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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도대체 무슨 축복을 받은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지만. 삶은 끊임없는 사건들을 생산한다. 그 속에 우리가 있고, 우리의 뿌리가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지금 여기서 살고, 어디로 사라질지.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가끔 마주친다. 우리에게는 재일조선인과 중국조선족, 구소련의 고려인 등과 이민자들이 겪는 정체성문제 그리고 대한민국과 북한 참 쉽지 않은 문제를 우리도 지고 살아간다. 인도에서도 인교라 불리는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하여 겪는 비슷한 문제가 이 책에 흐르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출신의 미국작가, 인도 가계 하지만, 대부분의 삶을 영국과 미국에서 보냈는데, 그녀에게 남겨진 인도인이라는 정체성, 인도라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 아닌 배움을 통해 만들어진 것 아닐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도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고, 미국과의 동화를 꿈꾼다 나는 미국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주류사회 속에서 나는 인도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지만, 평균적인 미국인의 삶도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단편집을 마주하고 생각한 것은 인도의 삶을 그리고 명확하게 잘 잘못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해외거주 인도인 중 상당수가 인도를 미개하고, 부패하고 개혁해야 할 후진적인 모습으로 그리는 이도 많기에. 다양한 나라출신의 사람들이 만든 미합중국, 그래서인지 다양한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다루는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줌파 라히리는 첫 소설이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순탄한 작품활동을 하게 된다. 그녀의 일관적인 주제는 미국인으로써의 삶과 인도인으로써의 삶을 잘 조화롭게 그리고 있다. 아마 그녀의 부모나 스스로의 공부를 통해서 인도를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인교라고 불리는 많은 인도출신의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에 바탕을 두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풍속을 중시하나, 이민 1-2세대와 그 다음 세대는 생활환경과 배움 자체가 달라서 견해차이가 많이 있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세대간의 갈등, 인도 문화를 미국에 고스란히 옮긴 것 같은 이주민 세대와 미국의 문화를 배우며 자란 미국 세대, 부모와 자식 등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하는지를 보여준다.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잠시 동안의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끊임 없이 사건이 발생한다. 그 속에서 상대방을 신뢰하거나, 미워하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 사이이지만, 항상 위기는 찾아온다. 사랑으로 태어나야 할 아기는 죽고, 부부는 서로를 향한 입을 닫아버린다. 어떤 생각으로 서로를 바라볼까? 정전으로 찾아온 어둠과 어둠 속에서의 대화, 서로에 대한 앎과 믿음 그리고 사랑이 부족했나 보다.
섹시. 사람은 아름답다. 특히 젊음은 더 아름답다. 사랑과 불륜 그리고 어느 날 만난 아이의 말에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불륜에서 벗어난다. 사랑과 불륜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다른 것 같다. 인류의 본성인지 어느 정도 성공한 남성들은 끊임없이 젊은 여자의 사랑을 꿈꾼다. 사실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지만. 질병의 통역사. 인도의 실제 생활과 삶과 희망, 미국에서 온 인도손님을 안내하는 가이드를 통해 인도를 들여다 본다. 나는 선생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위해 가이드를 한다. 그 나의 눈에 비친 인도의 모습과 미국이란 나라가 인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진짜 수위(두르완). 평범한 시민들이 발전을 통해, 하층민의 삶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나이가 들면 다들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면 살아간다. 가진 것 없어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노파,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 현대의 분쟁, 인도인이었다가 파키스탄인이 되었다가 다시 방글라데시인이 된 대학교수와 그를 바라보는 인도가족의 시선, 왜 인간은 국경선을 끗고, 서로에게 적대하면서 살아가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센 아주머니의 집. 