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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의 첫 자작곡. 아마도 미국에서 썼을 그의 첫 곡. 그 날은 비가 내렸을까? 그는, 이별을 했을까.   내가 알지 못한 때의 그라서, 나는 아무 것도 감히 추측할 수가 없다. 그저, 그가 곡을 부른 느낌, 콘서트에서 짧게나마 말해준 이 곡의 뜻만이 유일한 힌트였다. 아무 것도 되지 않은 새벽에 노래를 듣다가 자꾸 자꾸 떠오르는 생각을 맞추어 내 마음대로 유추해보았다.
"여우비" 내용보기
 

유천의 첫 자작곡. 아마도 미국에서 썼을 그의 첫 곡.

그 날은 비가 내렸을까? 그는, 이별을 했을까.

 

내가 알지 못한 때의 그라서, 나는 아무 것도 감히 추측할 수가 없다.

그저, 그가 곡을 부른 느낌, 콘서트에서 짧게나마 말해준 이 곡의 뜻만이 유일한 힌트였다.

아무 것도 되지 않은 새벽에 노래를 듣다가 자꾸 자꾸 떠오르는 생각을 맞추어 내 마음대로 유추해보았다.

 

그냥, 그 사람은 이럴 것 같아서.

 

 

 

 

 

여우비(Like weather...)

작사·작곡. 유천

 

 

 

 

 

* 여우비 :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

 

 

 

노래의 부제목 'Like weather...'처럼 이 노래는 날씨와 함께 변해간다.

볕이 뜬 날 잠시 내린, 내리는 모양새가 참으로 소극적이고 언밸런스해서

전체적으로 어색한 비. 이 노래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이제 겨우 첫사랑을 끝낸 풋내기다. 그래서, 뭐든지 서툴다.

처음 하는 이 이별이 낯설어 어색하다. 그래서 이별을 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 사랑을 지우지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다. 언젠간 오겠지. 언젠간 다시 사랑하겠지..

 기약 없는 미래만 마음에 잡아두고서.

 

 

 

- '비'의 시점

- '나'의 시점

 

 

 

 

조금 푸르지 않은 너무 흐리지도 않는 그 목소리
내리는 그 아픔에 피할 우산조차 준비 못 하고

( 너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날씨에 내가 내릴 걸 예상을 못했는지 사람들은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다. )
( 너무 살갑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너의 태도에 난 미처 이별을 준비하진 못했어. )

 

- 여기서 '목소리'는 각각 하늘과 그 사람의 태도를 말한다.

너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하늘에, 우산을 차마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그저 그런 그 사람의 태도에 차마 이별을 예견하지는 못한 나.

 

 

 

바보 같다고 아직은 처음이라 바보 같다고 해도
( 처음으로 땅에 내려와 본 나는, 언제 어떻게 사라져야 할지,

언제 다시 하늘로 돌아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 )

( 이별을 처음 해서, 나는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몰라.

그래서 참 바보 같지만, 바보 같다고 해도..그냥..기다릴게. )

 

- 여기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다가, 문득 목소리를 들으니 생각이 났다.

아, 기다림. 이별을 처음 맞아서 무작정 기다려 볼 수 밖에 없는 바보 같은 사람.

 

 

 

 

더 이상 흐를 수 없는 내 눈에 고인 눈물들만 가리고
( 태양이 빛나고 있어. 까만 하늘이 아닌, 맑고 화창한 하늘이야.
난..더 이상 내릴 수 없어. 밝은 햇살이 날 덮어버렸어. )

( 너는 없어. 항상 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은 이제 존재하지 않고,

네가 없는 세상만 내 앞에 펼쳐져 있어. 네가 없는 세상은 내게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말해.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이제 그만 떠나라며 그 큰 손짓으로 나를 떠밀고 있어. )

 

- 흐를 수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많이 흘러서, 넘쳐버릴 정도로

흘러서 더 이상 흐를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에 의한 제약을 받아서 흐르지 못하는 것인지 고민하다가

'여우비'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후에야 후자로 결정했다.

표기해두었지만, 여우비는 볕이 난 날 잠깐 내리는 비라고 한다.

그런 여우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더 이상 흐를 수 없을 정도로 내리진 않을 것 같았다.

