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 24에서 산 카라얀 음반들에 관한 제대로 된 평하나 쓰지 못했으니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어제는 카라얀이 지휘한 말러의 "대지의 노래"에 대해 글을 올렸지만 조족지혈이랄까? 그저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기만 하다. 쓴다고 쓰지만, 워낙에 글재주가 없어서 그저 듣고도 아무 감상문도 적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이 브람스 교향곡 전집은 70년대의 해석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977년 10월부터 녹음이 들어가서 78년 2월달에 끝마친 녹음이다. 사실..브람스 교향곡은 카라얀이 아주 즐겨다루었고 자신있게 다루었던 레파토리가운데 하나였다. 60년대의 전집 70년대의 전집 80년대의 전집이 모두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70년대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이다. 사실.. 카라얀의 전성기는 바로 60년대에서 70년대까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80년대의 음반들은 약간의 매너리즘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훌륭한 연주들이지만 말이다.
연주는? 아주 훌륭하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람스 교향곡 전집은 브루노 발터와 콜럼비아 심포니의 것이다.^^ 사실..난 브람스 교향곡을 발터의 것으로 처음 입문했다. 그리고 발터의 해석을 사랑한다.특히 2번과 4번은 가히 절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카라얀의 해석은 어떨지 궁금했다. 사실 교향곡 1번같은 경우에는 발터 이전에도 정명훈이나 칼 뵘의 연주 그리고 오이겐 요훔의 50년대 해석으로도 들어보았기 때문에 카라얀의 해석이 더더욱 궁금했다.
거기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잠깐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876년(이때 브람스의 나이가 마흔 셋이다)에 거의 20년간의 각고의 노력끝에 발표된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같은 경우에는 한스 폰 뷜로우가 이 곡을 초연하고 나서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는 애칭을 붙였던 것처럼 이곡은 베토벤이 자신의 교향곡작곡의 하나의 목적이었던 "혼돈흑암지세에서 천지광명대세로 가자!!"는 희망의 메세지를 베토벤과는 다른 뉘앙스로 전달해준다.바로 이곡을 다룰 때 카라얀은 자신의 브람스 교향곡 해석의 전체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하고 완벽한 균형잡힌 앙상블과 기능적으로 솜씨좋게 멜로디와 화성을 풀어가는 약간의 기계적 메마름"이 4개의 교향곡 모두에서 일종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
사실..1번 같은 경우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지만, 발터나 뵘같은 안정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과는 이미 담을 쌓았다고 보면 된다. 토스카니니의 해석에 독일적 중후함이 절묘하게 합쳐진 명쾌하면서 장려한 1번 해석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정확하고 선이 뚜렷하면서 정확한 밸런스의 구도속에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해석"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겠고, "강력함과 정확함을 추구하다가 선의 자연스런 진행을 방해한 반 칸타빌레적 해석"이라는 혹평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물론 그런 해석을 잘 받아준 "베를린 필하모니커"도 찬사를 받아야겠지만 말이다. 특히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니커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4악장의 고뇌와 환희의 물결침을 가슴벅차게 표현해주고 있다.멋지고 장엄한 은색 팡파르와 혼의 찬가와 햇살처럼 빛나게 차오르는 현과 목관...
물론 이 보다 더 강력한 마지막 빵빠레라면 오이겐 요훔이 베를린 필과 녹음한 득(DG)사의 50년대 1번을 꼽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금빛찬란한 코다보다는 은빛찬란한 코다가 더 은은하고 아름답지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877년 1번의 후속타로서 아주 빠르게 발표된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2번 D장조는 원래 이 당시 교향곡 작곡을 위해서 오스트리아 베르차흐라는 마을에서 전원생활을 하던 당시의 브람스의 유쾌하고 즐거운 심경을 적어놓은 곡이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곡으로써..특히 발터의 해석으로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때..난 음반의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혼자서 쳤다는..ㅋㅋㅋ 이런 멋진 곡이 또 있을까?
