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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바이올린니스트들이 있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 정경화(Chung, Kyung-Wha), 길사함(Gil Shaham) 이 그들이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때 분명 각자가 선호하는 분위기의 곡들이 있는데, 필자는 웅장함과 비장함등의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분위기를 서정성이나 수려함이라는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분위기보다 조금은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세 바이올린니스트들이 필자에게 각각 어필한 곡들이 있다. 오이스트라흐와 길사함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보여 준 경이롭기까지 한 연주에서, 정경화는 아련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멘델스존과 부르흐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나의 뇌리에 커다란 울림을 각인시켜 놓았다.

위의 3명의 바이올리니스트중에 가장 어린 연주자가 바로 길사함이다. 그는 아바도와의 브람스 협주곡에서 감히(?) 오이스트라흐를 뛰어 넘는 정교함을 지닌 연주를 보여 주었고, 열정적인 연주 모습은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바로 그 연주가 길사함을 내게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된 연주이다. 헌데, 얼마전에 블로그 친구인 달시님께서 길사함의 비에니아프스키(Wieniawski)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내게 권해주었고, 그래도 클래식 음악 좀 들었다는 필자는 비에니아프스키를 그때 처음 들어 보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폴라드 태생의 작곡가인 비에니아프스키는 소팽에 이어서 가장 유명한 폴란드 출신 작곡가이자 바이올린니스트라는데, 살아 온지 40년이 살짝 넘은 지금에서야 그를 알게 되었다 (달시님께 감사!).
본 음반은 비에니아프스키의 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모두 수록되어 있고, 동 작곡가의 전설이라는 소품과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커플링 되어 있다. 우선 1번 협주곡.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스케일이 큰 연주를 선호하는 필자는 자연스럽게 카덴자가 들어가 있는 협주곡 1악장을 좋아한다. 비에니아프스키 1번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10분 30초경에 등장하는 길사함의 카덴자나 연주 시작 3분경에 등장하는 첫 바이올린 연주나 모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왜 이런 곡을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하는 자조어린 생각이 들정도로 1악장은 훌륭하게 만들어졌고 길사함의 바이올린은 울부짖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로 훌륭하다. 사실, 바이올린 연주 이외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1악장 메인 테마는 비에니아프스키라는 음악가의 작곡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또 다시 숨을 고르는 2악장이 연주되고, 1악장의 여운을 차분히 정리해 준다. 3악장은 마치 행진곡과 같이 시작하면서 길사함의 상쾌한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하는데, 쇼팽의 춤곡들이 생각나게 한다. 폴란드적인 정서가 이런 것일까?
2번 협주곡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비에니아프스키의 2번은 라흐마니노프풍의 서정적이지만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된다. 길사함의 바이올린도 조금은 애잔한 풍의 단조곡을 잘 소화해내며, 장엄하게 떠받들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애잔함을 잘도 유지해 나간다. 2악장은 달시님도 말씀하셨고, 인터넷에서도 가장 유명한 악장이라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필자는 처음 들어 보았다, 또 다시 약간의 좌절이 있었지만, 집사람에게 들려 주었더니, 집사람도 처음 들어 본단다. 좌절감은 조금은 반전된다. 처음 들어 보았지만,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애잔함을 2악장은 잘 내포하고 있다. 마음아프게 듣고 난 후, 3악장에서는 언제 2악장에서 그랬냐는 듯이 시작부터 빠른 템포로 감상자를 몰아세우고 이내 빠른 바이올린 연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장엄하게 끝을 내지만, 비에니아프스키의 피날레는 아쉽게도 조금은 약한 느낌이다. 물론 이와 같은 감상평은 화려하고 웅장함을 조금은 더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결과일 것이지만, 좀 더 강렬하게 피날레를 하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Legend 라는 커플링되어 있는 소품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아이작 스턴의 소품 연주가 생각난다. 길사함도 이와 같은 소품들의 연주에 능하다는 것은 그가 슈베르트의 소품들의 연주한 아기자기한 앨범을 내었다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는데, 차분한게 연주 되어지는 비에니아프스키의 Legend 는 음반을 정리하는 분위기를 잘 살린다. 커플링이 참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 강렬하게 심금을 울리지만, 비에니아프스키라는 음악가를 길사함이 필자에게 잘 어필시켜 준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1번 협주곡의 1악장과 2번 협주곡의 2악장이 기억에 남는다.
아래의 사진들이 길사함인데 이와 같은 연주를 하는 친구가 외모가 이쁘장하기까지 하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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