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단지 '섹스하는 어린 아이'를 그려볼까 했지만 결국 앞뒤를 가리지 않는 인물을 그려냈다는 기리노 나쓰오의 말에서 옅볼 수 있듯이 이 작품 속에는 '아이코'라는 이름의 한 여자가 등장한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녀는 어린 시절을 창녀들과 함께 보냈고, 창녀 중에 왕엄마가 죽고나자 보육시설로 보내지지만 그 곳에서도 왠지 기분 나쁜 아이로 치부되며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난다. 그녀는 이런 삶 속에서 사람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실제로 자신이 필요에 따라 사람을 이용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마냥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앞에 자신의 범죄를 고발한 팩스가 여기저기에 뿌려지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되는 밀고자를 없애기위해 추적을 시작하는데... 자주빛 표지에 한 여자가 그려진 표지는 자뭇 몽유병에 걸린 여자를 생각나게끔했다.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 책 속에서 보여진 아이코는 표지의 여자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어느 면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아이코는 겉으로 보기에는 범죄와 거리가 멀어보이고 그렇게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뭔가 기분나쁜 느낌을 풍기기는 하지만 그녀는 범죄형은 아니었기에 그럭저럭 생활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정한 사람을 놓치지 않고 이용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자신이 잡은 동물을 물고 놓지 않는 사냥개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이용한 그 사람이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거나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질 경우 가차없이 없애버린다. 단순히 자신이 그 사람을 떠나는 것으로 마감할 수도 있는 관계를 그녀는 완전히 정리해버린 채 새로운 장소로 떠나 새로운 사람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끊임없이 숙주를 찾고 있는 기생동물처럼 그녀는 사람을 숙주로, 사회의 악을 영양분으로 살아간다. 책 속에는 아야코가 만나는(혹은 이용하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보육원의 보육사로 25살이나 어린 보육원생과 결혼까지 한 여자, 아내가 병상에 누워 거동이 불편해지자 아내의 옷이 아까워져 여장을 하고 그 옷을 입게 된 남자,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자신만의 집을 만들고 있는 남자, 창녀들의 노후를 함께하고 사회적 고충을 나누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창녀들의 동창회 사람들, 귀신같은 신탁을 하며 경영 도사라는 이름 아래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여자 등. 하나같이 이들은 조금씩 독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독특한 삶에 대해 작가가 이렇다 저렇다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야코라는 독특한 사고방식(과연 그녀가 사고라는 것을 할 수 있다면.)을 가진 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때문에 더 뒤틀린 삶의 모습으로 보인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밀고자를 찾아 제거하기 위해 헤맸던 여자가 마침내 그 밀고자에게로부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실에 대해 알게되고 난생 처음으로 후회와 반성까지 하게 되는 모습은 자뭇 씁쓸함을 남겼다. 물론, 밀고자의 말대로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유전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만약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모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그녀는 '괴물'이 아닌 불완전하긴 하지만 '인간'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악이 만연한 사회가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그녀가 결국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그런 사회에 저항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작가가 여성의 내면을 뚫어 이야기했기때문인지 어느 부분에서는 동감도 갔고, 어느 부분에서는 측은하게 느껴지게도 했다. 물론, 동정은 할 수 있어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죄를 사해줄 수는 없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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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라디오 프로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마음속에 ‘한’을 만들지 말라고.. 그 한을 만들지 않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한”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어도 나 역시 부모님께 서운함을 갖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잘 키우고, 아무리 공평하게 키운다고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는 공평한 존재는 아닌 모양이다. 늘 엄마는 형 편이야, 혹은 동생 편이야 라는 소리를 듣게 되니까..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특히나 마음속에 서운함이나 한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어린 시절 아이에게 부모란 계시다는 것 하나로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좀 무서우면서 슬픈 책을 읽었다. 부모가 없는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자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낳았다고 해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모가 될지는 어른인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아이 탓을 할 게 아니라...
