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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11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 ― 돌이 아직 새였을 때 마르야레나 렘브케 글 김영진 옮김 시공사 펴냄, 2006.8.1. 7500원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아이들은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기만 하면 됩니다. 짐을 잘 날라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일을 거뜬히 해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고, 학교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잘생기거나 키가 커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로서 바로 이곳에서 튼튼하게 함께 살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가 아플 적에 어버이는 아이한테 무엇을 바랄까요? 아픈 아이 앞에서 대학입시가 며칠 남았다는 말을 읊을까요? 아픈 아이 앞에서 곧 시험인데 어떡하느냐고 푸념을 할까요? 아이는 그저 아이라는 숨결이기 때문에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오직 아이라는 숨결로 튼튼하게 이 땅에서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이답게 웃고, 아이답게 노래하며, 아이답게 놀면서, 언제나 씩씩한 넋으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때에 비로소 어버이입니다. 우리는 페카를 사랑했다. 그리고 페카는 우리를 사랑했다. 하지만 페카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페카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문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창조물을 다 사랑했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페카는 손님 앞에 앉아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요.” (14쪽) “내가 진짜 진짜 사랑하는 것은 새랑 돌이야. 왜냐하면 돌도 옛날엔 새였거든.” (15쪽)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이 빚은 어린이문학 《돌이 아직 새였을 때》(시공사,2006)를 읽습니다. 글쓴이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은 핀란드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동화책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사람들도 핀란드사람이에요.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핀란드 교육 배우기’가 뜨거운 바람처럼 부는데, 1998년에 나온 이 동화책을 빌어서 헤아리면, 이무렵에도 핀란드 아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습니다. 몸이 여리고 아픈 아이는 동무들한테 놀림을 받아요. 우리가 야단치면 페카는 천역덕스럽게 대답했다. “나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어. 누나랑 형들이 날 못 찾으면 난 그냥 아무 돌에나 앉아서 그 돌이 새가 될 때까지 기다릴 거야. 그러면 집까지 날아갈 수 있으니까.” (18쪽) 페카는 벌써 학교에서 와 있었다. 내가 물었다. “어땠니?” 페카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노인네처럼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날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 (20쪽) 태어날 적부터 몸이 많이 아팠다고 하는 ‘페카’라는 아이는 처음 학교에 다녀온 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이 아이는 무엇을 했을까요? 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수많은 아이들하고 참말 ‘다를’ 뿐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튼튼하게 달리지 못하는 몸이요, 어릴 적부터 수없이 수술대에 오르느라 몸이 몹시 여립니다. 그런데 마음은 매우 부드럽고 따스합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만 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함께 사랑하고, 돌과 모래도 사랑합니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란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웃고 노래하는 페카라는 아이라고 해요. 할머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말합니다. 이 아이는 우리 모두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났다고. 페카네 형과 누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페카네 형제도, 또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듣습니다. 참말 모두 한마음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고, 열 발가락을 깨물어도 안 아픈 발가락이 없습니다. 아니, 바늘로 팔뚝을 찔러도 아프고, 손가락으로 귀를 잡아당겨도 아파요. 머리카락 한 올을 잡아당겨 뽑아도 아프지요. 할머니가 말했다. “그거야 나중에 두고 보면 알 테지. 어쨌거나 지금은 우리한테 이렇게 큰 기쁨을 주려고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구나.” (33쪽) “대체 누가 그랬지? 페카를 우물에 밀어넣은 사람이 누구니?” 아이들은 모두 도리질만 쳤다. 페카를 민 아이는 감히 잘못을 고백할 용기가 없고, 다른 아이들은 정말로 누가 그랬는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39쪽)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페카네 집은 몹시 가난합니다. 페카네 큰형은 핀란드하고 이웃한 스웨덴으로 건너가서 ‘이주노동자’로 일합니다. 꽤 많은 핀란드사람은 스웨덴으로 건너가서 이주노동자로 산다고 해요. 페카네 아버지도 페카한테 들이는 병원삯이 매우 커서 자꾸 빚을 지느라 고향나라를 떠나기로 다짐합니다. 핀란드에서 버는 돈으로는 도무지 살림을 꾸릴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스웨덴이 아닌 캐나다까지 건너가기로 합니다. 어렵디어렵게 이민 서류를 떼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습니다. 그런데, 이민 서류를 모두 떼고, 이민을 떠날 날이 코앞에 닥쳤는데, 그만 페카가 다시 아픕니다. 