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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햇살이 눈부시고 레모네이드는 달콤했으리라!
"햇살이 눈부시고 레모네이드는 달콤했으리라!" 내용보기
강이 흐른다. 강은 굽이굽이 돌아 다시 떠나 온 곳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강처럼 흐른다. 그렇게 우리도 떠난다. 유년의 기억 그 뜰에서, 소녀의 감성적 기쁨에서, 세월의 강을 따라 흐르다 다시 어느 날 떠나온 곳에 돌아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때 묻지 않은 발랄함을 가진 소녀다. 자물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과 소중
"햇살이 눈부시고 레모네이드는 달콤했으리라!" 내용보기
강이 흐른다. 강은 굽이굽이 돌아 다시 떠나 온 곳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강처럼 흐른다. 그렇게 우리도 떠난다. 유년의 기억 그 뜰에서, 소녀의 감성적 기쁨에서, 세월의 강을 따라 흐르다 다시 어느 날 떠나온 곳에 돌아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때 묻지 않은 발랄함을 가진 소녀다. 자물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과 소중한 친구와 동경하는 선배에 대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소녀. 하지만 그 소녀 주변에는 그녀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또래가 없다. 그래서 그녀의 순수함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녀시절도 막을 내리게 되어 있다. 그것은 더 이상 강가의 나무에 그네가 매달려 있지 않은 것과 같다. 세월의 어쩔 수 없음과 그녀의 순수함을 깨트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하니까. 또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요시노다. 단짝 친구가 있는 그녀는 하급생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친구는 족쇄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같이 다닌다. 그녀는 다 컸기 때문에 꼭 좋아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녀의 그림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낸다. 그녀는 소중한 것을 잃은 뒤 그 소중한 것을 품을 수 있게 된다. 가끔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두 소녀와는 다른 제 삼자, 완벽한 타인으로 등장하는 마오코는 자신의 감정을 잘 안다. 그녀는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세상을 달관한 듯, 어른이 소녀의 모습을 한 듯 보여 지지만 그런 소녀도 있는 법이다. 그것도 소녀의 한 모습이다. 그리고 어쩜 우리 주변에는 이런 소녀가 의외로 많을지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소년 둘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가즈미라는 소녀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보여준다. 그녀로 인해 그들은 유년의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린다. 개망초 핀 강가의 나무에 매어 놓은 그네에서 그네를 타던 기억, 폭풍우 치던 밤 떨며 자던 기억, 강가를 떠내려 간 배와 그 안에서 살해당한 가즈미의 엄마와 커다란 개와 음악당 사다리에서 떨어진 소녀에 대해서.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 볼 것인가 보다 이 작품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내게도 있었던 봉인된 유년의 기억을 꺼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게도 마리코와 같은 일기장이 있었다. 자물쇠가 앙증맞아서 샀던 일기장. 사 놓고 몇 장 쓰지도 않았으면서 항상 잠가 놓고 다녔던 일기장. 소녀 시절의 기억은 그 일기장과도 같다. 거창할 것 같아 뒤져보면 별 거 없고 그러면서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아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시절.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각색되고 바래지고 퇴색되어 지거나 더욱 더 선명해지고 살이 붙어 실제의 형체를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유년의 기억, 소녀 시절의 기억, 십대의 기억을 잊으려 애쓰면서도 다시 더듬게 되는 것은 이 작품에서와 같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스라함 때문이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만날지도 모른다. 그때 부디 좋은 기억만을 풀어 놓기를... 나쁜 기억일랑 강물에 던져버리고... 누구도 사실을, 그 시절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멀리 떠내려간 쪽배처럼... 마지막까지 독자를 끌었다 놨다 하는 힘이 대단하다. 무심해 질만 하면 툭 건드리고 떨어 질만 하면 다시 올려놓고 그 강가의 그네가 보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 그네를 탈 수 있을 것처럼 유혹한다. 햇살이 눈부시고 레모네이드는 달콤했으리라. 그리고 강은 말없이 흐르고 아마도 책장을 덮고서도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개망초 향기를 맡으며 누군가에게, 그 누군가에게 미소 짓고 있으리라. 그 시절의 나도 이렇게 사랑스러웠으리라...

