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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세대들의 상상력이 놀랍고 동질감 느껴지는군요
다행히 나는 어렵게나마 직장을 잡았지만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수년이 지나도록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 볼 면목이 없어 용돈이라도 벌어보려고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의 무거운 어깨를 볼 때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젊은 세대들의 잘못 때문인가 하는 회의가 들곤 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뭐 또 현란한 지식인들의 말잔치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실,
서글프고 때로는 화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속에서 오늘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성실한 보통 사람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내 또래들이 가장 고민하는 취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책에서는 ‘노동자 고용 국가 책임정책’이라는 새로운 고용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 단위에서 노동 유연화가 불가피한 현실을 수용하면서도
나라 전체로 보면, 실업 문제를 국가적으로 책임지고 현장교육, 신산업교육을 통해
일하는 사람의 능력을 높이고 산업별 인력순환을 발생시켜
궁극적으로 실업 해소와 실업 기간의 생계 해결 나아가 인적자원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가적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역동적 고용모델이다.
지금까지 청년실업문제를 다룬 대부분의 언론이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그러나
본인들도 문제가 있으니 열심히 하면 길은 있다.’는 하나마나한 소리, 종국에는
개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키는 알량한 평론가적 태도였다면,.
이 책을 쓴 우리 사회의 허리층을 담당하는 40대, 과거의 386들은
사회 전체가 발벗고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모색하는 것이다.
1장과 2장의 한국경제 분석과 대안 제시도 상당히 신선하다.
인문학 책은 좀 보는 편이지만 경제는 골치아프고 문외한인 내가 술술 읽을 수 있는 건
쉽게 풀어서 썼기 때문인지 또는 좌담 형식의 기술 방식이 그냥 옆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듯이 편하게 들어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글로벌 스탠다드’가 기실은 ‘아메리칸 스탠다드’에 다름아니라는 사실
자본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은 국민경제 단위에 대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생략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래서 수출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 양극화와 실업 문제는
원천적으로 남거나 심화된다는 점,
IMF 때 들어온 자본은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을 샀을 뿐만 아니라
‘주주자본주의’라는 구조적인 이익 실현 방식을 구축하게 되었다는 지적
등등이 한국경제 문제를 살피는 데 앞으로 중요한 잣대가 될 것 같다.
3장 통일문제는 이 책 ‘상상력’의 압권이다.
통일을 정치적 또는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경제 문제, 특히 한반도 경제권 실현이라는 각도에서 길을 찾고 있다.
상당히 가슴 벅찬 구상들이, 그러면서도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은
어쩌면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수년 내에 우리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는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꿈꾸지 않는 그런 구상들, 한마디로 대담한 상상력이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은 이 3장의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4장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리고 무관심한 정치 문제를 다룬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가장 적은 부분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이 사실은 ‘신자유주의적인 엘리트정치’가 서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이라는 지적만큼은 좀 따끔했다.
이 책의 가장 부족한 부분은 뭐랄까, 푸짐하게 한상 차려줘서 배불리 먹긴 했는데
디저트가 안 나온다. 뭔가 세련된 맛이 적다.
이건 지식인들 특유의 깔끔한 뒷마무리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학자도 아니요 문필가도 아니요(물론 손석춘, 박세길 씨는 예외다)
쟁쟁한 이론가들도 아니다.
그냥 이땅을 열심히 살아가는 나보다 좀 앞선 세대이며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지적 허영보다 훨씬 중시하는
그런 사람들이라는 느낌이다.
어떤 독자들에게 이런 부분은 소박하고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고
어떤 이들은 나처럼 만찬 후의 여유로운 후식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거야 다 식성 나름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우리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자각이 든다. 올 여름에는 그런 공부나 해볼까 한다...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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