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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도 붓보다도 더 무서운 게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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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문을 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향 냄새와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왔다. 작업대와 등받이 없는 의자들은 벽 쪽으로 밀어져 있고, 중앙에 작업대와 의자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예전에 송화가 심사를 치를 때처럼 실제 판목보다 작은 시험용 판목이 놓여 있었다. 동경은 작업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작업장에서 쫓겨났던 일, 지리산을 다녀왔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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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문을 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향 냄새와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왔다. 작업대와 등받이 없는 의자들은 벽 쪽으로 밀어져 있고, 중앙에 작업대와 의자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예전에 송화가 심사를 치를 때처럼 실제 판목보다 작은 시험용 판목이 놓여 있었다.

동경은 작업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작업장에서 쫓겨났던 일, 지리산을 다녀왔던 일, 처음으로 간 조각도를 모두 퇴짜맞았던 일, 방게의 집을 보고 좋아했던 일, 그 모든 일들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손으로 어깨를 두드려 주던 구레나룻도 생각났다.

동경은 봇짐을 끌러 조각도와 앞치마, 토시를 꺼냈다. 푸른색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토시까지 팔에 끼었다. 토시에 수놓인 대나무를 보자, 송화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했다. 심사를 치르는 게 아니라 송화와 함께 판각을 연습하는 거라 생각하자. (152 - 154쪽)

 

시간적 배경은 고려시대입니다. 몽고의 침입으로 지리산 남쪽 지방까지 전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리 병사에 비해 몽고군은 어마어마한 숫자. 몽고군이 휩쓸고 지나가면 그 자리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남아돌 지경입니다. 그러니 농사만 짓고 살던 순박한 사람들이야 할 일이 없습니다. 가족 잃고 고향 잃어도 속수무책. 다만 그 와중에도 정신 잃지 않고 하나로 뭉쳐 대장경을 만듭니다. 공간적 배경은 대장경을 만드는 절집, 화방사입니다. 그곳으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몽고군에게 아버지를 잃었으나 구레나룻의 도움으로 화방사에서 지내게 된 송화, 일주문 앞에 버려졌으나 다행히 구레나룻의 눈에 띄어 화방사에서 자란 동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동경은 개구쟁이처럼 지내다가 여러 일들을 겪으며 경판을 새기는 일에 나서게 되는데 그 과정이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절집에서의 생활도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실감 나는 재미를 더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g*******g 2008.05.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