[인상깊은구절]
32p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면 그걸 보고 있던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법이다. 멋진 일에 가슴이 설렐 때면 반드시 누군가가 ''그따위 시시한 것'' 하고 속삭인다. 그렇게 해서 까치발을 하다가 주저앉고 손을 내밀다가 뒤로 빼고 조금씩 뭔가를 포기하고 뭔가 조금씩 차갑게 굳어가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특별한 생물''이 될 것이다. 89p "진실? 그런 게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진실, 이 말을 입에 담은 순간 그 말이 갖는 허구의 맹독으로 혀가 썩기 시작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밖에 믿지 못합니다. 아니, 믿고 싶은 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d*****g 2006.08.05. 신고 공감 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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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of girls facing their destinies''
"''A story of girls facing their destinies''" 내용보기
예전에 만화 를 열심히 볼 적 늘 설레이던 점이 하나 있었다. 일단 겉표지도 마음에 들지만, 겉표지를 살짝 들춰보면 안에 작가의 기발함으로 내 예상을 뛰어넘는 다른 그림이 나오는 속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책을 볼 때 디자인도 중요한가? 그렇다. 나는 디자인이 좋은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의 표지는 흰색인데, 부제처럼 ''A story of girls facing their destinies''라고 붙어있고
"''A story of girls facing their destinies''" 내용보기
예전에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열심히 볼 적 늘 설레이던 점이 하나 있었다. 일단 겉표지도 마음에 들지만, 겉표지를 살짝 들춰보면 안에 작가의 기발함으로 내 예상을 뛰어넘는 다른 그림이 나오는 속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책을 볼 때 디자인도 중요한가? 그렇다. 나는 디자인이 좋은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의 표지는 흰색인데, 부제처럼 ''A story of girls facing their destinies''라고 붙어있고 긴머리를 날리며 걷는 가냘픈 어깨의 소녀들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속표지이다. 시원한 청록색과 안에 그려져있는 삽화는 잡은 손을 꼭 거머쥐기에 충분했다. <밤의 피크닉="">이라는 그 유명한 소설을 읽지 못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읽을 책은 너무도 많았음이 핑계 아닌 핑계일까. 나는 단지 그 소설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탈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라고 많이 회자되는 것을 들으며, ''온다 리쿠''라는 사람을 뇌리에 겨우 인식시키고 넘어간 정도였을 뿐이다. 또 하나, 판타지와 스릴러, 장르를 마구 넘나든다는 얘기도 들으며 ''요새 일본작가들, 전천후인가 보네.''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를 읽으면서, 나는 소설의 ''정체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체 불분명이라고 혹자는 비난의 표창을 날릴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소설이 미숫가루와 팥과 우유를 간 얼음에 넣고 적절히 버무린 빙수같은 느낌이었다. 달콤하지만 갈증을 일으키는 성장소설 같은 느낌과 목이 막히지만 담백하고 서늘한 미스터리 같은 느낌을 동시에 불러오는 소설이다. 또 동시에 삶을 관조하는 자세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의 면면이 이채로웠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무래도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완벽한 캐릭터에 신비감을 자아내며 시종일관 그에 대해 서술되는 부분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장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우리도 중심에서 혹은 주변에서 겪었듯, 중고등학교 시절 여학생들의 정서는 끔찍이 민감하고 경도된 채로 부풀려진 구석이 많아, 특정 인물에 대한 숭배까지 이르는 경우를 봐왔으니까 말이다. 온다리쿠는 이러한 정서와 소년소녀들 특유의 불안한 성정을 장마다 화자를 바꾸어 서술하며 꽤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스릴러적인 측면도 흥미로웠다. 소설은 고등학생들의 9일 동안의 합숙훈련에서 일어났던 일을 서술하고 있는데, 시종일관 인물들의 포커페이스와 밀고 당기는 심리가 탄력있게 묘사되어 긴장감을 준다. 처음의 의도적인 접근부터 마지막의 반전까지. 만화나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의 경우에는 흐억,하고 놀랄 정도의 스토리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하고 무겁게 이끌어내는 바랜 기억의 편린들이 녹록치 않게 도사리고 있다. 처음 접한 온다 리쿠.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면은 사실, 스릴러도 미스터리도 성장소설의 측면도 아니다. 그녀가 문득문득 내뱉는 삶과 현상들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나 관조적 태도가 독창적인 데다가, 공감하는 부분이 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여성 작가가 가지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무장했다기 보다는 다분히 그런 요소들을 살려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볍거나 징징거리지 않는, 좀 더 깊은 삶의 성찰과 세계관이 담겨져 있다. 잡은 손을 좀처럼 놓지 않게 되는 매력이 있으니, 그녀의 이름을 믿고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가스미를 바라보았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그녀의 중심을, 그녀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네가 그린 그림을 보면 그애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도 같아서. 어제 쓰키히코는 그렇게 말했다. 쓰키히코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동경의 대상이었던 이모,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던 이모인가? 나는 조용히 가스미를 바라보았다. 이미 내가 아니라 이미지를 좇는 누군가가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거기 앉아 있었다. 검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이 검은 원피스와 잘 어울려 그림자 놀이의 형상처럼 보인다. 이 세상에 그녀와 나 단둘만 있는 듯했다. 그리는 자와 그려지는 자. 이 순간 세상은 우리뿐이었다. 모든 생물은 죽고 없고 세상은 황량한 폐허가 되어 있다. 거기에 살아남은 두 사람. 나는 열심히 그녀의 이미지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녀의 중심을. 그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그녀의 핵심을. 한시라도 빨리 그림 속에 이미지를 앉혀야 한다. 내 손이 미친 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 같았다. 그녀는 아름답고도 무서웠다. 그리고 나의 이해를 초월해 있었다. 지금이라면 천사를 그릴 수도 있을 것같다. 지금 여기 있는 너무나 사악하고 아름다운 것을 넘어 ''정말로'' 보이는 존재. 하얗고 큰 날개가 달린, 그야말로 숭고한 천사를. 그렇다 나는 항상 보고 있었다. ''탑이 있는 집'' 꼭대기에서 이 집에 사는 가스미를. 그리고 그녀와 나는 ''탑이 있는 집'' 꼭대기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말없이 그녀의 집을 보았다. 지금 그녀의 방. 예전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연인들과 정사를 벌였던 침실을. 인간이란, 남자와 여자란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존재인가. 우리는 그해 여름 조용한 오후에 가스미의 어머니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그들은 서로의 몸에 매달리면서도 깊이 증오하고 서로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w*******r 2006.08.0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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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라는 생물이 자라는 시간
"소녀라는 생물이 자라는 시간" 내용보기
굽이치는 강가에서 ㅡ 온다 리쿠 ,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ㅡ 시작하면서 , pm 8: 02' ~ pm 8 : 47 'ㅡ우리는 열린 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에서 마주보고 서 있는 듯 , 서로의 선택에 경멸과도 비슷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 그러니까 우리는 상대가 있는 곳에 경의를 보내면서도 틈만 있으면 상대를 자기쪽으로 끌어들이려고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ㅡ본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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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ㅡ 온다 리쿠 ,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시작하면서 , pm 8: 02' ~ pm 8 : 47 '

