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을 읽고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우리나라 판타지 작가들의 실력이 상당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분류가 미래의 암울한 세계를 다룬 SF 소설이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1파운드의 슬픔과 도쿄 아키하바라를 어느 정도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는데 이건 뭐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소설은 우리나라의 모든 대여점에 가면 산처럼 쌓여있는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이 미래로 떠나고, 거기서 현재 세계와 대비되는 인물들을 만나고, 어이없게 미래를 구해버리는, 그야말로 3류 판타지의 전형이다. 여기에는 이시다 아라의 일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작가의 소개글에 보면 소재를 찾던 도중에 9.11 테러를 보고는 다른 소재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하던데 제발 다른 소재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반도에서 나가라''의 무라카미 류도 9.11 테러를 보고나서 그 책을 썼다고 고백했는데 수준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그나마 이 책을 추천한다면 나름대로 전문지식(여기서는 바이러스학)이 들어간 판타지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
| 일본의 SF는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소설로는 첫 대면이었다.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의 이름도 익히 들어보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읽어본 적이 없었고 말이다. SF 마니아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난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무척 좋아한다. 애니메이션도 좋고, 영화도 좋고, 소설도 좋다. 일본 작가가 쓴 미래 사회를 그려낸 SF라니 더욱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작품의 초반 몰입도는 참 뛰어나다. 세노 슈지라는 말기암 환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220년 이후의 미래사회와 연결될 수 있을까, 처음엔 그것이 궁금했고 강한 호기심도 느껴졌다. 이 소설 SF라면서? 작품 초반에는 SF적 분위기가 전혀 풍기지 않잖아.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힘없는 환자로만 보이는 세노 슈지가 주인공? 타임머신? 4차원의 세계? 초능력? 아니면 미래와 통하는 문이 있는 것일까? 결국 이런 상상들은 결국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읽어보면 아실 것이다). 세노 슈지가 미래와 통하는 그 방법은 신선하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약간은 성의없어 보이기도 한다. 개연성이 살짝 부족해보인다고나 할까. 과학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해보이는 미래로의 이동은 SF보다는 판타지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하로 표현되는 미래 사회의 계층 관계와 블루 타워의 상관관계. 솔직히 말하자면 안타까울 정도로 단순함이 느껴진다. 물론 작가가 이를 의도했음을 알고 있다. 그저 독자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그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직접적이라면 독자로서의 나는 얼마간의 거부감을 느낀다. 작가가 머리말에 이미 공공연히 밝혔듯이 이 작품은 9․11 테러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고, 이에 사회성을 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성을 담더라도 조금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독자들이 작품 자체에 탐닉을 하지만 작품을 다 읽은 후 ‘아, 이 내용이 바로 그 이야기를 한 거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은유 말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허술한 SF 팬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 배경들이 SF 영화나 소설에 대한 오마쥬로 느껴진다기보다는 식상함이 느껴져서 또 아쉬웠다. 암울한 세계에 구원자가 나타나서 메시아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또 그 구원자에 대한 전설적인 노래가 떠돌고 있다는 설정은-교과서적인 설정이고, SF나 판타지 등에 등장하는 영원한 테마이긴 하지만, <매트릭스>의 네오의 카테고리 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작품 속의 여성들은 적어도 작품 속 인물들이 보기에는 매력적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솔직히 2000년대 중반 작품에서 표현된 여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보수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 점도 물론 전형적인 SF 소설이라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 속의 주요 여성 캐릭터 네 사람은 하나같이 신분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들이고, 교육 수준은 달라도 기본적으로 ‘똑똑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권력욕에 사로잡힌 매력녀이거나-이 부분을 팜므 파탈이라고 표현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은 팜므 파탈의 껍데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비중이 너무 적다- 남자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는 천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원해서 그러는 것인데 어떠하리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는 왠지 이 일본 SF 작품 속에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같은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작품을 읽고 난 후 장점보다는 단점을 이렇게 먼저 줄줄줄 읊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는데, 아마도 내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서였던 것 같다. 