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작가의 대표작이라기에 혹~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하는 반감(?) 비슷한 것도 가진 채로. 한 권에 500 쪽이 넘는데도 세 권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 전에는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일단 읽기를 시작하니 어찌나 책장이 잘 넘어 가든지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작가가 뭔가 계속 이야기를 더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줄거리는 크게 보자면 1.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2. 그 범죄에 희생된 사람들과 유족, 3. 그 사이에 끼인 사람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인데, 동일한 연속범죄들을 놓고 그 과정에 대해 1. 피해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한 번, 2. 범죄자의 입장에서 한 번 반복하고(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없었으면 허전했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 마지막으로 그 이후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찰들의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사건을 결정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람은 없으니 일반적인 탐정물이나 추리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추리소설 못지 않게 머리를 쓰게 되고, 가끔씩 뒤통수를 맞고는 목 뒤로 소름이 돋는 상황이 발생한다. 작품 속에는 살인자들이 비상식적인 심성을 갖게 되는 과정들, 희생자 유가족으로서 느끼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분노와 죄책감'', 가해자 가족의 비뚤어진 정의감(?) 표출 등이 곳곳에 녹아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책을 덮고 나도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게 됐다. 이 작품처럼 분량이 많은 경우, 줄거리 진행에 꼭 필요하지도 않아 보이는 정물 묘사나 배경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걸 다른 소설에서 가끔 경험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불필요한 묘사나 서술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이 5년인가 6년 동안 연재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하던데, 오랜 세월동안 흐트러지지 않은 그 구성의 치밀함에 정말 놀랐다. 대부분 이런 소설은 읽고 나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책장을 덮고 나서도 ''인간으로서의 배려'',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같은 부분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어서 멋졌다. 그리고 번역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내가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번역의 힘이 크다고 본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등장인물의 일본어 이름만 가리고 읽으면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일부 오탈자가 눈에 띄긴 해도). 번역자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번역해 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표지 디자인에 관해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표지 그림을 다시 보니 왜 이 그림으로 표지 디자인을 했는지 십분 이해하게 됐다. 표지 디자인, 색깔, 내용, 번역 모든 게 마음에 드는 정말 경험하기 힘든 ''좋은'' 감상을 해서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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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한 아이들의 눈빛에 감춰진 잔인성이 고개들 때면 소름이 돋는다. 잠자리를 잡아 실컷 갖고 놀다 심심해지면 양 날개를 잡아당겨 몸을 찢거나 머리를 한 바퀴 돌리고서 날려 보내는 아이를 목도했기 때문이 아니다. 방금 자기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잊어버리고 카메라의 피사체가 된 듯 해맑게 웃을 줄 알기 때문이 아니다. 감추고 싶은 내 어린 날을 들추어내는 작은 손을 바라보면 나는 양 손으로 반대쪽 팔뚝을 쓸어내려야 한다. 학습이란 참 무섭다. 지금은 땅강아지를 손바닥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지만 ‘앞으로 나란히’ 구령에 맞춰 줄 서는 것을 배울 때는 땅속으로 도망가는 땅강아지도 한번에 집어냈었다. 어렵지 않게 장난감을 마련해서인지 잠깐 갖고 놀다 집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나와 사이가 좋지 않던 한 아이, 어느 날 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집으로 냅다 뛰어가는 땅강아지를 밟아 죽였다. 아직은 내 건데! 잔뜩 화가 났지만 그애가 벌레를 잡을 때까지 무심한 척하며 기다렸다. 머잖아 나도 덩달아 밟을 수 있었다. 톡, 하고 작은 생명체가 터지는 소리. 일순 한기가 등을 훑고 지나갔다. 운동화 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다리를 떠는 생명체를 짐작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도리 없었다. 