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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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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선생의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워낙 많은 연구와 결과를 내놓으시는 분이라, 모든 저작을 다 섭렵할 수는 없었지만 주선생의 연구서들은 우리네 생활의 비밀들을 "아하 그랬었구나"라는 해답이 나오게끔 설명해주시기 때문이다. 굳이 ''분석''이라는 사회과학적 단어 대신 ''설명''이라는 교과서적 단어를 선택한 것은 주강현 선생의 한 시기가 정식 인류학이나, 사회학, 혹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 내용보기
주강현 선생의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워낙 많은 연구와 결과를 내놓으시는 분이라, 모든 저작을 다 섭렵할 수는 없었지만 주선생의 연구서들은 우리네 생활의 비밀들을 "아하 그랬었구나"라는 해답이 나오게끔 설명해주시기 때문이다. 굳이 ''분석''이라는 사회과학적 단어 대신 ''설명''이라는 교과서적 단어를 선택한 것은 주강현 선생의 한 시기가 정식 인류학이나, 사회학, 혹은 문화분석학의 영역이 아닌 우리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기에 관한 명상의 완결 편 같은 관해기는 남해와 서해 동해바다를 두류섭렵하고 있다. 지난 여름 강가에 나갔다가 어줍잖은 동작으로 무릎을 가볍게 다쳤는데도 1주일의 병원신세와 1주일의 병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관해기를 만났다. 관해기는 소외되어온 갯것에 대한 기록이다. 학창시절 섬에서 대처로 유학을 온 반 친구들에게 "야 너네집 바다에서 가깝나? 배도 있어? "라고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며 물었는데 "아니 우리는 섬에서 살아도 농사짓거든"하는 퉁명한 답이 왜 나오는지를 안 것은 한 참이 지나 나이가 들고여서였다. 갯것은 비리고, 힘들고, 천하고, 더러워서 누구도 쉽게 고기를 잡는 어부의 삶, 갯벌에서 삶을 캐는 어촌의 삶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이다. 관해기는 이런 관점에서 갯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바다, 잊혀진 바다를 문헌과, 현장의 어부, 학자, 수산업 종사자 등 다양한 ''바다관계자''를 인터뷰 하고 그들의 언어를 채록하여 정리했다. 주강현선생의 발품이나, 취재노트는 엄청나게 풍부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대궁이만 책에 사용되었을 것이니 그 수고가 어땠을 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저작의 연작성 때문인지 조기나 독살의 경우 전작들과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편인 동해바다를 읽어보지 않고, "아 삼척 남근당 이야기가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래서 좀 실망이었다. 물론 삼척 남근당 얘기는 동해를 이야기할 때 감히 빠트릴 수 없는 소재이기는 했지만, 동해의 어부와 석호, 속초의 아바이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애착이 가고, 정겨웠던 것은 독자의 욕심이었을까... 다작이라고 은근히 흉도 보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것은, 주강현 선생의 다작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자료, 발로 뛰는 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생생한 언어로 표현되는, 그렇지만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찾아들어가는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고, 주강현식 문화해석의 틀이 마련되어, 민중과 국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작들이 더 나오길 기대한다. 다만, 민족과 영토 국토라는 ''애국'' 개념에서 한 층 진일보 하여, 생명과 생태 환경에 대한 지평이 확대되시길 기대한다. 바다가 보이는 숲자리에서 또 한번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물고기에게도 숲이 필요하다. 물고기에게도 바다숲은 서식처, 안식처이다. 집이다.
d*****i 2006.11.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