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때 실컷(?) 돌 던지고 돌아오던 길에 책방에서 나오던 동료 여학생은 ‘우리는 너무 어리다’ 라고 충고했었다. 나는 그때 우리가 언제 어느만큼 자라야 ‘실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지를 물었고 또 하나는 돌을 던져야 하는 만큼 자란 사람들이- 실천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 돌을 던지지 않으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스물 한 살이 지고 있던 ‘민주, 민족, 해방, 민중, 갈릴리, 역사, 혁명’등등의 단어들은 역시 너무도 무겁고 고달팠었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삶과 신앙과 인격의 무게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늘 큰 부담으로 따라다녔다. 많이 선생되지 말라던 말씀의 무게가 짓누르는 어정쩡한 서른 후반의 어리고 젊은 목회자로서 ‘영혼, 설교, 모범, 목회, 책임, 영성’등등의 단어들 역시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격과 신앙인지 자주 왜소해진 모습으로 묻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실천없는 사색이 또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고 관념적으로 만들며,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 행동하지 않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불의를 용납하게 하였는지에 대한 물음도 내게서 떠나지 않는다. 사색과 실천의 갈등은 내 작은 삶에서도 끊임없이 부딪치는 문제였고, 실천속에서 때로는 한없이 자유롭다가도 또 한없이 억눌리는 경험이 반복되었는데 이 책은 그 원인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또한 사색속에서 느낀 그 무기력에 대한 통찰도 주었다. 파머에 의하면 인간의 사색을 통해 비로서 진실을 가장한 환상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고 실천을 통해 스스로 영혼의 진실을 창조할 수 있다. 실천은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시화이기 때문이다. 사색과 실천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부분이다. 환상을 꿰뚫어보고 진실을 향해 달려 갈 때 그 실천은 오히려 사색적이고, 조그만 시골의 수도원에서 수도적 삶으로 평생을 보낸 사람의 통찰이 오히려 행동주의자들의 실천보다 더 큰 실천의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업무를 바쁘게 진행하고, 살림하는 가운데서도 사색은 일어나고, 창 밖을 조용히 내다보고,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고통스런 상실을 슬퍼하면서도 실천은 이루어진다. 잠시 퇴각을 위한 독서라 하더라도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인용된 시 중에서 <소고기를 썰다>라는 시가 눈을 붙잡았는데 요리사가 소고기를 써는 소리가 ‘싸악싹’들리는 듯 했다. 빈 공간을 찾아 내는 눈, 그곳을 누비는 칼... 가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