우리는 열린 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에서 마주보고 서 있는 듯 , 서로의 선택에 경멸과도 비슷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 그러니까 우리는 상대가 있는 곳에 경의를 보내면서도 틈만 있으면 상대를 자기쪽으로 끌어들이려고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
ㅡ본문 20 쪽 ㅡ

대게 같은 또래의 예쁜 여자애 둘이 있으면 자연히 타산적이 되는 거야 . 서로의 존재가치를 높이려고 상대를 이용하는 게 당연하지 .
ㅡ본문 21 쪽 ㅡ

 

이런 식으로 인생은 흘러갈 것이다 .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 분수의 물방울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면 그걸 보고 있던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법이다 . 멋진 일에 가슴이 설렐 때면 반드시 누군가가 ' 그따위 시시한 것 '  하고 속삭인다 . 그렇게 해서 까치발을 하다가 주저앉고 손을 내밀다가 뒤로 빼고 조금씩 뭔가를 포기하고 뭔가 조금씩 차갑게 굳어가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 특별한 생물 ' 이 될 것이다 .
ㅡ본문 32 쪽 ㅡ

 

이 세상에 괴물은 많지만 천사는 없다 . 생각해보면 천사도 괴물의 일종일 것 같다 . 날개가 돋은 양성구유의 생물 . 길을 가다가 그런 생물을 맞닥뜨린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반가워하기는 커녕 혼비백산해서 도망칠 것이다 .
천사 . 아마 실제로 맞닥뜨린다면 분명히 기분 나쁜 생물일것이다 .
본질을 파악하라고 선생님은 말한다 . 정말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 본 대로만 그리려 할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나름의 표현으로 승화시키라고 , 얼마나 그럴듯한 조언인가 .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 어떻게든 우리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는 그럴듯한 조언 .
이 말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면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면 된다 .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단지 진부한 모방이나 대상에 대한 모욕이 되는 경우도 있다 . 그래서 화가들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온 것이다 .
옛날 화가들은 뭔가를 보면서 천사를 그렸다 . 뭔가의 뒤에 있는 천사 , 뭔가의 내면에 있는 천사를 . 아마도 그것은 엄청나게 사악한 것임에 틀림없다 . 그 역겨움 때문에 화가들은 있는 그대로 그것을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 상상을 뛰어 넘는 ,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굳이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켰다 .
ㅡ본문 111 , 112 쪽 ㅡ

 

" 세상에 신 따위는 없어 ."
그렇다 . 있다고 해도 진작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 나는 스윽스윽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뭐야 ? 설마 날 그리는 거야 ?"
" 응 ."
.
" 무서워서 싫어 ."
" 뭐가 무서워 ?"
" 그런 얼굴을 하고 저런 식으로 그리면 참을 수가 없어 . "
쓰키히코는 내 얼굴과 이젤 위에 있는 마리코의 그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 저런 식으로라니? "
" 왠지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다고 ."
ㅡ본문 129 쪽 ㅡ

 

음식을 먹는다는 건 때로 허망하고 부끄럽고 서글프다 . 사자처럼 한 번 먹으면 한 달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루에 몇 번 씩 배를 채우기 위해 어심없이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음식을 만들고 입을 벌려 음식을 넣고 우적우적 씹어야 하다니 ,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인가 .
더욱 서글픈 것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저절로 움직여 남김없이 음식을 집어먹고는 부른 배를 안고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 평소에 제아무리 점잔빼는 사람이라도 어차피 동물이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
ㅡ본문 152 , 153 쪽 ㅡ

 

인간이란 , 남자와 여자란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존재인가 .
우리는 그해 여름 조용한 오후에 가스미의 어머니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 그들이 서로의 몸에 매달리면서도 깊이 증오하고 서로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
ㅡ본문 173쪽 ㅡ

 

나는 지금 천사를 그리고 있다 .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 하지만 좋아할 수는 있다 .
ㅡ본문 174 쪽 ㅡ

 

" 안녕 ."
몸을 굽히면서 대꾸하고 그녀를 돌아본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뭔가가 한꺼번에 변하는 아침이 있다 . 거기엔 어제와는 다른 소녀가 있었다 .
지난번 내가 도화지 위에 묘사하려고 했던 불안이나 조바심은 어디에도 없었다 . 초연한 듯한 , 달관한 듯한 표정이 그녀의 윤곽을 강하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 어젯밤 그녀는 뭔가를 체념하고 뭔가를 봉인한 것이다 . 가스미와 둘이서 . 문득 몇 번씩 맛보던 쓸쓸함이 느껴졌다 . 마리코의 기적 같은 소녀 시절도 끝나가고 있었다 . 이제 곧 그녀 안의 소녀도 죽을 것이다 .
하지만 나는 아직은 소녀인 마리코를 그림으로 각인시켜놓았다 .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
ㅡ본문 195 쪽 ㅡ

 

이렇게 대꾸하면서 가스미를 보니 그녀 역시 달라져 있었다 . 그녀는 아름다웠다 . 정말로 아름답구나 , 생각했다 .
그때까지는 평행선을 달리던 그녀 안의 소녀와 여자가 하나가 된 것이다 . 나는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늘 그렇듯 멋지고 훌륭한 가스미 .
그녀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 그녀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 물론 나한테도 . 하지만 마리코는 그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다 . 지금의 가스미라면 순진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댈 수도 있을 것이다 .
고마워 , 마리코 . 쓸쓸함과 억울함을 씹어 삼키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