이렇게 섬뜩함으로 시작된 놀이는 학습되었고, 학습은 다양성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군국주의가 팽배하던 일본 근대사를 배경으로 서술하며, 한 인간의 성장을 통해 교육철학을 말하는 시모무라 고진 소설 <지로 이야기>.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메뚜기 머리 따기’ 놀이를 곧잘 한다. 메뚜기를 잡아 옷을 물게 한 다음 방심한 틈을 노려 몸통을 잡아당기면 머리만 옷에 남게 된다. 누가 먼저 머리 열 개를 모으나 시합하는 식의 잔인한 장난이다. 생명을 장난으로 빼앗는 것이 옳지 않음을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각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삶의 보편적 가치를 터득한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자칫 잔인함 속에서 쾌감을 찾는 인간의 본성에 머물 수도 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 <모방범>을 읽으며 메뚜기 머리 따기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해사한 얼굴을 떠올렸다. 마치 사과라도 따듯 흡족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과 아미가와 고이치의 ‘피스’를 연상시키는 둥근 웃음이 겹쳐졌다.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권 P. 111) 법이란 게 만들어지고 난 후 범죄가 생겼다. 물론 그 전에도, 후에 범죄라고 명명할 수 있는 사건은 있었겠지만 법을 저촉한 것은 아니다. 판단할 기준이 없었으니까. 개인의 생명과 권리와 재산을 보호하려는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법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범죄 또한 다양해졌다. 원한이나 탐욕을 넘어 자기 욕구에 충실하려는 목적으로 범죄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 안에서 존재감을 갖으려는 의도가 짙다. 웬만한 일로는 주목받기 어려운 까닭에 자꾸만 삐딱해진다. 삐뚤어질수록 귀 기울이는 사회. 그렇다. 범죄는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 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3권 P. 303) 자존감을 드높이기 위해 거대한 굿판을 벌이는 고이치. 소품은 넉넉히 준비했으니, 사람 잡을 선무당 목이 꽤나 간지러우니, 징이며 꽹과리는 언론매체에서 알아서 쳐줄 터다. 몸 사리고 있다가 절정의 순간에 칼 위에서 날뛰면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트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 사회가 요구하는 건 진실이나 진심 같은 싸구려가 아냐. 아름다운 줄거리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 (2권 P. 337~338)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픈 고이치는 한 사회를 무대로 각본을 치밀하게 짰다.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 뒤의 이야기를, 동선을 미리 구상했다. 사람속의 온갖 감정을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미리 마련했다. 돌발 상황도 바로 극의 일부분으로 전환하는 연출가의 작품, 드디어 굿판은 시작되었다. 한적한 공원에서 여성의 오른팔이 등장한 것이다. 경악하던 관객들은 이내 분노한다. 이렇게 변한 세상을 한탄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극의 흐름이 자못 궁금해 흥미를 주체 못한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소수의 관객만이 배우로 거듭나는 희한한 무대.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환상이라는 왕국 속에서 작은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은 왕이다.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는 결코 사악하지도 않고 죄도 아니다. 오히려 알력으로 가득한 현실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도 하다. (2권 P. 451) 선무당 역의 구리하시 히로미는 왕좌에 앉은 왕이라도 된 기분이다. 비록 고이치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내가 주역이나 마찬가지다. 소품에 지나지 않는 시체가, 아니 대사 하나 없는 엑스트라가 등장할 때마다 공포에 휩싸이는 관객을 지켜보는 유쾌함을 무엇에 비할까. 생사여탈권을 쥔 왕 노릇, 해볼 만하다. 허나 자기 세계를 굳건히 다진 다음 그 안에서 왕이 되지 못한 히로미는 서둘러 퇴장한다. 그의 유일한 벗 다카이 가즈아키와 함께. 각본대로 연기하지 않은 배우가 괘씸하지만 어차피 퇴장할 거 잘 되었다며 연출가 겸 배우가 된 고이치는 무대에 올라 멋들어지게 칼춤을 선보인다. 퇴장한 두 인물로 수사가 좁혀지게 조작해놓고 가즈아키는 절대 살인범이 아니라고 노래 부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장단을 쳐주는 매스컴에 한창 신명난 배우, 자신의 위대한 작품을 일개 모방작이라 폄하하는 말에 그만 칼 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만다. 만일 찢어지게 가난했더라면. 못생겼었다면. 키가 작았다면. 교양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거야.”(2권 P. 241) 우성인자에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으니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셈이지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를 갖지 못한 고이치.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보다 ‘피스’로 통할 만큼 늘 웃는 얼굴을 연출하지만 실은 온기 있는 웃음이 아니다. 사람을 사랑해 본 적 없으므로. 복잡한 가정사를 차지하더라도 누군가 한 사람 절대적인 사랑을 내어준 적 없었으므로. 