관심이 없던 작품이라면 이 정도로 언급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교훈을 주려는 주제였던 까닭에 다소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 작품의 SF적인 재미는 오히려 소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어떤 부분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라이브러리언이라는 존재였다. 아비시니안 고양이의 형식을 띤 세노 슈의 라이브러리언-아마도 천재 비서 정도라고 하면 좋을까-이라는 존재는 작품을 계속 읽게 하는 원동력 중의 하나였다. 그 어떤 인간도 따를 수 없는 엄청난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에게 세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공지능 라이브러리언이 스스로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계급과 전쟁이라는 주제보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더 감화를 받은 것이 혹시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겠지. 이시다 이라가 차라리 고양이 라이브러리언이 주인공인 작품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까...어느날 갑자기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살아 남은 자들은 어떠하며 어디서 살까 왜 세상의 종말이 왔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유를 모를 것이다. 극히 일부만 빼고... 많은 환타지 소설이나 SF공상과학소설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 소설은 없었다. 현대를 살아 가는 나는 미래의 꿈을 꾸고 희망과 장미빛으로 설계를 하지만, 언론을 접하고 세상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우리의 미래는 우울하다.아무도 없는 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종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의 종말을 가져온 변이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황마에 의해 가진자는 블루타워 상층에 가지지 못한 자는 하층에서 버림받은 자는 지상과 땅속에서 그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사랑...빠른 전개와 구사하는 문장이 물흐르듯 하여 아직 머리속에 한편의 영화로 남는다. 지금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조류독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살테러 사건들.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듯 싶다. 어디엔가에서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누구가를 어느 나라를 표적으로 테러 할것인가 연구 중인 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항상 위헙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심리란 누군가가 그 무엇을 가지고 있으면 나도 그것을 가지고 싶고 누군가 저 높은 곳에 있으면 나도 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하물며 이 책에서 그려진 미래도 그럴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저 블루타워를 동경하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나부터 욕심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
| 이 소설은 현재의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200년 뒤에도 존재한다. 게다가 주인공의 머리에 생긴 악성종양의 영향으로 주인공 슈지는 현재와 200년 후를 왕래하게 된다. 현재의 사람에게서 혼이 미래의 슈에게로 옮겨 간 상황에서도 현재의 슈지는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다른 혼이 있다는 말이다. 또 미래세계에는 자신들의 불행을 해결해줄 거짓말쟁이 왕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설이 전해지며 그에 대한 노랫말이 전해지는데 그 노래내용이 슈지의 내용과 같다. 환생이란 개념 즉 불교적인 내세관을 포함하면서도 또 다른 독특함이 있다. 소설속에선 사람에겐 여러가지 마음이 있고 그중 하나가 또 생활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SF소설이지만 참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가 만들어낸 미래의 세계는 인류가 만든 황마로 인해 타워속에 갇혀 지내고 있고, 타워 바깥 지민들과 타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어 붕괴직전에 있다. 나는 거의 후반까지도 도대체 주인공이 어떤 활약을 할지 감을 잡지 못했고, 바이러스에 대한 자료를 미래로 가져가는 것도 바이러스를 그의 몸에 이식해서 몸이 이동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사랑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억력으로 바이러스의 행열을 외워 미래세계를 구해낸다.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의 상상력은 참으로 기발하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박진감이 넘치고 읽는 재미가 크다. 그런데 처음 접하는 일본 작가라 작가의 스타일인지 번역가의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지명의 설명이나 기타 반복이 참 많은 점은 좀 거추장 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9.11 테러에서 연상했다면서 현실이 감히 흉내내지 못할 소설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제발 현실에선 일어나지 말길 바래본다. |
