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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는 둥둥 - 김승희 시집
"냄비는 둥둥 - 김승희 시집" 내용보기
창비 시.앱 '시요일'에서 접하게 되어 구입한 시집이다. 김승희 시인의 냄비는 둥둥,나에게는 이름조차 희미한데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이다.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되도록 내가 알지 못했던 시인의 시를 읽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여전히 나의 시 읽기는 편협하고 부족하다.시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감정의 종류인지를 말하기는 곤란하다.그냥 기호식품처럼 좋
"냄비는 둥둥 - 김승희 시집" 내용보기

창비 시.앱 '시요일'에서 접하게 되어 구입한 시집이다.

김승희 시인의 냄비는 둥둥,

나에게는 이름조차 희미한데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이다.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되도록 내가 알지 못했던 시인의 시를 읽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여전히 나의 시 읽기는 편협하고 부족하다.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감정의 종류인지를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냥 기호식품처럼 좋아하는 무엇, 호감이 가는 무엇, 마음이 쓰이는 무엇일뿐인가?

 

더 나아가 시를 쓰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시를 읽을 수록 더 궁금해져 시집을 사고 또 산다.

나는 시를, 과연 시 비슷한 것이라도 쓸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내게 오겠지, 한 귀퉁이 모자라지만 어쨌든 시의 모습으로 오겠지 하면서 나를 다독인다. 아직은 때가 아닐 뿐.

 

콩나물의 물음표와 몇개의 시가 뇌리에 남는다.

 

어둠과 물의 힘으로 금빛 콩나물이 탄생하는 그 천지개벽의 순식간

뜨거운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위로 위로 높게 높게 어두움을 들어올릴 수 있다.

뜨겁고 비가 내리고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지 못한 나는 이런 노래를 부를 자격이 있을까

있다. 있다. 말하고 싶지만 과연?

 

-콩나물의 물음표-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오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 지에 대

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 저 산을 옮겨야겠다 -

 

 저 산을 옮겨야겠다

 저 산을 내가 옮겨야겠다

 오늘 저 산을 내가 옮겨야겠다

 

 먼저 저 산에서 ㄴ을 빼고

 ㅏㅏㅏㅏ

 목놓아 바깥으로 이를 풀어놓으면

 산은 마침내 ㅅ만 남게 된다

 두사람 비스듬 몸 맞대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ㅅ.....ㅅ.....ㅅ.....ㅅ.....

 저 산이 움직인다

 ㅅ.....ㅅ.....ㅅ.....ㅅ.....

 저 산이 걸어간다

 ㅅ.....ㅅ.....ㅅ.....ㅅ.....

 산을 움직이는 두사람

 ㅅ.....ㅅ.....ㅅ.....ㅅ.....

 사랑하는 두사람이다

 

 

- 갑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들렸다 -

 

 폭설의 밭 속에서 살고 있는 것들!

 백설을 뻗치고 올라가는 푸른 청보리들!

 폭설의 밭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들!

 시퍼런 마늘과 꿈틀대는 양파들!

 다른 색은 말고 그런 색들!

 다른 말은 말고 그런 소리들!

 

 하루를 살더라도 그렇게

 사흘이나 나흘을 살더라도 그렇게!

 

모든 것들의 밑과 안에서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시퍼런 용기가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존재들로 인해 이 세상이 굴러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깨끗하게 치워진 아침 거리는 새벽의 고단한 미화원의 노고가 있고

뜨끈한 전기밭솥의 밥은 뙤약볕에 농약을 친 농부의 고생이 있고

천원에 세개를 주는 물 찬 오이는 하우스를 열심히 돌린 눈물이 있고

이렇게 값 싸게 좋은 세상을 누리게 된 것은

존재조차 숨겨져야 하는 이 존재들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잠깐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는 나란 존재는 

6411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말했던 노회찬 의원을 생각하는 나란 존재는

 

이 울컥했던 마음을 내일은 깡그리 잊고 말 나란 존재는

k*****7 2019.05.23. 신고 공감 1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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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세상의 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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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풀어낼 세상의 슬픔은 참으로 많다. 가슴 하나가득 고인 채 흐르지 않는 감정들을 그대로 쏟아낸 듯 한 편 한 편의 시는 거칠었다. 세상에는 왜 그리도 서글픈 일이 많단 말인가. 잊고 지냈던 충격들이 다시금 뇌를 파고들었다. 세상 모두를 놀래킨 사건이 있었음을, 내 아픔이 아니라는 자만으로 지금껏 잊고 지냈음을, 나는 이제서야 고백한다. 모든 것을 해체시키려 작정이
"그래도 우린 세상의 별이 되고 싶다" 내용보기
언어로 풀어낼 세상의 슬픔은 참으로 많다. 가슴 하나가득 고인 채 흐르지 않는 감정들을 그대로 쏟아낸 듯 한 편 한 편의 시는 거칠었다. 세상에는 왜 그리도 서글픈 일이 많단 말인가. 잊고 지냈던 충격들이 다시금 뇌를 파고들었다. 세상 모두를 놀래킨 사건이 있었음을, 내 아픔이 아니라는 자만으로 지금껏 잊고 지냈음을, 나는 이제서야 고백한다. 모든 것을 해체시키려 작정이라도 한 듯, 한글의 자, 모음이 분리되었다. 활보하는 산의 형상이 홀로된 ''ㅅ''에 묻어났고, 평생을 공들여 깎은 모진 세월이 ''o''에 덧입혀졌다. 이젠 그만 상처 입어야지... 스스로에게 되뇌여보지만, 아직 그녀의 생은 끝나지 않았다. 사랑이 허무하게 식은 날이 있었다. 죽음을 믿지만 달리 길이 없기에 제 한몸 세상에 던졌던 한 여인을 추모하는 그녀의 시는 서글펐다. 마지막 한 마디는 분명 ''사랑해!''였을거라 말하는 것으로 아픔을 털어내려했지만 그리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시는 시대의 맥락 아래 놓인 듯했다. 일자리를 부르짖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냉혹한 사회의 시선.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풍요를 보장한다 하지만 그 담보로 인간성을 넘겨주어야만 하는 너무도 차가운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그녀는 꿰뚫고 있는 듯했다. ''여성''이라는 허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두 어깨는 무너져내릴 틈도 없이 바빴다. 달그락거리는 냄비 소리가 아이들에게 즐거움이요, 남자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면, 여자들에게 그것은 고뇌였음을 그녀는 잘 알았다. 기억해야할 날은 많았지만 자신을 위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생명을 잉태했던 순간, 생명을 저버렸던 순간, 이 모든 것은 그저 평범한 ''여자의 시간''이라고...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을 담아 구슬프게 아리랑을 불러대듯 그녀의 시는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를 쓴다. 슬픔이 있기에 비로소 노래할 수 있다면 쓰라린 역설이라 하겠지만, 슬픔을 노래하는 것도 시를 쓰는 목적이라 했겠다. 홀로 미쳐버리기 전에 단 한마디의 언어라도 내뱉어야 할 듯 싶어 그녀는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했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있고, 아픔이 있기에 사랑도 있는 거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배우 이은주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순간이 있었다. 재잘거리던 미선이와 효순이가 아무도 과실이 없다는 사고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땅에선 그렇게 쉽게 생이 진다. 그리고 살아있는 이들은 화려함 도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글픔을 껴안고 산다. 돈이 돈을 부르고 병이 병을 끌어들이는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흐의 심정으로... 그래도 그 안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고, 그래도 세상의 별이 되고 싶다고...
이달의 사락 q*****2 2006.08.1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