앞의 전제를 다 무시하고 ‘온몸의 세포가 열리도록 사랑받아 본 적 있었다면’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을 그가 알아채지 못하고 굿판은 끝났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둠을 지니고 있어. 범죄자만 사악한 게 아냐. 너나 나나. 다 똑같이 시커먼 부분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 (3권 P. 391) 어둠이 없는 자는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인간에겐 맹목적인 선의와 동시에 맹목적인 악의가 내재되어 있는지도. 다만 어느 쪽을 더 발현시키는가의 문제일 뿐. 사회가, 환경이 어느 쪽을 더 유도하느냐의 차이일 뿐. 1,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이지만 가독성이 뛰어나 뒤로 갈수록 책장 넘기는 손맛이 살아난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시작해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시 보는 방식을 택하여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는 독자를 작가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피해자 시선과 가해자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지막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박차를 가하는 서술에는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감지된다. 가독성과 더불어 더러 눈에 들어오는 적절한 비유가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분노의 발작을 ‘그것은 마치 자동차 핸들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드는 것(2권 P. 325)’으로 비유한 부분과 비유를 넘어 미문이 된 ‘밤하늘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그만 구멍이 뚫려, 거기에서 빛이 샤워처럼 쏟아져내리는 것 같았다. (2권 P. 236)’, ‘맑은 겨울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도 잘게 갈아서 뿌려놓은 얼음 가루 같아 보였다. (3권 P. 432)’라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감흥이 짙은 것 또한 이 소설의 미덕이다. 지울 수 없는 상흔을 안고 여생을 보낼 아리마 요시오의 고통과 한평생 누나의 대체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히로미의 번뇌가 길항할 때, 가족을 비극으로 몰았다는 쓰카다 신이치의 죄의식과 타인의 아물지 않은 생채기에 과산화수소를 쏟아 붓는 히구치 메구미의 자의식이 마찰할 때, 끊임없이 어둠을 내보내는 고이치의 비겁함과 인간의 어둠에 대해 글을 쓰는 마에하타 시게코의 최초이자 최후의 일격이 충돌할 때는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가즈아키만큼은 아니다. 일순 숨이 멈춰지고 뒤미처 먹먹해졌다. 히로미의 삶을 온전하게 되돌려놓으려는 간절함이 눈물겹다. 우정은 오래전에 주종관계로 변질되었어도, 심지어 살해한 다음 자살로 위장하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도록 세운 계략에 휘말렸어도, 따뜻한 기억을 주었던 유년 시절의 친구를 잊을 수 없는 가즈아키. 이 세상 누구보다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손 내밀었기에 맞잡을 수 있었다. 비록 죽음이 코앞으로 닥쳐오고 있지만 둘에게는 생애 최고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살아서 무대를 지킬 고이치가 더없이 측은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온몸의 세포가 열리도록 히로미를 사랑한 가즈아키의 손은 작가가 <모방범>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전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고 말을 거는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듬직한 인간은 없다. 처음부터 힘 있는 인간은 없다. 누구든 상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순간에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권 P.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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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5년에 걸쳐 잡지에 연재했다는 바로 그 모방범. 이제 겨우 1권, 틈나는대로 며칠에 걸쳐 읽었지만, 총 3권이 원고지 6000매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는 대부분의 리뷰가 이해된다.
초반에는 피해자의 가족 중심, 후반에는 가해자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반에 긴장감이 더한다. 사건과 연관된 모든 인물들의 심리 묘사, 행동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범죄의 트릭, 이야기의 반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지만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살인은 피해자를 죽인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읽으면서도 매 순간 느꼈지만, 살인은 어떤 연유에서든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임이 분명하다.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인물이 피해자 마리코의 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가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를 통해 피해자 가족의 심정을 엿보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 아파했다. 음.. 후반에 등장한 히로미 때문에 열을 올리다보니 신이치를 잊고 있었네. 처음 사건 현장을 발견한 신이치도..
