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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자율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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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해운회사 주재원으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통독이 되고 나서 한 사오년 쯤 지난 시절이었다. 근무한 지역은 물론 과거 서독지역이었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된 번화한 도시였다. 대부분의 주재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해외 주재근무 중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자 여기저기 많이 여행을 했다. 한 번은 조금 큰 마음을 먹고, 멀리 동유럽지역을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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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해운회사 주재원으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통독이 되고 나서 한 사오년 쯤 지난 시절이었다. 근무한 지역은 물론 과거 서독지역이었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된 번화한 도시였다. 대부분의 주재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해외 주재근무 중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자 여기저기 많이 여행을 했다. 한 번은 조금 큰 마음을 먹고, 멀리 동유럽지역을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당시 이미 동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개방되어 서구의 자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거대한 광고 입간판들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던 때라 ,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전혀 꺼려질 것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오랜 시절 분단상황으로 인하여 얻은 후천성 대사회주의 공포증은 완전히 치유되지않아 마음 한 구석에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있었다. 독일 중 서부의 중소 도시 마인즈 에서 출발하여 3번 고속도로를 타고 옛 동서독의 국경지역을 넘는 순간에는 분단된 조국에서 40여년간을 충성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이 느낄수 있는 습쓸함이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단의 흔적들이 아직 채 정리되지 못한 채로 (아니, 않은 채로) 남겨져있는 베를린의 이런저런 풍경들을 뒤로하고, 옛 프로이센의 고도로 한 때 동유럽 제국가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에 들어설 때, 문득 내가 느낀 것은, 전쟁 중에 폐허가 된 북녘땅의 어느 한 지역을 돌아본 느낌이었다.

 

내가 여행한 이러한 지역들이 우연히도 이 책의 주인공 알베르트 도른이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드레스덴이고, 그가 젊은 시절을 보낸 베를린, 후에 인생을 마감한 독일 중서부의 조그만 도시 마인즈 . 한 때 독일제국의 수도였던 프로이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만, 역사적, 정치적 대변혁기를 지내는 동안에 주인공 알베르트 도른비활동적이고 부정적이며 수동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게 된다. 연합국 감시하에 동서독이 서로 은밀하게 공존하던 베를린에서 주인공은 더더욱 회복하기 힘든 과거로의 침잠에 빠져들게 되고, 마지막 돌파구로 여겨졌던 서독의 마인즈에서마저 정착하지 못하고, 자살인지 약물중독인지 모르는 채로 죽어간다. 물론, 이 소설은 통독되기 이전에 쓰여졌고, 주인공은 동독지역, 동서독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 그리고 서독지역, 세 지역에서 다 살아보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한 채 , 단지 개인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느껴지는 심회는 , 주인공의 죽음이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단된 조국 어느 한 곳에서는 자본주의가 넘쳐 나고 있고, 다른 한 곳에서는 사회주의적 이념이 지배할 때, 결코,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 개인은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 까 ?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조국의 통일을 바라는 작가 마틴 발저는 어느 곳도 선택할 수 없어 결국 주인공 알베르트 도른에게 치사량이 넘는 수면제를 먹일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

 

 

b****l 2009.08.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