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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의 사랑이 모자라면...[카포티]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이 모자라면...[카포티]" 내용보기
1. 에이 제이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나 시내암이 쓴 <수호전>, 박종화 선생이 지은 <자고가는 저 구름아>... 집에 있던 이런 책들에 아버지 이름이 아닌 '박동일'이란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가 교도관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낯선 사람들이 가끔씩 묵고 가기도 했다. 큰집에 갇힌 아들이나 옆지기를 만나러 멀리서 왔는데, 잘 곳이 마땅치 않아 우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이 모자라면...[카포티]" 내용보기

1.

에이 제이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나 시내암이 쓴 <수호전>, 박종화 선생이 지은 <자고가는 저 구름아>...

집에 있던 이런 책들에 아버지 이름이 아닌 '박동일'이란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가 교도관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낯선 사람들이 가끔씩 묵고 가기도 했다.

큰집에 갇힌 아들이나 옆지기를 만나러 멀리서 왔는데, 잘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

 

"우리 아들은 참 착했어요...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 옷을 냇가에서 빨아 말려 입고 다니기도 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이런 말을 하는 할머니가 그 가운데 있었다.

사람을 죽인 죄값으로 끝내 하늘나라로 간, 그 할머니의 아들 이름이 박동일이었다.

 

이 사람이 큰집에서 보던 책은 피붙이가 가져가지 않고 우리 집으로 온 것이다.

나는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책들을 읽었고...

 

사람이 착한데, 왜 다른 사람을 죽였을까? 그 잘못으로 나중에 제 목숨도 잃을 텐데...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되짚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릴 때 어떻게 하여 사람을 죽이게 된 마음을 갖게 된 것인지...

 

베넷 밀러 감독이 2005년에 만든 <카포티 Capote>는

사람을 죽인 사내와 그 사내의 삶을 살펴보는 지은이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둘 사이에 아무 것도 없을 듯한데,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록 오히려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느낌을 준다.

 

2.

이젠 뉴욕에서 이름이 난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는 신문에 난 살인 사건에 눈이 멎는다.

1959년 11월 14일 캔자스주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서 몸소 알아보기로 한다.

 

사람좋은 허브 클러터와 그 아내, 아들 케년, 딸 낸시가 칼로 목이 베이고 총을 맞아 죽은 것.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누가 무엇 때문에 죽였을까?

자료를 찾아주고 도와줄 넬 하퍼 리(캐서린 키너)와 같이 캔자스로 간다.

 

사람을 넷이나 죽인 이가 잡히지 않을 리 없으니,

달아났던 페리 스미스(클리프튼 콜린스 주니어)와 딕 히콕스가 쇠고랑을 차게 된다.

카포티는 그들을 만나서 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착한 사람들을 죽였는지를 캐묻는데,

알고 보니 페리가 살아온 길은 카포티와 다를 바가 없다.

 

엄마는 술에 빠져 살았고 낯선 사내들을 찾아 아이들을 내팽겨치다가 일찍 죽고 말았으며,

그 다음 페리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카포티는 앨라바마에 있는 다른 피붙이집에서 컸다.

아버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자랐으니, 그 마음에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페리는 나쁜 짓을 벌이고, 카포티는 그나마 글을 써서 제 마음을 달래 버티며 살아간다.

마치 한 집에서 페리와 카포티가 같이 살았지만, 카포티는 앞문으로 나오고 페리는 뒷문으로 나갔을 따름.

'잘난 뉴요커'로 뻐기던 카포티가 페리를 알면 알수록 제 아픔이 살아나고 꼬인 제 삶의 실타래가 보인다.

 

3.

1967년 흑백 영화 <냉혈한 Truman Capote's In Cold Blood>은 페리와 딕이 일을 벌이게 될 때까지를,

이 영화는 페리와 딕의 이야기에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트루먼 카포티의 속을 파헤치면서 나아간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보는 이의 눈길이 다른 터라 다른 영화가 되었다. 

 

트루먼 카포티가 <냉혈한 In Cold Blood>을 썼고,

제랄드 클라크가 그런 카포티의 삶을 다룬 책 <카포티>를 지었다.