두 사람의 변화는 쓰키히코와 아키오미도 눈치챈 듯 아침식사 시간 내내 그들은 놀란 눈으로 두 소녀를 힐끔거리며 훔쳐보고 있었다 .
둘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상한 듯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
" 뭔가 달라졌어 ."
" 여자는 하룻밤 사이에도 변하나봐 ."
수군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우스웠다 . 왠지 나까지 유쾌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
ㅡ본문 196 쪽 ㅡ

 

나는 공감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 여자아이나 어른들이 괜히 히죽히죽 웃으며 맞장구치는 모습을 나는 항상 경멸을 담은 눈으로 본다 . 알지도 못하면서 왜 아는 척하는 거지 ? 왜  ' 날  이해해야 돼 ' 하며 공감을 강요하려는 거지 ?
물론 그래야 세상이 부드럽게 돌아 갈 것이다 . 그래서 나도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
ㅡ본문 210 쪽 ㅡ

 

정말 믿지 못하겠다면 자기가 믿지 않는다는 것조차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 그것이 진짜 ' 믿지 않는 것 ' 이다 .
ㅡ본문 214 쪽 ㅡ

 

" 하늘이 참 예뻐 ."
장례식장을 나와서 나란히 걷던 요시노가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나도 그녀를 따라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수많은 초록색 뼈 .
" 그 사람들 , 도대체 뭘 모르더군 . 믿을 수 없다니 . 이 무슨 비극이냐니 . "
요시노는 이마 위로 손그늘을 만들면서 작게 웃었다 .
" 가스미는 살아 있어 . 죽은 건 그 사람들이지 . "
ㅡ본문 222 쪽 ㅡ

 

사람의 마음은 잔혹하고 변덕스럽다 . 가스미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 지금에야 , 아니 없어졌기 때문에 비로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 만약 가스미가 살아 있다면 난 절대 내가 그녀를 동경하거나 질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 죽음은 모든 것을 용서하기도 한다 .
ㅡ본문 235 쪽 ㅡ

 

" 그래 , 우리는 모두 당사자니까 제삼자가 필요했어 ."
" 무엇 때문에요 ?"
" 글쎄 .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끝날 때는 지켜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 가까이에서 끝을 지켜봐줄 사람이 . "
" 끝이라니 , 가스미 선배가 죽은 일 말인가요 ? "
"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일의 끝 . "
ㅡ 본문 258 , 259 쪽 ㅡ

 

그건 나도 알고 있었다 . 확실히 나는 아빠를 좋아하지만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나는 엄마를 빼닮았으니까 . 그건 엄마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 엄마를 빼닮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괴로운 일이기도 했다 . 엄마의 마음은 내 마음이기도 하다 . 언젠가는 나도 엄마처럼 아빠를 망쳐버리고 물어뜯게 될 것이다 . 좋아하는 사람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을 망가뜨리는 수밖에 없다 .
ㅡ본문 300 쪽 ㅡ

 

 

《 소녀라는 생물이 자라는 시간 》

탄산 , 그리고  보드카가  들어간 경쾌하게 톡 쏘면서 시원하고 폐부 밑바닥부터 간질간질해지는  맥주가 간절하게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

 

아 , 내가 떨어진 나뭇잎 같아 . 뭐 그런 기분 ? 알까 ? 혼자 아무도 모르게 사뿐 떨어져서는 비비틀려 말라버리는 건 팍팍하고 쓸쓸해 . 누군가 뭔가 이 곁으로 같이 떨어져 주면 좋겠어 싶은 기분 . 납작한 나뭇잎끼리 잎 맥을 드러내며 포개지면 차라리 위로가 될 것 같아 . 끔찍하게 썩어 문드러진다 해도 그렇다면 좋아 라는 , 그런 느낌 .


음 , 그래서 사람들은 포개져 온기를 나누는지도 모르겠네  . 오랜만의 온다 리쿠를  한 숨을 , 탄식을 하며 책을 덮었다 . 굽이치는 강가에서 라 ...

 

몇 몇 이웃님들이 그랬었지 . 내가 온다 리쿠 라는 하나의 장르를 읽고 싶어 할 때마다 서로 젤 좋았던 소설 제목들을 거들며 꼭 빠지지 않던 제목으로 이 굽이치는 강가에서 ㅡ가 있었는데 , 각오를 늘 하다 이번에 만나게 되서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 맘에 쏙 드는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생각했다 . 이 부분 일까 ? 여기 였을까 ? 같은 책을 읽은 이웃들의 밑 줄 긋는 마음을 떠올렸다 .

그래서 잔뜩 괴로운 이야기임에도 그 밑줄 위에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 혼자 하는 독서지만 결코 혼자 보는 게 아님을 느끼는 일은 여러 의미로 즐거웠다 .

 

아름다워서 잔혹하다면 또 잔인하다면  , 잔인하고 아름다운 가스미 , 사랑한다는 말 , 너 뿐이란 말만을 남기고 찬란하게 빛나던 그 여름 날의 아침 , 그렇게 떠나간 그녀 . 가스미의 모든 것이라면 죽음 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요시노 . 그 둘 사이에 어째서 마리코가 존재해야 하는걸까 , 나는 아직도 갸웃 하고 있다 .


