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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상품거래소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상품인 커피가 처음 상장되던 이야기를 다룬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1659년입니다.
기원전 네덜란드에는 켈트인과 게르만인들이 살았는데 기원전 50년 카이사르의 원정으로 로마제국에 편입되었습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로는 800년에 샤를마뉴대제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면서 프랑크왕국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14세기에는 브르고뉴 공작령이 되었다가 15세기에는 합스부르크왕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합스브르크 가문의 펠리페1세가 스페인 왕이 되면서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펠리페1세의 손자 펠리페2세가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중앙집권을 강화하면서 네덜란드 사회의 반발이 커졌고, 1566년 독립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588년 공화국으로 독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한편 스페인은 1492년 아라곤의 페르난도2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의 결혼으로 성립한 공동왕국의 주도로 800년에 걸친 이슬람 지배를 종식하고 이베리아반도의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1492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였습니다.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발견한 은을 들여와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통일 이후 이슬람과 유대교 등 이교도를 탄압하여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추방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스페인을 떠난 유대인들은 이교도에 대하여 관대했던 네덜란드로 주로 이주하였습니다.
유럽대륙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서로의 관계망을 이용하여 상거래를 주도하였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곧 상거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독립 후에 네덜란드의 상인은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미국, 오세아니아 등지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등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영국이 올리버 크롬웰의 항해조례(1651년)를 내세워 중개무역과 물류업으로 중간수익을 얻던 네덜란드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던 시절입니다.
암스테르담의 선물거래소를 중심으로 유대 상인들 간의 암투를 다룬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은 유대인들은 배타적이고 결속을 잘 한다는 생각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같은 유대인 심지어는 가족에게도 등을 돌릴 수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독일군이 운영했던 강제수용소 안에서도 독일군에 부역하는 유대인들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실용화된 커피가 유럽인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6세기 중반으로 이집트와 중동지방을 여행한 학자들이었고, 16세기 말에는 당시 동방무역의 거점이던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에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이 애호하던 커피에 대하여 기독교 사람들은 이교도의 것으로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1600년 클레멘스8세 교황은 커피를 맛본 뒤에 “이 사탄의 음료는 이교도 놈들만 마시도록 놔두기에는 너무 맛있다!”면서 축복했다고 합니다.
1616년 커피의 본산지인 모카 항구에 왔던 네덜란드 상인 피터 판 덴 부르크가 커피나무를 본국에 가져간 뒤로 네덜란드에서 커피가 유행하였고,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모카에 상관을 세웠다고 합니다. 1640년 무렵부터 유럽은 커피를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에서 이야기되는 커피 수입과 둘러싼 암투는 시대적으로 조금 일치하지 않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의 선물거래소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방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네덜란드 상인들의 장사 속은 참 대단하였구나 싶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에 나오는 장사술의 핵심인 콜옵션이나 풋옵션은 상거래를 잘 모르는 제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이익을 내고, 어떤 사황이 되면 손해를 보는지 분명치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끝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덤이었습니다. |
| 팩션하면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요즈음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이다. 물론 다빈치 코드가 여러가지 fact를 바탕으로 가미한 fiction이기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소설은 어느 한 시대를 바탕으로한 history faction이다. 예를 들면 James Clavell의 Shogun과 같은 책이 사무라이 시대 일본인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라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David Liss의 Coffee Trader는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당시 종교적인 이유로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가 보장되었던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이 상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 자원은 없지만 동인도회사와 같은 무역업과 당시로서는 새로운 선물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의 뉴욕과 같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게한 이런 배경들이 작가에 의해 잘 표현되었다. |
| 최근 많은 책들 중에서 진정한 팩션소설을 다시 읽게 되는군요. 모처럼 보기 드물게 보는 수작입니다.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빈치코드 보다 더 완벽합니다. 사실 다빈치코드는 긴박한 구성과 한 차원 넘어서는 해박한 지식 등이 수작으로 꼽히게 하는 요인이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커피상인은 처음 수십페이지의 약간의 지루함만 제외하면 꼭 읽어 두어야 할 책입니다. 아주 아주 강추입니다. 이런 책이 왜 여태 언론에 잘 소개되지 않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선물시장이 네덜란드에서 태동되었다는 내용 등,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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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목을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베니스의 상인="">말이다.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 내용에서처럼 유대인도 등장하고 샤일록같은 고리대금업자도 등장하니 말이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은 그 시대의 어떤 나라보다 유대인에게 관대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의 박해를 피해 유대인들이 네덜란드로 몰려들었고 그 중심지가 암스테르담이었다. 그 안에 상인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미후엘 리엔조가 있다. 그리고 그를 증오하고 파멸로 몰아넣으려는 파리도가 있고 거대한 유대인 조직의 상부인 마아마드가 그들을 감시하고 쫓아내는 규율로 다스린다. 여기에 미후엘의 관점에서 작품이 쓰이는 사이 잠깐씩 알페론다의 회고록이 덧붙여진다. 그 회고록이 덧붙여지는 이유는 결말에 가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보다 파리도를 더 따르는 동생 다니엘과 그의 부인 한나, 미후엘과 커피 사업을 하려는 네덜란드 여성 게이트라위드가 등장한다.