현실에서도 있었던 연쇄 살인을 다루고 있어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피해자 가족과 경찰, 그리고 언론을 통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조롱하는 범인, 범인으로 지목된 두 남자 중 하나인 히로미는 배아파 낳아주신 어머니를 때리고 돈을 갈취하고 끝에는 두 명의 여자를 살해한다. 이들의 잔인하고 병적인 행동이 몹시 불쾌하고 소름 끼쳤다. 미친 놈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없다. 범인으로 지목된 히로미와 가즈아키가 진짜 범인으로 결론이 난 게 아니라서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모방범'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아, 그리고.. 겨우 1권 읽었을 뿐인데 등장 인물이 꽤 많다. 총 몇 명인지 세어보지 않았지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 몇 번, 앞에 나왔던 이름이 아닌가 다시 넘겨보기도 했다. 반납하기 전에 적어둘 걸 그랬나.. 주요 인물의 이름은 기억나니까 괜찮겠지? 후반부에 등장한 '피스'.. 뭔가 나쁜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인물, 궁금하다. 어서 2권을 읽어보자. |
| 요즘 여러권의 추리소설들을 읽고있지만 중간이후부터는 처음의 정교함과 추진력이 떨어져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모방범이라는 소설은 첨부터 끝까지 숨가쁘게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다가 놀랍게도 엄청난 분량.. ) 보기 드문 소설이었습니다. 단순히 평면적으로 그냥 희생자의 한사람뿐으로 표현할수 있는 내용을 꼼꼼하게 구성하여 단역들에게도 생명력을넣어준 이런구성이 결국에는 사건의 해결과도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일반적인 범인이 누구인가를 묻는 추리소설은 아니고 사건자체를 흥미진진하게 엮어서 보여준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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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사람을 비춘다. 얼굴을 비추고 눈동자를 비춘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작용일 뿐,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것은 아니다. 거울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 놓고 그 앞에 서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기쁨이나 자랑스러움을, 세상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 세상에 거울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점검해주고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자신을 점검해야 할 것이고,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2권, p99 진실은 반드시 돌아온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모방범>
5년에 걸쳐 잡지에 연재한 내용이며, 원고지 육천매를 넘는 분량이라고. 우리나라에서도 5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3권에 나눠져서 발간되었다.
일본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데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등장해서 1권에서는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었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를 존경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 소설은 범죄나 추리의 트릭보다는, 인간의 심리묘사가 강하다. 잔인한 살인행각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는 콤플렉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순환의 관계들, 고도성장 사회의 이면에 가려진 도시인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진다. 그 가운데, 중심을 잡고 버티는 평범한 노인, 아리마 요시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도,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위대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새삼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자라나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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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mystery novel, detective fiction)은 광의로 범죄소설(crime fiction)에 속한다. 실제 범죄사건을 소재로 해서 픽션을 가미하는 경우도 있고, 범죄를 소재로 창작하는 경우, 범죄는 경찰이 해결해야 할 사건이면서도 독자가 풀어가야할 오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끔 추리소설이 순수문학이 아닌 장르문학이므로 오락성을 가미하여, 매우 자극적으로 범죄사건이나 그 관련자 - 피해자나 피의자, 관련인물등 - 들에 대한 묘사나 서술이 행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시대적으로 범죄가 좀 더 지능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이를 다루는 소설에서 또한 더 거칠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보다 난해할 수록 해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 호러의 성향을 띄고있음을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지나친 점을 느낄 경우가 있다. 사건과 관련되어, 당연히 살인사건이라는 것 자체가 인체에 대한 해, 생명까지 빼앗는 최고의 잔인함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와 상관없이 성적인 묘사나 사건과 상관없는 잔인한 행동이나 감정, 생각이 포함된 추리소설을 읽노라면 가끔 회의적이 되곤한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영화를 보면서 느끼듯 잠시동안의 현실에서 해방되어 퍼즐을 풀고 시원함을 느끼고, 다른 문학과 달리 거의 대부분 악을 징벌하는 패턴을 통해서 이상적인 인과응보를 느낌에도 말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번역자, 해설자, 독자들이 장점에 대해서 칭찬을 한다. 인간에 대한 선한 시선, 읽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 장르에 구분없이 뛰어난 창의력, 쉽게 후다닥 읽히기보다는 찬찬한 스토리텔링으로 장편소설을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지구력, 픽션을 통해서 오락적 기능외에 보다 쉽게 진지한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면모 등등.
