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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가까워지면 조개탄 불씨 훈훈한 난로에서 온 교실로 은근히 퍼지는 밥 눋는 냄새. 비록 보리 밥풀 사이로 간간이 쌀알 몇 점 흩어놓은 깜둥이 밥이지만, 그나마 먹을 수 있음에 감지덕지. 군둥내 풀풀 나는 배추김치에도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던 기분 좋은 먹성. 양은 벤또*에 쇠젓가락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장단 삼아 논두렁 밭두렁을 신나게 달려 숨 가쁘게 마당에 들어서던 그때, 말라깽이 명자는 책과 사랑에 빠진다.
작가의 기억을 툴툴 털어 쓴 자서전적 소설이라 할 <처음 가진 열쇠>에는 수돗가에서 시린 손 호~ 불어가며 몸통만큼 커다란 주전자에 하나 가득 물을 받아 나르던 당번인 내가 있고, 실력으론 반장이지만 가정 형편으론 반장이 될 수 없는-특히 어머니의 반대가 극성스러웠던- 내가 있어 훈훈하다.
<처음 가진 열쇠>는 '인내'와 '선택'이라는, 자아를 정립해 가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잘은 하지만 즐길 수는 없는 일과 끝은 알 수 없지만 마음을 당기는 미지의 일에 대한 탐닉의 욕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명자. 달리기를 계속 할 것인지, 도서관 지기가 될 것인지!
제법 사는 친구들 집에 놀러 라도 가는 날이면 가지런히 들어선 책장의 위인전집들과 명작동화들이 제일 부러웠던 시절, 그래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시골 학교의 아담했지만 차고 넘쳤던 도서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진이 되어 가슴 한편에 켜켜이 먼지 쌓여가는 그때의 기억들 속에서 뿌연 먼지 휘가르며 명자가 운동장을 달리고 바로 옆에선 내가 달리는, 아프지만 짜릿한 '추억의 시간여행'을 맛보았다.
<처음 가진 열쇠>는, 겉으론 엄마 아빠의 추억담 같은 한 편의 소설이지만, 간접경험을 통해 어른들을 이해하게 하는 매력이 숨어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하다는 '참고 견디는 법'과 중요한 순간에서의 '신중한 선택'이라는 과제를 무리 없이 제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책의 삽화에는 시골 동네의 거름 무더기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구수한 냄새들이 잔뜩 배어있어 보기 좋았다.
(벤또*는 그 시대의 '일상어'였다. '도시락'의 잘못된 표현인 줄 알고 있지만, 그날의 감회를 실감하고자 단어를 그냥 사용하였음을 용서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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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필독으로 숙제처럼 읽기 시작한 글 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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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푸른교실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 책도 저희애들이 빨리 읽어달라해서 금방 읽어버렸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글은 아이들이 많은 공감을 하도록 쓰여진데다 예전 우리 어릴적 모습도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영자는 빨리 뛰면 안되는데 지각할까봐 빨리뛰다가 체육선생님 눈에 띄여 육상부가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어느 선생님이 계신 교실에는 항상 책이 그득하고 아이들이 거기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명자의 눈에는 흥미를 끌게 되죠. 명자가 주위가 깜깜해질때까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께서 명자에게 교실의 열쇠를 맡기죠. 그게 명자가 처음 가진 열쇠입니다. 황선미 작가의 자서전적인 얘기를 쓴 이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면서 감동이 있는 책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글이 가득하죠. |
| 안녕하세요? 황 선미 작가 선생님. 저는 오봉초등학교 4학년 최 상철이라고 해요. 이번에 처음가진 열쇠를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이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주인공인 명자가 너무 불쌍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맨날 깎기 싫은 스타일의 머리로만 깎고, 폐결핵까지 있기 때문이에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해야 하기도 하니... 제가 명자라면 버티지 못하고 가출했을지도 몰라요.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궁금해진게 있어요. 명자는 체육 대회가 끝나고 도서실 열쇠를 맡을 수 있었을 텐데 체육선생님에게 몽둥이로 맞으면서까지 그렇게 한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해 보자면 선생님이 다른 아이한테 도서실 열쇠를 맡기면 어쩌지, 하는 마음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그런가요? 처음 가진 열쇠 말고도 ''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1,2'' ''소원을 들어주는 선물'', ''일기 감추는 날''과 학교 필독도서로 ''초대받은 아이들''도 읽어 보았어요. 제가 읽은 책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어요. 자꾸 읽고 싶어져서 선생님의 다른 책도 꼭 다 보려고 해요. 그런데요. 선생님, 제가 몇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첫째. 작가가 되기로 한 때는 언제인가요? 둘째. 작가님이 글을 잘 썼을 시기는 언제쯤인가요? 셋째. 책들이 모두 불행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더군요. 작가님도 어렸을 때 그런 일을 겪으신 적이 있었나요? 선생님, 편지를 받으시면 제가 드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6. 11. 15. 수요일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최 상철 올림. |