아동복지 시설의 보육교사 마사에는 25살의 연하 남편과 살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불고기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곳에서 별의 아이들 학원에 함께 있었던 아이코를 만나게 된다. 아이코에게 말을 걸었던 마사에는 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이들 부부를 죽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코의 인생을 쫓아가니, 그녀의 악행이 들어난다. 그녀는 왜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일까? 부모의 이름도 몰랐고, 부모에 대한 추억도 없는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엄마가 남겼다고 하는 하얀 구두.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
별의 아이들 학원에도 서열이 존재했다. 양친이 살아 있으나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애들이 가장 위였고, 두 번째는 엄마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아이, 세 번째는 아빠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 네 번째가 양친은 모두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서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못 사는 아이, 다섯 번째가 아무도 없지만 양친이 있던 걸 증명할 수 있는 아이. 여섯 번째가 나였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 (129)
아이코의 행동을 보면 무섭다. 그리고 잔인하다. 인간이면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고 방화를 저지를까? 훔치는 것은 기본이고 사기와 유괴는 애교가 될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고 무심할까?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질투가 느껴지면 어떻게든 잔혹한 짓을 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갖는다면 빼앗아야 하고,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므로.. 하지만 아이코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아프기만 하다. 아이지만 아이일수 없었던 어린 시절. 몸은 아이지만 마음은 어른으로 살아야 했던 아이코.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따스한 시선 받아 본적 없는 아이. 아이코가 살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니었을까?
나중에 아이코의 엄마가 하는 이야기는 아프다 못해 쓰리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좀 나은 인생을 살았을까? 자신을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너무 극단적이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한다. 내 주변을 그리고 우리 식구를 생각하게 된다. 낳았다고 그냥 부모가 된 것은 아닌지, 나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인지, 나를 생각하게 한다. 아픔을 기초로 해서, 분노를 기본으로 해서 자라는 아이가 없기를 바래본다. |
|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선 가정폭력, 학원폭력, 아동학대등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에 출동해서 끔찍한 인간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방영하고 있다. 부모의 방임으로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마치 짐승 같은 생활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스러운 심정에 소름이 끼쳤다. 도저히 사람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공간에서 웅크리고 앉아 혼자 살고 있는 조그마한 꼬마 아이들을 소재로 삼아 적나라하게 방송으로 내 보여주는 방송사도 문제지만, 아마도 그런 모습을 보며 호기심만을 충만할 시청자들을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움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한 충격적인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방송에서도 배우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있기 마련이다. 가정환경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부모의 역할은 자식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계층간의 모순점은 정확히 어떠한가.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방송을 시청하며 울분을 삼켰으나, 되돌아오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말이다. 작년,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며 참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부모의 방임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굉장히 세밀하고 정확히 지적한 영화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더 놀라웠었다. 다행이 영화는 아이들이 어둡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며 자기네들끼리 잘 살아간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아임 소리 마마」는 같은 나라 일본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부모 잘못 만나 고통 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끔찍하게 타락되어 있어 우선 소름이 끼쳤다. 주인공 아이코는 부모가 누군지 알지도 못한 채 버려져서 사창가에서 자라게 된다. 아이가 보는 세상은 우울하고, 어둡고, 더럽기만 한 암흑 같은 곳이어서 살아가는 보람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을 수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저주 받은 몸이기에, 매춘, 살인, 도벽, 사기……, 온갖 부도덕한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음울진 그녀의 얼굴은 평범한 사십대 여자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악마보다 더한 끔찍한 본성은 세상 모든 악의 근원으로 비췰 만큼 섬뜩하기만 하다. 머더 콤플렉스에 빠져 스스로를 행복으로부터 일탈 시킨 채 범죄 속으로 빠져 들고 마는 것이다. 처음 읽은 ‘기리노 나쓰오’ 의 소설은 굉장히 강렬하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하드보일드 한 소설이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매 회 다른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에피소드들이 마치 옴니버스 형식으로 조합되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아임 소리 마마」는 현대 사회에 계층간의 갈등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린 시절 가장 필요한 부모의 부재가 불러온 타락을 효시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이코와 창녀들, 노숙자,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 초반부에 등장한 한국인 이씨, 그리고 아이코가 동경하는 최상위의 부르주아 계층의 사람들. 