카라얀의 해석은 사실 이 곡에서는 "훌륭하되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당할 것 같다. 최고라고 부르기에는 발터의 자연스럽고 모나지 않으면서도 찬란하게 끝맺음하는 유려한 흐름을 베를린 필이 따라가고 있지 않은 것이 내 취향과 맞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확하면서 선의 세밀함과 굵음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현의 움직임과 금관의 강렬한 추진력은 아름다운 베르차흐의 전원이라기 보다는 험악한 알프스 산맥속에 숨어 있는 험한 두메마을인 베르차흐를 표현해내고 있다.물론 카라얀의 특징인 기계적 메마름이나 기계적 앙상블이 곳곳에서 브람스 특유의 풍취를 사그라들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베르차흐가 어떤 곳인지는 나도 안가봐서 정확히 그 풍경이 어떨지는 모르지만...발터의 풍만함과는 거리가 먼 카라얀의 강력한 2번..어떤 경우에도 4악장만을 들어본다면 만세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빠빠, 빠빠빠빠빠!! 빠바, 빠빠빠빠빠!! 신나게 물결치는 트럼본과 트럼펫 그리고 현의 물결침을 아주 강력하게 카라얀은 표현한다.
브람스 교향곡중에 내가 아직도 잘 듣지 않는 곡...사실..1883년 처음 세상에 나왔지만 초연부터 대실패로 끝나버린 곡..교향곡 3번 F장조..하지만 듣는 내내 뭔가 장조라기 보다는 단조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길이 없게 만들었던 "음울한 곡이다" 특히 교향곡 3번 3악장의 소슬대면서 쓸쓸한 "포코 알레그레토"는 한 번 들으면 귓전에 익숙해지겠지만..그 외에는 뭔가 듣는 사람의 맥을 빠지게 만든다. 발터의 연주로 처음 듣고서 난..뭔가.. 이 곡이 희한한 곡이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1번과 2번의 기쁨과는 다른 인생의 슬픔이 깊속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카라얀의 연주라고 이 브람스의 음울한 기벽을 통일된 구도로 정돈해서 보여주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하긴 원래 그런 곡일것이다. 지금도 브람스 교향곡 3번은 나에게 인기가 없다. 강렬하고 치밀한 것 만으로는 칸타빌레다운 3번은 나오지 못한다. 천하의 카라얀도 어쩔수 없었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그래도 나을 듯하지만..여기까지는 사실..카라얀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이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 다른 지휘자들의 연주들을 빛바래게 못한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 보시라..1885년에 나온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작품번호 98번에서 카라얀은 발터나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와도 완전히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들려준다. 치밀하고 불타오르면서도 완벽하게 조절된 앙상블로 한치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는 카라얀만의 처절한 비극적 세계를 강력하게 호소력있게 전달해준다. 아...1악장처럼 그렇게 듣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연주는 발터의 연주뿐이었던 것 같다. 비극적이면서 처절하게 울려대는 금관과 목관과 현의 완벽한 밸런스와 융화...비극적 곡상이 점점 증폭되면서 마직막 팀파니의 영탄적인 두드림...숨이 막혀왔다. 어쩌면 발터와는 다른 치열함이 곡상을 넘실댄다. 정말로 성공적이지 않은가? 이런 연주가 세상에 어디있담!! 아 나는 정말 들으면서 감격했다. 2악장의 슬픔과 다독임의 정확한 대비와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체계적 구축 3악장 "파사칼리아"의 힘차고 멜로디선을 뚜렷이 부각시킨 격렬함 베를린 필이 신들린 것 같았다.4악장!! 드디어 승부를 보겠노라...
초반부터 긴장감이 온 오케스트라를 휘감는다. 팀파니의 긴장된 리듬감과 쓸쓸한 가을의 영탄이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된다. 이런 치열함은 정말 푸르트벵글러 멜로디야 전시 녹음으로 들어본 브람스 교향곡 4번 이후에 베를린 필에서 느껴보는 몇안되는 경험이다.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의 조화!! 바로 카라얀이 추구했던 통합된 감성과 이성의 완벽한 조화가 이 4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치밀하고 쓸쓸하고 쉼없이 매끄럽게 전개되면서도 기계적 매너리즘이 아닌 프레이징을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엄청난 호른과 트럼본의 비극적 영탄과 무너져너릴 듯한 현...쉼없는 고뇌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격렬하고 엄숙한 외마디 빵빠레를 토해낸다....숨을 죽여야 마땅하다. 아 카라얀 위대한 지휘자....
만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카라얀의 이 음반을 구매하신다면 마땅히 2번과 4번을 먼저 들어보시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카라얀의 70년대 이 해석이 반드시 브람스로 들어가야 하는 관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멋진 해석을 먼저 들어보는 것 역시도 나쁘지 않다. 더구나 녹음과 악단의 기능적 우위성에서 탁월한 우위를 점하는 1류 교향악단의 녹음은 감상자에게 좋은 안목을 길러주는 기름진 옥토와 같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정말 멋진 "브람스 교향곡 전집"임에 분명하다.
이런 좋은 곡들을 팔아주는 예스 24에 신의 축복이 있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