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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작가 고우영 오백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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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화백은 개인적으로 가장 친밀한 작가이다. 초등학교 때 『아짱에』와『짱구박사』등으로 인연을 맺은 이래 대학시절에 성인 만화 열풍이 일 때 주간지와 스포츠 신문 등에 연재된 『일재매』,『임꺽정』,『수호지』등을 열독했다. 나로서는 반세기를 이어 애독한 작가라고 할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작가의 책은 대부분 구입했으니, 나름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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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화백은 개인적으로 가장 친밀한 작가이다. 초등학교 때 『아짱에』와『짱구박사』등으로 인연을 맺은 이래 대학시절에 성인 만화 열풍이 일 때 주간지와 스포츠 신문 등에 연재된 『일재매』,『임꺽정』,『수호지』등을 열독했다. 나로서는 반세기를 이어 애독한 작가라고 할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작가의 책은 대부분 구입했으니, 나름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대부분의 책은 구입과 동시에 읽고 리뷰를 썼지만 이 책은 상당히 긴 기간 독서를 미뤘다. 그 이유는 내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고, 정사가 아닌 야사이니 역사 상식에 도움이 안 될 듯해서이다. 1권에 이어 2권을 사흘 동안 읽으면서 느낀 생각들이다.

 

첫날 1~128쪽까지 읽은 느낌

오늘 읽은 곳에는 다섯 가지의 일화가 실려 있다.

 

일곱 번째 이야기 「신도시 새궁궐」에는 조선의 수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성계의 꿈과 무학대사의 계룡산행과 좌절을 소개하면서 양념처럼 배극렴과 설중매의 이야기가 담겼다. 충절보다는 이해타산을 따지는 세태에 대한 작가의 일침일까? 마지막에는 뜬금없이 이율곡의 성장에 얽힌 밤나무 100그루 삽화가 실렸는데, 미래에 대한 작가의 희망을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여덟 번째 이야기 「독수리와 병아리」는 이방원의 왕자의 란과 함흥차사, 아홉 번째 이야기 「죽으면 늙어야지」는 태조와 무학대사의 말년, 열 번째 이야기 「인디언의 북소리」는 김윤집의 표절과 서생원의 신문고, 열한 번째 이야기 「비틀리던 싸나이」는 인륜을 지킨 송반의 이야기다.

 

태조, 태종, 무학대사, 이율곡에 얽힌 이야기들은 예전부터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윤집과 송반은 생소하다. 이 이야기들의 사실여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잠시 향수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한양천도 과정에서 여담처럼 실려 있는 신선들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떠올렸다.

 

"신선께서는 송도보다 더 좋은 도읍지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한양이지요. 한양에 둥지를 틀면 줄잡아 5백년은 해먹게 되지요."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 5백 년 뒤에 일어날 나라가 있는데 그 애들에게 더욱 좋지요."

"그래요! 그 녀석들, 처음에는 좀 고단할 테지만 뒤에는 크게 될 애들입니다." (17쪽)

 

작가가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1년에 쓴 글이다. 그가 한 세대 전에 코로나19로 세계의 모범이 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쓴 혜안이 담긴 예언의 대화라고 믿고 싶었다.

 

둘째 날 129~182쪽까지 읽은 느낌

오늘 읽은 곳에는 두 가지의 일화가 실려 있다.

 

열두 번째 이야기 「바들바들 좁쌀영감」은 조선초 명상 변계량 이야기다. 그가 청렴결백했다는 일화인데, 너무 현대적으로 패러디를 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태종에서 세종 시대의 명상으로 황희, 맹사성, 변계량은 민중의 사랑을 받는 인물들이 아니던가. 그런 식으로 미화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열세 번째 이야기 「괜찮은 사나이」는 양녕대군의 이야기다. 작가는 양녕대군이 원래 영특하고 명필이었지만, 부왕이 아우인 충녕대군을 마음에 두는 것을 알고 일부러 파락호 짓을 해서 폐세자가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의 생각은 양녕은 글자 그대로 파락호이고, 인격이나 인간성에서도 택할 것이 없는 인물이지만……. 작가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 글은 정사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또 다른 창작이다.

 

이 작품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참고자료를 구하기도 힘들었던 시대에 집필되었다. 그런 시대에 이 정도의 작품을 구상하고 흥미 있게 이끌었다는 점만으로도 고우영 화백의 역량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가 지금까지 생존하셨다면, 그래서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걸작이 나왔을까? 새삼스럽지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셋째 날 183~218쪽까지 읽은 느낌

오늘 읽은 곳에는 두 가지의 일화가 실려 있다.

 

열네 번째 이야기 「씨가 되어 익은 말」은 세종과 사육신의 이야기다. 세종은 병약한 문종과 어린 손자 단종을 생각하면서 신하들을 볼 때마다 당부했다고 한다. 어린 세손을 잘 돌보아 달라고……. 그때 성삼문이 울면서 말했다던가.

 

"전하, 이 목숨 다하도록 죽기로써 시위하겠나이다."

이 말이 씨가 되어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들이 그것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 「줄줄이 사(死)사또」는 단종의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단종의 원혼에 의해 영월에 부임하는 사또마다 줄줄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밀양의 아랑 설화와 영월의 단종 설화를 혼합한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이 작품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재미있게 구성한 작가를 보면서 반가웠다. 새삼스럽게 작가의 생전 활동이 그리웠다. 현재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생각난다. 고우영 화백이 생존해 계셨다면 허영만 화백과 쌍벽을 이루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1권의 리뷰에서 썼던 글을 다시 옮긴다.

 

20년 전의 작품이지만 신세대 독자들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정사가 아닌 야사이고,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도 상당 부분 가미되어 있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독자가 자신이 아는 사실과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y******3 2020.04.19.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