벌써 집을 팔았으니 더는 이 집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페카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낡고 오래된 시골집을 가까스로 장만합니다. 아픈 아이를 이끌고 먼 바닷길을 건널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픈 아이를 다스릴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집이야말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페카네 형제도 새로운 터로 옮겨서 지내는 생각을 모두 접고, 어리고 여리며 아픈 동생한테 마음을 쓰면서 따스하게 돌보는 일을 생각합니다. 마티 오빠가 압력솥이 얼마나 간편한지와 무엇보다도 얼마나 빨리 요리가 되는지 설명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내저으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왜 요리를 빨리 해야 하는 건데? 난 요리할 시간이 많단 말이다.” (75쪽)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집, 가구, 낚시, 책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야. 페카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을 생각해 보렴.” (87쪽) 우리 집 아이들은 아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프지 않고 잘 뛰어노니 얼마나 대견하면서 고마운지 모릅니다. 갓 태어났을 적에 아토피로 괴로웠고, 미끄러져서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으며, 감기가 들어 며칠 앓아누운 적이 있는데, 이럴 때마다 ‘아이들이 아프지 말고 내가 아프’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더욱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하다가 자전거가 뭘 잘못 밟거나 구멍에 바퀴가 빠져서 자빠질 적에는 으레 내 몸을 던져서 아이들이 안 다치도록 합니다. “꿈꾸는 것도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꿈은 슬프지 않아.” (115쪽) “돼지들이 날아갈 때 몸뚱이는 안 가져갈 거야. 그냥 자기들의 조그만 영혼만 가지고 갈걸. 몬트리올(돼지 이름)은 제 몸뚱이가 더 이상 필요없어서 우리한테 남겨 놓고 간 거야. 우리 앞에 놓인 이 맛있는 고기는 그저 추억일 뿐이라고. 돼지들은 정말 멋진 동물이야!” (118쪽) 눈으로 꽃을 바라봅니다. 마음으로 사랑을 바라봅니다. 손으로 꽃잎을 쓰다듬습니다. 생각으로 사랑을 가꿉니다. 몸이 튼튼한 아이들은 신나게 뛰노느라 바쁩니다. 몸이 튼튼한 아이들은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늘 듣습니다. 몸이 여리거나 아픈 아이들은 자꾸 드러눕거나 앓아눕습니다. 눕지 않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고, 으레 조용히 앉아서 생각에 젖습니다. 몸이 여리거나 아픈 아이들은 조용히 생각에 젖거나 앓아눕는 동안 마음으로 수많은 삶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돌이 아직 새였을 때》에 나오는 페카도 마음으로 마음을 읽어요. 고기가 되어 몸은 이곳에 남기고 마음은 벌써 날개를 달고 하늘로 훨훨 날아간 돼지를 읽습니다. 새가 되는 돌을 읽고, 돌이 되는 새를 읽어요. 머잖아 페카도 ‘무거운 몸’은 이 땅에 내려놓은 채 ‘홀가분한 넋’으로 하늘을 훨훨 날면서 온누리를 마음껏 누비겠지요. “또 만나, 누나!” 나는 페카를 꼭 끌어안았다. 페카가 말을 이었다. “다시 볼 거니까 또 만나자고 인사하는 거야. 내가 죽을까 봐 겁낼 필요 없어. 누나, 내 생각에 난 절대 안 죽을 것 같거든. 난 돌이 됐다가 새로 변할 거야. 밤이 돼서 달이 뜨고 그래서 슬픈 생각이 들면 지금 내가 한 말을 기억해. 그리고 혹시 돌에 맞더라도 겁먹지 마. 그건 막 새가 되려는 돌일지도 모르니까.” (127쪽)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나는 아이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두 아이 어버이로 사는 나 또한 우리 어버이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였습니다. 우리 어버이도 두 분이 처음 태어나실 적에는 두 분 어버이한테 큰 기쁨을 주려고 태어난 아이였어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 큰 기쁨을 주면서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언제나 큰 기쁨을 주면서 이 땅에 아름다운 노래를 터뜨렸어요. 그러니, 동화책에 나오는 페카가 아니더라도 온누리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지 못할 사람은 없기 마련입니다. 흙 한 줌도 사랑을 할밖에 없고, 풀잎 한 포기도 사랑을 할밖에 없어요. 너와 내가 모두 ‘아이로 태어나 사랑을 베푼 숨결’인 줄 깨닫는다면 지구별은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봅니다. 나도 너도 모두 ‘아이로 태어나 기쁨을 퍼뜨린 넋’인 줄 알아차린다면 모든 차별과 전쟁과 따돌림을 걷어내고 평화와 사랑과 평등이 이 땅에 가득하도록 힘쓰리라 봅니다. 돌이 아직 새였을 때 이 별에는 오직 사랑이 있습니다. 돌이 돌로 머물 적에도 이 별에는 언제나 꿈이 흐릅니다. 4348.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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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앉아 읽을 만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소란스럽지 않아 귀를 기울이면 마치 꽃이 피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마르야레나 렘브케! 발음하기 쉽지 않은 작가의 이름이다. 1945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작가는 연극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 가 뮌스터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했다고 한다. 핀란드 작가의 책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울창한 숲과 크고 작은 호수를 떠올리게 하는 나라. 어쩌면 핀란드식 사우나와 잘 갖춰진 교육제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내게는 '돌이 새였다.'고 생각하는 동생이 한 명 있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과거형의 문장이다. 읽기도 전에 짠한 슬픔이 밀려온다. 동생의 이름은 페카. 제왕 절개로 태어난 동생은 합지증과 사시가 있었고 머리는 비딱했다. 보통 사람과는 조금 특이하게 태어난 아이. 동생은 헬싱키의 어린이 병원 '라스텐린나'로 보내졌다. 라스텐린나는 핀란드 말로 '어린이 궁전'이라는 뜻이다.
