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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사는 할머니, 인생은 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물 간 건달, 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 해서 교수까지 만들어 줬지만 학력을 속인 게 들통이 나 이혼 당한 여자,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가 운전기사랑 바람을 펴서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된 20대 남자, 남자에 목숨 거는 엄마 때문에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20대 여자, 나이 많은 건달과의 사랑 때문에 집에서 나온 20대 여자, 가난하고 말 못 하는 부모 밑에서 달동네에서 태어나서 건설 회사에 다니는 엘리트 남자,
이렇게 7명의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있습니다. 주인공만 7명이라니... 우리가 기존에 접했던 드라마와는 이 사실만으로도 차별성을 가지는 드라마입니다. 더군다나 7명 모두 '평범'이나 '정상'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가장 마지막에 소개한 20대 남자는 '입지전적인 인물'로까지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 그 남자야 말로 제일 불쌍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오래 전에 읽은 것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 드라마가 시작될 즈음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노희경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 간의 사랑과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이죠.
이 드라마 속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상처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고 '가족'이야 말로 든든한 내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대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쉬운 것이겠죠. 이유도 참 다양합니다. 문제는 그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다쳐서 다른 사람들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아는 민호는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이 과연 누구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누굴 사랑할 수 있을지 회의합니다. 걸핏하면 남자가 바뀌는 엄마 때문에 상처를 입은 수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자체를 회의합니다. 나이도 많고 건달이기까지 한 남자를 사랑해서 집까지 나온 미리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얻은 그 사랑을 지키기 어려워 힘들어 합니다.
사실 주인공들을 단지 '사랑'이라는 측면만으로 보자면 여느 드라마와 차이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그런 불완전한 모습을 가진 채 혼자만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고 이해해줍니다.
극중 영숙은 매우 독특한 캐릭터라서 실제로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울 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숙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해결책을 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도 솔직하게 인정을 합니다.
지한-수희-민호의 삼각관계(?) 역시 그런데요... 지한과 민호가 고등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였고 수희가 지한의 여자친구라는 설정 하에서 수희와 민호가 사귀게 된다면, 사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이 둘은 '천인공노할' 나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실생활에 있어서도 우리는 어떤 사건의 이면이 아닌 현상만을 보기 때문에 이런 비슷한 경우를 본다면 '지한이는 불쌍하다', '수희와 민호는 나쁘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기 쉽죠. 하지만 노희경 작가는 그러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볼만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 사람을 통해서 사랑이나 우정, 이별 후의 관계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생각하는 것도 모두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싫어하게 될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라면 아마 그런 사람이 정말 있다면 그 사람을 피해 다닐 거 같습니다. [굿바이 솔로]가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 이런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폼나게, 있어 보이게 살고 싶은데, 실제 자기 자신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니깐요. 그 사실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 '이게 정말 네 모습이야'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냐'라고 부인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하지만 그런 인간들끼리 서로 보듬어주고 격려해주고 사랑하며 사는 게 또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다 불완전하지만, 그런 불완전한 인간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소통하고 사는 게 삶이라는 것이죠.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때로는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살기도 하지만, 인간은 인간들 사이에 있을 때 진정 아름다운 꽃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의 분신이기도 한 이 7명의 주인공들이 펼친 '혼자가 아닌 삶'을 저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외롭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도 '굿바이 솔로'하세요. 당신이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은 지금이라도 '솔로'에서 '굿바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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