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단숨에 읽었다. 단숨에 읽은 것은 문체가 쉽고 간결해서기도 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해 준, 주인공 준하의 심리가 흥미로워서 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소설을 건네 준 내 까마득한 후배(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직도 20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는 준하의 심리에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소설이나 시 중에, 간혹 예전에는 별 감명없이 읽었던 책도, 몇 년 후가 되면 당시는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서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는 "위대한 갯츠비"가 그랬고, "설국"이 그랬다.
아마도 이 책 "매혹"도 내가 20대라면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 준하의 심리를 따라가지 못했으리라.
일단 작가의 신선하고 새로운 문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미사여구를 한껏 배제하고, 직설적인 성적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맘껏 상상하게 하는 재주를 보여 주었다. 플롯은 단순하지만, 소설 끝까지 단조로움을 느끼지 않고 읽었다.
소설의 결론은 이미 소설 중반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여주인공 유나의 캐릭터상, 그녀는 그런 식으로 준하에게 이별을 고했을 인물이다. 해피앤딩이 나올 수 없는 캐릭터다. 앙증맞고 귀엽고 일견 성숙하기도 하지만, 애정의 줄다리기에서는 남성들을 애태우게 하는 천연덕스럽고 고양이같은 성격을 지녔다. 흔하지 않은 여주인공이지만, 준하의 비극을 부추키는데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작가가 이런 부류의 캐릭터에 익숙한지, 아니면 일부러 결말을 염두에 두고 이런 캐릭터를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준하의 비극적인 처리가 가슴에 남는다. 유나를 떠나보내고, 거리를 걷다가 핍쇼를 하는 곳에 들어가서 창녀(?)의 육체와 미소가 아름답다고 자신에게 가식적으로 중얼거리는 부분이 가슴 속에 오래 남는다.
준하의 허무와 심리를 공감하지 못하면, 소설의 결말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어떤 독자는 하이틴로맨스라고 했지만, 나는 그 독자가 앞으로 몇 년 후에 "매혹"을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은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 그때 가서는 아스라히 당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생을 조금 많이 살아본, 문학도 웬만큼 알고, 하이틴이니 삼류니 하는 분간도 웬만큼 할 수 있는 내가, 겸허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오히려 이 소설이 제목만 보고 삼류 하이틴로맨스로 비칠까봐 안타깝다.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몰두하려고 노력했어.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퇴폐적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육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친밀함이 빠져나간 저 묘한 눈빛, 하지만 나는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그녀의 눈빛이 좋앗고, 질질 끄는 듯한 교태섞인 목소리도 나를 위로해 준다고 생각했지. 나는 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유나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면, 슬픈 자괴감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어. |
| 아래, 많은 분들이 악평을 했는데, 작가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하고 싶지 않다. 구성도 괜찮고 문체도 괜찮다. 다만, 내용의 설득력이 문제인데, 중년의 교수가 제자와 시작되는 부분이 설득력이 없다. 어떤 계기도 없이 남녀 주인공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한다는 인상이 깊다. 그래서 아마도 다른 부분까지 매도 당하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괜찮은 이야기고,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이름만으로 상황이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 보통 사랑 소설로 시작하는 듯 싶더니, 끝내 불륜으로 떨어지는 상황도 조금은 마음에 안든다. 그러나 한번쯤은 읽어 볼 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
| 이곳과 또 다른 사이트 A에서 완전히 다른 서평들을 읽었습니다.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혹평을 하신 님(그 님이 별하나 주신 님 맞으실 것 같은데...)과 별 네개 다섯개 팍팍 쏘신 님들의 어투 자체가 너무나 달라보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궁금해서 달려가 '서점에 선 채로 다 읽은' 저는 별 두개 반을 주고 싶었으나 두개 반이 없어서 두개로 마무리합니다. 이 책은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사강이, 어느 페이지에서는 하루키가, 어느 페이지에서는 무라카미 류가 어느 페이지에서는 조금 가벼운 구미의 번역투가... 조금씩 묻어나면서 나름대로 독자를 흡인하는 힘이 있습니다. 조금은 자극적인 내용이 그러하고 가볍고 쉬운 문체가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통신이나 인터넷에 조금 줄인 시리즈로 누군가가 올려놓아도 많은 답변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내내, 마음에 남아 오래오래... 그 울림을 다시 한번 꺼내보고 또 다른 의미로 곱씹어보는 그런 책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책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분명히 이런 책들도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장정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그랬습니다. ps. 다 읽는데 15분 걸렸습니다. 그래서 관계자 분들이나 이 책이 좋으셨던 분들은 '그따위로 읽고 네가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흡인성과 쉬운 스토리, 길지 않은 분량과 함께 분명, 행간을, 단어 사이를, 페이지를 넘기며 흡, 하고 숨을 들이쉬어야 하는 그런 이유가 없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
| 책표지 디자인, 저자 약력등의 이미지로 광고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보려는 출판사들이 많아진다. 그래도, 저자가 철학을 전공했다길래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샀는데... 역시나 그런 류의 책중의 하나였다는 책값아깝다는 씁쓸함만 남았다. 자신의 대학생활, 미국유학생활에서 얻은 다양한 소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여제자와 교수의 사랑이라는 하이틴로맨스적 감성이상의 어떤 깊이도 보이지않는다. 책을 안 읽는다고 한탄들하지만...이렇게 겉포장만 그럴듯하게해서 시간 쪼개 책 좀 읽어보려는 독자를 끌어들인다는게 결국은 점점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걸 출판업자들은 모를까.?.. 사재기하듯 인터넷서점에는 출판사측에서도 독자서평을 많이 올린다고 하더군요. 어이없는 별다섯개가 어느 사이트에 있길래 읽었다가 너무 화가나서 제가 별 하나 올렸더니 그 뒤로 네 다섯개의 서평을 다시 별다섯개로 올려놓더군요. 아무리봐도 그 화려한 수사가 출판사 직원을 동원한걸로 밖에 생각이 안되어서 더 화가 났읍니다. 전 정말 이 출판사의 경쟁사 직원도 아니고 순수독자인데.. 세상에나 순수 독자의 서평에 이렇게 맹공격을 하다니... 여기도 한번 다시 그렇게 되나 보겠읍니다. |
| 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매혹'되어 자신을 내던지며 애정 행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교수는 당연히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교수를 유혹해서 놀다가 홀연히 떠나버리는 유나는 물론 사랑이 아닌듯하다. 그렇다고 결혼해서 살고 있는 미국까지 따라온 교수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열렬히 반응하며 남편이 출장간 사이를 즐긴다. 교수는 유나의 남자관계를 여러가지 방면으로 의심하면서도 그녀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빌뿐이다. 결국 유나는 교수에게 오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저버리고 다시 영국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떠난다. 교수에게는 편지만을 남긴채... 그녀에 의해 이미 정신적으로 황폐화된 교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성적으로 분방한 여자에게 농락당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이 모두 교수가 자신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유나와의 성적인 접촉과 분위기 등을 상세하게 묘사한 것이 낯뜨겁다. 사실 진짜 편지라면 그렇게 쓸 수 있겠는가? 어쩌면 작가가 형식을 잘못 택한 것일수도. 이 소설의 제목인 '매혹'은 성적인 '매혹'에 불과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