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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으로 돌아보는 20세기
"촌철살인으로 돌아보는 20세기" 내용보기
직업상 짧은 글쓰기에 익숙하다. 언제나 짧음 속에 깊음을 담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일 뿐 결과는 따로 논다. 깊음은 내공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포기하고 재기만이라도 담아보려고 하지만 역시 여의치 않다. 여기 재기와 깊이가 느껴지는 글모음이 있다. 기껏해야 원고지 5매 분량의 짧은 호흡이 145번 이어진다. 1년동안 연재한 ''책갈피 속의 오늘''에서 추려서 재편집
"촌철살인으로 돌아보는 20세기" 내용보기
직업상 짧은 글쓰기에 익숙하다. 언제나 짧음 속에 깊음을 담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일 뿐 결과는 따로 논다. 깊음은 내공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포기하고 재기만이라도 담아보려고 하지만 역시 여의치 않다. 여기 재기와 깊이가 느껴지는 글모음이 있다. 기껏해야 원고지 5매 분량의 짧은 호흡이 145번 이어진다. 1년동안 연재한 ''책갈피 속의 오늘''에서 추려서 재편집한 책이다. 튜링이라는 천재수학자가 있다. 현대 컴퓨터의 원형을 개발한 인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동성애자였다. 여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처벌을 받게된 튜링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데, 하필이면 사과에 치사량의 청산가리를 주입한 뒤 한 입 베어물고 죽었다. 이 튜링에 대한 짧은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십여 년이 흐른 뒤, 애플 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인류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이름을 ''애플''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을 로고로 택했다. 그것은 ''진정한 컴퓨터의 아버지''에 대한 경의였을까." 빌 게이츠에 대한 글은 이렇게 맺는다. "밉든 곱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도는 이제 세계의 창이 되었다. 게이츠는 피해 갈 수 없는 디지털 세계의 권력이다. 2003년 4월 우리나라에서 게이츠 사망설이 퍼졌을 때 주식 시장은 어떠했던가. 그야말로 요동을 쳤다. 그런데도 끝내 마이크로소프트가 못마땅하다면 게이츠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줬다는 얘기를 되씹어 볼 밖에.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불평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극단적인 흑인운동가 맬컴 엑스를 회상한 글의 말미는 이렇다. "맬컴이 죽기 전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뉴욕의 흑인들 가운데 단 6펀센트만이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흑백차별이 현저히 완화된 지금, 미국 흑인들 중 84퍼센트가 그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이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여론 조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말컴이 죽은지 꼬박 40년이 흘렀건만 백인사회에서 자수성가한 몇몇 흑인들만이 ''왕(King)''처럼 살고 있고, 빈민의 대부분을 이루는 흑인들은 여전히 현실을 ''부정(X)''하고 있다는 것일까. 미국인이면서 동시에 흑인인 블랙 아메리칸. 킹과 맬컴은 여전히 충돌하고 있는 이 두 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다. 다만 없는게 있다. 울림. 수많은 일화와 직접 일화들로 우리의 눈을 기쁘게 하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지만, 읽을 때 뿐이다. 책을 덮고 돌아섰을때 가슴 속에 남는 그 무엇이 없다. 신문이란, 보도란, 원래 그런 것일까.
k****9 2006.08.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