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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은 아주 거리가 먼 분야 같다. 지극히 감성을 우선시하는 게 예술이라면, 과학은 이성을 앞세운다(흔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흔히들 두 분야를 양 극단에 두고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예술가들이 이성적이지
않은가? 예술 작품에 이성적 요소가 없다는 선입견은 과학 기구를 도입하여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미술가나
철저한 구도를 잡고 그림 구상을 하고, 그것을 그림에 구현해내는 미술가 앞에서, 놀라만치 정교한 계산 속에 탄행한 음악 작품 앞에서 무색해진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도, 과학자도 이성 만큼이나 감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도 그 자리를 뜨면 아주 평범한 생활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과학 활동 자체도 감정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
보리스 카스텔과 세르지오 시스몬도가 『과학은 예술이다』(The Art of Science)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목처럼
예술 같은 과학도 아니고, 과학이 예술과 어떤 관련을 맺는가 하는 게 아니다.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오해를 걷고, 그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구체적 예를 통해 밝히는 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럼으로써 과학자가 사회와 유리된 아주 별종의
인간이 아닐 뿐더러 우리가 접하는 예술과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중간중간의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은 다소 본문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끝의 과학의 예술적 성격에 대한 부분은 한번에 몇
단계를 도약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과학과 과학자의 활동에 대한 분석은 상당히 공감을 준다. 저자들은 20세기 초반의 양자역학의 등장을 당시 고전적 인과율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좋은 독일의 배경에서 가능한 것이었으며, 화가들이 보이지 않는 실체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었다고 지적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채택되는 과정에 대한 장(章)을 통해서는 과학에서
논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며(실은 그렇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연을
설명하는 데 그보다 합리성이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이브’
가설에 대해 다루면서는 과학계의 논쟁과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 밖에 실험의 의미, 과학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실제의 과학적 활동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환원주의를 넘어선 근본주의의 한계, 혹은 오만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사실 과학자라고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의식적으로 염두에 두면서 연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사회에 편입되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고 봐야 한다. 분명히 과학은 나름의 논리를 가지며, 특유한 성격, 문화를 갖고 있지만, 그게 다른 분야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모두 천재적이지도, 컴퓨터 같지도 않은 사회적 인간이 그 분야의
논리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바로 과학 활동의 대부분이다.
과학이 이뤄지는 메커니즘은 모두가 잘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그럴 수도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문제다. 과학을 비판하는 이들이 과학이 이뤄지는 방식 자체를 무시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되는데, 그게 과학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도움이 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의 활동을 아주 일목요연하면서도 너무 장황하지 않게 쓴 이런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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