각각의 사람들이 부딪히며 겪게 되는 갈등의 냉철한 지적까지도 매우 돋보이는 소설이다. 한 인간이 제대로 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안정된 가정의 역할의 중요성은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중요하다.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투명한 아이가 잔인한 살인마로 변모하기 까지의 과정이 극단적인 파멸로 몰아가는 모습이 분노의 감정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아이코의 배경을 탓하며 그녀를 감싸준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한 인간의 인격이 사악하게 변해가는 과정에 그만큼 안정된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성장과정에 끔찍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끔찍한 범죄까지는 정당화 될 수 없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아무리 뉘우치고 사죄해 봤자 어차피 제가 판 구덩이에 결국 자신이 빠진 결과가 됐을 뿐이다. 분명 범죄가 만연한 이 사회가 아름답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느끼고 싶다. 아직은.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뉴스나 현장 르포 등을 통해 자주 접했던 얘기였기에 매우 비통한 심정이다. 제목처럼 소설의 내용은 그야말로 ‘미안해요, 엄마.’이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하게 시비를 가린다면, 아무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처절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라 할지라도, 제 뱃속에서 나왔으면 이를 악물고 독하고 냉철하게 자식을 맡아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아마도 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안해요, 엄마’ 가 아닌, ‘미안하구나, 내 딸아.’로 수정을 해 줘야 할 것 같다. |
|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셜룩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정통 추리 소설에 비해 이 작품은 ''추리''라는 요소가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물론 오래된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범인의 광기보다는 계산된 논리에 집중해서 경향을 보여 약간은 딱딱하고 ''올드한'' 느낌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추리 소설의 백미는 두뇌싸움 아닌가? 치밀하게 만들어진 작가의 논리를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청량감이 없다.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의 내면에 들어가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너무 깊이 들어가서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인물들도 스스로의 감정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듯 하다. 이러한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편함이 오히려 독자에게 세상과 괴리되어 있는 개인에 대한 고립감을 고취시켜 작품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 독특한(다분히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고, 또 그들이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러한 독특함은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도 충분히 많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것은 독자가 그 인물의 심리에 공감하고 잔혹함에 인정하는데서 오는 인간 보편적 정서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개성은 있으나 어중간한 느낌이 든다. 페이지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고, 마지막 반전도 충분히 읽혀진다. 그렇다고 강렬한 느낌도 주지 못한다. 독특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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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은 기본이요 방화에 살인을 일삼는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코다. 그녀가 도둑질, 방화, 살인을 일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고 싶으니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라도 죽이고 자신에 마음에 들면 누구의 것이라도 빼앗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일생의 궁금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누가 나의 '마마'인가 하는 것이다. 목적도 이유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코에게 있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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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 여자 참 독하기도 하네,이다. 주로 여성, 나아가서는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는 악마성과 잔혹함, 파괴성을 날카로운 칼로 베듯 예리하게 그리는 그녀의 작품들은 쉽게 손이 가는 그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의 작품들을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역시 그녀의 완벽한 필력 때문이리라. <아임 소리 마마>의 주인공은 아이코라는 예쁘게 들리는 이름을 가진 여자이다. 그러나 그녀는 47살의 살찐 중년 여성으로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여성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런 소설에서 흔히 주인공 여성을 아름답게 그려 독자들로 하여금 동정의 여지를 깔아두는 것과는 완전히 무관하게, 작가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아이코에게서 일체의 여성적 매력을 제거한다. 오히려 작가는 아이코에게 혐오감을 주는 외모를 선물할 뿐이다. 창녀촌에서 자란 아이코는 엄마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뭇남성들을 상대하며 피폐한 정신 세계를 가진 창녀들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창녀촌이 폐쇄되자, 보육원에 들어갔고, 성장해서 그곳을 나와서는 살아남기 위해 몸을 팔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을 제거하고 살아왔다. 필요한 게 있으면 훔치고,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은 불태워 죽이며, 단순히 기분이 나빠져도 죽인다. 가장 갖고 싶었던 엄마를 가지고 있는 세살 아이는 질투심에 유괴해 버린다. 괴물이다. 