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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과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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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진보당 사건'의 조봉암 선생의 전기 같은 기록이다. 그냥 전기라고 하자니 조봉암 개인보다는 한국 진보진영의 당시 사건이 좀 많은 것 같고, 평전이라고 하자니 '평'에 해당하는 부분이 미흡하다. 그래서 '전기 같은 기록'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 해방 후부터 진보당 사건까지 조봉암을 중심으로 한국 진보정치가 어떻게 움직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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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진보당 사건'의 조봉암 선생의 전기 같은 기록이다.

그냥 전기라고 하자니 조봉암 개인보다는 한국 진보진영의 당시 사건이 좀 많은 것 같고, 평전이라고 하자니 '평'에 해당하는 부분이 미흡하다. 그래서 '전기 같은 기록'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 해방 후부터 진보당 사건까지 조봉암을 중심으로 한국 진보정치가 어떻게 움직였는가에 대해서는 중요한 기록인게 사실이다.

 

'한 민주사회주의자의 삶과 투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물론 조봉암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봉암과 동시대에 진보정당 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인 저자는 조봉암의 정치적 지향점을 '민주사회주의'로 정의하고, 박헌영과 결별한 이후 조봉암의 정치적 행위는 모두 민주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 설명된다고 한다. 해방 전 독립투쟁을 하던 당시 공산당으로 활동했던 것은 투쟁의 조건 속에서 그리 한 것일뿐, 해방 이후 미군정과의 약속이나 대선 과정에서의 사퇴, 정당의 분열과 재조직 같은 행동들이 모두 그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실천적 이론가로서, 현실 정치인으로서 조봉암이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외국을 다니거나 국내에 칩거하면서 닦은 지식이 바탕이 된 그의 글은 설득하는 힘이 있었고, 글로 보건데 아마 대중연설에도 능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단기필마로 보냈으면서도 매번 조직을 엮어내는데 성공했고, 결국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지금의 진보진영이 가면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것에 비하여, 더 가혹한 탄압이 자행되었을 시기에 그런 자리에까지 간 것은 분명 조직능력과 지도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해야만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건지 한편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를 사법살인한 권력의 비열함은 당연히 비판해야하지만, 그와 별개로 조봉암이 출마했던 대선에서 다른 야당과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나 조봉암이 참여했던 진보적 정당들이 다시 해체되는 것을 보면 지금의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것이다.

공당에서 공식 선거에 내보내는 공식 후보로 뽑힌 사람이 대선 후보 사이의 논의만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은 지난 총선 때 진보신당의 후보였던 심상정이 임의 사퇴했던 사건(당시 포스트)과 아주 비슷하여, 그 논리마저 같다. 현존하는 독재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뭉쳐야한다는 이유, 단일화의 대상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강령과 이론을 가지고 있는 정당, 당의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퇴, 심상정 사건 때 그를 비판했던 이유들이 조봉암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조봉암이 야권의 대표 주자로 성장했다는 것이 2010년대에 그대로 재현됨은 지금도 역시 진보세력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런 희생을 해야한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정당들이 왜 단일화를 해야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획득한 주도권이나 권력이 의미가 있을까. 브라질의 룰라가 그렇게 대통령이 되었던가.

앞선 사례가 정치 지도자의 옳지 못한 선택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층 더해준 것이라면, 후자는 그래도 진보 진영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이다. 예전에 홍세화 선생님의 책에서 진보진영이 서로에게 까칠한 이유(=분열하는 이유)를 보고 공감한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조봉암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서로의 차이점을 보기보다는 같은 점이 크면 뭉쳐서 가는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존재하는 차이점이 도저히 뭉치지 못하도록 크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진보당이 출범할 때까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였던 진보진영의 모습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고민은 그 '도저치 뭉치지 못하도록 하는 큰 차이점'의 기준이 어딘가 하는게 될 터, 이건 당원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지금의 나는 민주노동당부터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현 진보신당의 다수는 더 오른쪽으로 기준을 놓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통해 비춰본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졌는데, 사실 조봉암의 생애에서 감동받기에는 그는 너무 현실 정치인이었다. 내가 지금 심상정을 지도자로 생각하지 않듯, 과하게 현실로 들어간 조봉암은 그리 반갑지는 않았던 것이다. 진보진영의 인사로서 현존하는 권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였지만, 그 과정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물론 그것과 그를 법살한 것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하지만 해방 직후부터 펼쳐진 한국 진보정당 운동의 뿌리를 보았고, 그로부터 지금의 진보정당에 던져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탁월한 오르그는 당연히 탁월한 이론 지도자가 되어야 했다. 조직의 합목적성을 설정하는 이론이 기초가 되어야 조직의 방향이 올바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진보운동이 좌절된 이유에 대하여) 진보운동이 현실에 기초를 튼튼히 둔 이념적 좌표를 세우는 데 실패하고, 조직에서 건전한 작풍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당내 정파들의 조급한 헤게모니 투쟁 때문에 분열하고, 결과적으로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었다는 사실이다. 

 

후마니타스, 정태영 지음, 368 page   



r*****o 2011.05.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