| 눈을 떠보니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세계가 아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문화에 둘러싸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난 새로운 세계에서 남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이다. 이런 경우에 처한다면 어리둥절한 한편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몹시 초조하고 떨리고 고통스러우며 온몸에 식은땀이 흐를 것입니다. 이것은 ''블루타워''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으로 이 책의 도입 부분에 해당합니다. 독자는 주인공과 곤란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함께 해야 합니다. 주인공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봐질 때마다,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척하는 동시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불안한 상황과 심정들을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설정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호기심이 풍부한 독자라면 기꺼이 초대에 응하겠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알 수 없는 정보에 독자도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끈기나 열정이 없는 독자라면 쉽사리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주인공과 함께 하기를 택한 순간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블루타워의 세상 속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자는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무너지던 쌍둥이 빌딩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하여 이 책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저자가 그린 미래의 일본은 참담한 모습입니다. 익숙한 병명과 그렇지 않은 병명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지만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는 학술적인 설명들이 독자들에게 믿음을 형성하여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모호하게 만들고, 주인공과 관련된 예언 서사시라 해야 할지 구전되어 내려온 노래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예언을 듣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추측해보는 것, 현실과 미래의 대응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주인공이 해결의 열쇠를 알게 되어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할 때, 저를 비롯하여 많은 독자들은 이미 방법을 알아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행적을 지켜보다가, 주인공이 마치 진리라도 발견한 듯이 ''이거다''하고 이미 예상했던 카드를 꺼내는 순간 약간의 실망이 스쳐지나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블루타워''는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어 독자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도 하고, 약간의 의학적 지식과 재미, 감동, 교훈이라는 요소를 두루 갖춘 괜찮은 Sci-fi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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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의 SF소설이라는 것이 일단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아이나 포틴과 같은 감성 풍부한 소설만 쓸거라 생각했던 작가가 낸 첫 SF소설 블루타워. 약간은 촌스러운 표지와 두꺼운 책이 이 소설의 내용을 먼저 말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슈지는 말기 암환자다.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죽을 날만은 기다리는.. 부인은 슈지의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슈지에게 살아가야 할 즐거움 따위는 없다. 그저 전망 좋은 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낸다.
그러던 순간 슈지는 엄청난 고통의 순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세노 슈라는 인물이 되어있다. 자신이 고통의 순간을 겪고 아주 먼 매리의 순간으로, 자신의 자손의 몸 속에 슈지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여타 다른 책에서도 봐왔고, 영화에서도 봐왔던 그런 내용이다. 슈지가 슈의 몸에 들어가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그 사실만이 아니고, 블루타워의 일원이 되어 버린, 그러한 큰 의미를 가진다.
블루타워, 이 곳은 황마의 위험에 벗어나기 위해 세워진 큰 도시다. 층이 올라갈수록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살고.. 위의 계급 사람들은 아랫 계급의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한다. 난데없이 고양이 모습을 한 라이브러리언이라는 게 등장하지를 않나. 당황스러운 것들이 연속 등장한다.
황마란, 인플루엔자에서 비롯한 것인데. 단순 인플루엔자라고는 볼 수 없는 전세계를 멸망시키는 그런 위험한 바이러스다. 이를 피하기 위해 단순 기침을 한 아이는 총에 맞아 죽어야만하고, 감염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것이 블루타워의 현실이다. 막막하고 고된. 상층과 하층의 계급이 뚜렷한. 테러가 일어나기도 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슈지의 영웅과 같은 행동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우리에게도 머지 않은 일이다라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로 이루어진 세계는 아니다라는 생각.. 내게 블루타워는 어디엔가 존재할 것만 같은, 지금이 아닌 미래에라도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소설 속에서 슈지. 슈의 몸을 가진 슈지는 거짓말쟁이 왕자라는 표현아래 영웅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끝내 자신이 위기에 처한 순간까지 모든 걸 막지 못 하지만. 결국 마지막. 가장 마지막에 되어서야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엄청난 것들을 외워댄다.