모든 것은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난다. 이미 이 시대에 뉴욕의 증권거래소같은 북적이는 상거래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들이 이미 그 시대에 현대처럼 사업, 장사를 했다는 사실에 읽다보면 빠져들게 된다. 장사는 반은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한다. 정직한 장사는 없다고도 한다. 장사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루머를 퍼트리고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 가운데 살아남는 소수만이 부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몇 세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또한 유대 사회와 유대인의 삶을 통해 그들이 박해받은 종교재판소와 다르지 않은 마아마드라는 위원회를 통해 종교와 권력과 부가 결합했을 때는 남는 것은 권력뿐임을 알게 된다.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부를 지배하는 상인은 유대인이지만 그 유대인을 지배하는 이들은 네덜란드인이라는. 이 작품에서는 유대인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그 배경이 네덜란드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경제에 대한 추리소설이 있었다. 마샬 제번스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이 백배는 낫다. 그리고 훨씬 재미있고 기발하다. 이제 우리는 커피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미후엘의 공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커피를 처음 마실 때는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싶지만 이내 그 맛과 향기에 중독되듯이 이 작품도 어느새 다 마셔버린 커피처럼 고개를 들었을 때는 다 읽은 후일 것이다.
커피 하나만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니 작가의 글솜씨와 자료 조사가 대단했음이 느껴진다. 내가 마치 그 시대, 그 장소에서 커피를, 그 검은 알맹이들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작가의 <종이의 음모="">가 더 읽고 싶어진다. 그 작품도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 [인상깊은구절] 206p "장사의 세계에서는 늘 여러가지 계획과 책략이 있게 마련입니다.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하지요. 약간의 연금술만 발휘하면 납덩이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장사의 매력입니다." 232p 어린 시절 사랑이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마치 그 사랑처럼 커피가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었다. 487p 세상은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단, 그 속임수가 마음에 들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종이의>베니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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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전, 그것도 나와는 상관없는 먼 도시 암스테르담의 이야기를 그린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내가 지금도 마시고 있는 커피 때문인지도 모른다. 커피가 유럽에서 대중화되기 전, 이 작은 열매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음모와 그 음모 놀아난 많은 상인들의 이야기는 현대의 경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외국의 어떤 작가가 이 책을 읽으면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가 달라보일 거라고 했다는데, 정말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커피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 한권 읽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록 뿌듯한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신기하군. 내가 먹어본 다른 커피보다 향이 짙으면서도 동시에 흐려. 이건 뭔가?" "이건 원숭이 커피라는 거야." 내가 말해주었다. "열대 우림에는 커피 열매를 먹는 별난 짐승이 산다네. 그 짐승은 커피 열매 중에서도 최고급만 골라먹지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그 짐승의 분비물로 향긋한 음료를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네." 그 말에 미후엘은 사발을 내려놓았다. "그럼 이게 원숭이 똥으로 만든 거란 말인가?" "그런 식으로 설명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네." "알론조, 자네 어떻게 나한테 이런 끔찍한 걸 먹일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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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르게 잠이 덜 깬 듯하고 몽롱한 기운이 돌 때마다 나의 손은 나도 모르게 커피를 향해 뻗어 있다. 카페인이 나의 잠을 달아나게 하는 데에 특효약은 아님을 잘 알면서도 습관이 그리 한 번 드니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가진 물체에 대해 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이었더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순응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똑똑한 요즘 아이들은 아무리 어른들이 안 좋은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마시면 그치기가 힘들고 심지어 그 향마저도 매혹적인, 그러나 커피가 처음부터 이토록 깊이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 속하지는 않았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도입된 역사는 한 국가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온갖 외세가 이권을 잠식해 들어갔던 순간, 고종은 또 하나의 외세에 불과했던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신했다. 이름하야 아관파천. 