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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절은 지나가고 외로운 나날만 남아있네.. 홀로 지난 날의 추억을 애닳게 노래하는 백작부인의 고즈넉한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W.A.Mozart. 피가로의 결혼 중 "Dove sono")
제임스 레바인 지휘, <피가로의 결혼>
1981년 웨일즈의 장미가 탄생하던 날, 마오리의 피를 타고난 리릭 소프라노의 기품있는 모습이 전세계의 방송을 탔다. 여린 다이애너황태자비보다 더 돋보였던 그녀를 기억한다면...
레너드 번스타인의 기센 불호령에 눈물짓고 맘고생 심하게 했던 테너 호세 카레라스,그와의 뮤지컬 <West Side Story>는 오페라못지 않은 걸작이다. 카레라스와 카나와의 명성만으로도...뮤지컬도 번스타인이 이끄는 그들처럼 한다면 완벽한 클래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레너드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Smoke gets in your eye>는 많은 소프라노들이 크로스오버로 즐겨부르는 레퍼토리이다. 키리 테 카나와만큼 그 감흥을 던져준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녀만큼 부르는 소프라노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깊은 클래식이 내뿜는 대중적인 퓨전의 여유로움이란 바로 그녀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다. 자연스러운 그녀의 음성만이 줄곧 청각을 사로잡는다.
키리 테 카나와 <키리>
캉테로브의 작품 <오베르뉴의 노래> 전곡은 우크라이나가 낳은 소프라노 나타니아 다브라스의 음성이 압권이지만 그 이후 빅토리아 로스 앙겔레스, 키리 테 카나와의 음성으로도 클래식팬들에게는 오래도록 알려져 있다. 나타니아 다브라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민속음악의 정서와 청초하고 이슬처럼 영롱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신비로운 보컬의 세계가 있다. 다브라스의 <오베르뉴의 노래>중 바일에로(목동의 노래)를 듣는다면 잊을 수 없는 청량감과 시골처녀의 순수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브라스를 최고로 생각하는 것이다. ![]() 다메(Dame/기사 작위에 해당) 키리 테 카나와의 <오베르뉴의 노래> 전곡과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5번 아리아> 연주는 그녀의 품위와 우아함을 기억하기에 손색이 없는 연주이다. ![]() 키리 테 카나와 <오베르뉴의 노래> 빌라 로보스
<브라질풍 바흐 5번 아리아>
무던하고 지루하게 보내고 싶은 일상이 때로는 필요하다. 피곤한 집안 일도, 아이들에게 시덥잖게 해대는 잔소리도, 지당하고도 올바른 얘기도 자꾸하면 듣기 싫은 법인데, 하고 나면 물밀듯 밀려오는 내 인성의 찌꺼기들에 괴롭고 부끄러울때가 많다. 가만히 앉아서 괴로워하고 자괴감에 빠지느니 음반 한장 올려놓고 내 면을 데울 일이다. 느끼한 기름기도 제거되고 무한의 세계로 돌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럴 때는 책을 대하는 일도 쉬워지고 창의적인 생각도 구상된다. 긍정적인 사고의 빛이 보인다. 내가 음악을 한시도 잊지 않고 듣는 이유이다.
자연스러운 목소리 그대로 연주하는 리릭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의 음성을 좋아한다. 세시간 가까이 들어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귀족적이며 우아하다. 꾸밈도 없고 편안하고 품위가 넘친다.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오래도록 남아있다. 그리고 또 듣고 싶어진다. 3일동안 그녀의 앨범으로 휴일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