그리고 결국, 블루타워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라는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 자체가 무척 디테일하고 구성이 잘 되있어서 재미나게 한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더 좋았다. 현재와 미래에 맞물리는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자신의 자손과 바로 자신의 모습. 이런 것들이 공존하는 속에서 블루타워는 꽤나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결말이 조금 아쉬운 면은 있다. 에필로그로 끝난 결말이 조금 아쉽다. 슈지가 모든 일을 해내고 돌아오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짧아서 아쉬웠고.. 더 길게 달았으면 쓸데없는 단상이 되었을래나..? 그래도 더 붙는 설명이 보고 싶었다. 다 읽고나서 뒷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 2편이 나올리는 없겠지만 2편이 기대되는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습니까?" "몇 번 있지. 그러나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내 입속은 상처투성이야.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었거든. 아파서 후회해도, 흘러나온 피를 삼켜 버리면 아무도 몰라." |
| 이시다 이라는 9.11 영상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충격적인 영상은 끔찍하고 처참했지만 머나먼 곳에서 작은 TV화면으로 본 많은 사람들은 또한 하나의 시뮬레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것도 사실이다. 충격이 너무 커서 믿을 수 없기때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되어버린 것일까.과거에 바벨탑이라는 인간의 욕망의 탑이 있었다면 미래에는 인간 욕망의 결과로 초래한 황폐화된 지구에서의 블루 타워가 있는 것이라고 하면 너무 상징적인것일까. 과거의 신화나 미래의 SF라는 것은 현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지는 상상력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분명한 답이 나온다.가진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빼앗긴 자는 더이상 빼앗길 것이 없어 모든것을 걸고 되찾으려 한다. 왜 서로 공존하는 방법은 배우려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지금 이 시대의 딜레마인 것일까?9.11 이 있고 1년 후, 미국내에서 화해와 용서라는 의미로 희생자의 추모와 더불어 테러를 가한 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때, '용서'라는 말 자체에도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글을 읽고 마음이 착잡했다. 그들은 그 한번의 충격으로 모든 분노를 쏟아내고 있지만, 수십년동안 억압당하고 착취당한 사람들의 마음은 헤아려보려고나 했을까? 블루타워에서의 각층간의 갈등과 전쟁은 현실과 똑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파키스탄이나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전쟁들...직접 겪어보지 못한 제3자의 입장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는 말을 선뜻 하기엔 그들의 분노가 너무나 컸다. 눈앞에서 가족이 몰살당하는 모습을 봤던 어린 꼬마가 갖는 분노와 증오, 이유없이 총알받이가 되어 죽어가야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 충격,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주지역제한과 바로 이웃집을 나눠버린 장벽....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그들이 느끼는 그 절망감과 증오에 대해 누가 감히 돌팔매를 던질 수 있을까. 이 모든것은 '공존'을 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자들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이시다 이라가 말하고자 하는 미래는 블루타워가 아닌 지상에서의 소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늘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이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공존'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의 분노와 증오는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한걸음 가까이 화해와 용서로 나아갈 수 있는것 아닐런지.뱀꼬리처럼 하나 붙이자면, 이시다 이라의 LAST를 읽고 난 후, 그 적나라한 현실에 구역질날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스럽긴 했는데 이시다 이라도 9.11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을까. 자극적인 표현에서 충격보다는 하나의 폭력적인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더 컸다. 좀 더 사회적인 풍자가 날카로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만큼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든다. |