마리코의 친구인 마오코가 나중에 요시노 말처럼 목격인으로 증인으로 필요한 제삼자 역할이라면 마오코 전에 마리코 역시 그 역할로 불려진 것이었을까 ? 아니면 가스미의 사촌인 쓰키히코가 , 또 아키오미가 마리코를 원해서 였던 걸까 ? 그도 아니면 정말 , 이 긴 , 무력한 여름날의 무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

 

그 모든 아홉 밤 낮이 사실은 하나의 비밀과 우연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임을 마지막 장에서야 깨닫게 된다 . 미루어 짐작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얼마나 오해가 많은 일인지 알게도 하면서 . 그 어긋난 진심을 서로를 위해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이 소녀들이 사랑하는 방식인 모양이구나 생각한다 .

 

읽다보면 어느 새 책 속의 그들이 아닌 내 생각 , 내 어릴 적 기억들이 유행가 제목처럼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듯 책 장 사이 사이에 오버랩되서 멍하니 같은 줄을 반복해 눈으로 따라갈 뿐인 때가 잦았다 . 목마르고 안타깝고 알지만 어쩔 수 없고 , 모른다해도 어쩔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되곤 했다 .


어쩌면 자란다는 게 성장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것이듯 내 뒤로 뭔가가 자꾸 쫓아오는 기분 때문에 초조한 그 예닐곱살 계집애 같이 . 멀쩡히 곁에 엄마를 두고도 저 먼 삼 만 리에 엄마를 놓고 온 기분을 묘한 슬픔 속에 즐기는 것이 , 또 그 먼 곳의 엄마를 마침내 찾아내 기쁨의 재회를 상상하는 일이 여자라는 생물의 성장인지도 모르겠다고 .

 

인간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복잡한지 , 이 말 안되는 표현이 절대적인 것 같은 걸 어쩔까 !

 

도서관 대출 도서라 , 보고 싶을 때 생각나는 부분을 다시 펼쳐보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니까 , 가능한  발췌문을 여기저기 따오고 싶었다 . 이상하지 ? 아끼는 작가의 아끼는 책을 , 어째서 진작에 사보지 않고 이렇게 대여를 해 와서야 얼마나 고팠는지 , 얼마나 아끼는지 깨닫게 되다니 말이다 . 그런데 이러면서  , 읽은 책이기에 다시 소장을 위해 사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는 것 그게 젤 웃기다 .
어떻게 더 선명하게 더 많이 기억하지 ? 이 느낌 이 기분 이 좋은 문장들을 잊을까 두려워 하면서 ... 읽은 책이란 것은 그렇다 . 남의 책이란 것이 그렇다 . 그런 것 같다 . ^^

y*****7 2017.06.04. 신고 공감 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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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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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 온다 리쿠온다 리쿠의 책을 보면 그녀만의 특징적인 색채감이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그리고 유난히 풍경묘사라던지, 음식의 대한 설명이 다소 세세하다는걸 알 수 있을것이다.즉, 눈으로 보면서 그녀가 설명하는 노을녘의 색채라던지,어떠한 특정한 음식에 대한 향이 바로 옆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잘 표현한다는게 특징이다.그 중에서도 그러한 그녀의 특징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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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 온다 리쿠

온다 리쿠의 책을 보면 그녀만의 특징적인 색채감이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유난히 풍경묘사라던지, 음식의 대한 설명이 다소 세세하다는걸 알 수 있을것이다.
즉, 눈으로 보면서 그녀가 설명하는 노을녘의 색채라던지,
어떠한 특정한 음식에 대한 향이 바로 옆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잘 표현한다는게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그러한 그녀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굽이치는 강가에서'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미소년과 미소녀의 조합으로 상상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묘한 여성끼리의 동경과 우정, 그리고 그 사이에 남성들의 질투와 의심까지,
사실 10대 청춘들의 이야기라기에는 뭔가 음흉하고 침침하기까지 하다.

유년기의 강가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개개인이 지닌 비밀들과 생각과 사실들.
그리고 곧 20대의 문턱에 선 그들이 모여 펼치는 느릿하면서도 빠른 전개까지.
연극무대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 모인 그녀들과, 그녀들을 보조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 만나,
숨겨진 연극 무대인 강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기억맞추기는 꽤 흥미진진하다.

어린 감성으로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그들의 성장통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면서,
온다 리쿠만의 색채감, 그리고 농밀하고 자세한 감정의 묘사까지.

확실히 여태까지 읽어왔던 그녀의 책들보다도, 묘하게 진하고 어두웠던 그리고 화려하면서도
수려한 그녀의 필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번 책으로 확실히 그녀가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내며,
굽이치는 강가에서 모인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훔쳐보는건 어떨까?

k******n 2011.09.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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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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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2004년작 소설, 굽이치는 강가에서.이 소설은 총 4명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현재와 과거의 사건 이야기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과거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어린 시절 일어났던 사건. 10여년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네 명의 소녀, 그리고 두 소년이 가진 기억은 모두 미묘하게 달랐다. 어딘가 빠진 부분이 있고, 어딘가 맞지 않는 기억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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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2004년작 소설, 굽이치는 강가에서.
이 소설은 총 4명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현재와 과거의 사건 이야기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과거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일어났던 사건. 10여년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네 명의 소녀, 그리고 두 소년이 가진 기억은 모두 미묘하게 달랐다. 어딘가 빠진 부분이 있고, 어딘가 맞지 않는 기억이 존재한다.
단 한 사람을 빼고는...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3개의 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마지막 장이 진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진실은 영원히 묻혀 버렸다. 사건의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소녀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넜고, 그 진실에 대해 들은 소녀는 영원히 그 일에 대해 침묵할테니까.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얼핏 보면 유지니아의 구성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지니아는 20여년전 일어난 사건,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10여년전 사건에 관해 다루고 있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이 하나씩 파헤쳐지면서, 소년과 소녀들은 이미 아물었다고 생각하는 상처를 다시 헤집는 아픔을 맛보게 된다.

