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중반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당시 라디오와 공중파 TV방송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오던 올드팝송이 바로 Mamas and Papas의 ''California Dreaming''이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은 당시 국내 뮤직비디오나 영화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스타일이 둥글게 뒤틀린 화면과 주인공들의 동작이 어지럽게 흐르는 생경한 분위기였다는 것또한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분명 이 모든 기억들은 왕가위의 94년작 ''중경삼림''에 큰 빛을 지고 있다. ''아비정전''의 흥행 참패이후 중국의 사막으로 도망처 ''동사서독''을 찍던 왕가위가 제작비의 문제에 봉착하자 잠시 쉬면서 근 3주만에 즉흥적으로 찍어낸 영화가 바로 ''중경삼림''이다. 그리고 그 안엔 그동안 아방가르드에서 시도되었던 환각같은 영상과 괴상한 형태의 멜랑꼴리함이 녹아있었고 그것은 물건너 한국의 젊은이들마저 열광시킬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왕가위는 ''중경삼림''에 대한 짝패와도 같은 ''타락천사''를 완성함으로서 그의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물론 MTV처럼 숨막히게 전개되는, 소위 왕가위식 화면은 ''타락천사''가 마지막이다. 그는 그 이후로 훨씬 더 예상 밖의 세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두편의 영화는 97년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시기에 홍콩인들의 불안한 심정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잘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아닌 세기말을 앞둔 아시아인의 정서와도 같은 것이었다. 왕가위 영화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면서도 그 어디로도 탈출하지 못했다는 건 괜한 장난이 결코 아닌 것이다. 아마도 왕가위 팬들이였다면 종전에 출시되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컬렉션으로 발매된 ''중경삼림'' DVD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나온 비디오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뜩이나 저예산으로 찍은 거칠함이 비디오에선 더할 나위없이 망가지니깐 말이다. 결국 이번에 태원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버전은 ''HD 텔레시네''버전으로서그 부분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한국에 특히나 이 영화의 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던 왕가위 감독 또한 이번 타이틀을 위해 최상의 소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을 정도였으니.. 종전에 나온 ''화양연화''나 ''2046''에서와 같은 깨끗한 화면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 타이틀은 원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가 가지고 있던 영상의 러프함을 보존하면서도 최대한 디테일이 살아난 화면과, 무엇보다도 만족할 만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이번 타이틀에 Special Features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왕가위 열혈 매니아인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음성해설은 그 어떤 부록보다도 이 영화들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쏟아낸다. 영화의 샷 별로 하나하나 열거해가며 영화 전체를 해석하며 그 속에서의 의미를 발견해주는 정성일의 코멘트는 영화 내내 쉬지않고 전개됨으로 아마도 영화를 두번정도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코멘트를 따라가기가 힘들것이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이번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합본으로 구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들의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벤트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열혈남아''와 ''아비정전'', ''동사서독''과 ''춘광사설''의 이벤트를 기다리는 일만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