| 이시다 이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4teen]과 [라스트]를 접하면서였다. 이 두 권 모두, 우연히 서점에 서서 짤막히 읽을만한 책을 고르던 중 발견한 것 치고는 꽤 만족스러워서 호감을 가졌던 차, 그가 쓴 장편 SF라는 [블루 타워]를 만나게 된 것. 이 작가를 다른 작품으로 미리 만났던 독자들은 이 책이 좀 낯설 수도 있겠다. 그간 전형적인 SF 소설을 많이 읽어온 SF 마니아들에게도 이 책은 좀 낯설 수 있다. 양쪽 모두에 조금씩 발을 걸치고 있는 내게도 그랬다. [블루 타워]는 이시다 이라의 다른 작품들과 구성과 내용, 흐름 등 전반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고, 전형적인 SF와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기대와 편견을 버리고 접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인 세노 슈지는 현대 일본, 동경의 초고층 호화건물인 ''화이트 타워''에 거주하고 있는 중년 남자다. 번듯한 집과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그는 얼핏 행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암에 걸려 통증을 잊게 해주는 약물에 중독된 채로 한두달 밖에 남지 않은 삶을 억지로 버티고 있다. 그의 아내는 곧 죽을 남편을 치료비로 재산이 축나는 것을 노골적으로 아까워 하고 있으며 연하의 직장 상사와 바람까지 난 상태다. 그의 남은 인생에는 희망도 꿈도 사랑도,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그가, 병으로 인한 극도의 통증에 시달린 끝에, 착시인지 꿈인지 혹은 비밀스런 시공간 이동인지 알 수 없지만, 200년 뒤의 미래를 보게 된다. 아니,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게'' 된다. 통증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200년 뒤 세상의 ''블루 타워'' 최상층에 거주하는 귀족 ''세노 슈''가 되어있더라는 설정이다. ''블루 타워''는 멸망한 지구 위에 세워진 건물 국가로서, 오염된 땅과 가까운 곳에는 하층민이 거주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신분과 권력과 재산이 많은 상층민이 살고 있다. 미래의 세계에는 그러한 건물 국가가 수없이 세워져 있고, 이 상하 거주민 간의 전쟁과도 같은 분쟁의 끝에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모두 멸망해버리기도 한다. ''화이트 타워''에서의 현실의 삶과 ''블루 타워''에서의 미래의 삶은 마주 비친 거울처럼 설계되어 있어, 세노 슈지(혹은 세노 슈)를 중심으로 똑같은 성격의 똑같은 외모를 한 서로 다른 인물이 각각의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미래의 세계에는 세노 슈지의 출현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통으로부터 도망친 왕자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구원의 메세지가 종교처럼 전해져 오고 있으며, 당연히 주인공은 그에 부응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게 된다. 흡사 영화 [매트릭스]의 구원자 ''니오''처럼. 그가 어떻게 과거로부터 부활한 영웅이 되는지까지 이 리뷰에 담으면, 결말을 보여주는 [출발 비디오 여행]이 되기 십상이므로 그 부분은 패스. 소설은 한편의 블록버스터처럼 스펙타클하게 전개된다. 양쪽의 세계는 풍부한 배경 설정을 깔고 힘있게 펼쳐지며, 휴머니즘 내지는 인간미라고 할 만한 것이 기저에 흘러 작품을 온화하게 감싸고 있다. 다만 SF 장르에 익숙한 독자들은 새 작품을 대할 때 뭔가 놀라운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적인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만족스럽게 충족되지 않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블루 타워]에 등장하는 SF적 요소들은 이제까지 이미 어딘가에서 본 듯이 익숙한 것들 뿐이라 아무래도 새로움이 부족하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황당하고 현실성이 없어서 SF는 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질 듯하고. 이시다 이라는 2003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다. 일반적으로 젊은 작가일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 사람은 어딘가 진중하고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의 손끝에선 생의 끝에서 지옥을 헤매던 인물도 올바로 박힌 마음 하나만 갖고 있으면 순식간에 영웅으로 거듭 태어난다. 인간은 인간다움 때문에 인간이다, 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블루 타워]를 추천한다. SF 팬이 아니어도 좋다. |
| 솔직히 자료 조사나 취재 활동을 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수 십년 동안 좁은 배경과 자아복제적인 소재의 사소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는 대다수 일본 여성 소설가들에 비해, 일본 남성 소설가들은 상대적으로 소재나 배경이 보다 다채로운 편이다. 그중에서도 이시다 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은 아니더라도 각 작품마다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어왔는데, 이번에 새롭게 발간된 이시다 이라의 < 블루 타워 >는 특이하게도 SF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SF라는 사전 설명을 접하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던 것은 그의 전작인 < 도쿄 아키하바라 >가 다분히 SF적인 설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나오키상 수상작인 < 4teen >에서 자주 묘사되는 신주쿠의 고층 타워 아파트들이 다분히 SF적인 느낌을 던져주었기 때문에 ‘이 작가가 언젠가는 본격 SF 소설을 쓰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 블루 타워 >는 작가가 < 4teen >에서 묘사하였던 신주쿠의 고층 타워 아파트를 현실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인 세노 슈는 악성 뇌종양의 고통 때문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200년 후의 미래로 ‘타임 슬립’해 간다. 