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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인 미디어 민주주의선터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셸던 램튼과 존 스토버가 쓴 “거짓나침반”에는 ‘거대기업과 전문가들은 어떻게 정보를 조작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즉 대중의 여론을 조작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기법을 소개하여 이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옮긴이가 후기에 요약해둔 이 책의 줄기를 소개합니다. “제1부 기만의 시대에서는 홍보회사와 기업들이 어떻게 우리의 실재를 다시 만들고, 우리의 동의를 조작하며, 우리의 돈을 갈취하고, 나아가 우리의 삶까지 바꾸어 버리는지 소름끼칠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제2부 위험한 사업에서는 이윤추구를 제1의 목표로 하는 기업의 산업활동이 ‘민주주의’와 ‘정의’의 원리를 배신하면서 공동체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고 그 미래까지도 저당 잡으려는 과정을 폭로한다. 특히, 사전예방대책과 관련된 6장의 논의를 독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3부 전문지식산업에서느느 과학과 기술이 기업의 구미에 맞게 악용되는 사례들을 검토한다.” 프로이드의 조카인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1920년대에 ‘홍보’를 과학으로 발전시킨 홍보의 귀재라고 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귀스타브 르 봉의 사상에서 착안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르 봉은 “군중은 합리적 주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이다. 군중은 오직 정서적 호소에만 반응하며 생각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군중을 이끄는데 흥미를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논리가 아니라 무의식적 동기에 호소해야만 한다.”라고 설파하였다고 합니다. 기획하고 있는 책을 쓰는데 참고하기 위하여 읽은 책인데 2008년 우리나라에 몰아치고 있는 광우병 열풍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광우병사태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은 진실이기 때문에 내 의견과 다른 사람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언어적 폭력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존 스캔론의 다음 말을 참고할만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언제나 진실을 따릅니다. 그러나 진실은 자주, 당신도 알다시피, 고정되어 있지 않기 십상입니다. 유동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도 막상 우리가 바라보면 진실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뜯어보고 뒤집어 보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말입니다. 우리가 누구의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건가요? 당신의 진실입니까? 아니면 나의 진실입니까?” 위해성평가라는 분야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폐기물, 재조합DNA, 식품첨가물 등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위험요소들이 ‘얼마나 안전해야 충분히 안전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주는 학문입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따른 위해성을 확률로 인용하는 과정에서 확률이 1억분의 1이라고 할지라도 용인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위해성평가는 활용이 가능한 과학적 증거들을 분석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합리적 근거를 찾으려는 정직한 노력이다.”라고 피터 몬태그는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거나 단순히 위험하지 않다는 것으로 판명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안전한 것으로 입증될 때까지 외인성물질을 항상 거부하는 <예방 원리>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에 유럽이 광우병의 공포로 뒤덮였을 때 정책결정에 예방원리가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만, 이런 경향은 분별있는 과학보다는 개인의 의견, 공포, 풍자에 기초하여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방원리는 때로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과학의 진실성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한다. 2) 가설을 세워 그 현상과, 그것이 이미 알려진 다름 사실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설명하려고 시도해본다. 여기에는 대개 수학공식이 동원된다. 3) 가설을 확용해 예측한다. 4) 실험이나 추가적인 관찰활동을 통해 그런 예측들을 점검하고 맞는지 확인한다. 5) 예측이 틀렸으면 가설을 폐기하거나 변경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에도 맹점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리학자 프랭크 울프스는 “과학종사자들이 능동적으로 실험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는 곳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편견이 쉽게 제거된다. 다른 편견을 가진 다른 과학자들이 실험을 재현해 검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검증하는 작업을 과학자들에게 맡겨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거 때는 모두 선거전문가가 되고, 지난 번 황우석교수 사태 때는 모두 줄기세포전문가가 되었다는 우스개처럼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전세계적으로 프라이온에 대한 전문지식수준이 가장 높은 국민이 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은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정 업체의 지원을 받아 의도적인 결과를 발표하거나,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숨기는 사례 등이 있습니다. 옛날에도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였습니다만, 최근상황은 더 심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홍보전문가인 필 레슬리의 이야기입니다. “주장들이 양쪽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평범한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대중이 느끼는 생각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심하게 될 것이고 행동에 나설 동기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대중이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출처를 바탕으로 균형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단이 필요하다.” 2008년 광우병사태에서는 역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토론회 등을 통하여 정제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대중에 전달되어 일반인들에게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토론회 등을 통하여 견해가 조정된 사실마저도 위험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사태를 증폭시켰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실들이 정리될 것입니다. 누가 어떤 주장을 했고 그 이유와 결과가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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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이나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불안감은 일파만파로 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불안감에 떠는 사람들이 신문 전반에 보도될 즈음, 조금씩 '신중론'이 나온다. 위험성이 완벽하게 입증된 건 아니라고, 일단 두고 보자고, 괜히 왈가왈부 떠들 필요 없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대개 이런 불안감은 가라앉는다.
