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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나이 50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나이 50" 내용보기
『여자나이 50』. 퍼트리샤 튜더산달(Patricia Tudor-Sndahl)이라는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가 1999년 쓴 이책은 우리나라에서 2006년에 번역되었다(김수경, 에코리브르). 인용한 서적들이 유럽적인 것을 제외하고 내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평이하였다. 1940년대생인 저자는 '이미 직업전선에서 활발히 뛰다가 직업의 최전성기에서 손주를 맞는 첫 세대가 되었다'고 자신의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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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나이 50』. 퍼트리샤 튜더산달(Patricia Tudor-Sndahl)이라는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가 1999년 쓴 이책은 우리나라에서 2006년에 번역되었다(김수경, 에코리브르). 인용한 서적들이 유럽적인 것을 제외하고 내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평이하였다. 1940년대생인 저자는 '이미 직업전선에서 활발히 뛰다가 직업의 최전성기에서 손주를 맞는 첫 세대가 되었다'고 자신의 시대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20년 정도가 느린 지금이 그러한 시대인 것 같다. 그러기에 지난 번에 또 다른 『여자나이 50』 버전에서 말했듯이 지금의 우리가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내용이다.

그녀는 50~70세를 '제3의 연령'이라고 부르며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모 되기와 커리어 만들기에 바쁜 시절을 50세까지 보내고 난 이후를 말하는 이 시기에는 남녀가 모두 갱년기를 경험하고 손자가 탄생하고 정년퇴직을 맞이한다.

늙음의 경계에 선 제3의 연령은 정체기인가 발달기인가? 그녀는 이 연령을 상실과 쇠퇴의 시기만으로 보고 늙음에 대한 한탄만으로 보내기는 아깝기에 '발달'의 한 시기로 보면 어떨까 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의존, 자립,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과 같은 것들은 평생의 과제이므로 이 시기에도 이것들에 대해서 답을 찾아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견해에 동의한다. 이 시기에는 심리학자 융이 얘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종합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현재-미래 관점에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과거와 당당하게 이별해야 하는데, 그 이별이란 변화를 거부하는 나의 귀차니즘, 무기력함 등과 이별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내 부모(생존여부와 관계없이)와 어떤 식으로든 화해해야 함을 의미한다.

가혹한 몸의 변화는 어찌보면 냉혹한 현실이다. '여자는 두 번 죽는다'고 말하면서 외모가 허물어지는 것에 공포를 심어주는 세상풍조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적극적으로 관심과 신뢰감을 보여주는 일, 인생의 지혜와 경험과 노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 얼굴 뒤에 존재하는 본래의 나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려면 성숙한 자기인식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녀의 글에서 내가 자주 하는 실수가 지적되었다. 제3의 연령에서는 내 속에 있는 감정들을 타인에게 투영하여 멋대로 판단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타인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대신 현실을 다시 보고 실제로 있는 것을 소중히 하는 것, 다시 말해서 '건설적인 체념'을 하는 법을 익히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사랑에 대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부부간에 있어서도 '견딜 수 있는 인생'으로 그냥 남을지 과감히 관계를 청산할지에 대한 결단이 이 시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젊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연령과 경험 덕분에 감정의 세계가 한층 풍부해지고 격렬해질 수 있는데, 이러한 감정은 자신의 발판을 잃지 않으면서 그런 감정에 나를 맡길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자신을 배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잃게 되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랑의 범위를 차라리 딸과 손자에게까지 넓힐 수 있는 '자상한 사랑'으로 풍족함을 누릴 수도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수긍이 갔다. 즉 사랑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사랑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제3의 연령에서 지혜와 예지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한다. 지혜는 판단력과 관련된 것이며 예지는 인지능력과 정서적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혜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보다 매우 쉽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며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침묵해야 할 순간을 알더라는 연구결과가 책에 소개되었다. 그리고 그런 지혜로운 사람들이 대체로 60세 이상이더라는 사실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안도감을 준다.

또 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람들이 꼽은 것은 돈, 권력, 지식이 아니라 즐거운 일, 주변 사람과의 좋은 인간관계, 긍정적인 자기 수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3의 연령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은 자신감이더란다. 이들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단 말인가? 저자는 가장 큰 공포는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휘말리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인생의 허무함, 마음 편함, 의욕없음, 포기 이런 것들이야말로 지금까지와 같은 길을 좇는 것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공포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제3의 연령에서는 날마다 몇 번이고 '왜 나는 이렇게 하는가?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 물어가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며 이 나이야 말로 내 결단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 물론 자신의 인생을 타인의 것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말한 대로 '자신이 하고 싶다면 그냥 하면 되는 나이'가 제3의 연령이라 하니, 예비 50러인 우리는 자신감을 무기 삼아 미래에도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번역이나 편집에 좀 아쉬움이 있지만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던져주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r******o 2019.11.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