이 소설에선 그러한 모든 점을 다 느껴볼 수 있는 미미여사의 최고 걸작이다. 이 작품속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잔인한 면모, 특히나 살인자의 시점에서 서술할 경우 매우 잔인한 부분이 많이 나올 수 있음에도, 이 소설만큼은 피해자 가해자의 입장을 살펴보는 작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다 더 핵심에 집중케해주는 부분이었다. 3권, 총 합해 1,500여 페이지에 이르지만, 그 어느 소설보다 더 잘읽히면서 집중시킨다. 피해자와 가족을 감안하면, 여러인물이 등장함에도 어느 하나 비중에 맞게 소홀함없이 골고루 시선을 나눠 보여주면서도 집중시키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인 신이치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오락실에서 자랑하다 이를 들은 부도사업자 일행의 강도소행으로 부모와 여동생을 잃은, 충격적인 과거가 있는 소년이다. 그는 자식이 없는, 아버지의 친구분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다 아침산책에서 인근 공원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체의 일부를 발견하게 된다.
사체와 함께 발견된 핸드백의 소유주는 후루카와 마리코로, 아버지가 불륜으로 집을 나가자 어머니와 함께 생활을 하는, 막 취직을 한 예쁘고 침착한 처자였다. 사체를 눈에 띄게 버린 범인은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어 사체와 핸드백의 소유자는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한, 신경이 매우 날카롭고 불안정한 어머니와 달리, 두부가게를 하는 마리코의 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농락하기 까지 한다.
한편, 잡지에 요리 직업 등의 기사를 쓰면서 인정을 받는 마에하타 시게코는, 이 사건을 추적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과연 누가 범인으로,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는 행각을 벌이며 피해자의 가족을 괴롭히는 파렴치한인가가 궁금한 가운데, 이야기의 흐름은 급격하게 바뀐다. 범인들의 이름과 이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바뀌게 된 것이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게된, 아니 이들의 과거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피해자를 농락하는 모습은 마치 사이코패스와도 같지만, 어느정도는 과거 부모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도 얘기를 보여주면서, 독자는 일반적인 피해자와 가해자, 나쁜놈 착한사람으로 확연히 구분하기 힘들게 된다.
피해자인 신이치에게 피의자의 딸이 접근하여, 자신도 피해자이며 선처를 베풀어 재판중인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달라고 질기게 요청을 하여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독자를 흥분하고 화를 내게 되지만, 막상 범인을 설득하여 자수시키려는 인물이 누명을 쓰자 그 여동생이 누명임을 주장하며 피해자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게되면, 독자는 혼란을 겪게된다.
누명을 쓴 인물이 얼마나 선한 인물을 알기게, 그가 누명을 쓰고 용의자가 되었음을 알기게, 이를 주장하는 여동생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그녀의 주장에 힘들어하는 피해자 가족을 보면서, 신이치를 괴롭히는 여자애의 모습과 그녀가 오버랩되는 것이다.
...완전범죄를 그리는 소설이나 영화와는 달리, 현실속의 사건에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나는 추리소설은 절대로 읽는 사람이지만, 그런 소설 속에서 만일 범죄와 관계가 있는 현장이 우연히 사진에 찍혔다는 대목이 나오면 엉터리라고 화를 낼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사를 해보면 그런 일이 있습니다. 사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고 하지 않습니까....p.210 (1권)
그래서 추리소설중에도 아마추어 탐정이 활약하는 코지물을 보면, 간혹 경찰이 그들에게 경고를 한다. 이는 그처럼 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하는 퍼즐이 아니며, 매우 위험하고 진지한 작업이라고 (물론, 관련자들은 경찰보다 아마추어 탐정에게 더 잘 얘기해주는 것이 아마추어 탐정들의 장점이기도 하다. 경찰의 수사에서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 때문에 경찰의 공식적인 수사에 적극적인 도움을 못주는 내용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여하간, 한번 범인의 시각으로 흐름이 바뀐 이 작품은 또 다른 급격한 전환을 하게 된다. 얼마나 급격한지 다 얘기하면 2권과 3권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읽어보시길...여하간, 대단한 이야기이다.
