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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li가 곧 진리임을 [벤냐미노 질리 에디션]
"Gigli가 곧 진리임을 [벤냐미노 질리 에디션]" 내용보기
마이마이 카세트에 테잎 챙겨넣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심취한 듯 걸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뭔가를 듣던 그 때의 남학생 여학생들은 신비로워 보였다. 나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걸까. 참 무던하게도 챙겼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다르지 않다. 기술력의 변화로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디지털화된 음악과 영상을 스마트폰 하나면 거뜬히 소화해내며 도시
"Gigli가 곧 진리임을 [벤냐미노 질리 에디션]" 내용보기

마이마이 카세트에 테잎 챙겨넣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심취한 듯 걸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뭔가를 듣던 그 때의 남학생 여학생들은 신비로워 보였다. 나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걸까. 참 무던하게도 챙겼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다르지 않다. 기술력의 변화로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디지털화된 음악과 영상을 스마트폰 하나면 거뜬히 소화해내며 도시의 풍경속으로 들어간다. 

학창시절에는 모든 신체기관이 완벽했다. 시력도 좋아서 바깥에 널려 있는 국문, 영문 할 것 없이 모조리 훑어보며 걸었고 민감한 청력도 극히 자연스러운 거였다.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로보의 I've been away too long에 걸려서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고 통통했던 안네 소피 무터가 긁어대는 바이올린 선율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했다. 그 때에 내 양팔에는  닭피부처럼 소름이 돋았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듣기만 해도 벅찬 음악들이 주변에 있어서 행복했다. 


올해 유럽의 여름은 가히 여름답다. 연일 30도가 넘어가면서 뜨거운 햇살과 사막의 바람처럼(사막의 바람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모르지만) 훈훈한 열기가 함께 해주니 형편이 먾이 좋아졌다. 일단 머리와 피부에 햇빛을 받으니 혈액순환과 소화기능이 좋아졌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적게 자고 일찍 일어나 종종거리며 이리저리 나다닌다. 폭염이나 습기는 없다. 원주민들은 힘들려나, 하지만 난 좋지 뭔가.

낡은 턴테이블에서 지글거리며 낮게 혹은 우아하게 흐르는 음악을 들었다. 내가 여학생이었을 때 들었던 그런 음악들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탄산수 한잔을 들이켜도 좋을 이탈리아 음악과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면 반갑고 단정한 콘서트 무대에서 단독으로 들어도 좋을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이다. 테너 벤냐미노 질리, 세상에 이런 테너 또 없을 거란 한 줄의 감상으로 정리되는 음반이다. 


벤냐미노 질리 (1890-1957)

1914년 파르마 국제 콩쿨에서 1등으로 입상한 24살의 질리는 다음과 같은 심사평을 받았다. "우리는 테너를 찾았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테너 카루소가 미국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유럽의 음악계는 비어있는 테너의 자리를 갈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카루소이후 당대 최고의 미성과 우아한 테크닉을 지닌 서정적인 테너가 등장한 것이다.
1914년 이탈리아 로비고에서 [라 지오콘다] 엔조역으로 프로 데뷔를 한 이후 1915년 나폴리에서 [메피스토펠레] 파우스트역으로 1917년 로마에서 [마스카니의 새로운 로도레타의 플라멘]과 1918년 밀라노에서 지휘자 토스카니니와 함께 파우스트를 열연했다. 1919년 남미 투어를 기점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그 시기가 바로 카루소의 시대가 차츰 황혼으로 내려올 즈음이었다. 질리의 뉴욕 데뷔작은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였다. 미국의 클래식 음악계를 대변한 막스 스미스는  " 질리의 목소리는 특별한 따스함과 달콤한을 지닌 서정적 테너의 바로 그것이며, 힘과 중량감이 느껴진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음색자체의 아름다움이 주목할 만하다. 낮은 음에서의 탄력과 정교함도 매력이지만, 고음역에서 일반적으로 차분한 감에 비춰볼 때 힘차게 내질러야 할 때의 관능미는 특히 두드러진다. 그의 목소리 자체는 오히려 뉴요커들이 일찍이 카루소에게서 듣던 드라마틱한 강렬함이나, 감각적인 생동감이나 표현력 면에서 오히려 더 두드러진다."라고 평했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기술력에 비해 한참이나 낡아보이는 시대에 활동했던 당대 대가들은 보정없이도 그들의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냈다. 카루소이전에는 불분명했던 일들, 즉 녹음기술과 음반의 생산이 대중화되었고 질리에게도 이런 일은 자연스러웠다. 미국을 떠나 오페라 레코딩작업과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음반에 담은 질리는 최고의 국민가수로 인정되었고 11편의 영화에도 출연함으로써 그만의 전성기를 누렸다. [벤냐미노 질리 에디션] 음반에는 백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을  그의 목소리와 음악이 실려있다. 앤틱한 느낌이라고 하면 무례할려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땅땅한 키에 강인해 보이는 체력이 바로 테너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혹여 늘씬한 몸매에 소년같은 테너의 목소리를 기대한다면 좀 무리다. 음악적 선입관에 따르면 땅땅하면 테너, 늘씬하면 베이스라는 말이 있다. 성대의 길이와 키는 반비례관계에 있다고도 보는 의견일 게다. 물론 이 의견이 진리는 아니지만 어쨋든 질리는 테너에 있어서 곧 진리임을 외치는 바이다. 

<O Sole mio>

<Non ti scordar di me>



 





b*******e 2013.08.13. 신고 공감 1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