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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X염색체
"삶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X염색체" 내용보기
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해 불가능성의 영역을 차츰 줄여왔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신에 대한 발칙한 도전이라 칭하기도 하였으나, 각국이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류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염색체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를 닮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질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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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해 불가능성의 영역을 차츰 줄여왔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신에 대한 발칙한 도전이라 칭하기도 하였으나, 각국이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류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염색체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를 닮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질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류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수많은 기제를 통해 소위 ‘비정상’의 영역에 속했다 싶은 것들을 제거하는 비과학적인 태도를 지금껏 견지해왔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행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하지만 인간의 성을 결정하는 X, Y 염색체에 대한 이해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염색체가 우리의 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무려 2000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환경에 따라 여성의 자궁에 자리한 태아의 성별이 결정된다는 엠페도클레스의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았을 땐) 다소 어이없는 가설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이론은 아마도 아낙사고라스의 남성이 전적으로 아이의 성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이는 오늘날의 결론에 부합하지만, 여성은 오로지 아이를 키우는 장소만을 제공한다는 가부장적 시각에 기초한, 지극히 비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따른 이론이었다. 17세기 남성의 정자가 그리고 19세기 여성의 난자가 현미경에 의해 관찰된 이후에도 이러한 가부장적 시각은 생물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써 작동했다. X염색체가 인간의 성을 결정짓는 과정에서 수동적이기 때문에 이를 2개나 지닌 여성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 등이 만연했다. 또한, Y염색체의 작용에 대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파고든 반면, X염색체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을 지니고 있는 X염색체가 지금껏 과소 평가되었음을 지적한다. 표지에 적혀 있는 ‘Y염색체는 성별을 결정하지만 X염색체는 생존을 결정한다’는 의미 심장한 말과 함께 말이다. 인류라는 종이 특별하길 바라는 우리에게 진화론적 시각에서 본 다른 종과의 유사성은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초파리를 비롯하여 많은 조류와 포유류의 성을 결정짓는 방식을 엿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특정 성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혈우병 유전인자가 X염색체 위에 존재하기에, X염색체를 하나만 가지는 남성이 이 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병으로 인하여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 국가의 왕실이 고통 받았으며, 러시아의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역시 혈우병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예를 통해 볼 때, 어쩌면 X염색체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놀라운 영향력을 우리의 삶 속에서 행사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남성은 X염색체를 하나만 가지고도 정상적인 생활을 함에 비해 여성은 이를 2개나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X염색체 중독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여성의 몸이 택한 ‘X염색체 비활성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남성을 기준으로 보고 그 틀에 여성을 맞추려고 한 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X염색체를 여벌(?)로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여성 혹은 XXY염색체를 가진 남성이 자가면역성 질환에 취약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적지 않은 부분 X염색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저자는, XX나 XY 아닌 XO염색체로 인해 발생하는 터너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적 처치를 해야 되는지, 현실에서도 많이 행해지는 성 감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등을 다룸으로써 이 책을 통해 자연과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까지 감행하고 있다. 객관적인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해석을 가함으로써 인간은 고귀한 것과 천한 것, 더 나은 것과 덜 나은 것 등의 가치평가를 해왔다. 특정 성에 대한 과도한 선호 역시 사회, 문화적인 부분을 고려치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 가지, 어떤 이가 어떠한 성을 지녔는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X염색체를 하나 이상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Y염색체를 지녔는지 여부에만 집착해온 역사와는 달리, X염색체 역시 인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과소평가되어 온 X염색체를 재조명하는 과정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달의 사락 q*****2 2006.10.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x염색체의 비밀
"x염색체의 비밀" 내용보기
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해 불가능성의 영역을 차츰 줄여왔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신에 대한 발칙한 도전이라 칭하기도 하였으나, 각국이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류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염색체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를 닮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질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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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해 불가능성의 영역을 차츰 줄여왔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신에 대한 발칙한 도전이라 칭하기도 하였으나, 각국이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류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염색체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를 닮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질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류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수많은 기제를 통해 소위 ‘비정상’의 영역에 속했다 싶은 것들을 제거하는 비과학적인 태도를 지금껏 견지해왔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행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하지만 인간의 성을 결정하는 X, Y 염색체에 대한 이해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염색체가 우리의 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무려 2000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환경에 따라 여성의 자궁에 자리한 태아의 성별이 결정된다는 엠페도클레스의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았을 땐) 다소 어이없는 가설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이론은 아마도 아낙사고라스의 남성이 전적으로 아이의 성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이는 오늘날의 결론에 부합하지만, 여성은 오로지 아이를 키우는 장소만을 제공한다는 가부장적 시각에 기초한, 지극히 비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따른 이론이었다. 17세기 남성의 정자가 그리고 19세기 여성의 난자가 현미경에 의해 관찰된 이후에도 이러한 가부장적 시각은 생물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써 작동했다. X염색체가 인간의 성을 결정짓는 과정에서 수동적이기 때문에 이를 2개나 지닌 여성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 등이 만연했다. 또한, Y염색체의 작용에 대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파고든 반면, X염색체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을 지니고 있는 X염색체가 지금껏 과소 평가되었음을 지적한다. 표지에 적혀 있는 ‘Y염색체는 성별을 결정하지만 X염색체는 생존을 결정한다’는 의미 심장한 말과 함께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인류라는 종이 특별하길 바라는 우리에게 진화론적 시각에서 본 다른 종과의 유사성은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초파리를 비롯하여 많은 조류와 포유류의 성을 결정짓는 방식을 엿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특정 성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혈우병 유전인자가 X염색체 위에 존재하기에, X염색체를 하나만 가지는 남성이 이 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병으로 인하여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 국가의 왕실이 고통 받았으며, 러시아의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역시 혈우병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예를 통해 볼 때, 어쩌면 X염색체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놀라운 영향력을 우리의 삶 속에서 행사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남성은 X염색체를 하나만 가지고도 정상적인 생활을 함에 비해 여성은 이를 2개나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X염색체 중독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여성의 몸이 택한 ‘X염색체 비활성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남성을 기준으로 보고 그 틀에 여성을 맞추려고 한 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X염색체를 여분으로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여성 혹은 XXY염색체를 가진 남성이 자가면역성 질환에 취약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적지 않은 부분 X염색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저자는, XX나 XY 아닌 XO염색체로 인해 발생하는 터너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적 처치를 해야 되는지, 현실에서도 많이 행해지는 성 감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등을 다룸으로써 이 책을 통해 자연과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시도까지 감행하고 있다. 객관적인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해석을 가함으로써 인간은 고귀한 것과 천한 것, 더 나은 것과 덜 나은 것 등의 가치평가를 해왔다. 특정 성에 대한 과도한 선호 역시 사회, 문화적인 부분을 고려치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 가지, 어떤 이가 어떠한 성을 지녔는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X염색체를 하나 이상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Y염색체를 지녔는지 여부에만 집착해온 역사와는 달리, X염색체 역시 인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과소평가되어 온 X염색체를 재조명하는 과정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h********5 2006.12.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