 

트루먼 카포티의 책을 바탕으로 영화 <냉혈한>을 꾸몄고,

제랄드 클라크의 책을 바탕으로 다시 이 영화 <카포티>를 만들었다.

 

본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책들을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나,

영화 속에서도 알 수 없는 대목들이 더러 있다.

 

사람을 죽인 일을 신문에서 보고 바로 누가 죽였는지를 알아보러 간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경찰이나 기자도 아닌데 잡히지 않은 범인이 누군지 알아보러 갈 일이 있을까?

죽인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까닭이 어떻다는 글을 보고 나중에 좀 더 알아보러 갈 수는 있지만.

 

또 카포티가 경찰 책임자인 앨빈 듀이(크리스 쿠퍼)의 집에 가서 피붙이들과 저녁을 같이 하고

수사를 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알아보면서 사건 사진을 구경하는 일이나, 

카포티가 보안관의 사택에 들어가려 그 아내한테 제가 쓴 책을 거저 주거나,

재판을 받기 전에 갇혀 있는 페리 스미스한테 "가까이 오면 죽일 수도 있어요" 하는 말까지 들으면서

카포티가 아스피린을 건네 주는 일 따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좀 말이 되지 않는다.

 

4.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몸은 나중에 크겠지만 마음은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이 된다.

사랑이 모자란 가슴을 채울 게 없으니 성이 나거나 쉽게 외로움을 느끼거나 괴로워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혀 목숨을 끊게 되거나 남을 괴롭히게 된다고 한다.

좋은 어버이를 만나는 건 그래서 정말 운이 좋은 것이리라.

 

"내 기억력은 94%야...난 어릴 때부터 편견을 받고 살았어요. 내 말투가 이상해서..."

카포티를 맡아 혀짧고 덜떨어진 아이들같은 말투로 카포티 노릇을 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돋보인다.

 

늙은이든 아낙네든 가리지 않고 스물한 사람이나 마구 죽였던 유영철이나

중학생인 어린 계집아이를 잡아 억지로 살을 섞고는 죽여버린 김길태같은 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나중에 우리나라 감독들도 영화로 만들까 하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영화 디브이디는 화면이나 소리는 그럭저럭이다.

그러나 보너스는 괜찮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과 배우가 다시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와 어떻게 배우들을 뽑게 되었는지,

촬영할 곳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따위가 잘 나와 있어 디브이디를 보는 맛이 좋다.

 

열다섯 살만 넘으면 보도록 되어 있으나, 어른만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목에서 피가 흘러 나오는 모습이며, 목을 매달아 죽이는 모습 따위는 아이들이 볼 것이 못된다.

b******g 2010.07.04. 신고 공감 2 댓글 16
카포티의 주인공 트루먼 카포티가 맞닥뜨렸던 딜레마는 취재윤리 차원을 넘어 훨씬 복잡하고 극단적이다. 1959년 11월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클러터네 가족 4명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카포티가 이 현장으로 뛰어든 것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 마을이 이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기록하려 했던 그의 애
"카포티" 내용보기

 

카포티의 주인공 트루먼 카포티가 맞닥뜨렸던 딜레마는 취재윤리 차원을 넘어 훨씬 복잡하고 극단적이다. 1959년 11월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클러터네 가족 4명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카포티가 이 현장으로 뛰어든 것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 마을이 이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기록하려 했던 그의 애초 의도는 취재를 위해 보안관 사택을 들르면서 뒤틀리기 시작한다. 집안에 설치된 여죄수 감방에는 이 살인사건의 두 범인 중 하나인 페리 스미스가 수감돼 있었던 것. 이 만남을 계기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담당 수사관의 안방마님을 공략하는 장기를 활용해 두 범인과 독점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페리 스미스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그림 등 예술에 재능이 있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페리에 매혹된 카포티는 인간적인 교류를 꾀하고, 지방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내려진 뒤에는 그의 구명을 위해 나서기도 한다. 카포티의 딜레마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사형 집행이 연기되면서 시작된다. 카포티가 모순에 가득 찬 한 인물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데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가 절대적인 공헌을 세웠다. 초반 몇 장면만으로 카포티라는 존재를 파악하게 하는 그의 세심한 연기는 영화를 보지 않은 이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s*******s 2023.03.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