미국에서의 적응, 인도의 삶을 그리워하고 그렇게 살아왔기에 미국인이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런 그녀와 그를 미국인 아이인 내가 바라본다. 이 아이의 시선이 미국인이 인도이민자들을 바라보는 눈이 아닐지, 가까이 다가가면 다를 게 없는 삶이지만 서로 가까이 하기가 힘들다. 축복받은 집. 새로 이사온 집에는 보물이 숨어있다. 아내와 남편, 기독교와 힌두교, 남자와 여자, 공존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자. 문화의 수용은 항상 충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 비비 할다르의 치료기. 인도에서의 삶, 여자의 삶과 자식 그리고 모성애. 어머니는 모든 장애를 극복한다. 이 책에서 인도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지.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 전형적인 미국으로 이주한 인도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평범한 속의 깜짝깜짝 놀람이 다가온다. 인도의 삶을 일부 보여준다. 그것은 저자가 인도를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아주 일상적인 생활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주 감동적이거나, 슬픔이 넘치는 것, 기쁨이 풍기는 것도 없다. 그냥 그 모습을 그리고 왜를 묻기보다는 문제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글인 것 같다. 미국에서의 두 가지 시선, 미국인으로써, 인도인으로써. 어쩌면 공존을 말하는 것인지도. 서로의 종교와 풍속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인으로써 미국적으로 살아가자. 이민자들이나 그의 후손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들. 글이 참 쉽게 쓰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찬찬히 보여주고 있다. 인도에 관해서 조금 알고 있다면 이 소설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도 이민이나 이주를 통해 외국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민 1세대들은 여전히 한국적이지만, 2세부터는 외모만 동양인이지 한국인이라고 할 문화적 동질성을 상실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 사회에 적응이 우선순위기에 그런 면도 있지만, 중국인이나 인도인에 비해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일 것 같다. 우리의 한민족,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미국에서의 인도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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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출신의 여작가가 주변의 삶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단편집이다.
내용의 대부분은 제목에서와 같이 '집'에서 귀결된다. 하지만 그 '집'은 따듯하고 포근한 집이 아닌 외로움과 소외, 계층간의 갈등으로 짜여진 '외로운 방'과 같다. 즉, 집이라고 하는 사회 공동체 내에서의 소외감을 작은 사건들을 계기로 깨닫게 해준다.
한국인의 정서와 유사하게 이어져 있어서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하고, 은희경이나 신경숙과 유사한 필체가 느껴진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많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기존 미국작가와의 다른점 같다.
틀리거나 읽기 거슬리게 변역한 것과 인도와 관련된 용어에 대해서 주석이 부족한 점이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읽어보고 '집'과'가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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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잠시 동안의 일 - 아기와 정전. 정전이 끝난 뒤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섹시 SEXY - 로힌(조그마한 남자 아이)이 그녀에게 칵테일 드레스를 입어보라 명령에 가까운 어조로 부탁할 때 혼자 섬찟했어.
질병의 통역사 - 이상해서 매력적인 다스 부인. 인도 여행이 하고 싶어지기도 해.
진짜 수위(두르완) - 내가 사는 아파트에 부리 마같은 계단 청소원이 있다면, 매정하다 싶을지 모르지만 피곤할 것 같아.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 - 염치가 없는건지 다정다감한 것지 헷갈리는 피르자다 씨. 우리 집에도 가끔 피르자다 씨가 놀러와주면 좋을 것 같긴 해.
센 아주머니의 집 - 사랑스러운 센 아주머니. 운전을 무서워하는 센 아주머니. 당분간은 싱싱한 생선을 보면 센 아주머니가 떠오를 것 같아.
축복받은 집 - 이사 간 집에서 기독교 소품이 하나둘 씩 발견된다면. 보물찾기하듯 신나게 기독교 소품을 찾아내는 힌두교 신자 부인. 철이 없는건지 긍정적인건지.
비비 할다르의 치료기 - 말 그대로 비비 할다르의 치료기. 그녀의 고질병 치료법은 결혼이 아니라 아이였어. 반전이라면 반전.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 - 인도 남자가 보스턴에 자리잡기까지의 짤막한 일대기.