러시아 공사 위베르가 건넨 커피에 취한 고종은 덕수궁으로 돌아온 후로도 오늘날 ‘정관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묘한 서양식 건물에서 대신들과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과연 그 당시 고종과 대신들은 커피를 마시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접한 바 없는 거무튀튀한 액체가 자국을 서양이나 적어도 일본 정도의 부국으로 만들어줄 거라 믿진 않았을까? 아니면 고매한 정신세계에 타락을 가져다 줄 거라는 우려를 했을지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두려움을 잘 아는 나는 서양의 것으로 인식되는 커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커피는 유럽이나 미국의 것이 아니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은 의외로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 지역이었다. 게다가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바로 유럽으로 건너간 것도 아니었다. 테러 집단 마냥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는 하는 이슬람 사람들의 땅, 아라비아 반도가 커피의 유행지였단다. 분위기를 한껏 내며 카푸치노를 홀짝이는, 내 머릿속에 그려본 백인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지웠다. 너무나 서양중심적인 시선이 내 안에 뿌리깊이 박혀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그렇다면 타 지역으로의 전파가 원천봉쇄되다 시피 한 상황에서 커피를 유럽 대륙으로 이식시킨 장본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흔히들 네덜란드라 하면 무역을 떠올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 국가는 ‘상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자유자재로 거래를 하고 결코 손해는 보지 않을 듯한 네덜란드 사람들. 유럽 대륙에 커피가 널리 퍼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암스테르담을 무대로 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마치 역사책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때는 17세기로 자본주의(?)의 광기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돈을 인생 최대의 가치로 알고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를 불안감을 연출한다. 거기에 중세로부터 완벽한 단절을 이루지 못한 종교의 힘도 무시하진 못할 수준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마녀사냥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거수일투족이 알게 모르게 감시를 당했던, 17세기 종교의 힘은 막강했다. 주인공인 미후엘과 많은 등장인물들은 이런 묘한 분위기 하에서 살고 있었다. 공동체가 아직은 파괴되지 아니한 사회 그러나 돈이 인간보다 중시되기 시작해 모두가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시대. 씁쓸한 17세기의 광경은 오늘날의 모습을 모사해놓은 듯해 보였다. 돈이라면 친구도, 가족도 매정하게 버릴 수 있는 게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과연 어디가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주인공 미후엘에게 과연 친구가 있긴 한가? 그는 자신을 탐탁치 않아 하는 파리도, 요하임, 다니엘 등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혼란 속에서 깨어있기 위해 그는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으며 순수한 마음에서 동업을 제안한 게이트라위드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각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사건을 달리 바라보아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다니엘은 제 형 미후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차라리 파리도와 친하게 지내며 제 부실한 재정상태를 들키지 않는 편을 택한다. 줄곧 미후엘에게 호의적인 듯 묘사되는 알페론다의 속마음 역시 사실은 다르다. 그는 다른 인물들을 교묘히 이간질시키며 과다한 이익을 추구하는 고리대금업자의 모습을 보인다. 표면화되지만 않았다 뿐이지 모두가 제 살 궁리를 하느라 타인을 의도적으로 혹은 본의 아니게 짓밟고 있는, 이는 한때 상업이 가장 발달했으며 각종 억압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곳으로 각광받았던 암스테르담의 진면모였다. 작가가 암스테르담 혹은 네덜란드를 비난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네덜란드인들의 선택이 언제나 현명했던 것은 아니어서 아무 짝에 쓸모가 없는 튤립 구근을 어마어마한 가격에 매입하다 파산한 이들도 꽤 되었던 걸로 안다. 그렇지만 저자가 진정 짚어보길 원했던 것은 우리가 추앙하는 부의 진면모가 아니었을지 나는 생각한다. 화려함 이면에 감추어진 추악함, 인간다움마저도 상실로 몰고 가는 경쟁. 소설에서 그려진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혹은 그 때보다 더욱 심도 있는 악(!)을 우린 너무도 당연시 여기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진실은 지저분했다. 이 모든 게 작디작은 커피 열매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하니 커피라면 이제 치를 떨어야만 할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엔 커피향이 하나가득이다. 아무래도 이 글을 어서 마무리 짓고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커피 도입에 열을 올렸던 암스테르담의 기운이 뼛속까지 이미 스며든 탓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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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스의 [종이의 음모]에 이어,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은 17세기부터 유럽의 금융시장을 픽션의 세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 기막힌 재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번엔 '커피'를 가지고 왔지만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선물, 옵션, 현물 (Futures, Options, Commodities) 시장을 보여주는데 있어 아마도, 간접적 금융지식 체화의 귀중한 학습서가 되지않을까 싶다.
이에 덧붙여 결국 드러난 쇼킹한 반전의 진상은 보너스인셈.
