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사에 대한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사회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적잖게 출간되고 있는 듯 하다. 거대 담론을 다루고 있는 기존의 역사책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이런 미시사들은 소외되어 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높게 평가할 만하다. 미시사를 다룬 책들을 보면서 늘 한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미시사의 등장이 환영받을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국내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주로 서양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의 과거가 별볼일 없기 때문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국내의 미시사 연구보다는 서양의 미시사를 국내에 번역 소개하는 가장 이유는 아마도 미시사 연구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미시사 연구는 이른바 ‘노가다’라고 해야 할 정도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생각은 있어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와 함께 국내의 미시사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지식사회의 서구 편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과 쌀과의 관계를 탐구한 이 책 ‘쌀밥전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인에게 쌀은 공기와 물 같은 존재다. 평소 우리가 그 중요성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 쌀이 현재 소비량 감소와 시장 개방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려 안락사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책은 쌀과 한국인의 관계를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먼지가 켜켜이 내려앉은 자료와 싸움을 벌였을 지은이의 모습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젠 기억 속에만 있는, 과거의 추억을 들추어 보도록 한 것도 이 책의 미덕이었다. 60년대나 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8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에게도 혼분식 운동은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학교에서 혼식을 강요했는지,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경제성장의 풍요 속에서 성장한 탓에, 쌀을 거리낌없이 천대하는 아이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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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이 나라의 쌀에 대한 풍속사 같은 책.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좀 한 맺힌 듯한 정서는, 이 나라의 농민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것.
개인적으로는 곧 우리쌀 수요는 더 늘고 쌀값도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맛있는 밥'을 잊은지 오래된 이 민족이지만 우리 유전자 속에 그 맛을 느끼는 감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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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과 쌀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는 쌀의 문화사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다방면의 다앙한 정보를 종합하여 한국 근대사에서 쌀이 차지했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책의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책의 크기도 포켓북 크기 정도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짬짬이 읽어 나갈 수 있는 부담없는 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근래까지만 하더라도 식량이 국가간의 위협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른바 '식량안보론'에 꽤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타격을 입힌 국제 곡물가의 급등사태를 보면서 솔직히 조금 놀랐고 생각도 바뀌었다. 국제 곡물가의 급등은 적어도 세계 14개국 이상에서 폭동이 일어나거나 정권이 교체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는데, 한국은 비교적 별 탈없이 (자장면 및 여러 음식 값이 인상되었지만) 지나간 듯 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을 경제적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해지는 것 같다.
책의 저자는 머리말에서 '식량안보론' 정도가 아니라, 쌀 자체의 개념을 정신적 가치의 숭배대상으로까지 보고 있는데, 이런 오버가 일견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으나, 노인세대들의 가난했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현실감각 떨어지는 사고방식에 대해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문제 인식의 관점은 적확하다고 생각된다.
책내용과 약간 동떨어지는 이야기가 길었는데, 책 자체는 광범위한 자료의 수집을 통해 재미있는 미시사를 전개하고 있다. 과거 쌀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한 비중이 어느정도인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하지만 그 내용은 짧고 일제시대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진행되어 김영삼 정부의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각종 쌀브랜드의 난립과, 서구화된 식생활의 영향으로 인한 쌀소비 감소까지 내용이 전개된다.
책 안에는 주석이 잘 달려 있고 워낙 자료를 잘 수집해서 그런지 쌀에 관해 재미있는 각종 트리비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p56-57
마치 '우리에게 빵을 달라'고 외쳤던 프랑스 국민의 절규에 대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던 마리 앙트와네트의 유명한 일화(실제 저런 발언을 했는지는 미지)를 연상케 한다. 아니, 밀값이 폭등하자 이명박의 '밀값이 오르면 쌀을 먹으면 되지'(쌀값이 밀값보다 훨씬 비싸다)라는 무뇌적 발언을 연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이 밖에 놀라운 사실들이 많은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쥐잡기 포스터와 관련된 일화도 눈에 보인다. p130
쥐털로 만든 옷을 입는 느낌은 어떨까? ㅎㅎㅎㅎ
이 밖에도 수많은 놀랍고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있는데, 책 리뷰때 소개하려고 페이지 마커는 많이 붙여놨지만, 키보드로 쳐야 될 내용이 너무 많아 이만 줄인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힘든 사건들이 격변하는 한국 사회의 흐름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해줄 뿐이다.
격동의 한국사와 더불어 흘러온 쌀의 문화사를 통해 재미도 있고, 다른 각도의 미시사적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한 번 투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한 번 꼭 사서 읽어보시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