"'제왕'이니 '어린이 궁전'이니 하는 말은 우리에게 굉장히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아이들만 사는 궁전을 그려 보았다. 그 궁전에는 딸기처럼 빨간 실크 드레스를 입은 어린 공주들과 이끼처럼 푸른 벨벳 바지에 진짜 진주알이 반짝이는 하얀 조끼를 받쳐 입은 어린 왕자들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p.8)
페카는 2년 동안 어린이 궁전에 살면서 여러 번 수술을 받았고, 걷기 시작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페카는 걷지 않고 언제나 바닥을 기어만 다녔다. 어느 날 바닥에 떨어진 고기 조각을 삼킨 페카는 다시 병원에 가야 했고, 그 이후 페카는 다시 두 발로 걸었으며 말도 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창조물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페카. 페카는 가족뿐만 아니라 자기가 앉는 의자와 자기 침대, 양말과 양탄자, 할머니의 앞치마와 엄마의 냄새, 그리고 아빠의 수염도 사랑했다.
"난 숲을 사랑해. 난 자작나무를 사랑해. 전나무랑 소나무도 사랑해. 그 나무들은 향이 좋으니까. 그리고 나는 꽃도 사랑해. 꽃은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알록달록하니까. 풀은 초록이라서 사랑하고, 버섯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사랑해. 나는 다람쥐랑 개구리랑 애벌레도 사랑해. 하지만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것은 새랑 돌이야. 왜냐하면 돌도 옛날엔 새였거든." (p.14 - 15)
특별했던 페카도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페카의 친구들은 페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학교 뒤 공터에서 술래잡기를 하던 도중에 누군가가 페카를 밀어 우물에 빠기도 하였고, 손목시계가 탐나서 주인 몰래 집으로 가져오기도 하였다.
"다음 날 페카는 시계 주인에게 시계를 돌려주었으며,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미안하단 말은 걔 듣기 좋으라고 했을 뿐이야. 그래야 누나가 좋아할 테니까. 하지만 난 사람들 기분 좋으라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그러면서 페카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 (p.42-p.43)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다 잔뜩 물을 먹은 페카가 내뱉은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페카는 '물고기가 울어서 바다에 소금이 녹아 있다'고 했다. 가난했던 페카의 부모님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페카뿐만 아니라 페카의 누나와 형들 그리고 페카의 동생들은 모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날 날만 기다리던 중 페카가 아팠고 의사는 백혈병이라고 진단했다. 부모님은 이민을 포기했고 떠날 준비를 하느라 이미 살던 집도 팔았던 부모님은 결국 시골로 이사를 했다. 학교도 그만두게 된 페카는 그곳에서 부모님이 기르는 닭과 돼지와 놀았고, 나와 산책도 하거나, 동생 시오나를 돌보기도 했다. 웃지 않는 시오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페카 뿐이었다. 부모님은 페카를 치료하기 위해 신선한 간과 간유, 그리고 철분 약을 먹였고 페카도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듯 보였다. 가족들은 페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번 아날리사가 페카에게 물었다. "넌 언제 죽니?" 페카는 이마를 찡그리면서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했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그때나 죽을 것 같아."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고, 페카의 엉뚱함과 특이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선사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p.95)
그러나 페카가 백혈병에 걸렸다고 진단했던 의사는 나중에 오진이었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페카를 위해 소를 한 마리 선물했다. 그 소가 송아지를 낳았고, 얼마 후 페카의 동생 '야코'도 태어났다. 어느 날 내가 핀란드 일주를 계획하고 여행을 떠날 때 페카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볼 거니까 또 만나자고 인사하는 거야. 내가 죽을까봐 겁낼 필요 없어. 누나, 내 생각에 난 절대 안 죽을 것 같거든. 난 돌이 됐다가 새로 변할 거야. 밤이 돼서 달이 뜨고 그래서 슬픈 생각이 들면 지금 내가 한 말을 기억해. 그리고 혹시 돌에 맞더라도 겁먹지 마. 그건 막 새가 되려는 돌일지도 모르니까." (p.127)
페카는 그 뒤로 여러 해를 더 살았고 곂국 가족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가족들은 작은 돌을 찾아서 '네케민'이라고 쓰고 페카의 무덤 위에 올려 놓았다. 네케민은 핀란드어로 '또 만나.' 라는 뜻이다.