이 미래에는 중국 내전 때 살포된 ‘황마’ 바이러스로 인해 전 인류의 90%가 멸망을 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지상 2,000미터에 솟아있는 거대한 7개의 타워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는 타워에서의 높이에 따른 거주 공간이 지위와 신분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투쟁이 상시적인 극단적인 디스토피아 사회로 변해있다. 세노 슈는 현재와 200년 후의 미래를 오고가면서 황마 바이러스의 백신과 고도 차별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여 인류를 구하는 중대한 임무를 떠맡게 된다. 이 작품은 외견상으로는 SF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SF 애호가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본격적인 SF 작품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 까닭은 이 작품에는 SF적인 엄격성이나 정밀성이 다분히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특별한 과학적인 도구나 근거없이 단지 뇌종양의 통증 만으로 현재와 미래를 수시로 오고간다는 발상(사실은 타임 슬립이라기보다는 평행 우주에 가까운 설정이지만)은 거의 로버트 셰클러의 < 불사판매 주식회사 > 수준의 황당한 설정으로 보이며, 200년 후의 미래 사회의 모습 또한 프리츠 랑의 < 메트로폴리스 >에서 그려졌던 풍경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못하다. 미래 사회의 세부적인 설정이나 묘사 역시 과학적인 엄밀성과는 거리가 먼 수준인데, 특히 현재에서 황마 바이러스의 원형을 미래로 가져가는 결말 부분은 타임 캡슐이나 데이터 보존 같은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굳이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작가의 자의식 과잉마저 보여줄 정도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9.11 사태로 무너져 내리는 무역 센터 타워를 보며 구상했고, 특별한 전체적인 설정 과정없이 매 회 연재 때마다 급하게 써내려갔다고 말하는데, 이 작품이 본격 SF 소설이라기 보다는 SF 만화의 원작처럼 보이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SF 애호가의 관점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한 편의 소설로 이 작품을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고 읽을만 한 내용을 내내 보여줌도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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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의 세계는 얼마나 넓은 걸까. 그의 소설은 소재와 장르를 뛰어넘는다. 『4teen』에서는 가볍고 경쾌하게 소년들의 성장을 그려냈고, 『LAST』에서는 잔혹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1파운드의 슬픔』에서 보여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아름다운 아이』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절망스런 상황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희망'이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시도하는 작가 같지만, 이시다 이라의 모든 소설에 표현되는 단 한가지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블루 타워』로 이시다 이라는 SF에 도전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하다. 희망, 블루 타워에 찾아든 희망, 사람을 위한 희망, 그것이 그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주제와는 달리 이번 소설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건 기대가 컸던 탓도 있겠지만 실망스러운 맘이 컸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911 테러를 소재로 한 책이다. 이름만 다를 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설정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911 테러라는 현실에 '블루 타워'라는 소설적 상황을 끼워맞추려고 애쓴 흔적인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세노 슈지라는 인물에 필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노래들은 유치했고,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리나는 그저그런 역할에 머물렀다. 현실 속에 슈지와 미래의 슈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꿈'이다. 나는 이 설정에 개연성은 부족해 보일지라도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속 인물과 미래의 인물들이 1:1로 대치되는 설정은 우스웠다. 1:1의 대치는 비단 인물들뿐만이 아니기에 더욱-! 조류 독감과 황사, 쌍둥이 빌딩과 블루 타워, 알 카에다와 지민 해방 동맹 등 큰 설정에서 소소한 작은 설정들까지 모두 현실을 반영하게 되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해졌지만 소설로서의 가치는 떨어져버렸다. 이시다 이라의 글은 SF라는 장르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단점들만 줄줄이 열거한 것은 작가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실망이 배가 되어서일 뿐, 작품 자체의 수준이 '완전 꽝'인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애정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에선 끝없이 추락하는 인간성과 타락하는 이 세계에 작은 희망을 전달한다. 여전히 내게 그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다음 소설에선 재미과 함께 희망을 전해줄 것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