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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5년 왕가위 감독이 만든 어려운 영화다. 혼자 각본을 쓰고 감독하여 스스로의 느낌이나 생각은 영화에 잘 스며들었지만, 구경하는 이는 줄거리를 따라 가기가 쉽지 않다.
두 경찰관의 아픈 사랑을 다룬 <중경 삼림>은 한 토막씩 나오므로 보기에 쉽다. 그러나 <타락천사>는 한 갈래가 아니라 두 갈래 이야기를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자칫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놓칠 수 있으므로 눈에 힘 주고 보아야 한다.
2. 홍콩에서 하는 일이라곤 동업자 과장이 말쇠(전화)로 알려주는 일을 하는 황지명(여명), 그 일이란게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킬러, 살인청부업자 ...
정킹여관에서 침대보와 방을 청소해주는 일을 해주고, 여명이 일하러 가고 없을 때는 집을 찾아가 방을 치워주는 동업자 과장(이가흔).
웃기게도 영화 속에서 황지명이나 과장이라 말 하거나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재킷 소개에 나와 있으니 이름을 적어본다. 또 황지명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하지만, 영화 안에는 그런 끄나풀이 보이지 않는다.
잘 생긴 사내고 아름다운 계집이고...
어느 것 하나 맞아 떨어지는 구석은 없지만, 이가흔은 여명을 좋아한다. 그런데 만나서 사랑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남몰래 좋아하는 짝사랑이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계집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여명한테 할 것이지, 혼자 방에서 용두질이나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니, 보기에 안타깝다.
오히려 햄버거 가게에서 혼자 앉아 먹고 있는 여명한테 꼬시려 달려든 막문위가 낫다. 머리를 뽀글뽀글 볶고 노랗게 물들인 막문위는 이 영화에서 빛깔이 남 다르다. 떠나려는 여명한테 제 얼굴은 곧 잊어버릴 것이므로 오래 생각하도록 팔을 물어 뜯지를 않나... 이 영화로 홍콩의 금장상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을만 하다.
사랑은 우연히 찾아 올 때가 많지만, 붙잡으려면 스스로 나서야 한다. 가만히 두고 있으면 사랑은 떠나버린다.
여명을 짝사랑하는 같은 킬러 이가흔과 여명을 붙잡아두려고 애쓰는 막문위. 이 틈바구니에서 여명은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
관숙이가 부르는 '그를 잊어요'(몽게이타)가 영화 안에 가득차면 슬픔이 함께 올라온다. 이 노래는 덩리진(등려군)이 처음 불렀는데, 본디 노래가 더 가슴을 파고든다.
3. 다섯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을 먹고 말을 잃어버린 하지무(금성무), 정킹여관을 하는 아버지와 같이 살지만 사고뭉치다.
저녁무렵에 남의 가게에 들어가 장사를 한다. 그것도 힘으로 사람을 괴롭히면서. 손님이 먹기 싫은데 아이스크림을 자꾸 먹인다. 아이구 징그러운 놈. 그러니 경찰서를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사랑하는 이한테 차인 챨리(양채니)가 가게에서 말쇠를 걸 때 만난다. 양채니는 웃긴다. 처음에는 떠난 사내하고 말쇠로 이야기하면서 사내가 결혼하겠다고 하자, 그래 나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좀 걸려야 겠다고 한다. 사내가 곧 다른 계집하고 한다고 하니까 얼굴이 굳어지면서 축하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그 사내가 혼인하기로 한 계집한테 욕을 욕을 해대고...
금성무는 제 사내를 꼬셔 차이게한 '금발머리'를 무턱대고 찾아나서는 양채니가 좋다. 뒤늦게 사랑을 알아버린 금성무, 양채니를 잡아야 하는데...
4. 두 이야기가 따로 나오기도 하고 겹쳐서 나오기도 해서 줄거리를 따라 가기도 벅차다. 무슨 사랑이 이렇게 어려우며, 사는 데도 어렵게 사는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삶을 보자니 보는 이가 더 꼬인다.
<중경삼림>에 경찰관으로 나온 금성무나 양조위 처럼 한번쯤 돌고는 다음에는 바라는 대로 가는 삶을 보여주면 좋겠다.
새로이 리마스터링을 해서 화질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생각만큼 좋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