잊고 싶었던 그날의 진상.
그러나 왠지 아귀가 맞지 않는 서로의 기억의 단편이 가진 잔상.
그 퍼즐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진실에 접근하는 듯해도, 결국 그 진실은 영원히 묻혀 버린다.

유지니아와 정말 비슷하다.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도 유지니아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본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연극대사의 일부분인데, 유지니아에서도 이런 비슷한 표현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진실? 그런 게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진실, 이 말을 입에 담은 순간 그 말이 갖는 허구의 맹독으로 혀가 썩기 시작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밖에 믿지 못합니다. 아니, 믿고 싶은 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결국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지만, 뒤에 남은 건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뿐이다.

하지만,유지니아와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점 하나는 유지니아는 사건의 범인은 추측만 했을 뿐, 결국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결국 마지막장에서의 고백으로 그날의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장이 그렇게 자세히 서술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여운을 남겨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로써 여름은 완전히 끝났다.
소녀는 여자가 되었고, 소년은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먼 옛날의 진실은 묻히고, 오해와 착각이 만든 서투른 진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다만, 그 그림을 완성해 준 그 소녀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을 뿐.
y*****5 2009.12.0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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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블로그축제]문장으로 책읽기 - 이 책에선 이 문장을 느껴보자(일본 소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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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일주일 만에 10만부 판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거둔 성과다. 한국 출판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일본 소설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국내 출판계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작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다양한 작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우리가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도취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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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일주일 만에 10만부 판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거둔 성과다. 한국 출판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일본 소설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국내 출판계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작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다양한 작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우리가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도취돼 있는 사이 일본은 소리 소문 없이 ‘소설 일류(日流)’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특히 일본 소설에 대한 20대 대학생들의 편애는 놀랍다. 그렇다고해서 일본 소설이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로 그의 작품은 30여 개국에서 번역, 판매된다. 일본 소설이 이처럼 독자들을 매료시킨 이유는 뭘까.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 소설이 가진 ‘스토리의 힘’이다. 국내 문학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앞세워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작의 완성도가 높다보니 원천소스로써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며 영화, 드라마, 캐릭터 상품화로 활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원작을 접한 독자들은 또 다시 소설을 찾게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 일본 소설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머릿속에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자리잡은 이들이 많다. 자신의 소설이 시대를 그리고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작가는 직업이고 장인이다. 자기 기술을 닦아 글을 쓴다. 그러니 부담없이 사소한 얘기로 소설을 쓸 수도 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소재가 스토리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큰 이유는 작가 개개인의 개성과 색깔이 분명한 문체이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 문장은 간결하기도 디테일하기도 때론 흡입력 강하기도하다. 실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그 단어’를 쓰는 표현의 자유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성강한 작가들과 그들의 책 속에 있는 반짝반짝한 문장들을 소개해 볼까한다.

 

 

 


공항에서 - 무라카미 류

-희망이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실을 본다는건, 기대나 희망,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야.

 

 

  

 


 

사랑한다는 것 - 고이케 마리코

-사랑한다는 것은 무턱대고 대상에 빠져드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걸 나는 깨달은 듯한 기분이 든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면서 보고 있다. 듣고 있다. 맛보고 있다. 느끼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더 드라마 - 기쿠다 미쓰요

-이 시대에 여자로 어머니로 아내로 그 외의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드라마 같은 삶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이 있음에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이 더욱 빛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좋아했던 것 - 미야모토 테루

-당연하게도 우리가 만나는 '타인'은 늘 우리와 다르다. 그 성격이나 생김새, 취향이나 느낌의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남이고 타인이다.

-돈이란 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위해 진가를 발휘한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 온다 리쿠

-진실이란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SF는 물론 청춘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작가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릴 만큼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능하다.

   


인더풀 - 오쿠다 히데오

-겨울 하늘의 별은 여름보다 당당하고, 더 밝게 빛나는 것 같다.

마치 홀로 성을 지키는 북쪽 나라의 미녀처럼.

*오쿠다 히데오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일본작가의 중심축에 있다.

그의 대표작인 <공중그네>는 80만부 이상 팔렸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사회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지만 결코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카사 코타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은 '가벼우면서 무겁다'는 느낌을 준다.

미스터리적 구성 사이에 흐르는 세련된 유머, 군더더기 없는 단문은 요즘 독자들이 선호할 만한

가벼운 느낌이지만, 그가 다루는 주제는 묵직한 중량감을 자랑한다.


사신치바

-내 이름은 치바. 사신이다. 그러나 특별히 인간과 다를 바는 없다.

한 번도 맑은 날을 본 적이 없다는 것 정도만 빼고는

내가 일을 할 때면 항상 비가 내린다.

 

마왕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시다 이라

 *이시다 이라는 묘사가 뛰어난 작가다. 도회적인 이미지를 잘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소설에서는, 시간이나 물질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주관적이고 비례적으로 파악해

눈에 보이 듯 혹은 귀에 들리듯 그려내고 있다.

 


블루타워

카피와 소설의 차이

-카피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소설은 우물을 파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우물을 파는 동안 갈증이 심해지고 몸은 힘들겠지만,

스스로 우물을 파서 마셨을 때의 기쁨은 형언할 없다.

