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침몰''의 영화화로 인하여 국내에 다시 출간 되었다. 1970년대에 쓰여진 이 책이 과연 지금 어떤 식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여러모로 궁금하기도 하다. 이전부터 일본 하드SF의 걸작이라는 소문은 들어 왔지만 시중에서 절판으로 인하여 구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크게 느낌점을 두가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침몰''이라는 하나의 지질학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냥 일반적으로 또는 흥미위주로 쓰여진 재난소설이 아니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극히 하드한 SF소설이다. 소설의 곳곳에서 등장하는 지질학적 지구물리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일본침몰''이라는 허구의 사실을 실제적인 일들로 보이게 하기 위하여 차분하고 치밀하게 논리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 소설을 완성하기 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이다. 또한 이미 이 책이 출간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빛을 바래지 않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읽힐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일본 지리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없는 독자는 이 책에서 상세히 묘사된 ''재난''을 이해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본침몰이라는 재난을 단순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친 지진과 해일 그리고 해저지각의 변동을 상세히 묘사하며 일본본토 침몰에 대한 리얼리티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런 리얼리티의 일환으로 일본 전 지역에 걸쳐 지역과 산, 그리고 강과 항구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명들이 나에게는 하나의 추상적인 이름으로 밖에는 다가오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지도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비장함과 방대한 스케일을 많은 부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 책은 단순히 ''재난''을 묘사하는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정책들을 비판하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역사적인 맥락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30여년 전에 저자가 느꼈던 불합리함과 무지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본은 아시아 주변국 보다는 미국과의 협력관계에 더욱 힘쓰고 특히 한.중.러 와의 관계는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침몰''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이 일어날리는 없지만 국제사회적인 위기가 닥칠경우 일본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그렇기에 일본의 우익이 더욱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편의 과학소설로서도 국제정치소설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었을때 우리는 우리와 굉장히 가깝지만 너무나도 동떨어진 일본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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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영화 '일본침몰'은 형편없는 졸작이었지만, 원작 소설 '일본침몰'은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더랬습니다. 그 정도 되니 번역판도 많이 나오고, 영화화도 두번이나 된 것이겠죠.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을 읽어보려했었는데, 국내에서는 1973년에 초판 찍고는 더 이상 내지 않았더군요. 그러다가 영화가 국내 개봉할 때를 즈음해서 2판을 발행했답니다. 속이 너무 빤히 들여다보이는.. 흠..
첫 영화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는 일본이 침몰한다는 사실과 주인공이 심해잠수정 조종사라는 사실 정도만 같을 뿐, 책과는 구성이 많이 달랐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이나 책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습과 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는 장면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있을테지만, 영화에서 좀 생각없이 막 나간 경향이 있었죠. 뜬금없는 멜로 장면의 등장이나, 슈퍼 영웅이 된 주인공이나,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일본 내의 혼란이나 극복 노력 등등.. 최소한 소설은 영화의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 격으로 잠수정 조종사 오노데라와 일본 침몰을 예측하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다도코로 박사, 같은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유키나가 교수와 나카타 등등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일본 침몰'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예측하는 역할을 할 뿐,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을 구원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이 딱히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갈등 같은 것에 중심을 두고있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성격이 부각되는 일도 없지요.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표현보다는 전혀 없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해결해야하는 문제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일본이 침몰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 일본이 침몰하면서 생기는 재해와 피해의 묘사가 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이죠. 그 와중에 나오려했던 사랑 이야기는 모두 중간에 불행한 결말을 지어버렸기 때문에 어찌보면 아주 냉정한 시선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곁다리를 치지 않고 철저히 '일본 침몰'이라는 소재에만 집중하여 서술한 방식 덕분에 일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섬이 1년 사이에 침몰해버린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일본이 침몰하기 전에 인구 전체를 구해내려고 하는 정부의 노력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에서 핵심으로 전달하고 싶어했을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의 정부, 언론, 사람들이 일본이 가라앉는 과정을 보면서 도와주려는 노력보다는 스펙타클한 영화를 보는 듯 방관하는 입장을 보여줄 때에, 일본이 지난 몇백년 동안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를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이런 장면이 꽤 여러번 나오지요. 일본이 바깥에서 사고를 치고 얼른 섬으로 돌아와 숨어서 반성도 하지 않고 지내다 슬그머니 다시 나가는 것을 반복하면서 외국에서의 신뢰를 모두 잃어버렸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돌아와 숨을 섬이 없어지는 것을 가정하면서 그렇게 살면 안된다~라는 것이겠죠. 그래도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자기 나라에 대한 애정을 무한대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찌나 일본의 문화에 대한 극찬이 자주 나오며, 일본인의 성격에 대한 찬가는 어찌나 높던지. 아무리 자기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띄워주면 읽다가도 민망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뭐.. 어쨌거나 침몰하니까..
일본이 침몰하는 과정의 묘사는 아주 생생합니다. 우주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공간을 옮겨다니며 보여주는데, 영화에서의 화면보다 더 와닿았다고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였지요. 다만 침몰 과정 중에 일어나는 재해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수많은 일본의 지명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출판사에서 지도를 첨부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일본이 어떻게 침몰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있긴한데, 잘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과학 설명의 상세함이라던데.. 흠, 글쎄요..
이 책에서 가장 허름한 점은 번역입니다. 처음 번역하고나서 3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퇴고는 한번도 안한 것인지 수없이 나오는 오자와 탈자는 그렇다치고, 엄청난 일본어투는 참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번역이라함은 외국어로 된 창작물을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그 분위기를 살려내면서 옮기는 작업이 되어야할 터인데, 이 책의 번역자는 아마 그냥 직역해서 뜻만 통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이런 번역 덕분에 저자가 이 소설 안에서 어떤 문체를 사용했는지, 재앙에 대한 생생한 묘사나 정부의 무력감을 잘 느끼게 해주는 서술 외에 다른 정서 묘사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감히 제가 읽어봤던 번역물 중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범우사 정도면 나름 큰 출판사인데, 이런 번역을 여과없이 내놓았다는 것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열도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다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땅을 상실한 일본..
범우사, 小松左京 (고마쓰 사쿄) 지음, 고평국 옮김, 56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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