모방범이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 제목인 [모방범]은 대단원에서 마에하타 시게코가 범인을 밝혀내는 소재나 도구에서 머무르지않는다. 이는 [모방범]의 후속편인 [낙원]의 초반에서 이 산장연쇄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정리를 하고 있는 것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고 나서 저자는 독자들의 질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저 모방범은 범죄의 창조성을 주장하는 범인을 도발시키기 위한 용어가 아니다. 위에서 줄거리요약에서도 언급했듯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 또한 명확하게 구분할 수도 없고, 어떤 면에서 판단하기에도 그 대상이 되고나면 어떤 것이 옳은 방법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실상, 이 모든 과정을 마에하타 시게코의 르포연재나 기타 기사, 방송국 프로그램등을 탐욕스럽게, 피해자나 범인을 자신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타인의 시선으로만 보는 모든 사람들 또한 무죄가 아님을 말한다. 작가가 제공하는 이런 정답이 아니라도 한번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보여지는 것 말고도 (보여진다고 다 진실이 아니듯) 한번 읽으면서 생각해보시길.
...어느 쪽이 보다 더 빨리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사회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선악의 판단기준이란 그것뿐이다...p.343(1권)
... 자신의 기분에 솔직한 것과 탐욕스럽고 성급한 것은 종이한장 차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 작으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상상력이라는 것도 몰랐다....p.60 (2권)
... 미스터리극은 시대극이 많으니까....역사의 차이라고 봐야겠지....일본인은 나무와 종이로 지을 짓기 때문에 대체로 한세대가 지나면 집을 새로 짓는다. 집주인보다 집이 더 오래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돌이나 벽돌로 집을 짓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사람보다 집의 수명이 더 길다. 집은 몇세대에 걸쳐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를 목격하고, 은밀한 애증을 알고....p.252 (2권)
(이때문에 집에 관련된 호러물이 서양에 더 많은지도..그러기에 주온3에서 주온은 이제 집에 머물지않고 미국으로 떠난건가? 참나. 당최 일상의 공포외엔 주온은 집중할 수가 없다)
...인간이 순수한 오락을 위해서 남의 목숨을 희생으로 삼는 방식을 현대의 문명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의 룰을 만들기 위해서 몇백년이란 세월이 필요했지...p.302 (3권)
(다른 책들을 함께 읽는 멀티리딩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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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에 읽었지만 리뷰는 이제야 써보네요. 범죄심리학+심리학 일반론+형사정책학+사회학+형법판례중 냉혹한 케이스+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모방범!!!!! 시인을 게을러야하고 소설가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밀도있고 묵직하며 속도감있는 스토리에, 다양한 인물까지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는게 쉬운일이 아닐텐데...미미여사...진정 존경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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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로 손꼽히는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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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 탄탄한 구성력과 날카로운 인간상의 표현력, 흡입력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한이나 물욕과는 무관한, '이유 없는 범죄'를 다루고 있으며, 2002년 일본에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두꺼운 책이다. 전3권이 완결이고 모두 무시무시한 두께감과 무게감을 자랑한다. 피해자의 시점과 살인자의 시점. 사건과는 관련없는 사람의 시점에까지. 이 소설은 서로 다른상황, 다른이유지만 결국하나의 방향으로 같이 흘러가게되는 사람들을 같이 보여줌으로서 보는재미를 더했다 라고 쓰지만 그런거 다 관두고 그냥 손을 뗄 수가 없다. 상당히 예전에 읽었었는데도 범인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 왜 책의 제목이 '모방범'인지 알 수 있었던 부분에서의 그 오싹함과 환희는 잊을 수 없을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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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권짜리 책이라 처음엔 굉장한 사건 스케일이 있고, 매우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우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써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각자 다른 입장에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우선 1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다. 피해자인 신이치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정말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재밌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