마르야레나 렘브케는 장애를 결코 불행하다고 쓰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짠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큰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 작가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가 쓴 또 다른 작품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었다.
행복은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는 외롭고 고통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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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이다. 외할머니와 엄마 아빠, 그리고 여섯 남매. 맏아들은 이웃 나라에 가서 일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며 서로를 지극히 생각한다. 페카는 뱃속에 있을 때 너무 허약해서 보통 방법으로 나오지 못했다. 의사가 엄마의 배를 갈라야 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제왕’ 절개라고 부른다. 페카는 태어나자마자 헬싱키에 있는 ‘라스텐린나’로 보내졌다. ‘라스텐린나’는 핀란드 말로 ‘어린이 궁전’이라는 뜻이다. ‘제왕’과 ‘궁전’이라는 두 단어에서 풍기는 동화적인 이미지 때문에 페카는 남매들에게 특별한 아이라고 받아들여졌다.
페카는 특별한 아이였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머리는 어깨에 붙어 있었다. 눈도 조금 이상했다. 2년 동안 어린이 궁전에 살면서 몇 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이러한 몸의 특징도 특별함이었지만 페카의 진짜 특별함은 사랑에 있다. 페카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문자 그대도 세상의 모든 창조물을 사랑했다. 순정한 영혼으로 온전히 사랑했다. 페카의 가족들도 페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했다. 그들에게 페카는 돌이 아니라 새였다. 페카 또한 스스로를 새가 되리라 믿었다. 새로 살았다.
“난 엄마 배에 붙어 버려서 배를 가르고 끄집어내야 했지.” 엄마가 페카의 말을 고쳐 주었다. “넌 내 배에 붙어 버린 게 아니라 다만 따뜻하고 안전한 내 배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던 거야.” 페카가 대답했다. “그땐 세상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으니까요.”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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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고 온 책인데 얼마전에 빌려온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과 같은 저자이고 등장인물들도 거의 일치합니다. 역시 레나가 주인공인데 동생 페카가 기술대상입니다. 페카는 유전적인 결함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기형을 몇 개 보입니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페카를 중심으로 레나 가족의 생활이 보여집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던 계획이 백혈병 소동으로 틀어지는 것 등을 보면 여전히 가난한 나라 백성의 아픔을 볼 수 있습니다.
아, 페카는 '돌이 새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새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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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화자 '레나'가 들려주는 동생 '페카'와 그의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음 이야기를 보려고 책장을 넘기니 그것이 마지막 장이다. 더 이야기가 있을 것같은데... 아마 페카는 자신이 늘 이야기 하던대로 돌이 되었고 이제 또 시간이 지나 새가 될 모양이다.
페카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그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있어 수술했고 눈도 약간 사시다. 머리와 목이 몸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비딱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페카의 생각과 말, 사건에 대한 반응 등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조명하고 있다. 첫머리를 제외하고는 페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서 책을 읽었으니까. 화자의 시각은 페카의 장애가 아니었으니까.
페카의 언어, '사랑해'는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족, 친구, 이웃 같은 사람이건, 꽃, 나무, 구름같은 사물이건 말이다. 페카는 돌과 새를 가장 사랑했고 돌은 오래전에는 새였다고 생각했으며 언제라도 돌이 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유'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고 '존재' 자체로 사랑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 페카를 통해 작가 '렘브케' 존재와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아닐까...
하여간 이 책은 시간을 가지고 마음 속에 묵혀 두어야 겠다.
[인상깊은 구절]
내가 학교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페카는 돼지들과 개, 고양이 그리고 닭 일곱 마리를 뒤에 줄줄 달고 내게 뛰어왔다. 페카의 질문은 언제나 똑같았다. "오늘 뭐 중요한 거 배웠어?"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날 반기고 사랑해 주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뿐이었다. -95-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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