맑은 하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가녀린 물줄기가 저 크고 밝은 태양을 이기지 못해서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비의 입장이 아닌 화자의 입장에서 태양은 누구일까.

흔히 그렇듯, '기다리는 애인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태양 때문에 더 이상 내릴 수가 없다...

.

.

당신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후아..이런 복잡한 결과가.

 

처음으로 기다림을 시작하는 화자는, 처음이라 약하지만 그만큼 몰라서 정신만은 무대뽀 정신이다.

그런 그에게, 기다리는 상대가 자신의 기다림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그 사람을 제외한 그 모든 것. 세상.

 

헤어진 후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그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포기해라'일 것이다. 어느 누가 '그래, 기다려봐. 조금만 기다려봐.'라고 하겠는가.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힘들어죽겠는데.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주위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강하지 못한 그는 그 세상에게 가려져버린다.

 

 

 

 

 

내 사랑의 미소를 알게 해 준 그 시간 속에서

어쩜 그렇게 말라가겠지 어제 그 빗물처럼
( 아주 잠시지만, 여기에 이렇게 있다보니, 참 많은 것들이 보인다.

하늘 위에선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여.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내 속에 섞여 있는 물기 가득한 이것들이 이렇게나 깨끗하고 맑은 것인지 이제야 알았어.
하지만 난..이제 곧 사라져버리겠지. 해가 떠있는 데도 감히 내려버린 나는, 오래 있을 수가 없어. )

(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예전 생각이 막 난다. 이제서야 네 미소를 알 것 같아.
너와 헤어진..이 시간이 되어서야, 너의 모든 것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 같구나.

네가 내게 등을 돌리기 전 보여주었던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이제야 알아버렸어.
하지만 이 시간도 오래 지속되진 않겠지. 너는 이미 없다고..세상이 자꾸만 보채는 걸. )

 

- 이 대목도 단순히 해석하고 넘어가려다가, 순간 흠칫했다.

뭐야. 내 사랑의 미소를 알게 해준 시간 속에서 왜 말라가?

 

으으..박유천.

정말 지독하게 추상적이야.

머릿속좀 열어주지 않으련..난 당신 속이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아.

 

뭐, 열어준다고 내가 아랴.

할 수 없이 또 고민을 해봐야지. 내 사랑의 미소를 알게 해 준 시간이란 건 무슨 의미일까.

보통 사람들이 '내 사랑의 미소를 알게 해 준 시간'이라고 말할 땐 사랑하던 시간을 말하려는 것이다.

근데 요 오빠는 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지 말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자꾸만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 이거였다. '이별 후. 기다리는 시간.'

화자는 첫사랑을 했다. 첫사랑이라, 그저 '사랑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에 겨웠을 거야.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그 순간을 즐기느라 행복해서.

사랑이 없는 시간 속에 혼자 남겨진 그는 그제야 과거를 돌아본다.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추억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 번 알아간다.

그 사람이 이렇게 웃을 땐 이런 의미. 저렇게 웃을 땐 저런 의미.

마지막 웃음은..이게 마지막이란 의미.

 

 

 

 

고민한거였어 말 한마디 던진 그 순간마다

더 이상 흐를 수 없는 내 눈에 고인 눈물들만 감추고
(사실 많이 고민했어. 이렇게 태양이 쨍쨍한데, 내가 감히 내려갈 수 있을까.
한 방울, 한 방울, 나를 밑으로 내려보낼 때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햇살이 자꾸만 나를 감추는구나. 네 자리가 아니라고.

내가 있으니, 넌 거기에 있지 말라며 자꾸만 나를 숨기려고 해.

난..더 이상 내릴 수 없어. )

( 기다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 내 마음을 하나 하나 두고 올 때마다,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너에게 기다린다고 외칠 때마다 많이..고민했어.
네가 없는 세상이, 자꾸만 내게 말해. 넌 없다고.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널 처량하게 기다리고 있는 나를 계속 재촉해.

이 세상 속에서 난, 더 이상 너를 기다릴 수 없겠구나. )
 

- 자꾸만 올라오라며 재촉하는 하늘과 그만두라며 다그치는 세상 속에서

비와 화자는 동시에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짧았지만 의미는 깊었던 이 첫 기다림을, 첫 세상 여행을 마치려는 준비를 한다.

