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별로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는 거죠?' 라고 물으면,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라고 이렇게 푸념섞인 말을 늘어 놓곤 한다. 그 뿐더러 자기의 빠듯한 일상과 곤골하게 지나가는 하루일과를 토로하며 '그런데 도대체 책 읽는 시간이 어디 있냔 말이야?' 라는 불만 섞인 말로 푸념의 매듭을 짓는다.
몇 대 거짓말과 더불어 이것 역시 순전히 거짓말이다. 정 시간이 없다면 단편을 읽을수 있다. 장편을 읽자면, 특히 기나긴 대하의 물살을 헤쳐 가려면 나름대로의 '여유'가 있어야 겠지만 단편은 그게 아니다. 나같은 수험생들이라면 친구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떠드는 쉬는 시간에 단편을 읽을수 있겠고, 일반인 들이라면 누군가를 기다릴때 혹은 휴지 같이 버려지는 짧은 휴지(休止)시간에 단편을 읽을수 있을 것이다.
단편은 장편보다 그리 스케일이 크지 않지만, 나는 외려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다. 단편은 단지 아기자기한 것만도 아니어서 단편의 여울은 그 생각치 않은 깊음으로 일상에 침윤되어 너덜너덜해진 내 생각들을 다시금 가다듬게도 해 준다.
이 책에 실려있는 단편들중 어떤것들은 전에 한번 재미있게 읽었던 것도 있었고, 제목은 익히 들어 보았지만 내용은 한번도 읽어 보지 않았던 것도 있다. 하지만 읽어 보지 않았던 것은 그 새로움으로 나를 감동시켜 주었고 한번 읽었었던 작품은 사뭇 다른 새로운 흥취로 '아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작품은 읽고 또 읽는구나.' 하는 것들을 내게 깨우쳐 주었다.
이 책 제목은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세계 단편 이다. 그런데 정말 '꼭 읽어야 할 세계 단편' 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고 많은 우수한 단편중에서 몇가지들을 모아 놓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세계문학에는 한국 문학, 중국문학, 일본문학, 아프리카, 인도 문학 등등도 포함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세계문학=서양의 문학 작품 이라는 등식이 관습적으로 일반인들의 뇌속에 새겨져 있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세계단편 문학 이라 할때 한국문학은 그 속에 집어 넣지 않는 것은 '한국 단편 문학'과 겹치기 때문이라면 할수 없지만 세계 단편 문학에는 어째서 '모리 오오가이' '아쿠타가와 류우노스케' 와 같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작가들의 작품이 늘상 빠져있기 마련인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것 같다. 내 가슴과 머리가 은근히 익게 된 어느날, 내 조카들에게 '골고루' 세계 문학 단편이 실린 '세계 단편 문학'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생뚱맞은 잔소리를 덧붙이는데........ 책 제목중에서 '누구누구가 꼭 읽어야 할'이라는 제목이 붙게 되면 왠지 수준 '한계짓기' 같아서 그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나에겐 있고, 내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그렇다고 한다. 앞으로 출판사들이 그런점까지 신경썼으면 한다. 좋은 책은 어느 누가 읽어도 상관 없지 않은가.(가뜩이나 책읽기 싫어하는 대학생이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책 표지는 잘 보지 않고 '내용'에 끌려 이 책을 샀다고 하자. 그런데 표지에 '중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이라는 글귀가 써 있으면 지하철에서 이 책을 본다고 했을때 사람 눈치땜에 어떡하겠는가?........)
정말 좋은 동화책은 '당신은 나이가 몇?' 이라며 묻지 않고, 정말 좋은 문학책은 '너 나이 몇?' 이라고 뻣뻣하게 굴지 않는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