그동안의 기리노 나쓰오 작품을 통틀어봐도 이런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읽어나가는 동안 아이코에게 완전히 질려버렸다. 해설을 보면 작가는 ''섹스하는 어린 아이''를 그리려다가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로 발전해버렸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아이코는 섹스하는 어린 아이가 되고 싶었다. 섹스를 하면 돈을 받을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끌리는 외모''를 가지지 못했고, 결국 다른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보여줬던 일관된 작품 세계를 여전히 펼쳐보인다. 흔히 여성적이라고 불리우는 어떤 것들의 해체 작업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모성애가 아닐까 한다. 그토록 찾고 싶던, 상상했던 마마와의 마지막 대면에서 아이코는 그토록 갈구해왔던 모성애도 사실은 허구적인 것,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아이코의 어머니는 어머니지만 딸을 증오했고, 증오했고, 증오했다. 아이코의 고통스런 깨달음은, 모성 신화가 깨어지는 걸 목도하는 독자의 고통스런 시선과 일치하며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불안감과 강렬함을 안긴다. 대체 기리노 나쓰오는 누구이길래 이런 글을 쓰는가. 예전에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농으로 비슷한 연배의 여성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와 비교한 적이 있다. 미혼의 미야베 미유키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써도 따뜻한 분위기와 인간적인 결말을 준비해놓는다면, 24살에 결혼해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과 딸 하나를 둔 기리노 나쓰오는 처절하게 극단적이며, 인간과 인간의 교감 따위는 불가능하다고 외친다. 이 차이는 아마 결혼의 여부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야베 미유키는 결혼을 하지 않아, 세상이 아직 밝아보이는데, 기리노 나쓰오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통해 지옥을 본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냥 농담이었는데 웬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읽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특별한 경험이며, 그녀의 필력은 이미 일본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코라는 괴물마저 경찰에게 붙잡혀 파멸하지 않을까, 독자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능력은 어지간한 작가는 하기 힘들다. 인간 사회의 비루한 것, 비천한 면들을 뻔뻔스럽게 제시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법도 여전하다. 결국 엄마와 대면하면서, 그동안의 죄에 대해 약간이나마 눈을 뜨게 된 아이코에게 끝까지 구원의 길을 인도하지 않는 작가의 지독함에는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비록 그녀의 대표작에 비해 조금 짧은 분량으로 그 힘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대다수의 평범한 작가들과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역작이었다. |
| 왜 추리소설 분야로 분류되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태생에서 비롯된 비극이 주인공의 삶의 비극으로 연장된다는 스토리. 잔혹한 살인은 그다지 잔혹하지만은 않고 클라이막스는 약하다. 강력추천이란 리마크를 보고 대부분의 책을 구입했지만 10에 2-3은 실패했다는 느낌이다. 왜 강력추천이란 리마크를 붙였을까? 어떤 기준에서? 뛰어난 가독성으로 하루만에 에필로그를 보게 되었지만 난 이책에서 무었을 느꼈는지 아직도 좀잡을수 없다. 문화적인 차이일까! 나는 어떠한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섹스와 살인이 이 책에서 보여줄려는 모든것은 아닐것이다. 아이코의 나이가 더 젊고 더 예뻤더라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아이코를 더 연민했으리라. 작가는 젊고 예쁜 주인공의 틀을 원치 않았나 보다. 별 세게는 아깝다. 두개 반이 맞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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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어어어어어어엉 엄청 슬프다 지금 까지 읽었던 소설중에서 제일 슬프다 심지어 후유증까지 생겼다. 새벽에 읽었는데 잠자는 동안 계속 생각났다. 주인공 아이코의 인생은 그 어떤 누구보다 가장 비참한 인생이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창녀촌에서 방치되면서, 자신이 몇살인지도 모른채 살아간다.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아동 복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망가진 아이코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살인과 방화를 일삼는 그녀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요즘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당시 일본 사회는 1960년대, 그러므로 사회복지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아동 복지 시설의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장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전보다 좋아졌을 것이다. (아동 복지쪽으로는 자원봉사 경험이 없어서 자세히는 나도 모르겠다. 요즘은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여러곳에서 후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행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다.) 어쨌든, 불쌍한 아이코......처음에는 너무 싫었는데 알면 알수록 그녀가 너무 가여웠다. 소설속의 인물이지만 실제 존재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왜그럴까 첫장에서 60대 보육교사와 25살 연하의 남편이 나온다. 남편은 아내의 보육 시설에 있었던 아동이었다. 응???????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 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코가 둘을 죽여버린다. 주인공인줄 알았던 두 남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약간 혼란스러웠다. 뭐랄까.......이건 꼭 떡밥같았다.......... 기리노 나쓰오답게 이번 작품역시 현대 여성의 잔혹하고 비이성적인 심리를 표현했다. 그녀의 소설은 범인 찾기에 집중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때문에 뚜렷한 추리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추리가 없어도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특이 이번작품은 더욱 더 우울했다. 평점이 높은 이유를 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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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얼마나 대단한가 보자!'
