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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변동"이라는 이 책의 타이틀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해방이후 60여년의 짧은 기간동안 한국정치가 보여준 다이내믹한 역사적 전개과정과 그 속에 압축적으로 닮긴 수많은 특수하고도 보편적인 정치현상은 정치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그 전체적인 전개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책의 저자는 정치변동과 관련된 정치세력의 실체와 그것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명확히 제시하는 분석틀을 사용해서 저자 나름대로의 가설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건국이후 현재까지의 주요 정치변동의 분기점(p.54에 의하면 7개)을 사례로 역사적 접근방식으로 논증해나가고 있다.
먼저 본문의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해방 이후 '주어진'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이승만 정권은 개인적 권위주의로 변질 되어 갔으나(2장), 그에 대항한 민간사회로부터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4월봉기'로 인해 결국 붕괴하게 되고 민주당 정권이 성립되었다(3장). 그러나 뚜렷한 정치적인 목표설정과 지도력 발휘에 실패한 민주당 정권 하의 혼란 속에서 당시 한국에서 가장 근대화되고 제도화된 집단이라고 할 수 있었던 군부는 국가 내부 구성요소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여 '유사민간정권'의 형태로 박정희 중심의 개인적 권위주의를 심화시켜갔다(4장). 사회경제적 위기와 안보상황 변화 속에서 권력연장을 꾀하던 박정희 정권은 민간사회를 압도하는 힘을 바탕을 유신체제를 탄생시켰으나(5장), 그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은 거세졌고 돌발적이기는 하였으나 10.26사건을 통해 종말을 맞이했다(6장). 유신정권 붕괴 이후 민주주주의가 부활하는 듯 하였으나 여전히 여타 정치적 실체들을 압도하고 있던 군부는 12.12를 통해서 일단 재집권에 성공하였다 (7장). 하지만 '잉여 군사정권'이었던 전두환정권은 정당성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8장), 결국 87년 민주화운동 거치면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커다란 정치변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권위주의의 잔존세력인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가지기는 했지만 정치적인 민주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9장),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 민주화는 더욱 진전을 보이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지배에 기반한 '붕당체제'가 계속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10장). 마지막으로 2003년 탄생한 노무현 정권은 개인적 지배체제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도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11장).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60여년에 걸친 대한민국 정치사의 전기간을 포괄하면서 상당부분의 디테일까지 서술함으로써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각각의 역사시기가 개별적인 디테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분석틀 속에 포함된 분단과 산업화라고 하는 구조적 요인을 염두해 둔 상황에서 각각의 정치적 실체인 국가, 민간사회, 정치사회가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힘겨룸'에 임하고 있는가를 살핌으로써 복수의 정치변동을 일반적인 인식틀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는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분석틀을 구성하고 있는 각 개념들의 위상들 사이에 격차가 있어서 분석틀이 다소 거칠다는 인상이 들며 그로 인해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 정치변동의 네 가지 국면으로 정권,국가, 민간사회, 정치사회가 나열되어 있지만 저자가 본문에서 논하는 바와 같이 "정치변동의 핵심은 결국 정권 또는 정치체제의 변화라고 할 수 있고 정권은 정치적인 실체들의 성격과 관계를 결정하는 규칙"이라고 할 때 정권은 정치변동의 한 국면으로 포함시키기 보다는 정치변동을 정치적인 실체들의 성격과 관계를 결정하는 규칙, 즉 정권의 변화로 규정하고 그와 같은 정권 변화를 가져오는 힘겨룸의 주체로서 국가, 민간사회, 정치사회 3가지를 살펴보겠다라고 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똑같은 지적은 정치변동의 요인으로 제시되어 있는 분단, 산업화, 힘겨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책에 저자는 정치세력들의 힘균형의 변화에서 체제 변동의 원인을 찾고 있으며 분단과 산업화는 단순한 변동의 구조적 토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서술하고 있고(42페이지), 실제로 본문의 논증과정에서 분단, 산업화는 일관되고 명확한 설명요소로 활약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볼 때, 정치변동의 요인은 위에서 제시한 각 정치세력들간의 힘균형의 변화라고 하는 한 가지로 간략하게 제시하고 분단과 산업화는 중요한 환경적 요소로 별도로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둘째,(위의 지적이 분석틀의 구성방식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개념구분 자체에 대한 아쉬운 점으로는 '정치사회'라고하는 정치세력 구분의 의미과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다. 먼저 국가와 정치사회를 구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좀 더 고민을 해 볼 문제라고 생각된다. 정치사회에서의 정치과정을 통해 사회적 통제의 결정체인 국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저자 역시 정치사회라고 하는 것은 "정치세력들이 공공권력과 국가기구를 통제하기 위해 경쟁하는 제도적 틀"이라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 시절의 군부라고 하는 존재가 정치사회와 분리된 상태에서 국가권력을 장악했었기 때문에 구별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87년 이후의 시기까지도 국가와 정치사회의 구분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본문에서는 "국가 대 민간사회 사이에 벌어지는 힘겨룸은 한국의 정치체제 변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p.36)"고 보고 있으며 정치사회라고 하는 정치세력을 포함한 논의는 1960년과 1987년 이후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한다면 '국가'와 '민간사회'로의 이항적인 구분이 오히려 간결하고 명확하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이 책에서는 '군부'라고 하는 중요한 세력이 1961년,1972년,1980년 세 차례에 걸쳐 정치변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국가, 민간사회,정치사회의 힘겨룸으로는 충분한 설명을 하기 힘들다. 물론 저자는 힘겨룸의 국면 중 하나로 국가 안의 힘겨룸을 제시하고 있고 군부를 국가 안의 구성요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애초에 국가, 민간사회, 정치사회 이외의 구분을 세분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넷째,일인지배체제의 변화라고 하는 분석적 시각은 본문에서 얼마나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에 이르는 주된 정치변동에 비해 '부차적인 변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인지배체제의 변화는 민주화 이후, 즉 국가와 저항세력의 힘에 균형이 도래한 이후의 정치변동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부차적인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 책의 핵심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힘겨룸'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제도화 능력 수준에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본문 전체의 논의 과정에서 '부차적인 변동'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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