조금 지루해지다가 점점들어 쏘옥 빠지게 되는, 그러다가 말로센시리즈가 더 없는지 검색을 하게 되는 기막힌 책이다. p.s: 1) 한 출판사에서 일괄적으로 순서대로 좀 내주지.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은, 최근에 나온 [정열의 열매들], [산문파는 소녀], [말로센 말로센] 뿐. 참, 책소개에서는 말로센 시리즈가 4편이라고 적힌 것도 있던데, wiki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Au bonheur des ogres (1985) 식인귀를 위하여 La fée carabine (1987) La petite marchande de prose (1989) = 산문을 파는 소녀 Monsieur Malaussène (1995) = 말로센 말로센 Monsieur Malaussène au théâtre (1996) Des Chrétiens et des maures (1996) Aux fruits de la passion (1999) = 정열의 열매들 2) 내용은 ''식인귀를 위하여''와 정반대의 이야기지만,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에밀 졸라의 [귀부인들의 행복을 위하여]을 딴 제목일 뿐이다. 그리고, 원제를 보면 ''식인귀'' = 오그임을 알 수 있다. |
| 처음으로 접한 다니엘 페낙의 소설 살 때는 추리소설인줄 알고 샀고, 표지를 보고는 동화책인줄 알았고 읽어보다보니 장르를 판단할수가 없었다. 추리소설적 요소에다가 너무나도 독특해 뭐라 판단하기도 힘든 말로센 가족 구성원의 가족이라는 부족 이야기에, 그리고 무심히 넘어가기 힘든 사회 풍자적 요소들을 독특한 유머로 버무려놓은 너무나 신기한 소설. 주인공 뱅자맹 말로센부터 너무나 독특한 사람이다. 백화점 품질관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량품에 항의해오는 고객들 앞에서 상사에서 욕을 먹고 또 비굴하게 빌면서 고객이 항의를 접고 돌아가게 만드는 ‘희생양’이다. 게다가 집에 돌아가면 사랑을 찾아 가출했다 임신해서 돌아온 어머니가 낳아준 아버지 다른 동생들이 넷. 늘 걱정에 치여 오빠에게 징징거리는 루나, 점성술에 빠져 모든 일이 운명이라고 하는 테레즈, 언제나 뭔가 이상하게 일을 꼬여 사건을 쳐버리는 제레미, 식인귀에 집착을 보이는 막내 프티. 집에서도 뱅자맹을 언제나 ''희생양'' 가만히 있어도 사건이 꼬여드는 뱅자맹에게는 이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이 힘이기도 하고 업이기도 한다. 백화점 연쇄 폭파 사건이 일어나면서 아니나 다를까 뱅자맹은 용의자가 되고 그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은 그의 혐의를 더더욱 짙게 해주는 상황에 과거 있었던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이 얽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점입가경으로 흐르는데 작가는 이 모든 일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어 읽다보면 당혹스러워지기도 한다. 웃어도 되는 걸까 하고.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을 저변에 깔아두고 인종적 문제, 부의 문제, 노동 문제 등이 아무렇지 않게 스르륵 지나가는게 저자의 대단한 이야기 능력이 보이는 작품이다. |
| 말로센 시리즈 1편을 오래 동안 기다려왔다. 우리나라 출판문화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약간의 배려도 없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나는 3편부터 봐야 했다. 이 작품 마지막에 자보 여왕이 등장하는 <산문 파는 소녀>를. 그게 언제 적 얘기인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아무튼 보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다. 말로센 시리즈는 추리적 요소가 등장하지만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리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말로센 일가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열린 마음과 이해가 필요하다. 언제나 다른 남자와 떠났다가 임신한 채 돌아와서 아이만을 남겨 놓고 다시 다른 남자와 떠나는 엄마, 그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뱅자맹, 엄마처럼 임신한 채 집에 온 루나, 점성술에 빠진 테레사, 사진 찍는 게 취미인 천사 클라라, 뭐든지 열성적인 제레미, 식인귀를 그리는 프티, 간질을 앓는 개 쥘리우스와 뱅자맹의 연인이 되는 쥘리아와 뱅자맹의 단짝 친구 테오와 그의 호모 친구들, 그리고 아랍인 식당과 그 친구들. 이들이 왜 말로센 가와 함께 하는 가를 이해해야만 이 시리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천성적으로 뱅자맹은 희생양으로 태어났다. 그의 엄마가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만 맡기고 다른 남자와 떠날 때부터 그의 운명은 정해졌고 그래서 그의 직업은 백화점에서 고객의 불만을 눈물과 자학적 연기로 처리하는 희생양이 되었고 그 모델이 잡지에 실리자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달래는 희생양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지만 언제나 단 한사람씩만 살해당하고 그 목격자는 늘 뱅자맹과 말로센 일가다. 왜 그들은 백화점에서 살해당하는 것일까가 이 작품 보게 되는 첫 번째 시작점이다. 두 번째는 사진이다. 말로센 시리즈에는 어김없이 문화적 장르가 등장한다. 문학이라던가, 영화라던가 하는 식으로. 나는 이 작품의 그 문화적 코드로 사진을 주목하고 싶다. 