 

렌트

-사람의 40년 같은 건 매미소리의 영원에 비하면  아주 짧은 한 순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 작품들을 포함한 일본 소설은 대체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고 나면 ‘왠지 허전한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그 동안 책을 읽고 나면 독서라는 행위에 의미를 두고자 은연중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영화가 2시간의 행복을 주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면 그리고 그 책의 장면 혹은 문장 하나쯤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열심히 생각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행동은 문학에 접근하는 수동적인 태도다. 일본 소설은 그 점을 우리에게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일본 소설 열풍’을 비판적 시각으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다. 일본 소설이 명성을 얻게 된 기반과 비결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출판 시장 시스템, 작가와 독자들 모두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한다. 그럴 때 일본 소설에 빠진 독자들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다.

 

 

 

 



h******b 2010.06.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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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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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의 시작... 장맛비로 밖에 나가지는 못하고, 책과 함께 보내자며 손에 든 소설. 찌릿찌릿한 전율을 느끼며 앉은자리에서 점심도 거르고 첫페이지에서 끝페이지까지 독파한 후에야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춤추듯 모여있는 네 명의 소녀가 표지에 그려져있다. 아름다운 분위기일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보이는 그림. 그 느낌이 바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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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의 시작... 장맛비로 밖에 나가지는 못하고, 책과 함께 보내자며 손에 든 소설. 찌릿찌릿한 전율을 느끼며 앉은자리에서 점심도 거르고 첫페이지에서 끝페이지까지 독파한 후에야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춤추듯 모여있는 네 명의 소녀가 표지에 그려져있다. 아름다운 분위기일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보이는 그림. 그 느낌이 바로 이 소설의 느낌이다. 어른들이 피서를 떠난 사이, 연극제에 쓰일 배경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고등학생들. 그들은 각자 어린시절의 비밀을 하나씩 지니고 있고, 그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시작되는 신경전. 미스터리.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그 사건의 진실... 이 책은 참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처음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기 시작할 때는 하이틴 소설처럼 느껴지지만, 몇페이지가 지나가면 갑작스레 스릴러물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장면이나 문구들이 닭살을 돋게끔 한다. 그러다 점점 여기저기서 이상한 단서들이 튀어나오는 추리물이 되었다가, 아련한 여운이 남게하는 소설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도저히 중간에 손에서 놓을 수 없게끔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책이다. 작가소개에 있는 것처럼 역시 그녀는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하는 글을 쓰는 작가인가 싶다. 아직 국내에 그녀의 소설이 많이 나와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장마 후 더운 여름동안 그녀의 소설속에 빠져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찌릿찌릿한 전율과 함께 더위가 물러가지 않을까..ㅎㅎ(불행히도 국내에 그녀의 책이 많이 나와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인상깊은구절]
옛날이야기 하나를 하겠다. 이미 잊쳐진 이야기, 빛바랜 과거의 이야기. 평범하고 지루했던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 우리의 사랑, 우리가 저지른 죄, 우리의 죽음에 대해. ---책 도입부에서..
YES마니아 : 로얄 t*****0 2006.07.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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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의 의도가 다른 인간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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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오싹했고 책장을 덮으면서 무서웠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마리코는 아름다우면서도 공부도 잘하고 그림까지 잘그리는 선배 가스미의 초대를 받게 된다. 학교 연극제의 배경그림을 같이, 그것도 부모님이 집을 비운 강가옆 가스미의 집에서 합숙을 하며 그리자는 제의. 단짝친구인 마오코는 이상하게 이를 말리고, 무척이나 날카롭게 생긴 묘령의 소년이 다가와 가스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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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오싹했고 책장을 덮으면서 무서웠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마리코는 아름다우면서도 공부도 잘하고 그림까지 잘그리는 선배 가스미의 초대를 받게 된다. 학교 연극제의 배경그림을 같이, 그것도 부모님이 집을 비운 강가옆 가스미의 집에서 합숙을 하며 그리자는 제의. 단짝친구인 마오코는 이상하게 이를 말리고, 무척이나 날카롭게 생긴 묘령의 소년이 다가와 가스미를 멀리하라고 경고를 한다. 막상 초대받아 간 가스미의 집은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그래서인지 가스미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시노와 가스미의 친척소년은 가슴떨렘을 자극할 뿐이다. 비록 이 집에서 한 여인이 목졸려 죽었고, 가까운 연극당에서 한소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사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마다 화자가 바뀌어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점의 차이도 없이 그냥 화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장르의 구분을 하는 것이 불필요함을 알지만, 난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떤인물도 이러저러한 사건을 통해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못했음을 화자가 바뀜에도 차이를 알수 없는 나레이션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는 뛰어나다. 하지만, 옛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선가 와인병이 구르는 섬뜩한 효과 이상으로 남는 것은 별로 없다. 밝혀진 사건의 진상은 ''오''하면서 놀랍게 만들지 몰라도 치밀함의 수준이 경찰은 파악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파악할 수 있는 정도로 픽셔널하다. 무서운 것은 겉과 속의 의도가 다른 ''인간''이란 것을 물결치는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에 비춰 대조해줄 뿐이다. 과연 추억이 될 수 있을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k*****k 2006.11.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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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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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어디가 섬세하고 특별하냐.  순정만화를 보거나 시 한 구절을 읽고 파르르 떨며 눈물을 글썽이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말에 물리적인 아픔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분명 둔감하다. 적어도 너희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내세우는 섬세함은 나한텐 없다. 그런 아이들도 거리 모퉁이에 모여 있는 아이들과 똑같다. 자신을 '특별하다' 또는 '다르다'고 말하는 아이들 중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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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어디가 섬세하고 특별하냐.

 순정만화를 보거나 시 한 구절을 읽고 파르르 떨며 눈물을 글썽이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말에 물리적인 아픔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분명 둔감하다. 적어도 너희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내세우는 섬세함은 나한텐 없다. 그런 아이들도 거리 모퉁이에 모여 있는 아이들과 똑같다. 자신을 '특별하다' 또는 '다르다'고 말하는 아이들 중에 정말로 특별한 아이는 본 적이 없다.

