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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사는 외교학과 역사학에 걸쳐있는 학문분야인 탓에 연구자가 학술적 훈련을 받은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관점과 스타일의 차이가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것은 '국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일 텐데, 외교학이 국가를 비교적 단일하고 모순없는 정체성을 지닌 하나의 주체로 이해한다면 역사학은 국가가 영구적 갈등의 산물이자 단일정체성으로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지녔다는 관점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테면 외교학이 "소련의 관심사는...... 반면 미국의 이해관계는......" 이런 식의 표현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는 반면 역사학은 기겁을 한다. 도대체 '소련의 관심사'란 게 있기는 한가!
역사학의 관점에서, 나이브한 외교사 연구물들이 갖고 있는 흔한 약점이 바로 이것이다. 국가를 하나의 독립된 의지를 가진 개체로 봄으로써 1) 설명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2) 국가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갈등을 연계해서 사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 심할 경우 외교는 몇몇 천재들의 지략경연장으로까지 이해되어버리는데, 이것이야말로 외교사를 가장 통속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 책 <카우보이들의 외교사>는 역사학 훈련을 받은 저자가 외교학의 전형적인 약점을 보여준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물론 통속적이라 부를 만 한 외교가영웅담의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것은 아니나, 탈레랑의 자리를 미국이라는 '개인'이 그저 대체했을 뿐이다.
"미국의 외교는 소수 엘리트의 점유물이었다."(p. 144)고 대담한 주장을 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근거는 썩 튼실하지 못하다. 우리가 오늘날의 FTA 협상에서 보듯 어느 나라에서나 외교의 최종결정권은 소수 엘리트의 점유물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가 외교를 소수 엘리트의 장난감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은 그 엘리트의 정책결정과정에 국가 내부의 역관계가 어떤 형태로든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FTA 반대집회'라는 직접적인 수준에서부터 '국가 내부의 민주주의 쟁취수준이 대외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간접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을 포괄하는 의미에서의 '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유독 미국의 외교가 '더'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직접적 영향력 행사는 물론 국가의 역관계 총체로부터 외교가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대담한 주장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 책은 1) 미국 국민은 외교에 무관심했다 2) 정책결정과정에서 엘리트의 의사가 주로 관철되었다 이 두 가지 나이브한 논거만으로 저 대담한 주장을 논증하려 시도한다. 무모하다. 어느 나라든 외교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 얼마나 되며 정책결정을 엘리트가 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이는 앞서 말한 '역관계의 작용'을 지극히 좁은 의미로만 이해했기 때문에 나오는 폭좁은 해석이다.
전제의 부실함은 책 전반의 부실함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미국 외교사에서 저자가 민주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팽창, 인종주의 따위와 같은 '역관계'를 증발시키고 나자, 이제 미국의 모든 외교행위는 '고심'과 '결단'의 문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승리자(미국은 현재까지도 유일패권국가다)의 역사를 바라보았을 때 '구국의 결단' 아닌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심지어 명백한 침략전쟁인 멕시코전쟁과 일련의 라틴아메리카 간섭, 제노사이드가 자행된 필리핀 점령에 대해서마저도 저자의 비판은 뜨뜻미지근하다.
대신 남는 것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당대 엘리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중남미 지역이...... 거듭된 정변으로 말미암아 사회는 극도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면서 이들 지역에 유럽 국가들이 개입할 소지가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내전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이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전자의 경우는 미국이 도미니카공화국에, 후자는 아이티에 개입하게 된 이유였다." 그러시단다. 우리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침략주의의 자기변명이 난데없이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하는 꼴을 본다.
이 비슷한 대목들은 너무 많아 일일이 옮길 수가 없을 지경이니, 미국이 스스로도 쪽팔려하는 자기네 침략의 역사들의 장면마다 어김없이 이런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대체로 이는 "장기적 안목을 가진 지도자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설명되니, 그 수사법이 박정희 시절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며 '개인'의 천재성과 고뇌로까지 관점이 협소해지는 통속적 외교사의 약점을 너무나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 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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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책인데 별점이 너무 낮아서 리뷰를 써봅니다.
미국 외교사에 대한 다이제스트로서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건 그 분야에 진입하기 전에는 해당 분야의 전반을 조감하는 책이나 교재를 구해서 그걸 토대로 살을 조금씩 붙여나가는게 유리한데요, 이 책은 그렇게 뼈대를 잡는 역할을 하기에 좋다고 봅니다. 200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기간에 펼쳐진 방대한 미국의 외교사를 요점을 중심으로 잘 짚어냈다고 봅니다.
물론 한정된 지면에 특정 국가의 외교사 전체를 다루려다 보니 경제, 사회, 문화에 기반한 입체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요.
그렇지만 미국의 외교 엘리트들이 국난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렸나를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괜찮은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