누구나 다 그럴진 몰라도 대단한 평가를 받는 작품들을 접하는 내 태도는 이렇게 건방지다.
내 눈을 처음 흔들어 놓았던 배우 백선우씨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알게된 책. 아임쏘리마마. 여기저기 뒤적거려보니 이 작가가 좀 대단한 이력을 가지고 있더랬다.
[미국의 에드거 엘렌 포우 상에 아시아 작품 최초로 노미네이트됨.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 이즈미 교카문학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등등..]
추리소설은 무서워서 못보는, 어릴때 에드거 엘렌 포우의 단편집 읽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내가 너, 얼마나 대단한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이 작가의 책을 구입. 손에 쥔 첫날부터 시작해서 회사 가는 시간과 집에가는 시간, 잠자리 들기전 몇분씩 짬내서 읽었다. 아니, 읽어냈다. 아니, 읽을수 밖에 없었다!
책을 잡은 내내 책 속의 아이코가 내 주위를 맴돌았고,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을 읽은 후에는 침대에 누워 오른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책과 함께 그대로 잠들었다. 일어설 힘도, 방의 불을 끌 힘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까지 나는 밤새도록 켜져있었던 어제의 형광등밑에서 가슴속에 무언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어서 한참을 달랬다.
슬퍼. 안타까워. 그동안 힘들었어. 라고 말하는 스타일의 그녀였다면, 나는 그대로 울었을 것이다. 힘들었겠구나. 라고.
달랠수가 없다. 안고는 있는데 달랠수 없는. 아픈데 무표정한 나로 반나절을 지냈다.
여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남자들은. 글쎄.. 어떻게 생각할지 잘... |
| 제목 그대로다. 정말 아임 소리 마마다. 하지만 엄마도 딸에게 미안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를 학대한 모든 어른들도. 아이코는 창녀촌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고 학대를 받으며 살아간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다가 포주 역할을 하는 왕언니가 죽고 고아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보육원을 나왔을 때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괴물이 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인가? 아니면 그 아이의 책임인가? 무 자르듯이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학대받은 어린 시절 때문에 삐뚫어진 아이코가 안됐긴 하다. 그렇다고 연민이 들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이 불우했다고 다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모두 다 착한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냐에 따라서, 어떻게 살았냐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글을 읽을 때 주인공을 응원하며 글을 읽는다. 주인공 파이팅,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었다. 살인, 방화, 도둑, 유괴를 하는 아이코를 응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건조한 눈으로 아이코의 삶을 따라간다. 아니 범죄행각을 따라간다. 차갑고 냉혹해 보인다. 동정심을 비춰주지 않기 때문이다. 살인, 방화가 소소한 범죄는 아니다. 중범죄다. 그러나 아이코의 범죄는 소소한 범죄처럼 느껴진다. 죄의식 없이 간단하게 범죄를 해치우기 때문이다. 죄의식 없는 범죄란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아이코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는 거리낌없이 죄를 범하고 위험이 닥친다 싶으면 지우개처럼 자신의 삶을 지우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범죄를 꾸민다. 그런 아이코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그녀의 죄를 까발리는 편지가 수많은 호텔에 날아든 것이다. 누가 편지를 보냈을까? 글은 흥미진진해진다. 궁금해서 침이 다 마른다. 호텔회장이 정부와 함께 자살하고 아들이 유괴되는 등 스케일이 아주 커지면서 그 편지에 대단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즈음부터 분량이 안타까워졌다. 해야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을 다 담아내기에는 분량이 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드러나고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서글품과 함께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내용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고 글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중간에 잡은 사건을 크게 키워서 글을 더 길게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좋은 글을 더 읽고 싶은 아쉬움일지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에드가 상 후보에까지 올랐다는 아웃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