- 본문 중에서

 

*

 온다 리쿠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소년 소녀들이다. 특별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말하지 않는 소년 소녀들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말장난 수준이다.)

 혼자 감추어 두기엔 버거운 비밀들을 숨기고 있어서 삐걱대는 위태로운 날들을 살아가는 소년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 소녀가 가진 비틀린 비밀과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온다 리쿠는 소년 소녀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읽었다.^^

하긴 소년 소녀의 시기란 어찌 보면 한 사람으로써의 존재가 완성되어 가는 그 순간을 잡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긴다. 자신이 하는 생각, 자신이 품은 감정, 자신 앞에 닥쳐온 슬픔이나 고통, 그리고 자신이 하는 사랑을.

그러나 시간이 흘러 어느날 우리는 "나는 아닐줄 알았어..."라든가 "우리는 안그럴 줄 알았어.."하는 말을 되내이며 스스로가 특별하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속에 조금씩 자신의 특별함을 세상의 평범함이라는 틀 속에 가두어 가고 어른이 되어간다.

특별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나도 다 컸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 아직 나는 어른이 되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을 특별하다고 남다르다고 말하던 그 순간엔 특별하지도 남다르지도 않았던 것이다. 다만 남다르고 싶고 특별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뿐이다.

 특별하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다르다는 것, 평범하지 않다는 것, 보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나다보면 오히려 보통이나 평범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누구나 보통과 평범에서 벗어나는 한 구석들을 한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특별하지 않듯 그 누구도 그저 평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남다르다는 말로 특별하는 말로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고, 평범하고 보통이라는 말로 위로 받고 싶은 순간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로 가득찬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로 가득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평범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사람들로 가득한 세계.

- 허뭄

g*****6 2008.1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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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하이틴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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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모으고 무언가를 버린다. 이제껏 모으면서 후회한 적은 없지만 버려서 후회한 적은 많다. 내가 버린 것들 중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일기장이다. 학창시절의 학과목 노트나 각종 상장들도 이사를 하거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버리게 되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초중고교 일기장을 버린 것이 후회된다. 추억의 일기장을 들추면 으레 떠오르는 그런 빛바랜 과거의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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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모으고 무언가를 버린다. 이제껏 모으면서 후회한 적은 없지만 버려서 후회한 적은 많다. 내가 버린 것들 중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일기장이다. 학창시절의 학과목 노트나 각종 상장들도 이사를 하거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버리게 되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초중고교 일기장을 버린 것이 후회된다. 추억의 일기장을 들추면 으레 떠오르는 그런 빛바랜 과거의 추억을 좀더 또렷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일기는 크게 두 유형이다. 남들에게 읽힐 것을 알고 쓰는 공개일기와 자기만의 비밀일기. 절친했던 동네친구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옛날 일기장을 들추어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인생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일기장이 있다면 잘 정리된 사진첩처럼 잊혀진 옛날의 내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옛날이야기 하나를 하겠다. 이미 잊혀진 이야기, 빛바랜 과거의 이야기. 평범하고 지루했던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 우리의 사랑, 우리가 저지른 죄, 우리의 죽음에 대해."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온다 리쿠만의 특색이 잘 드러나 있다. 섬세한 감정터치, 은밀한 계획, 한여름밤의 나른함, 연극제 준비의 분주함, 유년시절의 트라우마 등을 환상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모두 4명이다. 미라코, 요시노, 마오코, 가스미의 순으로, 각각 개망초, 켄타우로스, 사라반드, 자장가라는 소제가 달려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순정만화 여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 꽃미녀들이고 여고생들간의 감정에서 연인들간의 새콤달콤한 설레임과 동경이 묻어 난다. 그래도 동성애적 코드보다는 하이틴적 감수성에 가깝다. 여학생들은 작은 소집단을 이루기 좋아하는 법. 단짝 커플들이 등장하는데 미라코와 마오코, 요시노와 가스미가 그렇다. 이들은 쌍둥이처럼 서로 죽이 잘맞는 절친이지만 스타일은 매우 대조적이다. 가령 요시노와 미라코가 미술에 재능있는 온화한 스타일이라면 가스미와 마오코는 청초함과 더불어 카리스마 또한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다.

 

"매력적인 소녀에게는 각각 다른 막이 있다. 그 막은 모두 색깔도 다르고 촉감도 다르다. 마오코에겐 진줏빛으로 촉촉한 비단 같은 막이, 요시노에겐 베이지색 크레이프 종이 같은 막이 있다. 아사코와 리에에겐 분홍색의 달콤한 설탕과자 같은 막. 하지만 가스미의 막은 특별하다. 반짝이는 입자가 들어간 에너지만으로 만들어진 막. 그 막을 통해서 보면 가스미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이 신비로운 빛을 띠며 달라 보인다. "(61쪽)

 

온다 리쿠의 작품에는 거울적 이미지를 지닌 쌍둥이적 인물이 빈번히 등장한다. 그런 거울 이미지적 설정과 더불어 소설 작품 자체도 그런 거울적 이미지를 지닌 동질원 구조와 소설간의 친족성을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소설 DNA가 서로 일치하는 경우다.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여름날의 하이틴 동화라면, 겨울날의 하이틴 동화에 해당하는 작품이 [네버랜드]다. [네버랜드]는 겨울방학이지만 남학교 기숙사 쇼라이칸에 남아있는 남고생 4명의 우정과 진실을 그렸다. 

z***a 2010.08.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