'내가 여행한 그 모든 거리, 내가 해온 그 모든 식사,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 내가 잠잤던 그 모든 방 등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평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때로는 그것이 내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이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다분히 주관적이고 다분히 개인적인).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 1/3쯤 읽어가는 내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이 책의 저자인 줄 알았다. 분명 책 표지에는 줌파 라히리라 적혀 있는데 말이지. 그리 알고는 책 읽는 내내 '이상하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이 이렇게 발랄하고 재밌을 수가 없는데.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어두운 상점들이 거리 책에서만이었나' 하며 혼자 중얼 중얼. 태어난 곳도 활동하는 곳도 전혀 다른 두 작가를 묶어 생각하려 했으니 이상했을 수 밖에.
어쨌거나, 외국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재밌다 느낀 건 처음이다. 타이틀에 얽매이기 싫지만 2000년 퓰리처상, 2000년 펜/헤밍웨이상 수상작으로 <뉴요커>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권위있는 수상작 치고 쉽고 재밌게 읽히는 책 찾기 드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완소!! 아니 이 작가가 최고!!다.
줌파 라히리의 책 몇 권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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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민자, 그리고 디아스포라. 내가 사는 이 곳이 계속 낯 설고, 내 설 곳은 어디인지 먼 곳을 보게 만드는 그 무엇. ...때문에 이 단편 소설집의 이국적인 이름이 절대 낯 설지 않았다.
영국에 제이디 스미스가 있다면, 뉴욕에는 줌파 라히리라고 했다. 그녀의 1999년 소설이 이미 2000년에 번역되었고, 이 책은 2006년에 재판으로 나왔다. 약간은 과격했던 스미스의 소설을 의식하면서 읽어서인지, 라히리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유순하고 주저하고 순수하며 우울하다. 그 우울이 가학이나 자해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 섬세한 우울함은 은근한 전염성을 가진다.
이렇게 섬세한 소설이 어째 투박한 우리말 번역을 입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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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건, '질병의 통역사'라는 단편을 통해서였다. 문장배달로 날아온 '질병의 통역사'의 한 부분을 만나고는 당장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때는 '통역'이라는 단어가 남의 일이 아니던 때였던지라, 그 제목이며, 그때 만난 문장들이 가슴에 무척 와 닿았다.
'질병의 통역사'라는 책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책이 없어 웬일인가 했더니, 이 책 <축복받은 집>의 수록작 중 하나가 '질병의 통역사'였다.
줌파 라히리. 처녀작 <축복받은 집>으로 펜/헤밍웨이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뉴요커>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단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야기 중독자를 위한 휴대용 구급약. 런던, 뉴델리, 뉴욕,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라는 추천평을 남기기도 했다. (줌파 라히리의 후속작 <그저 좋은 사람>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먼저 읽은 게 미안할 정도'라며 김연수 작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쯤 되면 줌파 라히리가 어떤 작가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달 전에 단편 두 개 정도를 읽고 덮어 두었다가 이번에 다시 펴들었다. 이 책에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든 이야기에 인도인이 등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영국에서 인도 벵갈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의 배경이 책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제목은 '축복받은 집'이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어딘가 조금씩 부족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부족함을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실 이 책을 읽은 지 3주 가량 지나 기억이 조금 흐려졌지만, 수록작 중 '잠시 동안의 일'과 '섹시', '질병의 통역사',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 이렇게 네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잠시 동안의 일'에서는, 아이를 사산하고 서로 사이가 멀어진 부부가 닷새간 1시간씩 정전 된 저녁 시간에 서로에게 비밀을 하나씩 털어놓는다. 어두움을 틈타 그 동안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말하며 부부의 사이가 가까워지겠구나 지레짐작했는데, 역시 그건 '잠시 동안의 일'일 뿐. 그 닷새간의 정전이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전이 조금 더 일찍 되었더라면, 그들 부부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조금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글쎄. 