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환경의 문명사/ 데이비드 아널드/서미석/한길사/2006 어떤 책(무슨 책이었는지는 잊어버림)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사야지 하고 생각만 했다가 두어해를 넘겨서야 찾아읽게 된 책 인간과 환경의 문명사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불확실하고 두려운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있을 수 있고 또 인간이 정복해야 하고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인간이 그 안에 어울려서 함께 할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시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왔다갔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약에서의 정복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잦은 지역 전쟁으로 인구가 감소했던 시대의 늘어난 숲에서 느낀 막연한 공포로서의 자연, 흑사병 시대 공포로서의 자연과 먼 이역 만리 낭만과 풍요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까지 말입니다. 더구나 이 안에서 양가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또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정이고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로 서구에서 자연을 침탈하고, 동양에서는 조화를 이루었다는 기계적인 선입관을 배제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그 양단간을 오갔지만, 무엇보다 서구 제국주의가 유럽 뿐 아니라 전 지구의 자연환경에 문화를 다르게 바꾸어 놓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열대와 온대에 대비를 통한 환경 결정론이과 자연결정론을 자주 언급하면서 유명 과학자, 박물학자, 역사학자, 여행가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어떻게 대비를 이루어 왔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리 질병이 남미를 초토화시켰다고 해도, 제국주의적 사고로 원주민을 다루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곳의 농축산물을 변형시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바뀌었을까. 무역 독점을 위해서 다른 작물들이 나는 것을 다 불태워버리고나서 설탕 농사만 짓도록 하지 않았다면 인도양의 그 아름다웠던 섬이 저렇게 바뀌었을까. 세상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바베이도스 섬이 있는 걸까. 본래 부터 땔감으로 나무를 그렇게 배었던 건 사실이지만, 철도야 필요하니까 그렇다 쳐도 자기들 나라에 가져가려고 그렇게 많은 나부들을 베어서 훔쳐간 영국이 아니었다면 인도의 산림이 그렇게 황폐해졌을까. 아무리 좋게 이야기 해 줘도 그 당시의 식물학은 제국주의에 알게 모르게 동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자연스럽다는 것이 절대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모습만은 아니기 때문에 환경을 다루는 시각은 다차원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이나 환경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주 오만한 생각에 불과하며(마이클 폴란의 책을 읽어보면 식물이 우리는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쩌면 개도...) 비록 그렇게 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길게 보면 그리 좋게만 나타나지는 않기도 하죠. 그렇게 환경이 바뀐 것이 좋았다 나빴다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지금 와서는 별 의미 없는 것일 수 있고 그때 그렇게 바뀌어서 꼭 나빴다고 할 수만은 없지만 어쨋거나, 당시 제국주의의 기치를 올렸던 유럽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과 자연을 환경으로 보고 수탈했다는 것을 굳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행간에 읽히는 글이기도 합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내용이 알차고, 서구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많이 달라진 세상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생각이니 말입니다. 특히 거시경제사 관심 있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그러나 좀 색다른 측면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