 

 

 

내 사랑의 미소를 알게 해 준 그 시간 속에서
어쩜 그렇게 말라가겠지 어제 그 빗물처럼

(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준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차차 사라져 갈 거야.

내리쬐는 햇빛에..점점 말라갈 거야. )
( 너를 알게해줬던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이 기다림을 멈춰갈 거야.

날 재촉하는 세상에 밀려 곧 떠나게 될 거야. )

 

- 그래, 세상아. 안녕.

사랑하는 내 사람아. 안녕.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그 애처롭고 슬픈 마음을 대변해주듯,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훨씬 슬프다.
 체념을 해야 하니까.

 

 

 

이렇게 지우지 못해 가슴만 더욱 저려 오지만
어쩜 그렇게 기다리겠지 아직 난 흐리니까

( 이렇게 태양을 피하지 못하고 떠나서, 많이 아쉽지만..

어쩜 난 내가 내릴 수 있기를 기다릴 거야. 저 먼 하늘은, 아직도 흐리니까. )
( 너 없는 세상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야 해서,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저려와.
하지만 어쩌면..난 널 계속 기다릴 거야. 저 먼 세상엔 아직도 네가 있을 테니까. )

 

- 지우지 못해 가슴이 저려온다는 말은, 그 사람을 미처 잊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건지 알았다.

그런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세상에 밀려, 무심한 하늘에 밀려 떠나면서

그 사람과 세상을 지우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건 좀 아닌데.

 

그래서 잊어야하는 대상 대신 잊음을 자꾸 재촉하는 야속한 것들을 지우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첫 기다림이 죽을 만큼 힘든 것도 아닌데, 세상을 향한 첫 발 걸음이 그렇게 고된 것도 아닌데..

 

자신보다 큰 하늘과 세상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는 다시 한 번 이 순간을 기약한다.

다시 또 오리라고. 다시 또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또 여기가 막힌다. '나'는 도대체 누굴까.

정말, 단순히 '나'일까?

 

'흐리다'는 말은 강함을 뜻하지 않고, 오래됨을 뜻하지도 않는다.

강하지도 않고, 오래되지도 않은 주제에 감히 다음을 기약하다니.

이건 배짱이 세도 너무 세다. 그래, 이건 단순한 '나'가 아니야.

 

'나'는, 화자와 여우비가 이기지 못한 대상이다.

곧 자신을 이 곳에서 감춰버릴, 너무 큰, 그래서 두려운 존재.

진짜 나 대신 나를 대변해버릴 큰 존재.

감히 지금을 논하지는 못한다. 저렇게 햇빛이 쨍쨍하고 사람들이 드센데.

 

그래서 나와 여우비는 동시에 먼 미래를 기약한다.

더 이상 약한 내가 아니기를.

더 이상 '여우비'가 아니기를.

 

 


 

아직 난 흐리니까
( 저 먼 하늘은, 아직도 흐리니까. )
( 저 먼 세상엔, 아직도 네가 있을 테니까.)
 

- 강조. 또 강조.

다시 돌아올 거라고, 계속 계속 되뇌인다.

 

 

 

(Narration) 맑은 하늘에 한방울 한방울 난 울기 시작합니다
( 맑은 하늘에..한 방울, 한 방울..내가 내리고 있어. )
( 너 없는 세상에 다시 한 걸음, 한 걸음..널 기다리고 있어. )

 

- 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왔다. 하늘이 미처 흐려지기도 전에.

세상이 자신의 기다림을 허락해주기도 전에.

 

금세 또 가려지고 감추어질 지라도, 기다린다.

 

 

 

 

 

 

 

 

 

 

 

 

이 노래에서 '맑은 하늘'은 걸림돌이 되고,

남들에게 밝고 따뜻한 태양은, 화자에겐 야속한 세상이 되어 버린다.

비에겐 맑은 하늘과 태양 만큼 무서울 것이 없을 테니까.

 

세상에 치여 기다림을 그만 두게 되더라도, 그는 결국 돌아온다.

처음이라 쉽게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향해.

끝나지 않을 기다림을 향해.

l******7 2009.06.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