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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하트를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그동안 별러 두었던 음반들을 한번에 질렀을 때,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즐겨 들었더랬다. 그 중에서도 언니네 이발관의 2집 [후일담]을 특히 좋아했었다. 그러다 문득 이발관 1, 2집 시절에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이렇게 멋진 곡들을 많이 만들어냈던 정대욱은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만 잠시 스쳤을 뿐, 나는 다른 음악들을 듣기에도 바빴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웹진에서 이석원과 정대욱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아마 언니네 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발매 10주년 기념해서 했던 인터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인터뷰에서 정대욱의 근황을 알게 되었는데, 줄리아 하트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 늦게 알아차렸다.
그 길로 바로 줄리아 하트의 앨범을 구입했다. 참 예쁜 앨범이었다. 앨범 커버에서부터, 멜로디, 노랫말 하나하나에 예쁘고 맑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얼마나 있었던가. 아니, 나는 여태 이런 밴드도 모르고 살았던 건가. 참 바보처럼 느껴졌다. 내 자신과 이런 밴드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던 매체들과 인디씬에서 연주만 하는 그들이.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줄리아 하트의 새앨범이 나왔다. 타이틀은 [당신은 울기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새 앨범을 처음 듣고 들었던 느낌은, 그동안 예뻤던 줄리아 하트의 음악이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예쁜 것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의 음악이 어느 예쁜 소녀의 감성같았다면, 이번 앨범은 그 소녀가 어떤 일을 겪고 변화를 겪게 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은 앨범을 여는 '봄의 첫날'에서 이어지는 '폭포',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방인의 재', '사계절이여 안녕'과 같은 곡들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오르골', '문학 선생님', 'Corazon' (이하 [가벼운 숨결]), '안아줘', '영원의 단면', '2110', '가장 최근의 꿈'(이하 [영원의 단면]) 같은 곡으로 앨범을 열었던 것 과는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음울해진 사운드에 자신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노래하며 앨범을 여는 것이다. 그러다 '세상에 없는 마음'이나 '기도'와 같은 곡으로 예쁜 느낌의 곡들이 이어지지만 곧 다시 '잊혀지기 쉬운' 같은 곡이 등장하고, 피아노 연주에 에레나 정의 노래가 얹어진 '기도'로 앨범을 끝맺는다.
조화 폐기장의 풍경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그 풍경들을 앨범의 커버로 사용하고, 버스에서 우연히 들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들으며 들었던 의문으로 타이틀을 만들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잊기 위해 만들었떤 상처에 대한 아픔들을 담아낸 앨범. 이런 일련의 앨범 제작 당시의 생각들이 이런 느낌들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리라.
이런 찌질한, 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잡설들을 읽는 것보다 직접 줄리아 하트의 음악을 접하는 것이 바쁜 세상 살아가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줄리아하트의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슬리브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도 남긴다.
줄리아 하트의 1, 2집과 미스 쵸콜렛을 별 어려움 없이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예스24에서는 재고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좋은 인디 음반들을 예스24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줄리아 하트의 4집이 올 가을에 발매 예정이란 것과 수록곡 리스트를 덧붙인다.
소나기의 첫 번째 물방울 First Drop Of A Sudden Shower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Baby Baby Baby Baby Baby 여자옷 Womenswear 넘쳐나는 인생 Overflowing Life 모든 스텝을 아는 소녀 A Girl Who Knew All The Steps 실용 스페인어 Practical Spanish 간접 키스 Indirect Kiss 천사들의 오후 An Afternoon With Muses 펭귄을 기른다는 것 The Art Of Raising A Penguin 디즈니 걸 Disney Girl 줄리아 하트는 당신을 좋아해 Julia Hart Loves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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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나 인생에 있어 분기점이란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든 짧은 감기처럼 가볍게 넘어가든 분명한 건 '그것' 이후로는 그 전과 같이 생각하고 살아나가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였고 어찌어찌 당시의 분위기를 타고 죽이 맞는 형들과 음악을 하게 된 한 소년이 있다. 덕분에 2장의 남들이 꽤나 호들갑을 떨며 좋아해주는 앨범도 발표하였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인디계의 슈퍼스타란 거창한 호칭을 단 밴드도 출범하였다. 나름의 입소문으로 쏠쏠한 판매고를 올렸고 영화와 CF에도 곡이 삽입되기도 한다. 그 사이 소년은 군대도 다녀오고 현실에서는 아저씨란 말이 더 어울리게 되었지만 여전히끝없는 청춘을 노래한다. 그런데 아뿔사 한순간 밴드가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기타팝의 단순명료함에 취해 있던 소년은 더 이상 한없이 달콤하게 흥얼거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걸 뒤엎어버릴 수 없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서 끝끝내 완성한 음반이 여기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렌지색(그의 말대로라면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의 색)으로 뒤범벅이 되있던 이전의 앨범들과는 다르게 이 앨범의 커버에는 발랄한 소녀성도 그가 목놓아 부르던 Young & Stupid한 느낌도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우연히 빈소에서 보게 된 말 그대로의 꽃무덤과 그 위의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검은 원피스이다. 커버와 마찬가지로 앨범의 곡들은 궁서체의 향연이다. 그의 독특한 위트도 나풀나풀한 서정성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울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우습게 떠들어대는 형상이다. 너무나도 궁상맞아 내일은 없다는 듯 울고 싶어하는 비련의 주인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전 사람들이 부닌의 슬픔을 모른다고 툴툴대던 소년은 자뭇 조숙해져 까뮈의 이방인을 되뇌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팽개치고 부딪혀 간다. 이러한 정서는 이곡저곡 스멀스멀 침투하여 작중 화자가 여학생인 곡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던 소년이 또한 나를 좋아하고 있단 것을 깨닫고 문을 잠그고 그 아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기도마저 이끌어 내버린다.
이별이라고 하는 한없이 많이 다뤄진 이 주제가 이토록 새삼스러운 것은 줄리아 하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밴드 이름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따온 너무도 사랑스러운 줄리아 하트 말이다. 이 앨범을 만들며 정바비는 자신이 앨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친절히 홈페이지에 소상히도 적어두었었는데 그는 일전에 "음악에 대한 그 어떤 텍스트화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며" 전설의 돌절구 발언도 한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곡의 모티브나 의미를 소통했던 것은 그만큼 그도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결국 줄리아 하트 3집은 그의 말대로 모질고 악에 받힌 손톱자국들, 서로운 피멍들로 가득찬 앨범이 되었다. 물론 이야기는 계속되어 그는 좀 더 방황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음악을 그만뒀다고 믿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보다 좀 더 능글맞으면서도 시니컬하게 돌아와 이제 책도 쓰고 라디오도 출연하며 무엇보다 가을방학이라는 꽤나 인기있는 듀오도 이끌고 있다. 물론 줄리아하트는 전에 없이 안정된 라인업 속에 6집 암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앨범이 밴드의 최고작은 아닐지도 모른다. 또는 밴드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문제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이 앨범을 통해 그가 성난 표정으로 분풀이하듯 휘갈긴 일기장을 엿본 듯한 묘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현실의 갈등과 울적한 기분 속에 덜컥 태어난 이 사생아를 그저 꼭 안아주는 것 외에는 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난 밴드의 디스코그라피에 눈치없이 도드라진 이 앨범을 평생토록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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