[종이의 음모]의 주인공 마이클 위버과 혈연관계라고 추정되는 미후엘 리엔조 (...미카엘 리엔조, 마르쿠스 렌투스, 마이클 위버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호명되기도 하는 세뇨르 미후엘 리엔조...p.291)의 원래 태생은 포르투갈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유대인, 이슬람등은 이교도에 대한 종교재판소가 열리고 이들의 개종, 억압, 추장에 따라 보다 종교에 너그러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를 온 유대인이다. 이곳에선 유대인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마이나드라는 위원회이다. 이들은 비유대인과의 거래 등을 금지하거나, 이주하는 유대인들을 통제하는 등 포르투갈에서 처럼 비유대인의 반발을 사지않고 평화롭게 생활하기 위함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숨통을 죄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자리에 계시는 분들 중에 포르투갈의 종교재판으로 피해를 본 친척이나 지인이 없는 분은 없을 줄오압니다. 본 위원회는 우리 민족이 다시는 그런 고통을 당하지않도록 하려는 희망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적을 잘 아는 저로서는 지금 우리가 그 적과 너무 많이 닮아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걱정스럽습니다...p.298
이런 와중에, 주인공인 미후엘 리엔조는 비유대인인 부유한 과부의 제안에 따라, 동인도회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는 커피 원두를 수입하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하고, 이베리아 반도의 거래인들을 조정하여 가격을 끌어내려 가격차이에 따른 (그러니까 실제시장가격은 낮지만 높은 가격에 팔게 되므로) 차익을 보려는 음모를, 정말로 너무나 힘들게 (그러니까 거의 200여 페이지 동안)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상 계획 및 그의 유대인적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세력과의 암투가 중요한 픽션적 갈등인데, 이들로는 피가 통하는 동생이지만 오히려 동생이란 것이 참으로 부끄러운 다니엘 (그는 일종의 공매, short selling으로 수익을 보지만 실제로 계좌에 들어오는 돈이 없어 괴로움을 겪는데, 그 배후 세력이 이 녀석이다), 그리고 사위삼으려다 바람둥이 행실에 충격을 받아 서로 고발에 음해를 일삼는, 그러니까 그때만해도 기관투자자급에 버금가는 작전세력 구사자인 파나스, 그리고 같이 커피로 돈을 벌자고 손가락걸고 (^^;;;) 약속해놓고 미스테리한 행보를 하는 게이트라위드, 그리고 손해의 책임원인을 무조건 미후엘에게 져놓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온갖 위협을 가하는 요하임 (흠, 현대의 증권가와 거의 다를바 없다) 등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20세기나 되서 선물거래시장이 열렸는데, 17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금융거래를 그것도 날로 (온갖 보조, 안전장치나 시스템없이 투기, 투자에 나서는 인간의 민낯 욕망과 암투를 생생하게 보여주므로) 행하는 것을 보니 감탄하지않을 수 없다. 아무리 우아하게 금융시장을 포장한다 하여도, 역시나 인간의 욕망과 심리가 지배를 하는 곳이란 것을 정확하고 포장없이 다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나를 악인 취급하기로 했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해 악인이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p.86
...많이 조심하고 조금 얻는 것, 그것이 부를 쌓는 방법이오....p.118
... 내가 파리도에게 거짓말을 한 것처럼만 한다면 당신에게 남은 돈을 모두 털린 어리석은 농부가 등에 털이 많은 시골뜨기를 늑대인간이라고 믿게 만들 수도 있다. 털이 많은 시골뜨기가 늑대인간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농부한테 다가가 그 시골뜨기를 손가락질하면서 늑대인간인 것 같다고 한마디만 해보라. 그러면 그 농부는 시골뜨기가 정말 늑대인간처럼 울부짖는다는 착각에 빠지고 말것이다.....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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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스산한 습기가 줄곧 느껴질 뿐만 아니라 맑은 하늘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사건이 전혀 없다는 듯이 줄곧 잿빛의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17세의 암스테르담이라는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했으며 유태인의 풍속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만이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약 500쪽에 달하는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유지하면서 갈등의 골을 점점 좁혀 가면서 강도 역시 조절해 가는 솜씨는 당연히 데이비드 리스가 이야기 만들기의 고수임을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하고 계획한 대로 쓴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다빈치 코드"와 비교를 하는데, 한 마디로 '격'이 다르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경제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 같다. 아마 그 당시의 암스테르담이 얼마나 역동적이면서 또한 탐욕스러웠는지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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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스의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의 평은 대부분 비슷하다. 데이비드 리스는 음모와 거짓말, 배신과 속임수, 치열한 경쟁에 한 가지 더 '종교'라는 것을 가미하여 소설이라는 그물을 짜 독자를 사로잡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재창조한다. 가장 궁금하고 결정적인 부분에서 드라마가 끝이 나듯, 난 일부러 결정적 순간에 책을 잠시 덮고 다음에 전개될 상황을 상상하고 결과를 예측해보곤 했다. 여겨졌고 이 커피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수요에 따라 커피 실물과 선물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누가 먼저 손을 뻗었느냐, 누구와 손을 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커피라는 물건 자체에 대한 전망도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상황에 종교문제까지 겹쳐 복잡다단한 사건이 전개된다. 이상은 계략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 있을뿐더러, 반면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니 말이다. '역사 느와르'라는 평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