프티에게 주고 싶어 하며 즉석 사진을 찍는 테오의 등장과 라이카 카메라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클라라에게 준 점과 그리고 단서가 되는 사진들의 등장에서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이런 사람 한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어리석어보이지만 믿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주어지지 않은 것은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람. 세상에 말로센 일가가 있고 뱅자맹 같은 형이 있다면 산타클로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뱅자맹, 그의 존재가 바로 산타클로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선견지명이 있어 이 작품을 썼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탄생한 나라에서 부디 이 작품의 가치관을 다시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두가 이 작품을 읽고 뱅자맹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린 그동안 너무 포식자의 역할만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의미로. 시리즈는 진화하는 작품이다. 첫 작품은 읽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인연에 대해, 인과 관계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말로센 시리즈의 다음 2편이 나와 준다면 아주 고맙겠다. 그리고 이참에 같은 판형으로 몽땅 출판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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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센은 백화점에서 일한다. 품질관리라는 직함이 있지만 실상 그가 하는 일은 희생양이 되는 것. 그러니까 사가지고 간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따지러 백화점에 찾아온 손님들 앞에서 왕창 깨지고 찌그러지고 무시당하면서 고객들의 측은지심에 호소해 그들의 불만처리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끝내도록 하는 일이다. 백화점이라는 욕망과 상품거래의 최고봉에서 말로센은 자본주의와 동정심 사이의 희생양 그 자체인 것이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는 과한 그러나 욕먹는 것에 비해서는 적은 보수를 받는 말로센. 그에게는 돌봐야 하는 많은 동생들이 있다. 여전히 젊은 엄마가 그 어딘가에서 임신해서 낳아놓고 가버린 많은 동생들. 그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그는 욕을 먹고 눈물을 흘리면서 집에서는 쉼없이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백화점에서 폭파사건이 일어난다. 이후에도 말로센의 근처에서 폭파 사건이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 말로센은 용의 선상에 떠오르고 백화점은 테러위험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더 잘되고 동생들은 여전히 말로센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경찰이 찾아오고....
다니엘 페낙의 유명한 추리물 시리즈인 말로센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를 읽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추리 소설은 처음이다.^^ 위의 이야기만 봐도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요란하게 떠든다. 특히 농담과 정신없기로는 말로센이 최고고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도 너무 많이 등장해서는쉼없이 농담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백화점 폭파 사건에만 집중하기도 어렵고 말로센을 둘러싼 어처구니 없는 희생양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기도 어렵고 말로센의 복잡한 집안 사람들도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20년도 더 전에 씌여진 이 이야기는 그런 사회에 대한 풍자와 농담의 힘으로 프랑스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후 일곱권의 말로센 시리즈를 낳는다. 하지만 시공간을 넘어 이곳에서도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기는 살짝 어려울 듯 싶다.
나도 이 시리즈 중 한 권이 '정열의 열매'들을 읽은 적이 있다. 예전에 재미없게~ ㅎㅎ 그러나 이번에는 그때만큼 정신없고 어수선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의 농담도 이야기도 인물들도 상황도 어느 정도 감이 오니까 말이다. 욕먹는 희생양인 말로센, 청년 가장 말로센, 백화점 폭파사건의 용의자 말로센, 정신없는 동료들, 더 정신없는 동생과 엄마들, 그들의 상황이나 농담이 그저 정신없기만 하지는 않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이야기는 진행되어 폭파범과의 대면이 이뤄지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니까 말이다.
동화와 에세이를 더 좋아했던 다니엘 페낙의 소설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 다락방서 허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