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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카도노 코우헤이 씨의 신작, ''비트의 디씨플린'' 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부기팝'' 시리즈의 세계관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신작이라고 이야기 하기엔 힘들지만, 전혀 새로운 깊은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느 점에서 나름대로 독립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비트의 디씨플린''은 통화기구의 합성인간 피트 비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루어 집니다. 액시즈에 가깝지도 않은 평범한(?) 합성인간인 비트가 거대한 비밀에 접하고 겪게 되는 ''시련(디씨플린)''이 주 스토리 라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배경 설정 자체가 ''부기팝이 없는 부기팝의 세계'' 이기 때문에 전 작품들에 나왔던 친숙한 이름들이 다수 등장해 조연을 담당하고 있죠. 모 머더, 포르티시모, 번개, 리셋, 펄 등 최소 2회 이상 작품에 이름이 언급되었던 비중있는 인물들 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라곤 하지만 기존의 부기팝 팬들은 이들으 등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중도 상당히 크니까요.
하지만 역시 주 스토리 라인은 비트와 ''카멘'' 을 둘러싼 비밀들, 한 MPLS소녀를 중심으로 한 긴박한 모험 이야기라고 할수 있지요. 카도노 코우헤이 씨 특유의 다중적인 이야기 전개와 미스테리틱한 이야기,정체를 알 수 없는 제 3의 인물들의 출현으로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통화기구의 합성인간이나 MPLS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예전에도 있었고 - 페퍼민트의 마법사, 엠브리오 시리즈, 하트리스 레드 등 - , 부기팝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뿐이지 거의 똑같은 세계의 변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기팝 시리즈에의 귀속성이 높은 것도 결코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포르티시모가 간접적으로 ''도시전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고, 아스카이 진 역시 부기팝에게 패한 뒤의 은둔생활 상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기팝이 ''자동적으로 떠오르지 않을 뿐'' 이지 분명 존재는 하고 있는 세계라고 단정지어도 상관없을 정도입니다. 여러 작품의 배경을 함께 포괄하는 카도노 월드 세계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가운데 이 작품의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주인공인 피트 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는 포르티시모처럼 무적의 전투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궁극기술인 몰트비바체 역시 부기팝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의 적으로서는 평범할 뿐인'' 능력, 인간의 능력을 한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한 보통의 합성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물들을 제치고 그가 시련을 뛰어넘는 모습과 과정이 스토리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이제까지의 ''부기팝'' 시리즈는 한 사람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기 보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생기는 크로스 오버된 이야기에서 궁극적인 결말이 도출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부기팝'' 자체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런 스토리 진행과 통합적인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제어 도구의 일종에 가까웠죠. 그러나 ''비트의 디씨플린''은 합성인간 비트를 명확히 주인공으로 지정함으로써 이야기가 깊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주제 의식 또한 뚜렷해 진 것입니다. 좀 더 주인공의 내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었고 느껴지는 감정변화 표현 등이 뛰어나 오히려 ''부기팝'' 시리즈보다 덜 마니악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지금까지의 ''부기팝'' 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진정한 의미에서의 Boy meets girl 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껏 ''부기팝'' 시리즈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꼬여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감정이입이 될만한 남녀 커플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그 심도와 비중이 높았던 마사키 - 아야 커플 정도였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직 미성숙한 비트와 그에게 관심을 갖는 아사코의 스토리 라인이 전체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사코가 비트를 향해 갖는 연애 감정에 가까운 관심과, 비트가 아사코를 향해 갖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의심이 맞물려 가면서 라운더 바우트 등 제 3의 인물들과의 사건이 자연스레 진행 됩니다. 아사코의 경우 1인칭 시점에서 꽤나 직접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고 있고, 비트 역시 인질로 잡힌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모습에서 단순한 영웅심리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결말 역시 두 사람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내용으로 매듭지어지기 때문에, 아사코와의 관계 역시 비트의 ''시련(디씨플린)''으로써 이를 뛰어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리뷰 자체에 부기팝이나 통화기구, 합성인간에 대한 부가 설명이 없다는 것 자체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도저히 부기팝과 따로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부기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관점에서 본 외전이 나와서 좋지만, 신규독자를 카도노 코우헤이 씨 특유의 문체로 사로잡기엔 전작의 냄새가 너무 짙게 묻어 있으니까요.
(리셋과의 최정전에서 번개 대신 부기팝이 해결사로 등장해 일을 조금 더 빨리 해결하도록 손 본 뒤, ''부기팝 외전 -미스테리 비트'' 정도로 개명해 부기팝 시리즈로 출간된다 해도 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판도라의 상자 편에서도 부기팝이 직접적으로 일에 개입한 것은 엔딩의 아주 짧은 순간 뿐이었지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중시점 표현의 달인인 카도노 코우헤이 씨의 색깔을 멋지게 살린 수작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부기팝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면 120% 재미를 느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스릴있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인상깊은구절] 내 고동이.. 듣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