아무튼, 정전 속에서 진심을 털어놓는 부부의 모습이 꽤 인상적인 글이었다. '섹시'는 사실 처음 읽을 때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읽다가 덮어두고는 몇 달 동안 이 책을 잊고 있게 만들었는데, 다시 펼쳐들고 읽었을 때, 처음과 달리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글이었다. 직장 동료의 형부가 바람이 났다는 얘기를 옆에서 계속 전해듣는 그녀는 사실 그 형부의 정부와 같은 상황에 빠져있다. 역시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 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친구의 아이가 그녀에게 '섹시하다'고 말해주는 부분이었다. 섹시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해달라고 애원하는 그녀에게 아이는 말한다. "그건 당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아이에게 '섹시하다'의 의미를 그렇게 그려준 건, 아이의 부모였다. 엄마 대신 섹시한 어떤 여자를 사랑하는 아빠를 보며 아이가 익힌 '섹시하다'의 의미가, 왜 아직 잊혀지지 않고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질병의 통역사'에서는 인도로 여행을 떠난 화목(해보이는)한 다스 가족과 인도인 가이드가 나온다. 그 가이드의 또다른 직업이 바로 '질병의 통역사'이다. 병원에서 구자라티족 환자들을 위해 통역을 해주는 일을 한다. 이 가이드에게 다스 부인이 갑자기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8년 동안 가슴 속에 담아온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낯선 이에게 털어놓고 자신의 아픔을 덜어달라고 말하는 다스 부인. 이 '질병의 통역사'는 다스 부인을 위해 어떤 질병도 통역해 줄 수 없지만, 다스 부인은 누군가에게 아픔을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그 아픔이 덜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거다. 많은 가정이 그렇게 유지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은 특히나 아름답다고 느껴진 글이었다. 아홉 편의 단편 중 하나인 짧은 글이지만, 그 감동만큼은 결코 짧지 않다. 인도에서 건너 온 남자와 그 남자가 하숙을 하게 되는 집의 주인인 괴이한 노파 사이의 이야기도 아름다웠지만, 남자와 그 부인이 타인에서 진정한 '가족'이 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내게는 경이롭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불타는 사랑도 없었고, 환상적인 결혼 생활도 없었고, 정말 '잔잔히' 그들의 가정을 이루어 나갈 따름이다. 뜨겁게 사랑해 결혼하고 차디차게 식어 이혼하는 요즘의 수많은 가정의 모습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결혼은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내게, 또다른 결혼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해주기도 한. 아아,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오랫동안 책꽂이에 묵혀 두었다니 죄악이다. 그녀의 최신작 <그저 좋은 사람들>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줌파 라히리를 읽을 수 있다니, 정말이지 나는 축복받은 독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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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이 책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 문학도였던 그가 추천했던 책들을 그동안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그의 문학적 안목이 상당히 탁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 작품을 소개해준 것은 정말이지 감사하고 싶다. 아마 그가 아니었으면 난 평생 이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낯선 이름을 가진 작가가 쓴, 낯선 책 <축복받은 집>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근 한 달간, 주말마다 다른 도시를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즘이지만 아마 마음 먹었으면 하루쯤 다른 일을 미뤄두고 재빨리 읽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천천히 아껴 읽었다.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아이가 밤마다 초콜릿을 오래오래 녹여 먹으며 기도하듯이 말이다. 이 책의 겉에 쓰여있는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 중독자를 위한 휴대용 구급약"이라는 추천사처럼 길 위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행복했다.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축복받은 집>은 당시 단편집으로서는 드물게 퓰리처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 셋. 데뷔 5년차의 신인 작가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녀는 월등하게 "잘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때때로 많은 문학상이 여러 이유로 폄하를 당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아마 이 책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처음을 여는 "잠시 동안의 일"과 마지막에 위치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에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혹시나 책을 읽는 데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싶어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플롯 안에 의미를 숨겨두는 줌파 라히리의 능력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도 가감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완결되어 있다.