| 황선미 작가의 책이 나오면 빨리 사고 싶어하는 고정 팬이 많다.(나역시 ㅋㅋㅋ)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하여 일기 감추는 날, 나쁜어린이 표등 수 많은 작품들로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이야기 마술사~ 폐결핵을 앓고 있는 명자가 육상선수로 연습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어진 이야기는 예전에 내가 어릴때 보던 것들이 삽화에 나와서 반가웠고 그 시절을 그립게 했다. 마징가가 그려진 책가방이며 담배라고 쓰인 간판, 옛날 영화 포스터, 뉴라면 광고, 이발소 이용 요금표, 곤로등 숨은 보물을 찾아 내는 것처럼 삽화의 그림에서도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이야기의 일부는 어디선가 들었던지, 보았던지 했던거 같다. 전에 도서관 사서를 함께 했던 친구가 문 닫을 시간이 되도, 책을 읽는 아이들을 내 보내지 않고 다 읽도록 기다려준 선생님이 계셔서 자신이 작가가 되었다고.... 그 얘기를 하면서 우리도 그러자고 했지만 사실 일상에 쫓긴다는 핑계로 어느 때는 매몰차게 아이들을 내 보낼 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매몰차게 내 보낸것은 아니지만 한참 재미있게 책을 읽고 있을 때 나가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은 그렇게 들릴수도 있을거라는 거지... 명자는 교과서 외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어 낯선 이야기로 가득한 책들을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듯이 읽어 댔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평생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명자가 아닌 작가 자신의 꿈이 었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선택했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며 잔소리를 하게 될때 하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네가 하고 싶은것을 직업으로 삼아서 했으면 좋겠다, 또한 성적이 안되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지금 공부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내일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물어봐야겠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
| 공감가는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커왔는지, 글을 쓴 계기가 무엇이었고, 어떻게 매진해 왔는지....... 그런 면에서 <처음 가진 열쇠>는 어린 시절 작가를 만나게끔 해줘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가난과 책임, 그리고 병.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에 찾아 온건, 따뜻하게 지켜 봐 주는 학교 사서 선생님이었고, 그 선생님이 맡겨 준 도서관 열쇠 하나로 작가의 어린 시절은 환히 빛나기 시작한다. 미래의 희망을, 가능성을,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 주인공 반의 반장은, 무언가 많은 것을 가져 행복해 보이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 아이도 여러 갈등과 문제를 안고 싸우고 있으리라. 그렇지. 완벽한 듯 보여도 막상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삶도 없다. 하나하나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지.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지. |
| 열쇠라는 말의 의미심장함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동화. 한 학급의 아이들 중 반이 실내화 없이 맨발로 학교 복도를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4학년임에도 아이가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를 대신해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 폐결핵에 걸려도 눈썰미로만 익혀 불법으로 주사 맞춰 주는 육촌 아저씨의 손길에 의지에 집에서 병을 낫게할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폐를 앓던 4학년 명지(명자라는 이름에서 점 하나를 꼭 빼고서 제 이름을 쓰던 이 아이를 제 소원대로 명지라고 불러주기로 한다.)는 반장의 추천 때문에 자기로서는 치명적인 육상부 선수가 되어 맹훈련에 돌입한다. 이 훈련이 명지에게 주는 부작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시는 어머니 대신 해야 할 숱한 일들을 밀쳐두게 되고, 겨우 나아가는 폐가 도로 나빠지고, 우연히 발견한 학교 도서실에서의 꿀맛같은 책 읽기 시간도 뺏기게 되고, 명지에게 별 관심 없는 담임선생님께 육상부로서 빠져도 되는 당번 일 때문에 벌을 받기도 한다. 말쑥하고, 교실의 커텐을 갈아 줄 정도의 부유함을 갖춘 반장의 추천에 처음부터 거절하지 못한 명지의 삼중고는 계속된다. 어쩌면 명지는 자기가 가지지 않은 모든 것을 가진 반장 도영이를 좋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부분은 이 책에서 아주, 아주 어슴프레하니 비쳐지므로 독자로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아이를 공부라든가, 가정환경 등의 배경 없이 보아주는 도서실 선생님이 명지에게 도서실의 열쇠 관리를 맡기려 하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스케줄이 엉망으로 엉켜 버려 매일매일이 고역인 명지에게 이 제안은 너무 달콤하고 고통스럽다. 처음으로 반장도 아니고, 부반장도 아니고 공부 1등도 아닌(1등 엄마의 부담스러운 역할 때문에 명지 엄마는 절대로 1등을 못하게 한다.) 명지에게 매니지먼트의 중임이 맡겨지려는 순간이다. 도서실 열쇠는 말하자면 명지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매개체인 셈이며, 그야말로 명지 인생의 다른 문이 열릴 수 있는 열쇠이다. 중심에 서고 싶은 욕구야 어른 아이 막론하고 얼마나 절실한 것일까. 그러나 명지에게는 시간이, 체력이 허락되지 않는다. 읽는 이의 가슴이 뜨근해진다. 성장이란 이처럼 고통스럽고 달콤한 선택의 뒤에 숨어 있는 것인가 하는 느낌. 자, 명지의 선택은? 황선미 작가의 역량과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다. 초등 2, 3, 4학년을 위한 책으로 나왔지만 모든 학년이 읽어도 좋겠다. 엄마, 아빠, 선생님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