그런데 이런 '신중론'은, 순수한 민의에서 비롯되고 파급되는 것일까?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문구는 바로 이 대목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물질은 위험성이 입증되면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면 잠재적 위해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 이 대목을 읽고 그야말로 무릎을 쳤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 반대로 행동한다.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기업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 있다면, 엄격한 절차를 내세우면서 무언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는 점이었다. 주목해야 할 연구결과나 견해를 발표하는데, 단순히 엄격한 절차를 다소 거스렸다면서 연구 자체가 무가치하다고 매도하는 사람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위험한 일도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밖에 없다. 삼풍백화점 사고로 500명 넘는 사람이 죽었는데, 전 국민의 0.001%를 조금 넘는 수의 사람이 한꺼번에 죽은 것 같고 왜 호들갑이야!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많은데 말이지.'라고 이야기하는 격이다. 단일 대형사고를 예로 드니 무리한 비유처럼 보이지만, 이걸 이런저런 위험물질 등으로 바꾸어 보라.
언젠가 불소를 수돗물에 넣을지 말지의 문제를 가지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이 때 반대측에서 내세운 논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독인지 약인지 모르는 물질을 무조건 섭취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겁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기업들은 여기에서 한 술 더 떠, 독이라고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면 무해한 것으로 간주하라고 한다. 오히려 해롭지도 않은 것이라며 섭취, 즉 '소비'를 권장하기도 한다. 박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폐기물은 사람의 몸에 좋다고 말하는 표지의 캐리커처는 그야말로 이 책의 내용 자체를 응축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사례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비단 미국의 기업만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여기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럴 것 같지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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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와 정부 각종 권력기관에서 홍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보 조작의 실상을 자세히 파헤쳤다. 유전자 조작 물질의 위험성, 신기술 도입에서 안전 원리의 필요성, 중립을 위장한 기업 홍보, 전문가 집단에 대한 매수 등 일반 시민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잘 다루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기업가는 다 악덕자본가인듯이 그려져 있는 점은 걸린다. 시장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 경시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내용이 길고 지루한 점도 마이너스.
이 책에서 소개된 기업이 전형적으로 써먹는 단계적 방어술의 예 석면은 당신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그렇다 치자. 렇다고 암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 치자. 우리 회사의 석면은 안 그렇다. 그렇다 치자. 이 사람이 걸린 암하고는 상관 없다. 그렇다 치자. 이 사람이 노출된 양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 정도 수준이면 암을 불러일으킨다 치자. 하지만 이 사람의 암은 흡연 같은 다른 원인 때문이다. 그렇다 치자. 당시에는 우리도 그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 치자. 규제법령은 이미 만기가 되었다. 유효하다 치자. 유죄라면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다. 그러면 모두의 상태가 악화될 것이다. 그 사업에서 손 떼겠다. 회사의 일부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책임도 탕감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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