일상의 사소한 일을 우리는 매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사소한 어떤 일들을, 그녀는 우아하게 마름질하여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두었다. 일상과 파격, 그 안에서 모든 인물은 애잔하게, 강하게, 따뜻하게 살아 숨쉰다. 세상의 여러 곳에서 이와 같이 인도인들이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민족적이지만 편파적이지 않고, 특수하지만 보편적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글솜씨를 훔치고 싶을 정도로,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작가에게 그 이상의 칭찬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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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멋진 소설이다. 단편소설답게 짤막한데,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아우라는 상상을 초월한다. 멋진 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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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 잘 소개해주는 친구였던가 아니면 제목이 좋다고 말해준 친구였던가 혹은 그냥 인터넷을 떠돌다가 좋은 리뷰에 낚였던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책을 구매했더랬다. 하지만 읽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어도 도무지 읽히지가 않더라는 사소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니 그렇게들 좋다고 하더니 이게 뭔가 싶었지.
어쨌든 그 책은 나의 책꽂이에 얌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언제 읽게될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여기저기를 책으로 근사하게 꾸며놓고 사는 한 친구로부터 <축복받은 집>이 참 괜찮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 역시 <그저 좋은 사람>은 잘 읽히지 않더라면서. 오호, 그렇다는 말이지? 그럼 나도 함 <축복받은 집>을 읽어봐야겠구나 해서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 빌브라이슨의 영국 이야기 이후 책을 잘 못 읽게 된 것. 그래서 어쩌면 그냥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다는 열망은 어쨌든 간직하고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잠들기 전 단편 하나나 두 개 정도을 읽고 자려고 침대에 누워 독서등만 키고 이불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하나, 둘, 셋....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반 정도 읽고 나서야 아이고, 내일 출근해야지! 하면서 잠들 수 있었다. <축복받은 집>에서 만난 줌파 라히리의 문장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어떤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차분한 매력이었다. 조용하게 어필하는...... 다음 날 나머지 반을 다 읽었고 나는 비로소 <그저 좋은 사람>을 읽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실제로 요즘 그 책을 읽고 있다...아마도 다음 리뷰가 될 것이다)
<축복받은 집>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도 이민자들이다. 그들이 낯선 사회 속에서 적응해가는 느낌과 2세들과의 갈등 문화적 충돌 같은 이야기들이 물 흐르듯 스르르 흘러간다. 인도에 가고싶어하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내가 외국에 살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언제가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감정을 미리 책으로 경험한다는 기분? 가장 좋은 건 그것에 대해 주인공들이 인도인이기에 거리감을 둠으로써 완전 몰입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인도 문화에 대해 상상하는 즐거움도 존재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런 전통성이 그들보다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는 조금 서운했다. (한복에 굉장한 애틋함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튼. 그 감정들의 줄타기를 함께 하면서 즐거웠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저 좋은 사람>을 읽고 있다. 당신들도 부디 어서 이 매력적인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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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저/이종인 역 | 동아일보사 | 원제 Interpreter of Maladies | 2006년 06월 | 페이지 397 | 534g | 정가 : 9,800원
어떤 연예인의 추천도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연예인이 추천한 도서 중에 읽지 않은 것이 이것 한권이어서 괜히 오기로 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연애인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매번 충동구매의 끝에는 왜, 무슨 이유로 구입했는지 알지 못하는 답답함이 남는데, 이 책이 꼭 그렇다.
나는 이 책이 단편인지도 모르고 구입한 까닭에 첫번째 단편을 읽은 후에 두번째 단편을 읽었을 때 연결이 안되는 내용에 답답했었다. 그때서야 이 책이 단편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단편의 읽을만하면 끊어지는 분량 때문에 단편을 기피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 괜찮았다. 미국에 뿌리를 내린 인도여성이 쓴 이 단편소설집-그런 까닭에 영미소설-은 인도인이 인도에서 또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각 독립된 9개의 단편으로 펼쳐진다. 삶이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상황들에 대해서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필체로 펼쳐놓는다.
작은 사이즈의 책은 겉표지를 벗기고 속의 양장만 들고다니는 것이 훨씬 예쁘다.
1. 몇개 안되는 인도의 고유명사들에 대해서는 주석을 달아줄 수는 없었을까? 2. 첫번째 소설 "잠깐 동안의 일"은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부분-아주 중요한 부분-을 보는 듯 해서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이 많이 있는 일일까? 아니면 누군가 본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