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책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우리 작가의 글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동안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작해야 마해송과 손축익, 소중애 등 아주 유명한 작가의 작품 몇 개 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모두 읽은 기억이 없다. 이런 작가도 있었구나를 연발하며 읽었다. 우리의 어린이책 역사는 짧다.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도 처음에는 모두 짧은 역사로 시작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긴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 사실 초창기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이 이것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작품을 재미없다고 넘겨 버리면 다음 세대의 작품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리라. 시대를 뛰어넘어서 따로 존재하는 것은 없을테니까.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니 어느 한 단계를 건너 뛰면 그것은 올바른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도는 우리 창작 동화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 시대의 작품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시대에 따라 흘러가게 되어 있어서 동화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이렇게 발전을 하는구나. 지금까지 우리 동화는 왜 이리 발전하지 않을까를 한탄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렇지도 않다.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기에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다.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만 읽는 것이 아니다. 시대도 읽을 수 있고 생태도 읽을 수 있고 문화도 읽을 수 있다. 초창기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을 느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들을 보았고 산을 보았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문화를 읽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것이 바로 변화라는 것이겠지. 그러고보니 작품에서 미루나무가 많이 나온다. 어렸을 적 노래에도 나왔는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 쭉 곧은 가지에 잔가지들이 옆으로 나 있어서 아주 멋있어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질 않는다. 그 자리를 메타세콰이어가 대신하나보다. 자라는 모습이 비슷해서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의 아이들이 그 정서를 모르니 책을 읽으면서 나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도 순리이니 따라야겠지. 내가 우리 부모 세대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라도 만나면 아예 안 접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우리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뻤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만 밝힐 것이 아니라 작품 연도까지 밝혀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시대를 알면 글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읽으면서 내내 답답했다. 마치 얼굴만 알고 이름은 생각 안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뒷부분의 작품 해설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작품을 요약해 놓은 점이 아쉬웠다. 이왕이면 작가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작품 배경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작품 해설은 글을 읽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뒷부분의 작가 소개를 좀 더 자세하게 해 주는 편이 훨씬 낫다. 마지막으로 소중애 작가의 대표작품 중에 <아빠는 전업주부>라는 작품은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은 외국 사람의 작품이라서 검색을 해 보니 우리 작가가 쓴 같은 제목의 책은 없었다. 혹시나 번역을 한 것일까 찾아보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단편집 속에 있는 제목인지는 모르나 찾을 수 없는 작품을 대표작품으로 적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작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작가들의 동화를 찾아서 보급시키려고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